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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43화 (143/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44)

괴상한 소리만으로도 놈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처억….

곧장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 들고는 앞으로 나섰다.

“비켜! 내 차례다.”

오식이가 순순히 자리를 비켜 줬다.

앞장선 내 시야에 괴물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리만 듣고 예상했던 바로 그놈… 기괴한 분장을 한 광대가 그곳에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광대 내지는 피에로 분장을 한 커다란 머리통에 용수철이 달린 모양새였으며, 팔과 다리는 물론, 몸뚱이도 없었다.

놈의 이름은 ‘용수철 광대’였다.

레벨은 38이었고, 몸뚱이 대신 달린 용수철을 이용해 이리저리 튕겨 다니는 게 특징이었다.

그 상태로 강하게 들이받거나 빠르게 도망칠 수 있었는데, 컨트롤 난조 등으로 인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띠용! 띠용! 띠용용용용….

놈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혼을 쏙 빼고 있었다.

가뜩이나 일렁임과 출렁임이 속을 뒤집어 놓는데, 놈까지 난리를 피우니 더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놈과 싸울 때 필요한 것은 집중력과 타이밍.

극히 짧은 순간에 드러나는 놈의 약점을 노리고, 정확히 공격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올 테면 와 봐라!’

집중에 집중을 더하며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바닥과 양쪽 벽을 모두 이용해 사방팔방 튀어 다니던 놈이 어느 순간 잔뜩 몸… 아니, 용수철을 최대로 조이며 눈물 맺힌 십자(+) 눈을 번쩍거렸다.

번쩍!

나 역시 눈가에 힘을 잔뜩 주고는 자세를 잡았다.

끼기기긱….

터어어어엉!

놈이 최대한 움츠렸던 용수철을 강렬하게 튕기며 빠르게 날아왔다.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부터 이때만을 노리고 있었다.

‘둘, 셋… 지금!’

타이밍에 맞춰 앞발을 뻗어 구르고, 아수라 스워드를 앞으로 쭉 내밀 듯이 뻗었다.

마치, 펜싱의 ‘팡뜨’와도 같은 자세였다.

돌진하는 놈의 정수리에 아수라 스워드의 검 끝이 맞닿았다.

쾃!

콰가가가가….

양쪽 모두 강렬하게 쏟아 낸 힘이 한 점에서 작렬하며, 잠시 대치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푸우욱!

드드드드드드드….

놈의 정수리가 뚫리고, 이내 아수라 스워드가 깊이 박혀 버렸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묵직한 파워가 실려 있기는 하지만, 넓은 면적 때문에 힘이 분산되는 놈의 공격과 검 끝에 모든 힘이 실리는 내 공격이 맞닿았을 때의 결과였으니 말이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놈은 맨몸(?)이나 다름없었고, 내 쪽은 금속으로 된 무기였으니, 어쨌거나 피해는 놈에게 가는 게 옳을 터였다.

콰직!

아수라 스워드에 꼬치처럼 꿰어진 놈을 발로 밟았다.

그런 뒤에 그대로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냈다.

놈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얼마 가지 않아 깡통처럼 찌그러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후우… 이번에도 계획대로 됐군….”

미리 짜 두고 익힌 공략법이 제대로 먹히고 있음에 안심하고, 기뻐했다.

아직 상대해야 할 놈들이 더 많았지만,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을 듯했다.

사실, 앞서 린이 상대한 팽이 병정도 그렇고, 지금 내가 쓰러뜨린 용수철 광대도 우리 중에 누구나 나서서 싸울 수 있는 놈들이었다.

어차피 다들 1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놈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팽이 병정에게는 린을 맞붙게 하고, 용수철 광대 놈이 나타나자 바로 내가 나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었다.

먼저, 린에게 팽이 병정을 상대하게 한 이유.

그것은 린이 우리 셋 중에 가장 체구가 작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장 유연한 몸에 제대로 하단을 노릴 수 있는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팽이 병정은 몸을 빠르게 회전하며, 부러진 검으로 상대를 공격했다.

해서,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타입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면 체력적으로나 시간상으로 꽤 애를 먹어야만 했다.

그런 팽이 병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회전의 축이 되는 발끝을 노리는 것이었다.

애초에 하단 공격이 먹히는 놈이었고, 자연스레 낮아지는 자세 때문에 놈의 부러진 검으로 인한 짧은 리치마저도 피할 수 있는 상황.

어느 모로 봐도 린이 상성에서 최적의 상대라 할 수 있었다.

용수철 광대 놈을 내가 상대한 이유는 정말로 단순했다.

우리 셋 중에 나만 유일하게 검을 무기로 사용했기 때문.

놈은 무척이나 빠르고, 정신없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런 놈을 따라 다니며 상대하는 것은 솔직히 골치가 아프고, 체력적인 소비도 많았다.

해서, 내가 했던 것처럼 놈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맞서는 것이 최고의 공략법이었다.

뭐, 용수철을 최대한 조이고, 온몸의 힘을 쏟아부으며 날아드는 놈의 공격을 장면으로 맞서는 것은 다소 무모한 일일 수도 있었다.

펀치나 발차기 같은 맨몸 공격은 말할 것도 없고, 둔기류를 이용한다 해도 격돌 순간에 파생되는 충격에 피해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검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점으로 집중되는 힘에 날카로움까지 겸비하여, 최소한의 힘으로 놈이 쏟아 낸 힘까지 역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쩝….”

뭐, 솔직히….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 셋 중 누구나 나서도 놈들을 상대하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막말로 달려드는 용수철 광대의 정수리에 오식이의 펀치가 작렬한다면 그대로도 끝장이 날 터였다.

워낙에 단단한 오식이니까, 딱히 피해를 보거나 다칠 확률도 그리 높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오식이를 아껴야 했다.

많은 이들이 난항을 겪고, 저택 4층의 도전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셔야 하는 구간과 놈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

푹!

드드드드드드드….

열 마리째 용수철 광대를 잡았다.

1/6… 100미터쯤을 이동한 셈이었다.

딸깍….

가방에서 회복 물약을 꺼내 뚜껑을 열고는 크게 한 모금을 들이켰다.

많이 지치지는 않았지만, 미리미리 회복을 해 두는 것이었고, 이미 다섯 마리째 용수철 광대를 잡으면서도 한 모금 마셨었다.

“전진!”

남은 회복 물약을 가방에 챙겨 넣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가지 않아 3회차를 열어 줄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띠용! 띠용! 띠용용용용….

이번에도 용수철 광대였다.

“킁….”

내심 들어 버린 실망감(?)에 콧소리를 냈다.

뒤에 있던 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주인님. 이번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할게. 넌 좀 더 쉬도록 해.”

“아닙니다. 충분히 쉬었습니다.”

“나도 괜찮아. 짜 놓은 계획대로 가자고!”

린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용수철 광대를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몇 번 잡아 봤다고, 그새 적응이 됐는지 가볍게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4회차 놈들도 한 번 상대해 봤던 놈들이 등장했다.

바로 35레벨의 한쪽 귀가 없는 토끼 놈들이었다.

“이번엔 내가 한다.”

가만히 있느라 몸이 근질근질했는지 오식이가 앞으로 나섰다.

“아니에요. 오식 씨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제가 하도록 할게요.”

린도 나섰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놈은 내 차지였다.

하지만, 연속으로 용수철 광대 놈들을 잡은 까닭에 조금이나마 컨디션 조절을 할 필요가 있었다.

“흠….”

잠시 고민했다.

간단하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그냥 내가 할게.”

“안 돼요. 쉬셔야죠.”

“내가 한다!”

“어차피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서 특별히 조심할 것도 없잖아?”

“그래도 2회차나 고생하셨으니, 이번에는 제게 맡겨 주세요.”

“아니다. 내가 한다!”

그렇게 우리가 아웅다웅하는 사이, 참을성 없는 토끼 놈이 용감하게 덤벼들었다.

그런 놈을 향해 오식이가 냅다 펀치를 뻗었다.

부우웅….

퍼어어엉!

한 방에 토끼 놈을 터트려 버린 오식이가 우리를 돌아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흐흐, 내가 했다!”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귀찮음을 발하며 입을 열었다.

“아, 그래… 일단 오식이 네가 해.”

“좋다! 내가 한다!”

녀석이 팔근육을 자랑하며 신을 냈다.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일단 네가 다섯 마리 잡고, 린이 세 마리, 나머지 두 마리는 내가 잡는다. 그럼 됐지?”

내 말을 들은 린이 황급히 나섰다.

“아, 그냥 제가 나머지 다섯 마리….”

고집을 부리듯 하는 린의 말을 끊었다.

“그만!”

린이 바로 입을 다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자, 우리끼리 실랑이해서 기운 빼지 말자고.”

“네, 주인님.”

“알았다. 형님!”

좋게 합의(?)를 본 후, 도전을 이어 나갔다.

….

5회차에는 팽이 병정이 나왔다.

“운이 좋은걸? 후훗!”

상대하기 쉬운 놈들만 나오는 것에 기뻐했다.

하지만, 너무 이른 풍악이었을까?

아니면, 기막히던 운빨에 초를 친 것이었을까?

6회차에 드디어 ‘놈’이 나타났다.

고오오오오….

놈은 이제껏 느끼고, 전해지던 것보다 확연하게 강한 기운을 뿜어냈다.

또한, 대략 5미터쯤의 거리 차를 두고 모습을 드러내던 다른 놈들과 달리, 1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

“푸릉, 푸르릉… 히이이이힝!”

거친 콧바람이 동반된 익숙한 말의 울음소리가 복도 전체를 아우르듯 크게 울려 퍼졌다.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놈의 정체도 ‘말’이었다.

놈은 거대했다.

좁은 복도의 폭을 가득 채울 만큼 큼직했고, 딱 봐도 성격이 더럽고, 거칠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강철 말’

놈의 이름이었다.

39레벨이었고, 무적이었다.

무적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적수가 없다’다.

그러나 놈에게 표한 무적은 ‘죽일 수 없다’라는 의미에 더 가까웠다.

이름처럼 놈의 몸뚱이는 전체가 다 쇳덩이였다.

화살이나 검 같은 무기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고, 둔기류로도 크게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더불어 놈의 행태…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바탕으로 한 엄청난 공격을 하고는 곧장 사라져 버리는 탓에 공격할 기회마저도 마땅치 않았다.

그랬다.

놈은 쓰러지기 전에 스스로 사라지는 것.

반대로 이쪽은 놈의 공격을 버티는 것이 과제였다.

파앗! 파앗!

놈이 앞발로 바닥을 긁었다.

당장에라도 우리를 향해 달려들 기세였다.

“오식아!”

내 외침에 오식이가 앞으로 나섰다.

아니, 놈을 확인하자마자 이미 몸을 움직일 태세였다.

입이 마르도록 떠들어댄 주입식 교육이 찬란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콰직!

오식이가 나무로 된 바닥을 부술 것처럼 발바닥으로 찍고는 무릎을 굽힌 채 기마 자세를 취했다.

그러더니 양팔을 ‘X’자로 교차해 얼굴과 몸통을 가로막았다.

웅크리기 스킬이었다.

“히이이이힝!”

놈이 크게 울부짖었고, 냅다 발을 구르며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그닥! 다그닥!

거칠고, 묵직한 말발굽 소리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거대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덤이었다.

“제발….”

간절함이 절로 흘러나왔다.

놈과 오식이가 충돌하기 직전에는 끝내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자극했다.

질끈 감은 두 눈에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

그렇게 한 3초쯤이 흘렀다.

굉음 이후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 성공인가?’

의문과 함께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여전히 웅크리기 스킬의 자세를 취한 채 굳건하게 서 있는 오식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대한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 오식아… 괘, 괜찮아?”

조심스레 물었다.

오식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됐다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강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오, 오식아!”

‘X’자로 교차한 녀석의 팔이 힘을 잃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스르륵…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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