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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33화 (133/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34)

다음 날.

평소보다 한참이나 늦은… 정오를 훌쩍 넘기고서야 저주받은 저택 3층으로 향했다.

팅! 티잉!

쐐액! 쐐애액!

퍼어엉!

시작부터 파탄을 쏘아댔다.

콰직!

촤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아앙!

돌격 스킬도 사용했다.

그렇게 병사 놈들을 완전히 소멸시키며, 최종으로는 다섯의 암흑 병사만 남도록 했다.

“나와 린이 한 놈씩! 오식이는 나머지 셋을 맡아!”

상대할 암흑 병사의 수를 배분하고는 사냥에 임했다.

암흑 병사 다섯은 33레벨 수준이었다.

그것도 거의 풀타임 급으로 사냥이 가능했다.

이제 곧 38레벨을 바라보는 우리… 전원이 37레벨이었지만, 같은 레벨의 다른 각성자 파티보다 훨씬 강한 우리였기에 여유를 넘어서 심심할 수준이었다.

해서, 사냥 속도를 올렸다.

평균 1시간당 적게는 6회, 많게는 8회까지 하던 사냥을 9회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반으로 준 암흑 병사의 수와 일몰까지의 사냥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을 따졌을 때,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다.

그렇게 4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달렸다.

….

“어딜!”

휘익!

타다닥!

암흑 병사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린과 오식이는 이미 자신의 할당량을 끝내고 쉬는 중이었다.

질질질….

양쪽 다리를 모두 잃고서 바닥에 엎드린 암흑 병사 놈이 팔로 제 몸을 질질 끌며 내게 다가왔다.

놈을 놀리듯 주위를 맴돌았다.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10분이 넘도록 놈을 끌고 다니다가 린과 함께 쉬고 있던 오식이를 향해 소리쳤다.

“오식! 알프레도다. 놈을 노려!”

내 명령에 오식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히죽거리는 얼굴로 알프레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크으으….”

알프레도가 위협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오식이를 빤히 보며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그뿐… 이렇다 할 움직임이나 다른 반응은 없었다.

마치, 그 자리에 못 박혀 고정이라도 된 듯했고, 거리가 완전히 좁혀져 오식이가 바로 앞에 섰음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크르르….”

웃음과도 같은 으르렁거림을 던진 오식이가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힘을 주는 것이 느껴질 만큼 부들부들 떨어대며 어깨와 팔꿈치를 뒤로 잡아당겼다.

꾸우우우욱!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오식이의 팔이 순식간에 앞으로 튕겨 나갔다.

단단하기가 돌덩이 같은 주먹이 세차게 바람을 가르며, 상대적으로 연약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알프레도의 면상을 향해 날아들었다.

“….”

끔찍한 장면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이내 그럴 리 없음을 인지하며 머릿속에 그려진 장면을 지워 버렸다.

슈슉….

기우뚱….

예상처럼 오식이의 주먹이 닿기 바로 직전에 알프레도의 몸이 흔들리나 싶더니만,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레 사라진 목표물에 오식이의 주먹은 헛방을 날렸고, 그에 몸의 중심을 살짝 잃고는 앞으로 고꾸라질 듯 휘청거렸다.

“크륵?”

어리둥절한 오식이가 주위를 살폈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알프레도가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알프레도를 노려본 오식이가 자세를 바로 하고는 발바닥으로 나무 바닥을 짓이기듯 밀어냈다.

콰직!

이어, 있는 힘껏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촤아아아악!

그러나 이번에도 오식이의 공격은 실패했다.

전광석화에 버금갈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든 오식이의 성난 어깨가 막 닿기 직전에 알프레도의 몸이 흔들리며 홀연히 사라졌다.

그러더니 녀석을 놀리듯 몇 미터 뒤쪽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나타났다.

“이, 이노옴!”

화가 난 오식이가 알프레도를 향해 일갈을 날렸다.

그 후 다시 달려들었지만, 직전의 과정들을 반복할 뿐이었다.

촤아아악!

슈슉!

부우웅!

슈슉….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끝내는 오식이가 차오른 호흡에 어깨를 들썩이며 씩씩거렸다.

“크륵! 크륵!”

화가 단단히 난 얼굴이었고, 도무지 방법이 없기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훗! 꼴좋다.”

쌤통이라는 듯 나직하게 말을 흐렸다.

이미 예상했던 과정이었고, 결과였다.

아슬아슬한 느낌이었지만, 오식이의 공격을 모두 피해낸 알프레도의 회피는 일반적인 빠른 움직임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텔레포트 스킬로 현재 우리 중에 가장 빠른 움직임과 민첩성을 가진 린조차도 알프레도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프레도를 잡을 수 있을까?

해답은 의외로 다양했고, 방법 또한 굉장히 쉬운 축에 속했다.

방법을 시행할 수가 있다면 말이지….

첫 번째 방법은 알프레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된다였다.

뭐, 직전에 말했듯이 현재의 우리로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고, 듣는 순간에 어이가 없어 이게 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보다 확실한 방법 또한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속박이나 구속 계열의 스킬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알프레도가 텔레포트를 사용하기 전에 해당 스킬을 사용하면 당연히 움직임이 봉쇄되어 잡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우리는 불가했다.

우리에게는 속박이나 구속 계열의 스킬을 가진 이가 없었으니까.

세 번째는 알프레도가 스스로 움직임을 멈추고,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이는, 저주받은 저택에 도전하는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사용법도 굉장히 쉬웠다.

그저, 암흑 병사 놈들을 모두 처리하기만 하면 끝이었으니까.

그렇다.

암흑 병사 놈들을 모두 쓰러뜨리면, 알프레도는 곧장 놈들을 부활시킬 시커먼 아지랑이를 뿜어낸다.

그 순간, 알프레도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가 된다.

정확히 말하면, 암흑의 기운인 시커먼 아지랑이를 생성하고, 암흑 병사에게 주입하여 부활시키는 과정이 모두 스킬 사용의 연속이기에 텔레포트를 쓰지 못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분명히 알렸다.

리차드의 사냥법 수업 중에 말이다.

뭐, 정확히 따진다면….

알프레도가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과 우리로서는 그것을 따라잡을 수준의 민첩성이 없다는 것을 먼저 얘기했다.

린이 기를 쓰고 움직여도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돌격 스킬로도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구속과 속박의 스킬로 알프레도의 발을 묶을 수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러한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할 필요조차 없었다.

대신에 마지막 방법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당연히 우리가 사용할 최적의 방법이었으니까.

해서, 나나 린은 확실히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오식이 녀석만 모르고 있었다.

안일하고, 불성실한 수업 태도가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식아, 그러게 왜 건방을 떨었냐?’

속으로 다시금 오식이를 비꼬고는 여전히 바닥을 질질 끌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암흑 병사 놈을 힐끔 내려다봤다.

‘이쯤이면 됐겠지?’

남은 시간을 따졌을 때, 이제는 놈을 처리해도 될 듯했다.

스스로 발을 묶은 알프레도를 오식이가 처리하고 난 뒤에 이어질 상황… 리차드와의 전투로 조금 더 녀석이 반성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하려면 말이다.

스으윽….

아수라 스워드를 거꾸로 잡고는 치켜들었다.

그리고 힘겹게 기어오는 암흑 병사 놈의 정수리를 노렸다.

그때였다.

“…?!”

잠시 시선을 뗀 오식이로부터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시야에 녀석의 모습이 막 들어오던 순간!

제대로 된 기마 자세를 취한 녀석이 엄청난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주변의 공기는 물론이고, 사방 천지의 모든 것들이 포효의 파장에 흔들렸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진심 몸이 휘청일 지경이었다.

“크읏!”

이를 악물고는 발바닥으로 나무 바닥을 누르며 버텼다.

가늘게 떠진 시야에 오식이의 다음 움직임이 들어왔다.

콰직!

발바닥으로 힘차게 바닥을 찍어 누른 오식이가 어깨를 앞으로 내밀며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당연히 목표는 알프레도였다.

촤아아아아악!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오식이의 공격은 무의미하거나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100%였다.

하지만, 지금의 것은 달랐다.

강렬한 기운과 함께 주변의 모든 것을 흔들리게 했던 엄청난 포효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분노 따위를 표출하는 수준의 일반적인 포효가 아니었다.

녀석과 나의 스킬 목록에 정식으로 등록된 스킬 ‘포효’였다.

워낙에 사용 빈도가 적고, 효능마저도 딱히 만족스럽지 않아 거의 잊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스킬 포효.

그러나 방금 오식이가 사용한 포효는 그동안에 오른 레벨이나 하이 오크로 진화한 것에 걸맞을 만큼 굉장하고, 강력한 것이었다.

녀석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다며 계획을 세우는 동안, 단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하지만,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효과까지 톡톡히 발휘하면서 말이다.

촤아아아….

오식이가 빠른 속도로 알프레도와의 거리를 좁혔다.

정확한 타이밍에 알프레도가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랐다.

움찔….

뭔가에 걸리기라도 한 듯 멈칫했고, 이전과 같은 사라짐은 없었다.

경직….

포효 스킬의 효과.

포효 스킬은 실로 엄청난 기세를 대놓고 뿜어내어 상대를 겁에 질리게 하거나 두려움을 갖게 하는 등의 효과를 주는 정신적 타격의 스킬이었다.

그랬다.

알프레도를 잡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에 우리가 사용할 수 없는 방법….

어차피 없다 여기며 말조차 꺼내지 않았던 구속과 속박 계열… 과는 조금 결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을 오식이가 스스로 찾아낸 것이었다.

‘처, 천재인가?’

진짜, 진심으로 놀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식이의 가공할 숄더 어택이 정확히 알프레도에게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알프레도의 가냘픈 몸뚱이가 거칠게 튕겨 나갔다.

한참이나 날아간 알프레도가 벽에 부딪혔다.

쩌어어어어어억!

사지를 쭉 뻗은 채 벽에 늘어 붙은 모습이 흡사, 박제된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끝이로군….’

알프레도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벽에 늘어 붙어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 시커먼 연기로 기화하며 명을 다했다.

내가 정수리를 노리고 있던 암흑 병사 놈도 함께 사라졌다.

‘이제는?’

머릿속에 각인된 듯 숙지한 다음의 과정을 떠올리며 시선을 옮겼다.

이제 곧 상대해야 할 저주받은 저택 3층의 보스인 리차드를 향해서였다.

예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알프레도의 죽음과 함께 리차드와의 본격적인 전투가 이어진다.

정확히 따진다면, 리차드가 가진 막대한 부에 맞서 싸워야 했다.

무슨 소리냐고?

그건….

“헉!”

슈우우우욱!

쿠우우우우우웅!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던 내 눈앞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이미 숙지하고 있던 상황과 다른… 아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이나 빠른 진행 과정이었다.

‘어, 어째서?’

어이가 없었고, 당황스러웠다.

그런 내 상태는 전혀 생각지 않은 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슈우우욱! 슈우욱! 슈욱….

쿠우우우웅! 쿠우웅! 쿵! 쿵….

거대한 물체… 얼핏 봐도 오식이의 덩치만큼 커다랗고, 묵직해 보이는 ‘자루’들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처음의 한 개를 시작으로 그 수는 무려 다섯을 넘어갔다.

목표는 단 하나… 오식이였다.

첫 번째 자루에 맞고 쓰러진 오식이의 몸 위로 나머지 자루들이 떨어져 내렸고, 겹겹이 쌓인 자루에 오식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 오식아아아아아아!”

녀석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앗!”

등 뒤로 린의 비명이 들려왔다.

내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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