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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38화 (138/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39)

돈 자루가 떨어지는 타이밍은 랜덤이었다.

지금처럼 줄기차게 연속적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한동안 잊은 듯이 틈을 주기도 했다.

이유는 돈 자루를 떨어뜨리는 리차드의 시선과 손짓이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리차드가 눈으로 목표나 지점을 확인하고, 손짓을 하면 그곳에 돈 자루가 떨어지는 시스템.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떨어지는 듯 보여도 자세히 따지면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지금 돈 자루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나였다.

최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오식이에게서는 잠시 시선이 떠난 듯했고, 멀리 떨어져 있는 린에게는 제법 여유로운 틈이 있었다.

기회라고 봐도 좋았다.

“티 나지 않게 움직여!”

오식이를 향해 빠르게 말하고는 떨어져 내리는 돈 자루를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타닥!

쿠우우우웅!

몸을 돌려세웠다.

허리춤에 찬 아수라 스워드를 뽑았다.

단번에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힘껏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렀다.

촤아아아….

채애애애애앵!

검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손맛과 함께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공격을 받아 모습을 드러낸 재력의 방벽에 길고, 또렷한 흔적이 새겨졌다.

그러나 이내 폭발하듯 터진 금화의 퍼포먼스와 함께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은 사라졌다.

“하압!”

힘찬 기합과 함께 몸을 회전시켰다.

부우우웅….

아수라 스워드의 무게와 원심력이 더해지며 팔이 묵직해졌다.

이전보다 훨씬 더 귀를 자극하는 소리와 함께 묵직함이 강렬한 손맛으로 변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강!

재력의 방벽에도 더욱더 길고, 깊은 흔적이 남았다.

더 많은 금화의 폭발이 일었고, 또다시 흔적은 사라졌다.

휙휙! 까딱까딱!

나를 향해 완전히 시선을 꽂은 리차드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한 치의 미련도 없이 지면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쿠우우우웅!

내가 서 있던 자리 위로 돈 자루가 떨어졌다.

두 호흡 정도의 여유를 주고는 방금 떨어진 돈 자루 위로 올라섰다.

곧장 있는 힘껏 아수라 스워드를 내리 긁었다.

“이야아압!”

촤아아아아아악!

….

이후의 상황은 반복이었다.

무리 없는 패턴으로 재력의 방벽을 공격하고, 떨어지는 돈 자루들을 피했다.

체감상 10여 분을 혼자 그렇게 싸웠다.

“하아… 하아….”

힐끔.

살짝이 거칠고 가빠진 호흡을 다스리며 오식이를 쳐다봤다.

이미 회복 물약을 마신 녀석이 리차드의 눈치를 보며 돈 자루에 낀 발을 빼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곧 상황이 좋아질 듯했다.

‘조금만 더….’

아직 역할이 끝나지 않았음에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

그렇게 한참이나 리차드의 시선을 끌었다.

달달달….

아수라 스워드를 들고 있는 손과 팔이 떨려왔다.

다리는 그나마 멀쩡했다.

‘비율을 줄여야겠어.’

거의 5:5에 가까웠던 공격과 회피의 비율을 3:7쯤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그 또한 얼마 가지 않았다.

이미 쭉쭉 떨어져 내리던 체력이었기에 소모량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

누가 봐도 지쳤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거친 숨을 토해 냈다.

어깨는 물론 등까지 헐떡여댔다.

“크읏!”

파앗!

이를 악물고는 떨어지는 돈 자루를 힘겹게 피했다.

이제는 다리마저 후들거리고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채 5분을 넘기기도 힘들 듯싶었다.

그때였다.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듯한 오식이의 우렁찬 포효가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이제 됐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오식이가 든든하고, 당당한 등 근육을 꿈틀거리며 서 있었다.

안도와 감동에 가슴이 울컥했다.

그러나 감정에 휩싸일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를 노리고 떨어지는 돈 자루를 피해야 했으니까.

“이크!”

잽싸게 옆으로 구르며 돈 자루를 피했다.

쿠우우우웅!

진심으로 아슬아슬했다.

지금껏 잘 버텨 왔는데, 한순간에 뭐 같이 될 뻔했다.

‘젠장….’

뒷골의 서늘함을 또렷이 느낀 채로 다음 상황에 대비했다.

하지만, 절로 시선을 잡아끄는 광경에 다시금 한눈을 팔아야만 했다.

“크르르르릉….”

오식이가 똥을 쌀 때 내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릎을 반쯤 구부린 엉거주춤한 자세였고, 양손으로는 앞에 놓인 돈 자루를 한 바퀴쯤 돌려 잡고 있었다.

‘뭐, 뭐 하는 거지?’

의문에 고개까지 갸웃해졌다.

그러나 이내 녀석의 의도가 파악됐다.

녀석은 지금 돈 자루를 집어 던지려 하고 있었다.

‘저 멍청이….’

엉뚱하고, 어이없는 짓이었다.

정확지는 않지만, 못 해도 100킬로그램을 훌쩍 넘기고도 남을 돈 자루의 무게였다.

무게를 분산시켜 잡을 손잡이(?)도 마땅치 않았다.

아무리 엄청난 괴력을 소유한 오식이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짓이었… 어라?

“끄아아아아아아!”

끙끙대는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합.

그에 맞춰, 돈 자루가 움찔거리나 싶더니만,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헐….”

놀라움에 입이 벌어졌다.

그 순간, 오식이의 몸이 옆으로 휙 비틀렸다.

‘어, 업어치기….’

흡사, 유도의 업어치기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바닥에 내리꽂는 것이 아니라 멀리 집어 던지는 형태.

그랬다.

녀석의 손에 들린 돈 자루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부우우우웅….

날아가는 속도는 너무나 느릿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마저도 엄청나게 묵직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강렬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날아간 돈 자루가 주변이 흔들릴 정도의 위력과 굉음을 동반한 채, 재력의 방벽에 부딪혔다

착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벽의 방벽이 살짝 흔들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진심으로 어마무시한 타격이었다.

더불어 이내 분수처럼 터져 나온 금화의 폭발 또한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얼핏, 던져진 돈 자루가 터지면서 그 안에 든 동전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 착각될 정도였다.

“….”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길이 없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린도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채 넋을 빼고 있었다.

웃긴 건, 리차드 역시 엄청난 금화의 폭발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딱히 표정의 변화 같은 건 보이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나를 노리고 떨어뜨리던 돈 자루 공격은 잊은 듯 멈춰진 상태였다.

어쨌든.

결과를 생각하고서 한 짓은 아닐 테고, 그냥 홧김에 저지른 것이 분명한 오식이가 만족의 웃음을 흘렸다.

“크르르… 흐흐흐!”

그러고는 옆에 있던 돈 자루를 힐끔거렸다.

또 한 번 해 보겠다는 뉘앙스가 가득했다.

‘안 돼….’

위험했다.

말리는 게 좋을 듯했다.

분위기나 타이밍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곧 정신을 차린 리차드가 돈 자루를 떨어뜨릴 것이고, 직전처럼 용을 쓰다가는 녀석이 먼저 당할 게 분명했다.

스윽….

절로 올라가는 손길과 함께 소리를 뱉어 냈다.

“머, 멈….”

동시에 오식이가 양손으로 돈 자루를 붙들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도 이전과 똑같았다.

그러나 과정이 조금 빠른 듯했다.

“끄으응!”

그리 길지 않게 힘을 주자, 바닥에 붙어 있던 돈 자루가 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둥실(?) 떠올랐다.

“…??”

이어진 동작과 과정도 빨랐다.

상체를 조금 뒤로 뺀 오식이가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손에 들린 돈 자루를 휘둘렀다.

확실히 간결해진 동작에 속도도 빠르고 힘도 덜 들이는 느낌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묵직하고, 요란한 소리가 또다시 작렬했다.

금화의 폭발도 전보다는 간소(?)했다.

그래도 워낙에 어마무시한 공격이라 굉장하기는 했다.

“피하세요!”

린의 외침이 이어졌다.

머리 위를 힐끔 확인한 오식이가 재빨리 몸을 피했다.

쿠우우우우웅!

한참이나 뒤늦은 것만 같은 돈 자루 공격이 떨어졌다.

“아차차….”

나 또한 정신을 차리고는 뒤로 한껏 물러났다.

크게 숨을 고르며 상황을 살폈다.

쿠우우우우웅!

리차드의 돈 자루 공격은 오식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하긴, 그 정도로 어마무시한 타격이라면 제거 대상 0순위가 분명했다.

힐끔….

옆에 떨어져 있는 돈 자루를 향해 시선을 내렸다.

몇 초쯤 보다가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자루의 끝을 잡고는 힘을 줘봤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긴… 쩝!’

오식이의 발목을 덮쳤던 돈 자루를 치우기 위해 그렇게 안간힘을 썼는데도 무리였었다.

이 정도의 힘으로는 턱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힘을 줘봤다.

“끄응… 후… 대체 이걸 어떻게 던진 거야?”

생각할수록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다시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티잉! 팅!

툭… 툭….

퍼어어어엉!

원래 있던 자리에서 파탄으로 공격하고, 여유롭게 떨어지는 돈 자루를 피했다.

린도 리차드의 주의를 끌며 요리조리 바쁘게 움직였다.

여전히 0순위 제거 대상인 오식이는 피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흠….”

분명 공격할 만한 타이밍에도 녀석은 주춤하거나 물러섰다.

처음에는 왜 그런가 싶었는데, 점차 녀석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노리고 있군.’

녀석은 다시금 돈 자루를 집어 던지기 위해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적절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리차드의 시선이 나와 린에게까지 분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일 많은 돈 자루의 공격을 받는 것은 오식이기 때문이었다.

‘기회를 만들어 줘 볼까?’

몸 상태를 체크했다.

다소 여유로웠던 덕에 조금은 무리를 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처억….

엘프의 활을 어깨에 고정하고는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 들었다.

재빨리 재력의 방벽으로 다가섰다.

카라라라라랑!

힘차게 아수라 스워드를 내리 긁었다.

쨍그랑! 쨍! 쨍….

금화의 폭발과 함께 방벽의 흠집이 사라지기 직전, 다시금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렀다.

콰가가가가가강!

찡할 정도로 강렬한 손맛이 전해졌다.

뒤를 볼 것도 없이 검을 회수하고는 몸을 피했다.

쿠우우우웅!

눈앞으로 떨어진 돈 자루를 살짝 의식하고는 지면을 내딛는 발바닥에 힘을 가했다.

콰직!

제대로 지면에 꽂힌 발바닥이 저절로 나무 바닥을 밀어젖혔다.

상체도 옆으로 기울었다.

자연스럽게 자세가 잡히며, 순식간에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파바바바밧!

전방을 향해 도드라진 상체와 어깨.

더불어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고 튀어 나간 힘이 어우러지며, 강렬한 숄더 어택이 재력의 방벽에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오식이의 것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의 묵직함으로 재력의 방벽에 충분한 타격을 주는 돌격 스킬이었다.

힐끔….

연이은 공격에 리차드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됐다!’

계획대로 됐음에 쾌재를 부르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타이밍이 일러 뒤늦게 돈 자루가 떨어져 내렸다.

다시금 몸을 피하면서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렀다.

쿠우우우웅!

카가가가가강!

나를 향했던 돈 자루 공격과 재력의 방벽을 향한 내 공격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나는 완벽히 피했고, 재력의 방벽은 깊은 흔적이 남았다.

쨍그랑! 쨍! 쨍….

금화의 폭발이 이어졌다.

자리를 뜨기 위해 몸을 날리던 내 시선으로 오식이의 모습이 포착됐다.

리차드의 시선이 내게 꽂히므로 해서 빈틈이 생겼다.

그에, 제대로 된 기회를 잡은 녀석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당연히 계속해서 노리고 있던 돈 자루 공격을 준비하기도 했다.

“끄응!”

녀석이 힘을 주며, 두 번째 했던 것처럼 돈 자루를 냅다 옆으로 휘둘렀다.

부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역시나 강렬한 굉음과 함께 재력의 방벽이 엄청난 피해를 받았다.

“호오….”

탄성을 흘렸다.

단 세 차례뿐이었지만, 그새 요령이 생긴 듯해 보이기도 했고, 다시 봐도 놀라울 만큼 강한 공격과 그로 인해 화려하게 터지는 금화의 분출 때문이었다.

“끄응!”

놀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오식이가 또다시 돈 자루를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바로 휘둘렀다.

부우우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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