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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24화 (124/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24)

빛 속에 갇힌 오식이의 몸이 작아지고 있었다.

매우 느릿하지만, 확실히 그랬다.

당장에 카므스의 변화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역시나 개인차가 있는 건가?’

아직 두 번… 아, 카므스의 변화까지 한다면 세 번… 밖에 경험하지 못했고, 여전히 오식이의 진화는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린의 진화 때와는 다른 점들이 몇 개나 됐다.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않았고, 신체의 변화도 없었으며, 진행 속도 또한 현저하게 빨랐다.

게다가….

[대상(오식이)의 진화가 94% 이루어졌습니다.]

.

.

.

[대상(오식이)의 진화가 95% 이루어졌습니다.]

.

.

.

[대상(오식이)의 진화가….]

그랬다.

신체의 변화만큼이나 느릿하긴 했지만, 90% 이상부터는 1% 단위로 진행 상황을 알려 주기까지 했다.

린의 경우엔 진화 과정이 90%에 도달한 후에도 한참이 지나도록 완료가 되지 않았다.

온몸을 감싸고 있던 빛도 먼저 사라졌고, 비명을 내지르던 고통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밤새도록 고생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잠든 사이 혼자서 진화 과정을 마쳤다.

대략적인 시간을 따진다면 거의 10시간쯤?

‘흐음….’

아무래도 린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될 듯싶었다.

같은 오크인 카므스와 비교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다면….’

오식이의 진화는 이제 곧 완료가 될 터였다.

….

“늦네요?”

내게서 진행 과정을 전해 들은 린이 초조함을 드러냈다.

표정에는 걱정의 빛도 서려 있었다.

린보다 더한 초조함과 걱정에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을 흐렸다.

“그러게….”

신비한 목소리가 진화 과정의 99%를 알린 지 한참이나 지났다.

그동안의 진행 속도로 본다면 이미 끝나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 곧’이라던 예상은 빗나갔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젠장, 카므스랑 비교하는 것도 틀린 건가?’

입맛이 씁쓸해지려 했다.

99%에 다다를 즈음, 점점 작아지던 오식이의 신체 변화도 끝이 났다.

정확지는 않지만, 못해도 1미터는 키가 준 듯했고, 덩치 또한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몸… 피부색은 바뀌지 않았다.

‘시간은?’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디지털 시계의 남은 시간이 어느새 한 자리로 바뀌어 있었다.

‘8시간이라… 이걸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촉박하다고 해야 하나?’

시간도, 과정도 도무지 가늠과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초조함과 불안함 속에 기다리던 신비한 목소리… 진화 과정의 100%를 알리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대상(오식이)의 진화가 완료되었습니다.]

“…!!”

“뭐죠? 끝났… 앗!”

내 반응을 엿보던 린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식이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빛이 강렬하게 번쩍였다.

번쩍번쩍!

파아아아앗!

번쩍이던 빛이 크게 증폭하며 주변을 삽시간에 물들였다.

“크읏!”

“아앗!”

본능적으로 눈과 얼굴을 감싸다 못 해 고개까지 옆으로 돌렸다.

그렇게 몇 초… 아니, 몇십 초 후….

묵직한 오식이의 으르렁거림이 귀를 파고들었다.

“크르르르….”

눈을 떴다.

강렬했던 빛은 온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식이가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변화하고, 진화했지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허억!”

반면, 린의 반응은 ‘매우 놀라움’ 그 자체였다.

뭐, 그럴 만도 했다.

그리느브래크에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린이었다.

그렇기에 진화를 마친 오크의 변화한 모습 또한 처음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랬다.

지금, 진화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우리의 눈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오식이의 모습은 카므스… 아니, 차크무트와 똑같았다.

3미터나 되던 키가 2미터쯤으로 확 줄었고, 거대했던 몸집도 현저하게 부피를 줄였지만, 딱 보기에도 단단하게 응집된 터라, 그 강인함과 카리스마는 이전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린의 입에서 ‘헉!’소리가 나게 만든 것이 분명할 녀석의 피부색… 무엇보다 차크무트를 연상케 하는 빛나는 잿빛의 갑옷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낮이라서 그럴지도….’

야밤에 불빛을 통해 보던 차크무트와 밝은 태양 아래서 보는 오식이의 모습이 전해 주는 느낌은 진정 차원부터가 달랐다.

“축하한다.”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그린 오식이가 자연스럽게 답했다.

“고맙다.”

짧은 답이었다.

그러나 그리느브래크에서 보여주던 진정한(?) 오식이… 란타 가문의 127대 순수 혈통인 미르다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컨디션이 좋은지, 능력치가 상승했는지 등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몸 상태와 한껏 높아진 능력치가 느껴질 정도였다.

진화 전에도 전혀 비비지 못했던 힘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내가 한 수 위라고 자부하던 민첩성과 빠르기마저도 이제는 ‘감히’라는 표현과 함께 꼬리를 내려야 할 듯싶었다.

‘좋아!’

나를 월등하게 앞서는 녀석의 변화에 시기나 질투 같은 건 없었다.

어차피 녀석은 나의 동료였고, 나를 위해 그 힘을 쓸 테니 말이다.

더불어 녀석의 능력치 상승은 내게 그대로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녀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만큼 나도 강해진다는 소리다.

‘벌써 힘이 솟는 것 같군. 킥킥!’

만족의 키득거림과 함께 오식이의 프로필을 열었다.

―――――

이름: 오식이

타입: 인간형

속성: 화

레벨: 30

하이 오크.

오크 족의 최상위 전사.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과 방어가 특징이다.

둔기류의 무기를 특히나 잘 다룬다.

상처의 회복이 빠르다.

좋아하는 것: 먹을 것(특히 고기), 담배, 꽃, 의리.

싫어하는 것: 배고픔, 모기.

스킬: 포효, 거드름, 웅크리기, 돌격.

호감도: ♥♥♥♥♥♥♥♥♥♥

―――――

린이 그랬던 것처럼 오식이의 프로필도 바뀌어 있었다.

일단은 속성이 바뀌었다.

원래는 ‘지’ 속성이었는데, 지금은 ‘화’ 속성이다.

뭐, 공격에 불 속성이 붙고, 같은 계열의 공격에 내성이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될 듯.

설명란에서는 버젓이 ‘하이 오크’라는 내용이 붙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설명의 ‘최상위’라는 수식어가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

오크 전사 중의 오크 전사….

크으!

이름만으로도 뭔가 있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아예 삭제가 됐다.

아직 한마디 밖에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리느브래크에서 보여 준 녀석의 모습대로라면 무조건 인정이었다.

끝으로 스킬이 하나 추가됐다.

‘돌격이라….’

이름만 보고도 어떤 스킬일지 대충 감이 왔다.

애초에 녀석의 공격 스타일이 거기서 거기였기도 했다.

‘그래도 스킬로 지정이 된 거면 훨씬 더 좋겠지?’

당연한 얘기였다.

확인과 눈요기를 위해 오식이를 불렀다.

“오식아!”

“크륵!”

“새로운 스킬이 생겼던데, 어떤 건지 한 번 보자.”

“알았다.”

오식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몇 미터쯤 떨어진 곳에 적당한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녀석이 전에 없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무를 향해 다가섰다.

저벅저벅….

그런 오식이를 보며 린이 내게 물어왔다.

“새로운 스킬이라뇨?”

“응, 있어. 보면 알아.”

린이 다시 오식이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처억!

서너 걸음쯤을 남기고 나무 앞에 선 오식이가 자세를 잡았다.

허리를 살짝 숙이고 몸을 옆으로 기울인 모양새가 미식축구 선수를 떠올리게 했다.

‘역시….’

돌격이란 스킬의 이름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떠올렸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에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고오오오오….

오식이의 어깨에서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하얀 기운들이 피어올랐다.

녀석이 조금 더 자세를 낮췄다.

빠지직….

힘이 잔뜩 들어간 녀석의 허벅지와 종아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더불어 녀석이 발바닥으로 딛고 있는 지면도 구겨졌다.

당장에라도 앞으로 튀어 나갈 것만 같은 너무나 정직한 포즈였다.

“고!”

오식이의 입에서 조금은 생뚱맞은 기합이 터져 나왔다.

곧 예상처럼 녀석의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숄더 어택!’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은… 준비 자세나 돌격이란 스킬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눈앞에서 그려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폭발적인 굉음이 일었다.

녀석의 어깨에 부딪힌 아름드리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공격 형태는 뻔했다지만, 파괴력만큼은 굉장했다.

드드드드….

수수수수수….

진동하던 나무의 흔들림이 살짝 잦아듦과 동시에 무수한 나뭇잎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와아….”

감탄을 흘려 낸 린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를 향해 돌아선 오식이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 순간!

우직우직….

쩌어어어억….

아름드리나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찢어지고, 터져 버렸다.

“헐….”

“괴, 굉장하네요.”

린이 얼떨떨함을 떨치지 못한 채 말했다.

고개조차 끄덕이지 못했다.

굉장하다고 표했던 파괴력이 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음에 말문이 막힌 까닭이었다.

저벅저벅….

우쭐거림을 대놓고 발하며 오식이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빠르게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어떠냐?”

“너무 멋져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으하하하!”

린의 진심 어린 칭찬에 녀석의 코가 하늘로 솟을 것 같았다.

나 역시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여러모로 따져 봐도 이득인 터라 기쁘고, 설렜다.

녀석의 힘은 곧 나의 힘.

우리 팀의 전투력이 대폭 상승하고, 스킬을 활용한 사냥법 등이 추가됨은 물론, 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스킬을 내가 쓸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가슴을 미치도록 두근거리게 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찔러대는 녀석의 콧대와 으스댐에 한마디쯤은 해 주고 싶은 마음도 불쑥 생겼음이 사실이었다.

해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툭 하니 말을 뱉어 냈다.

“야, 다 좋은데… 스킬 발동 시간이 너무 긴 거 아냐? 그런 식이면 죄다 피할 것 같은데?”

하고 보니, 제법 정곡을 찌른 지적이었다.

스킬의 발동 전에 취하는 자세나 기(?)를 모으는 시간이 길기는 했으니까.

꿈틀….

날카로운 내 지적에 녀석의 미간이 들썩거렸다.

그러더니만 이내 몸을 돌려세웠다.

“…??”

얘가 지금 뭘 하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데, 녀석이 내 지적에 반발하듯 준비 과정의 여러 단계가 삭제된… 심플한 형태의 돌격 스킬을 시전했다.

자연스럽게 선 자세에서 녀석의 발바닥이 지면을 ‘콰직!’하고 박찼다.

순간적으로 녀석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

직전에 보여 준 돌격… 숄더 어택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과 형태였다.

파바바밧!

목표물이 없는 상태에서의 돌격은 5미터쯤의 거리를 단숨에 돌파했다.

녀석이 일부러 멈춘 듯한 느낌이 강했고, 앞서 나무를 향해 스킬을 펼쳤던 것까지 고려했을 때, 정식 버전이나 심플 버전이나 파괴력 면에서는 차이가 없을 듯했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 했던 내 지적을 철회하고, 녀석과 돌격 스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단 소리다.

“아, 인정, 인정! 그래, 너 잘났다.”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하지만, 누가 들어도 장난기가 가득했기에 그렇게 들리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 나를 향해 녀석이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녀석은 나의 장난기 어린 비아냥마저도 완전히 잠재워 버리는 놀라운 광경을 선보였다.

콰직!

파바바밧!

심플 버전의 돌격.

순간적인 이동과 멈춤은 똑같았다.

하지만….

촤아악! 촤악! 촤악! 촤아악….

연속으로 펼쳐진… 그것도 도합 다섯 번이나 끊김 없고, 매끄럽게 이어진 돌격의 연계는 놀라움을 넘어선 경악 그 자체였다.

하물며, 직선뿐인 움직임이 아니라 방향 전환까지 자유자재인 터라 놀라움은 배 이상이었다.

진심으로 말하지만, 오줌을 지리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하아아… 그래, 너 짱 먹어라!”

양손의 엄지를 곧게 펴고서 앞으로 쭉 내밀며, 나의 패배(?)를 완전히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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