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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13화 (113/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13)

오싹함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본능이 먼저 깨달았다.

그렇게 느낀 것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게 더 소름 끼쳤다.

“크르르….”

“하아….”

오식이와 린이 옴짝달싹도 하지 못 한 채 으르렁거림과 신음을 흘렸다.

론과 나머지 녀석들은 아예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안 돼… 우, 움직여야 해!’

속으로는 절박함의 아우성을 외쳐댔다.

하지만, 나 역시 온몸이 굳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콰아아앙!

쿠우우웅!

퍼억! 퍼어억! 퍽! 퍽….

콰가가가각!

거대한 카므스를 마치, 솜인형이라도 다루듯 이리 메치고, 저리 굴리고, 개 패듯이 패며, 놈이 힘과 여유를 과시하고 있었다.

당연히 카므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끝이다! 이 애송이… 크크크!”

놈이 징그러운 웃음을 발했다.

그리고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카므스를 바닥에 거꾸로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나를 포함한 여섯이 거의 동시에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앞으로 나서는 이가 없었다.

스스스….

흙먼지는 금세 가라앉았다.

아직 놈과 카므스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에 기괴한 줄기 문양 내지는 멋대로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모양새가 흙바닥에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보자마자 그것이 ‘피’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헛….”

이미 예상했을지 모를…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 떠올리기를 거부했던 끔찍한 광경과 처참한 결과…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카므스의 죽음 등이 머릿속을 빠르게 장식해 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잦아든 흙먼지가 완전히 걷히기도 전에 두 눈으로 직접 그러한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런….’

입 밖으로 말이 새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가뜩이나 볼만한 카므스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지금… 온통 피로 범벅이 된 얼굴에 흰자위만을 드러낸 채 두 눈을 뒤집어 까고 있는 모습은 진심 꿈에 나올까 두려울 만큼 처참하고 끔찍했다.

“흐윽!”

그동안 나보다 더 강심장임을 자랑하던 린마저 고개를 돌리며 힘겨워할 정도였다.

“카, 카므스….”

멍하게 상황을 바라보던 론이 낮게 말을 흐렸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였다.

나머지 두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이전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투지의 기운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아, 안 돼!’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할지 뻔했다.

만류해야만 했다.

스윽….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갔다.

그것이 마치, 신호라도 된 것처럼 녀석들이 힘찬 포효를 토해 냈다.

“크아아아앙!”

“크아아앙!”

“크아아아아앙!”

흡사, 불협화음의 합창과도 같은 포효에 이어 녀석들이 동시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제야 내 입에서도 소리가 터져 나왔다.

“머, 멈춰!”

하지만, 너무나 늦은 타이밍의 외침이었다.

휘이익!

퍼어어억!

제일 앞섰던 론은 놈의 앞차기에 복부를 제대로 맞고서는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부우웅!

쩌어어어억!

뒤이어 달려든 비그는 놈의 강렬한 턴 펀치에 맞아 턱과 목이 늘어나는 기괴한 모습을 보여 주고는 단박에 찌그러졌다.

끝으로 카므스처럼 놈에게 목을 내준 리트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져야만 했다.

콰직!

쿠우우웅!

모든 과정이 정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이루어졌다.

나름의 투기를 발산하며, 호기롭게 달려든 세 녀석은 하나같이 구부정한 자세로 바닥과 부비부비를 해대고 있었다.

순식간에 세 명을 제압한 놈이 여전한 거드름과 여유를 부리며 낮게 지껄였다.

“성미도 급하지, 알아서 다 주물러 준다니까는… 크크크!”

진심 기분 나쁜 웃음으로 말의 마무리를 지은 놈이 우리를 찬찬히 둘러봤다.

다시금 오한이 들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놈의 여유가 거짓이 아님을 이제는 충분히 보고, 느낀 까닭이었다.

우리 쪽으로 기울었던 승기의 바늘이 놈들 쪽으로 확 넘어갔다.

동료들이 하나둘 쓰러지며, 다소 난감함과 두려움을 보이던 나머지 두 놈의 얼굴에도 어느새 여유가 가득해졌다.

“역시, 정찰조의 대장 즈앙카 님이십니다. 하하하!”

“이놈들아, 이제 우리의 힘을 알겠느냐? 어서 무릎이라도 꿇고 살려 달라 빌어 보시지!”

참혹하고, 살벌한…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 대가리 놈의 여유와 거드름은 그나마 이해(?)도 되고,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놈은 그만큼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대가리의 힘을 믿고, 나머지 두 놈마저 눈꼴 시린 지랄을 해대는 건 차마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이런, 썩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당장에라도 놈들의 주둥이를 비틀고, 멱을 따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는 대가리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내가 속을 끓이는 동안에도 두 놈의 이죽거림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 꿇어라! 빌어라! 그래 봤자, 목숨은 거둬가겠지만 말이야! 크하하하!”

“아아, 거기 너! 너는 걱정하지 마라. 다른 놈들처럼 바로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한 놈이 린을 정확히 가리키며 말했다.

음흉함으로 가득한 눈빛이 바로 죽이지 않겠다는 말의 의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순간,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가리 놈의 압도적인 힘에 짓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던 몸이 쓱 하고 풀려 버리기까지 했다.

‘이 새끼들을 그냥….’

당장에 자세를 낮추고는 앞으로 튀어 나가려 했다.

그러나 나보다 먼저 움직인 이가 있었다.

오식이였다.

“크아앙!”

강렬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포효.

그러나 그 안에는 꽤 많은 감정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하긴, 평소에 린을 생각하는 오식이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면 충분히 이해되는 감정이었다.

당연히 그것을 제대로 건드린 것은 놈들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슈우욱!

퍼어억! 퍼억! 퍽! 퍽!

대가리 놈보다는 못하지만, 당장에 어떤 손도 쓸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놈들을 향해 달려든 오식이가 단박에 한 놈의 면상에 묵직한 주먹을 연거푸 꽂아 넣었다.

가공할 펀치 세례에 놈의 목이 축 늘어지며 뒤로 넘어갔다.

“엇!”

곁에 있던 놈이 움찔하며 반 발짝쯤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오식이가 좀 더 빨리 움직였다.

혼절했는지 죽었는지 모를 놈을 그대로 둔 채, 물러서는 놈의 목을 움켜쥔 오식이가 다른 손으로 놈의 정수리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꺾어 버렸다.

우지직….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목이 옆으로 휙 늘어났다.

기이하게 꺾이고, 늘어난 놈의 목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씨바… 이놈이나 저놈이나….’

하나는 우리 편이고, 한 놈은 적이었지만, 진심 괴물 같다는 생각에 혀가 내둘러지고, 그냥 욕설이 나왔다.

그 와중에 아쉬운 점은 아무리 따져 봐도 우리 편보다 적이 강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호오, 다음으로 죽을 놈의 순서가 정해졌구나.”

나름 강렬했던 오식이의 모습… 게다가 제 부하가 속절없이 당하는 것을 보고도 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크르르….”

놈을 향해 오식이가 으르렁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놈을 향해 달려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긴장의 순간….

아니, 이제 막 심장이 쫄깃해지려는 찰나… 오그라들려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헉….”

분명, 먼저 움직이려던 것은 오식이었다.

놈은 아예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고,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어느새 놈이 오식이가 서 있는 곳으로 이동해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녀석의 목을 있는 힘껏 움켜쥔 채였다.

“크르르르….”

오식이가 괴로운 듯 거친 신음을 흘렸다.

제 목을 움켜쥔 놈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은 채, 이리저리 힘을 주고, 뜯어내며, 할퀴기까지 하지만, 전혀 여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움직여! 움직여야 해!’

굳었다가 풀렸다가 다시금 굳어진 몸을 억지로 움직이기 위해 속으로 외쳐댔다.

몸의 관절들이 녹이라도 쓴 듯 삐걱거리고, 내 의지를 거부했다.

‘제발… 제발 좀 움직이라고! 이 쓸모없는 몸뚱이야! 제바아아알!’

계속된 속으로의 외침이었지만, 더욱더 격하게 사정했고, 나를 채찍질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꾸우욱!

삐걱대며 간신히 앞으로 내디딘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피가 다리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몸이지만, 전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홀가분하게 풀려 버렸다.

‘조, 좋아!’

당장에 미간을 한껏 좁히고는 힘이 잔뜩 실린 발로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카, 카므스!”

돌아가는 상황에 잠시 잊고 있던… 난리 통에 내동댕이쳐져 기절해 있던 세타니가 정신을 차리고는 피 떡이 되어 쓰러져 있는 카므스를 발견했는지 드높은 외침과 함께 그리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꼼짝도 하지 않는 카므스를 부둥켜안은 채 더 크고, 높게 절규하며 울어댔다.

“크크크! 애절하구만?”

놈이 그 모습을 힐끔 돌아보며 비웃듯이 말하고는 다시금 오식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놈도 저리되면, 저것들이 목놓아 울어 주겠지?”

“크르르….”

“그래, 가는 길이 서운치 않을 테니, 이제 그만 죽어라!”

섬뜩하기 그지없는 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식이의 목을 움켜쥔 놈의 팔뚝이 훅하고 부풀어 올랐다.

그러자 그 와중에도 놈을 노려보던 오식이의 눈이 초점을 잃는가 싶더니만 이내 하얗게 뒤집혔다.

이어, 그나마 바둥거리던 몸짓도 완전히 힘을 잃고는 축 늘어졌다.

“아, 안 돼애애애!”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촤아아악!

크게 내딛던 두 걸음째에 허리에 찬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 들었다.

그런 뒤 네 걸음째에 머리 위로 아수라 스워드를 치켜들었다.

이어, 여섯인지 일곱인지 모를 마지막 발디딤과 함께 머리 위로 치켜들었던 아수라 스워드를 힘껏 내리쳤다.

슈하아아학!

느낌이 좋았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끊어치기!’ 스킬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콰아아악!

하마터면 아수라 스워드를 놓칠 뻔할 정도로 묵직한 충격이 손과 팔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이어, 놈의 거친 비명이 고막을 때렸다.

“크아아악!”

성공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기분을 만끽하기도 전에 눈앞이 번쩍했고, 머릿속이 멍해지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어라?’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도대체 그것이 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였다.

‘…??’

얼만큼인지 모를 시간 동안의 의문.

이어진 꽤 커다란 충격!

터어엉….

데굴데굴….

눈앞의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나 싶더니만, 어느새 모든 것이 암흑처럼 변했다.

정확히는 눈과 뇌는 물론, 온몸의 신경이 마치 정전이라도 된 것처럼 훅 꺼져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아, 이게 뭐지?’

꺼졌던 불이 다시 들어왔다.

여전히 영문은 알 수 없었고, 의아함은 커져만 갔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정신을 애써 가다듬었다.

‘쟤는 왜 저기서….’

린이 시커멓고 거대한 놈을 향해 미친 듯이 빗자루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어째 울부짖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조금 이상했다.

‘쟤는 또 왜….’

근처에는 오식이가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다.

난리 통에 세상 편히 잠든 것처럼 보였고, 그것 또한 이상하다고 여겼다.

스윽….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또 다른 이상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타니… 넌 또 뭐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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