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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32화 (13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33)

“그륵그륵….”

“캬악, 캬아악!”

강력한 돌격 스킬을 맞고서 명을 다한 암흑 병사 놈들도 있지만, 살아남은 놈들이 더 많았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꾸역꾸역 일어난 놈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고, 분노의 눈빛을 보내왔다.

“어쭈, 눈빛들 봐라….”

그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에게는 매가 약이었다.

조용히 오른손 검지를 들어 끝을 까딱거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오식이가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크르르르….”

꾸우우욱….

오식이가 몸을 구부렸다.

콰직!

파아앗!

촤아아아아아앗!

세찬 바람이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놈들에게 직전보다 훨씬 더 강렬한 돌격 스킬이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통쾌한 두 번째 볼링의 스트라이크를 보며 환호성을 날렸다.

“나이스!”

곁으로 다가온 린이 부러움으로 가득한 걱정을 흘렸다.

“두 분… 너무 흥분하신 것 아닌가요?”

“하하! 그렇게 보였나?”

“네, 조금….”

“충분히 인지하고는 있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조심은 할게.”

린의 걱정을 덜어 주려 대답하고는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오식이를 맞았다.

“잘했어, 오식아!”

내 칭찬에 오식이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면서 린을 쳐다봤다.

그런 녀석을 향해 린은 내게 했던 걱정의 멘트를 다시금 말했다.

“흥분을 낮추고, 체력을 아끼셔야죠. 나중에 어쩌시려고….”

“크르르….”

린의 말에 오식이는 바로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린이 바로 당근 하나를 던져 줬다.

“그래도 잘하셨어요.”

“크륵!”

단순한 녀석이 당근을 냉큼 받아먹고는 기분 좋게 웃었다.

….

린이 걱정한 것처럼 암흑 병사 놈들의 숫자와 시간의 조율 및 조정은 ‘여유로움’ 내지는 꾸준한 ‘지속’이 포인트였다.

시작은 신과 흥을 더하며 놈들을 상대했지만, 이후로는 정석적인 플레이로 안전과 여유를 추구했다.

“린, 뒤를 맡아! 오식이는 왼쪽의 셋!”

“네!”

“크륵!”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냥을 7시간쯤 했을 때였다.

“…??”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음을 감지했다.

이제 막 암흑 병사 일곱을 쓰러뜨리고 잠시간의 휴식과 정비를 취하려던 차였다.

린과 오식이도 반응했다.

“무슨 일이죠?”

“알프레도….”

오식이의 말에 나와 린이 시선을 옮겼다.

암흑 병사 놈들이 쓰러지기가 무섭게 음침한 기운과 시커먼 아지랑이를 뿜어내기 바쁘던 알프레도가 우리를 노려본 채,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아!”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삼백이다.”

내 말에 린과 오식이가 얼굴에 물음표를 그렸다.

바로 말을 이었다.

“알프레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암흑 병사의 수는 삼백까지야. 그 이상은 암흑의 기운이 모두 소모되어 불가능해진다.”

그랬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알프레도의 시커먼 아지랑이… 암흑의 기운이라 불리는 에너지 또는 마력의 한계는 암흑 병사 삼백 정도였다.

“그럼, 이제 끝인 건가요?”

린이 의아함 속에 어떤 만족감… 아마도 끝에 도달했다는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 분명한 흥분을 담아 물어왔다.

그런 린의 기분을 맞춰 주고 싶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어야만 했다.

“아니. 그럴 리가….”

“네? 그럼….”

“지켜봐,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턱짓으로 알프레드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린과 오식이의 시선이 다시금 알프레도에게로 향했다.

“버러지 같은 놈들… 이대로 끝이라 생각한다면, 뼈저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한 알프레도가 뒤로 돌아섰다.

그러더니 정중하게 허리를 구부렸다.

돌아가는 상황이 어떻든 간에 늘 허허거리고, 더없는 여유로움에 취해 멍을 때리는 리차드를 향해서였다.

“고귀하신 주인님께 충실한 종 알프레도가 부끄러운 청을 드리옵니다. 부디, 소인에게 자비와 은혜를 베푸시어 ‘암흑의 혼’을 하사해 주시옵소서!”

알프레도의 청에 리차드가 살짝 자세를 바꿨다.

그러고는 알프레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샤라라….

리차드의 손바닥 위로 찬란한 금빛 가루가 나풀거렸다.

이내, 알프레도의 머리 위로도 한 줄기의 빛이 내리쬐며, 금빛 가루가 흩날렸다.

스으윽….

알프레도가 몸을 돌려세웠다.

그의 얼굴에는 직전의 부득거림은 온데간데없이 한쪽 입꼬리를 실룩거리는 자신만만함이 가득히 드리워져 있었다.

더불어 그의 손에는 이제까지 없던 시커먼 물약이 든 유리병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제 진짜로 죽여주마!”

진심을 더한 듯이 말한 알프레도가 유리병을 입으로 가져간 뒤, 시커먼 물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꿀꺽꿀꺽….”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린이 불안감을 내비치며 말했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요. 저대로 둬도 괜찮은 건가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야. 게다가 지금 알프레도를 처치하면 바로 리차드와 붙어야 하거든.”

“아아….”

“그냥 우리가 좀 더 강해졌다고 여겨. 한 발짝 더 나아간 거라고 보면 그만이야.”

“네….”

나와 린이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알프레도는 시커먼 물약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마셨다.

그리고 터프하게 빈 유리병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휘익….

쨍그랑!

바닥에 떨어진 유리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본능적으로 옮겨진 시선을 바로 했다.

어느새 알프레도가 어깨 위로 시커먼 아지랑이를 가득히 뿜어내고 있었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었고, 시커먼 색의 짙음도 진해진 듯했다.

고오오오오오….

음침했던 기운의 세기도 강해져 있었다.

휘익! 휘익! 휘익….

알프레도가 뿜어낸 시커먼 아지랑이가 허공을 맴돌다가 쓰러져 있는 암흑 병사 놈들에게 주입됐다.

“그륵! 그륵!”

“그르르르르르!”

“캬악! 캬아아악!”

암흑 병사 놈들이 괴성을 흘리며 부활했다.

으르렁거림이 격해져 있었다.

“아아….”

린이 반응했다.

격해진 으르렁거림 만큼이나 커진 놈들의 덩치 때문이었다.

“거룩하신 주인님의 충실한 종 알프레도가 간청합니다. 부디, 미천한 저희에게 주인님의 영광스러운 축복을 내려 주십시오.”

이제는 대사를 외울 지경이 된 알프레도의 청이 이어졌다.

리차드의 손짓과 함께 업그레이드(?)된 암흑 병사 놈들에게 버프가 걸렸다.

샤라라….

채앵! 챙! 챙!

재력의 갑옷을 덧입은 놈들이 의기양양한 기세를 뽐내며 우리를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듯 크게 울부짖고, 으르렁거렸다.

“그르르르르르르!”

“캬아아아아아악!”

“그르르! 그르르륵!”

그런 놈들을 향해 나직하게 한 마디를 날렸다.

“뭐, 어쩌라고?”

곧장 힘차게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다다다닷….

촤아아악!

급격히 암흑 병사 놈들과의 거리를 좁히고는 아수라 스워드를 크게 휘둘렀다.

이어, 아직 남아 있는 탄력을 이용해 몸을 회전시켰다.

휘리릭!

부우우우웅!

함께 회전한 아수라 스워드가 거칠게 공기를 갈랐다.

반쯤 돌아간 검 끝으로 묵직한 손맛을 전해 주는 저항이 일었다.

개의치 않고 그대로 손과 팔에 힘을 줬다.

촤아아아아악!

저항을 밀어내며 아수라 스워드가 궤적을 이어 나갔다.

순식간에 사라진 저항.

바로 기합을 토해 냈다.

“타아앗!”

그와 함께 허공으로 뻗어 나간 팔과 아수라 스워드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이내, 다시금 묵직한 저항이 아수라 스워드의 길을 막아섰다.

이번에도 전혀 아랑곳없이 힘을 더했다.

그그그그그긋….

좀 더 진한 손맛이 짜릿하게 날아들었다.

“차아! 타아! 이야아압!”

연신 기합을 내질렀다.

몸도, 손도, 아수라 스워드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몸놀림은 정확했고, 손놀림은 단호했으며, 그에 따른 아수라 스워드의 움직임은 화려했다.

전보다 많은 양의 시커먼 아지랑이 덕에 덩치를 키우고, 강한 힘을 얻은 암흑 병사 놈들이었다.

하지만,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이미 여유를 기반으로 사냥을 이어 오던 우리였으니까.

애초에 빠듯하게 사냥을 해도 될 만큼의 힘을 비축한 상태였으니, 놈들이 선보인 알량한 수준의 업그레이드나 변화 따위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위협이나 마찬가지였다.

놈들을 향해 던진 ‘뭐, 어쩌라고?’라는 말은 결코 허세가 아닌 자신감의 표현이었던 것!

“얘들아! 별것 아니다. 얼른 처리하자!”

단숨에 암흑 병사 다섯을 처리하고는 당당하게 소리쳤다.

살짝 무리하기는 했지만, 아직 여유는 있었다.

더불어 이제 곧 제한 시간인 일몰도 다가올 터.

비축해 둔 힘을 조금만 끄집어내도 충분히 상황을 마무리하거나 끝까지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야아압!”

“크르르르르!”

린과 오식이도 업그레이드된 암흑 병사 놈들과의 첫 대결을 맞이했다.

결과야 뭐 너무나 뻔한 것이었다.

“덩치가 커진다고 다 좋은 게 아니네요? 오히려 타격 범위가 커져서 상대하기 편해졌어요.”

린이 신을 내며 말했다.

히죽 웃고는 맞장구를 쳐줬다.

“그치? 멍청한 것들… 하지만, 강해진 건 사실이니까, 조심은 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내 말에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오식이도 알아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 또 온다. 다들 힘내!”

파이팅을 외치며 놈들과의 전투를 이어나갔다.

….

이렇듯 크게 의미 없는 암흑 병사 놈들의 업그레이드였다.

해서, 이후에도 우리의 일과는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매일 같이 꾸준하게 놈들을 사냥했고,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아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레벨은 높아졌다.

35, 36, 37….

상대하는 암흑 병사의 수는 맥스(MAX)인 열을 진작에 찍었고, 어느덧 사냥 시간도 9시간을 모두 채우기에 이르렀다.

‘이제 곧….’

다음 목표인 리차드와의 결전을 기다리며, 이미 완벽하게 숙지한 사냥법을 몇 번이고 다시 떠올렸다.

예상한 날짜가 더욱 가까워질 즈음에는 저녁 식사 후에 린과 오식이를 앞에 앉혀 놓고서 리차드의 사냥법에 관한 설명을 매일 같이 해 줬다.

“그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솔직히 같은 말과 설명, 질문의 반복이었다.

그에 따른 대답과 반응도 늘 똑같거나 비슷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겨울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린은 늘 진지한 태도로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성공이라면 괜찮지만, 만약 실패하면 어째야 한다고 했지?”

“뒤로 한 번 물러났다가 상황을 보고서 판단한 후에 움직여야 합니다.”

누가 봐도 모범생티가 팍팍 났다.

반면, 오식이는 그렇지 못했다.

첫째 날은 그나마 좀 귀 기울여 듣는 것 같더니만, 이틀째부터는 시큰둥해했고, 다음 날부터는 딴짓을 하거나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다.

“이 자식이… 야, 인마! 너 그러다가 또 사고 치면 어쩌려고 그래?”

내 호통에 녀석은 눈을 껌뻑거리고, 코끝을 찡긋거렸다.

반성의 기미보다는 넘치는 자신감에 좀이 쑤신다는 느낌이었다.

이어진 녀석의 대답도 그러했다.

“맞붙는다. 죽을 때까지 두드려 팬다. 그러면 이긴다.”

녀석의 평소 모습이나 지금까지의 이미지… 이론이나 설명 등의 수업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맞서 싸워야 하는 실전 타입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였다.

뭐, 두려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넘치는 자신감을 팍팍 드러내는 모습도 보기는 좋았다.

그러나 그런 것이 실수를 유발하고, 계획을 망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하기도 했다.

“그래? 그렇게 자신 있단 말이지?”

아무래도 녀석의 못된… 잘못된 버릇과 습관을 이참에 확실히 각인시키고, 고쳐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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