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26화 (126/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26)

휘익….

달그락….

집어던진 목각 장식품이 바닥을 굴렀다.

이내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박사박….

발소리가 시작되는 곳의 정면쯤에는 오식이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덩치 탓에 건너편의 시야는 모두 가려진 채였다.

휘익….

오식이가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정확히는 팔… 귀찮게 하는 파리를 쫓아내듯 팔과 손을 허공에 휘둘러대는 모습이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진득함이 느껴지는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휘익….

퍼억….

휘익….

퍼억….

.

.

.

10회….

오식이는 제자리에서 단 한 번도 발을 떼지 않은 채, 순서대로 등장하는 클린들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레벨 차에 의해 원래도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여유 이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으쓱….

쿨내를 진동한 녀석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으로 걸어갔다.

“가자.”

“네.”

무심한 척 녀석의 뒤를 따랐다.

….

저주받은 저택 2층.

저벅저벅….

2층에 오른 오식이가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경계선을 넘어서는 녀석의 걸음걸이에는 당당함이 넘쳐나고 있었다.

“냐아앙.”

삐거덕거리는 나무 복도의 소리에 고양이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침입자ㄷ….”

퍼억!

“냐아아….”

파악!

놈들은 오식이의 전진을 전혀 막을 수가 없었다.

“간단하네요?”

“뭐, 너도 할 수 있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식 씨의 키가 줄어든 것이 도움이 되네요.”

“글쎄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더 두고 봐야지.”

린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휘익… 퍽!

부웅부웅… 퍼벅!

‘짝고’ 3마리 존도 가볍게 클리어.

로레나가 있는 중간 보스 존으로 넘어갔다.

“도와줄까?”

로레나 존에 들어서며 오식이에게 물었다.

“괜찮다.”

녀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러고는 똑바른 전진의 발걸음을 이어 나갔다.

나와 오식이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존의 중심 부근에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곧이어 여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동시에 등장해 오식이를 막아섰다.

팟! 파밧! 팟….

놈들의 등장에 오식이가 지금껏 내지 않던 으르렁거림을 흘렸다.

“크르르….”

걸음도 멈춘 상태였다.

으르렁거림과 함께 놈들을 노려보던 오식이가 슬그머니 상체를 움직였다.

스윽….

역시나 오식이에게 시선을 꽂고 있던 놈들이 신호탄을 듣기라도 한 듯 동시에 튀어 올랐다.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근육 덩치가 한데 어우러졌다.

파앗! 팟….

휘익! 휘익….

촤아악! 촤악! 촤악….

퍼억! 퍽! 퍼버벅….

실로 야단법석에 난리 통이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당연히 승자는 오식이였고, 고양이 놈들은 하나둘 녀석의 주먹에 나가떨어져 바닥을 구르고, 처참히 사지를 뻗은 채 명을 다했다.

“흠….”

잠시 으르렁거리며 주춤하기에 가졌던 걱정의 마음도 그렇고… 시작 전에 괜한 것을 물어본 것 같아 약간이기는 하지만, 민망함이 들었다.

그런 민망함을 날려 버리기 위해 작게 투덜거렸다.

“췟! 여유만만이구만….”

옆에서 내 투덜거림을 들은 린이 피식 웃었다.

저벅저벅….

오식이가 다시금 앞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녀석이 존의 끝부분에 다다랐을 즈음….

“오호호호호호호!”

지랄 같은 로레나의 등장 퍼포먼스가 공간을 가득히 채우며 울려 퍼졌다.

“쩝! 언제 들어도 짜증이 난단 말이야.”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아직 한 번 더 똑같은 불편을 느껴야만 했다.

로레나의 지랄 퍼포먼스는 두 번에 걸쳐 이어지니 말이다.

“오호호호….”

로레나의 두 번째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려다가 멈췄다.

다름 아닌 오식이에 의해서였다.

녀석의 큼직한 손이 로레나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있었다.

콰드득….

뭐, 그렇다고 해서 로레나에게 직접적인 타격이나 충격 등이 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기품의 아우라 덕이었다.

로레나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쥔 오식이의 손은 정확히 말해서 기품의 아우라를 움켜쥐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효과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로레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더듬거림을 동반한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이 미천한 것이….”

하지만, 그 역시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다.

콰득… 콰드드득….

로레나의 머리… 아니, 기품의 아우라를 움켜쥔 오식이가 손아귀에 힘을 싣고 있었다.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그 힘의 크기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이잇… 그, 그만두지 못해!”

로레나의 표독스러운 호통이 이어졌다.

그런다고 그만둘 이유가 오식이에게는 없었다.

콰드득….

콰직… 콰지직….

불안한 느낌으로 비명을 질러대던 기품의 아우라가 오식이의 우악스러운 손아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당황과 당혹감으로 잔뜩 물들었을 로레나가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크으! 주, 죽어라… 이노옴!”

기품과 우아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표정과 말투를 선보인 로레나가 손에 든 검정 부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참으로 어이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30레벨의 로레나였다.

가장 사기급으로 불리는 건 역시나 기품의 아우라를 통한 방어력이었지만, 화살처럼 날려대는 깃털 공격이나 검 또는 둔기처럼 휘둘러대는 검정 부채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티익… 틱….

탁… 타닥….

마치, 가벼운 막대기로 맥없이 때려대는 정도의 분위기만을 풍기며, 오식이의 잿빛 피부 위를 두드릴 뿐이었다.

“상대가 안 되는군.”

그랬다.

너무나 큰 수준 차이가 만들어 내는 착시 같은 광경과 현상이었다.

그런 착시 같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로레나의 공격이 좀 더 이어졌다.

검정 부채를 휘둘러대던 로레나가 몸을 움찔거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등에 장식되어 있던 화려한 깃털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러더니 공중제비를 돌 듯 이리저리 허공을 유영하다가 오식이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파밧! 팟! 팟….

슈슝! 슝!

“…!!”

오식이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깃털의 움직임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피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뭐, 그만한 이유 또한 당연히 있었고 말이다.

티잉, 팅….

티익…, 틱, 틱….

빠르고, 강하게 날아든 깃털의 마무리는 실로 허무했다.

오식이의 잿빛 피부에 박히기는커녕, 가벼운 생채기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튕겨 나가거나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와우….”

입에서 나도 모를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로레나의 깃털 공격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오식이의 단단함에 놀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깃털들이 로레나의 등에서 발사되고, 허공에서 어지럽게 유영하며, 목표인 오식이를 향해 날아가던 때까지의 재빠름과 강렬함에 이은 허무함과 힘없는 광경의 이어짐.

그것에서 오는 아이러니함과 이질감 등이 마치, 놀라움을 자아내게 하는 잘 만든 특수 효과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 이유에서였다.

더불어 더욱더 놀랍고, 어이없는 광경이 한 번 더 이어졌다.

“크으….”

로레나가 인상을 쓰며, 핏빛이 맺힌 듯한 무서운 눈으로 오식이를 노려봤다.

하지만, 오식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콰직… 콰지직….

오히려 손아귀에 힘을 더하며 기품의 아우라를 완전히 파괴하는데 몰두했다.

누가 봐도 곧 기품의 아우라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로레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가 날린 깃털들이 포기를 몰랐던 것일까?

슈슝! 슝! 슝….

반도 넘게 바닥으로 떨어지고 겨우 다섯 발쯤 남은 깃털들이 재정비를 하듯 허공에서 춤을 춰댔다.

그러더니만, 한 줄로 길게 늘어섰다.

“흠….”

뻔히 보이는 공격 방법과 움직임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왠지 심상치 않음도 느껴졌다.

목표 지점의 한곳을 향한 집중 타격.

딱히 보잘것없어 보이는 낙수의 방울도 계속해서 모이면, 단단한 돌마저도 구멍이 뚫리는 법이다.

“괜찮을까요?”

린도 뭔가를 느꼈는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기에 잠시 틈을 줘야만 했다.

그 사이, 무생물이었음에도 어떤 집중력과 간절함, 필살의 의지까지 풍겨대는 깃털들이 오식이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슈슉! 슉! 슉….

“앗!”

린의 입에서 먼저 반응이 일었다.

이어, 내 입에서도 소리가 튀어나왔다.

“어엇?”

얼핏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느낌과 의미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콰지직!

기품의 아우라를 우악스럽게 짓이기던 오식이가 대뜸 자세를 바꿨다.

처억!

기존의 자세가 무심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면, 급격하고 재빠르게 바꾼 자세는 다리를 어깨보다 넓게 벌리고, 그만큼 몸을 잔뜩 낮춘 역동적인 형태의 것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녀석이 상체를 크고 힘 있게 비틀었다.

정확히는 기품의 아우라를 붙잡은 손과 팔을 뒤로 당기는 모양새.

좀 더 정확히는 하체를 단단하게 고정한 채, 크게 비튼 허리의 힘을 이용해 기품의 아우라를 잡아 뜯어내는 모습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둣!

기품의 아우라가 묘한 소리를 내며 뜯어졌다.

허리를 비틀고, 힘을 가하느라 자연스럽게 회전한 오식이의 몸이 자연스럽게 웅크린 듯한 형태가 되었다.

반면, 방어막인 기품의 아우라가 뜯겨 나간 로레나는 대놓고 정면을 노출한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그런 그녀를 향해 필살의 의지를 내세운 깃털들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갑자기 바뀐 목표물을 인식하거나 방향을 바꿀 여력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아니, 그러기엔 오식이의 행동과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했다고 보는 게 옳을 일이었다.

어쨌든….

푸우욱!

첫 번째 깃털이 로레나의 복부에 꽂혔다.

로레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소리를 내지 않는 입도 크게 벌어졌고, 조금이지만 허리도 앞으로 꺾였다.

해서, 이어 날아든 두 번째 깃털은 로레나의 가슴쯤에 꽂혔다.

퍼어억!

“끄….”

힘없는 신음과 함께 로레나의 허리가 조금 더 앞으로 굽었다.

콰악!

뒤를 이어 날아든 세 번째 깃털이 그녀의 정수리에 박혔다.

나머지 두 발의 깃털은 아슬아슬함을 남기며, 앞으로 꼬꾸라지는 그녀를 지나쳐 뒤쪽의 나무 바닥에 꽂혔다.

“쩝….”

입맛을 다시며 오식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분위기를 감지한 린이 조용히 뒤를 따랐다.

“크르르….”

다가오는 나와 린을 향해 오식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뽐내려는 의미가 깃든 으르렁거림이었고, 표정에서도 그것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그에, 인상부터 구기고는 대뜸 잔소리를 날려 줬다.

“야, 인마! 누가 너보고 자랑질하라고 했어?”

“크륵?”

“쉽게 끝낼 수 있잖아? 대체 왜 멋을 부리고, 시간까지 끄는 건데?”

이미 이전에도 로레나를 상대하고, 처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오식이였다.

아니, 그때는 일격 필살에 가까운 형태로 로레나를 처리했으며, 시간도 지금의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었다.

“아아… 조금 더 강해졌다고, 이제는 우쭐대고 싶은 거냐?”

“크륵….”

“크륵크륵대지만 말고 똑바로 말을 해 봐! 그런 거야?”

잔소리가 약간의 윽박지름으로 변했다.

칭찬을 기대했을 녀석이 당황의 빛을 얼굴에 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다.”

“아니라고? 근데 왜 그랬어?”

“그, 그건….”

꼬리를 물 듯 따지고 들자, 녀석이 더욱더 곤란해했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지려 했지만, 꾹 참았다.

“아, 됐고! 앞으로 쓸데없이 멋 부리면 알아서 해! 진짜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아, 알겠다.”

“호칭!”

“아, 알겠다. 형님!”

딱히 나무랄 것까지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들을 위해서라도 주의와 정신적 환기는 필요했다.

절대 녀석의 잘난 척이 꼴 보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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