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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37화 (137/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38)

“쩝쩝! 짭짭! 후루룩!”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오전 10시 30분경에 먹는 브런치의 느낌이었다.

식사 후에는 편히 쉬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자, 하나씩들 챙겨!”

린과 오식이에게 회복 물약을 한 병씩 나눠 줬다.

여유분으로 몇 병 더 배낭에 담았다.

그동안 수시로 잡은 정원사 놈들 덕에 제법 넉넉하게 사 둘 수 있었다.

오후 1시….

“가자!”

모든 준비를 마치고는 던전으로 향했다.

….

저주받은 저택 3층.

“오식아! 싹 다 밀어 버려!”

“크륵!”

퍼엉! 콰앙! 우지끈….

암흑 병사로 변할 한 놈만을 제외하고 모두 날려 버렸다.

시커먼 아지랑이로 부활한 암흑 병사 놈도 특유의 괴성을 뱉어 내기 전에 끝장냈다.

고오오오….

이내, 알프레도가 암흑의 기운을 끌어 모았다.

“야합!”

린이 멋지게 날아올라 알프레도의 정수리에 먼지떨이의 손잡이를 세로로 꽂아 넣었다.

콰직지지지!

스스스스스….

알프레도가 시커먼 연기로 사라진 뒤, 리차드가 움직였다.

미리 리차드의 근처까지 다가간 린이 재력의 방벽을 향해 빗자루를 휘둘렀다.

촤아아악!

챠라라라라라랑….

비스듬한 사선을 그리며 올려친 빗자루에 재력의 방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방벽의 흠집 부근에서 금화가 터져 나왔다.

쨍그랑! 쨍! 쨍….

그리 많지는 않은 양이었다.

그러나 39레벨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불가능했던 일이기에 그마저도 감격스러웠다.

뭐, 지금이야 며칠이 지난 터라 특별한 감흥이나 반응 등이 없지만,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보여 준 린의 표정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아, 이제 저도 작게나마 도움이 되겠네요.”

“뭐야?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어?”

“후훗….”

“이그, 신경 쓰지 말라니까… 아무튼, 축하해.”

“감사합니다, 주인님.”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절대로 다른 흑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뭔가 찡하게 마음이 울렸고, 나도 모르게 손이 린의 머리 위로 향했었다.

어쨌든.

재력의 방벽에 타격을 주고, 일정 수준 이상의 대미지를 입힐 수는 있게 됐지만, 린이 주력으로 해야 할 일은 변함이 없었다.

최대한 돈 자루의 공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안전하게 피하는 것 말이다.

‘잘하고 있군.’

떨어지는 돈 자루들을 능숙하고, 재빠르게 피하는 린에게 잠시 시선을 주다가 평소처럼 화살을 장전했다.

그 뒤 가볍게 활시위를 당겼다.

스으윽….

활시위가 채 반도 당겨지지 않은 느슨함.

그러나 이 정도가 딱 좋았다.

딱히 조준도 필요가 없었다.

현재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정면의 어디를 쏴도 죄다 재력의 방벽이었으니까.

느슨함이 가득한 활시위를 놓았다.

티잉! 팅….

절로 맥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두 발의 화살이 발사됐다.

힘이 거의 실리지 않은 터라, 공기의 저항을 받은 화살의 궤적이 멋대로 틀어졌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뭐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그만이듯… 날아간 화살은 재력의 방벽 앞에 떨어질 터였다.

그리고 터지겠지!

툭… 툭….

퍼어어어어엉!

파탄의 폭발과 함께 금화가 터져 나왔다.

38레벨에 올라 처음 도전하던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딜량이었다.

뭐, 사용하는 파탄 스킬의 숙련도도 그렇고, 레벨이나 능력치의 상승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기에 딜량이 달라질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런 의미에서 40레벨이 된 지금은 엘프의 활과 파탄이 아닌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러 직접 재력의 방벽을 공격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었다.

오식이와 린의 영향으로 상승하는 레벨당 능력치의 한계점을 찍어 놓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냥 하는 말이나 이론 같은 게 아니었다.

이미 실전을 통해 검증을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그동안 해 왔던 대로 파탄을 이용해 방벽을 공격하는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그 방식을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체력의 소모가 많다는 것이었다.

거의 던지는 듯한 느낌으로 힘을 들이지 않은 채 더블샷을 쏘는 것과 검을 든 채 미친 듯이 난도질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체력적 소모의 차이가 있었다.

물론, 우리의 수준을 생각하여 적절하게 맞춘 사냥 시간 내내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러도 괜찮기는 했다.

버겁거나 무리가 간다면 잠시 뒤로 빠져 숨을 고를 수도 있었고, 아예 사냥 시간 자체를 조율해도 될 터였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효율적일 만큼의 경험치를 더 많이 얻을 수는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무리를 할 정도의 메리트는 또 없다는 게 사실이었다.

약간의 경험치를 손해 보더라도 차라리 안전하고, 편안하고, 느긋하게 사냥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해서, 이어진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안전’상의 이유였다.

다들 알겠지만, 돈 자루의 공격은 머리 위에서 떨어진다.

재력의 방벽에서부터 돈 자루가 날아온다면 거리를 두고 화살을 날리는 것이 방벽에 붙어 칼질을 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안전하다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선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뭐가 안전하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회피의 범위와 장애물의 영향을 덜 받는 것에서 오는 안전함이었다.

먼저, 활을 쏠 때를 생각해 보자.

화살을 날린 뒤, 떨어지는 돈 자루를 피해야 한다.

이때, 전후좌우는 물론이고, 대각선 방향으로의 회피도 가능하다.

사방팔방이란 말처럼 크게는 네 방향, 쪼개서는 여덟 방향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뜻이다.

회피 후에는 다시 화살을 장전하고, 발사한 뒤에 또다시 돈 자루를 피한다.

같은 방향도 좋고, 반대 방향도 좋다.

하물며, 미리 떨어진 돈 자루 위에 올라서는 것도 문제가 없다.

여전히 네 방향 내지는 여덟 방향의 선택이 가능하다.

반면, 검을 휘두르는 경우.

방벽을 공격한 후에 역시나 떨어지는 돈 자루를 피한다.

이때부터 활을 쏠 때와는 다르게 문제가 생긴다.

앞이 방벽으로 막혀 있기에 최소 한 방향, 많게는 세 방향의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회피 방향에 의한 다음의 움직임에도 차이가 생긴다.

일단, 좌우로의 회피는 딱히 문제가 없다.

초반에는 그렇다.

회피 후에 바로 검을 휘둘러 공격할 수 있고, 다시 떨어지는 돈 자루를 피하면 된다.

하지만, 너무 좌우만을 고집할 경우, 이후 점점 쌓여 가고, 자리를 차지하는 돈 자루들이 방해물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첫 회피를 좌우가 아닌 후방으로 하게 되면, 다음 공격을 위해서 자리를 이동해야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계속해서 같은 짓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확실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세 번째 이유라고 말할 수 있는 ‘중복’과 ‘교차’가 그것이었다.

누가 봐도 대놓고 근접전을 펼치는 오식이였다.

해서, 녀석은 늘 재력의 방벽 근처에 있었다.

딱히 다른 공격법을 쓸 수도 없고, 제일 잘하는 것이 그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앞서 말한 검을 든 것과 같은 형태로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늘 녀석의 주위는 물론이고, 나나 린이 할당받은 범위까지 넘어오기 일쑤였다.

그런데 나까지 검을 들고 재력의 방벽에 붙어 근접전을 펼친다?

그렇게 되면, 방벽 앞에 쌓여 가는 돈 자루는 금세 산을 이룰 것이고, 움직임이나 공격의 제약은 불을 보듯 뻔했다.

더불어 혹시라도 타이밍이나 이동 방향이 어긋나 서로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그만큼 짜증 나고, 지랄 같은 상황도 없을 터였다.

해서, 오식이는 방벽 근처에 돈 자루를 쌓고, 나는 최대한 방벽으로부터 먼 곳에 돈 자루를 쌓으며, 서로의 움직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지금의 방식이 베스트일 수밖에 없었다.

….

수많은 정보와 우리의 능력치를 생각하여 나름 체계적이고 심사숙고해 세운 계획이었다.

레벨의 상승과 함께 차오른 자신감만큼 강해지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을 사냥하며 터득한 노하우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을 맞이한 우리의 각오는 조금 컸고, 나름으로 비장했다.

솔직히 끝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뭐, 운이 좋아서 끝을 볼 수 있다면 무척이나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나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평소보다 한참이나 길게 잡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사냥했을 때, 얼만큼이나 할 수 있는지… 최소한 재력의 방벽이 온전히 드러나는 단계까지만 갔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이었다.

하지만, 나의 바람이 너무나 크고, 성급했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실력이 너무나 미흡했던 것일까?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모든 기대와 바람이 깨진 것은 물론이고, 순식간에 위기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쿠우우우웅!

오식이의 머리 위로 돈 자루가 떨어졌다.

녀석은 여유롭게 피했다.

그러나 너무 여유를 부렸던 모양이었다.

덜컥….

“크륵?”

바닥에 쌓여 있던 돈 자루에 발이 걸린 오식이가 살짝 몸의 균형을 잃었다.

이내, 중심을 잡으려던 오식이는 기울어진 몸을 그대로 눕히며 옆으로 굴렀다.

연이어 떨어지는 돈 자루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어긋났다.

쿠우우우우웅!

떨어진 돈 자루가 오식이의 왼쪽 발목을 덮쳤다.

녀석이 고통으로 물든 으르렁거림을 토해 냈다.

“크르르르….”

그에, 나와 린이 동시에 녀석의 이름을 외쳤다.

“오식아!”

“오, 오식 씨!”

우리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돈 자루가 오식이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우우웅!

“꺄아악!”

끔찍함을 예상한 린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나도 뒷머리가 삐죽 설 만큼 아찔함을 느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참변은 없었다.

발목을 붙잡힌 상태에서 녀석이 최대한 상체를 비틀고는 돈 자루를 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음의 돈 자루가 녀석을 계속해서 노릴 테니 말이다.

“이, 이런….”

안타까움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몸은 이미 오식이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쿠우우우웅!

녀석에게 다가서는 나를 저지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돈 자루가 떨어져 내렸다.

이미 쌓일 만큼 쌓인 돈 자루들을 빠르게 넘어 끝내 오식이의 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괜찮아?”

일단 상태부터 물었다.

“크르르!”

녀석이 으르렁거렸다.

심각함이 가득히 느껴졌다.

“끄응!”

무작정 오식이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돈 자루를 잡고는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전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워낙에 무게가 나가는 것도 있었지만, 다른 돈 자루들과 겹치며 제대로 박혀 버린 듯했다.

이때까진 전혀 몰랐다.

그저, 오식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저지르고, 그로 인해 얻은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나의 이 행동이 지랄 같은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주, 주인님!”

여전히 돈 자루를 붙잡고 낑낑대는 내 귀로 린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를 잴 것도 없이 그냥 뒤로 몸을 날렸다.

쿠우우우웅!

내가 서 있던 자리 위로 돈 자루가 떨어져 내렸다.

진심, 1초만 늦었어도 골로 갈 뻔한 상황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너무나 창피한 얘기지만, 사실은 조금 지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방금 떨어진 돈 자루 때문에 오식이의 붙잡힌 다리를 더 뺄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다.

한 번 더 묵직하게 눌러대는 고통에 녀석의 얼굴도 일그러져 있었다.

“주인님, 피하세요!”

린의 다급한 외침이 다시금 들려왔다.

빠르게 몸을 돌리고는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자리를 피했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돈 자루를 피할 수 있었다.

‘젠장… 틈을 안 주는구만?’

속으로 투덜거렸다.

시선은 허공을 향한 채였다.

‘아니지, 오히려 잘 된 건가?’

문득 든 생각이었다.

그나마 지금이 최악의 상황을 면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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