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01)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슈하악… 뚝!
급격하게 허공으로 솟구치던 것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마치, 누군가 튀어 나가려는 몸을 강제적으로 붙잡은 느낌이었다.
“크헉!”
충격이 어마무시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촤아아아악!
어마무시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니, 충격에 막혔던 숨이 고지의 정점을 딱 찍은 바로 직후!
난데없이 온몸을 옭아매는 압박이 날아들었다.
이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 일었고, 다시금 아무렇게나 튕겨 나가는 지랄 같은 일이 이어졌다.
그뿐이면 말도 안 하겠다.
그런 와중에 전혀 상상할 수 있거나 예상되지 않는 복잡하고, 다양한 압박들… 비틂과 꺾음, 짓누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누르고, 꺾는지, 어떻게 눌리고, 비트는지도 모르겠다.
온몸이 제멋대로 꼬여 있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들에 마구잡이로 뒤엉킨 채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무언가가 와서 세게 부딪치고, 할퀴듯 스쳤으며, 거칠게 후려치기도 했다.
퍼억! 촤악! 짜악!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이라 비명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쏟아져 나왔다.
“으윽! 아악! 크으으….”
영문도 모르고, 상황도 모르는 고통을 당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으으으으!”
“꺄아아아!”
오식이와 린의 비명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이 나와 같은 일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바로 지척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곳에서 말이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없는 상황이 조금은 진정이 됐다.
그러나 위에서 눌러대는 엄청난 압박감과 바닥(?)에서 느껴지는 찢어질 듯한 통증은 계속되고 있었다.
“끄으응….”
이를 악문 채 고통의 신음을 흘리며,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상황과 상태를 파악하려 애를 썼다.
‘으응?’
가장 먼저 파악된 것은 내가 땅에서 약 50센티미터쯤 떨어진 허공에 떠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알게 된 것은 내 볼에 쩍 달라붙어 쌍방으로 압박을 주고 있는 게 린의 종아리라는 것이었고, 비틀어진 내 허리를 찍어 누르고 있는 건 오식이의 팔꿈치라는 것이었다.
그랬다.
내게 온갖 고통의 압박과 충격을 준 정체 모를 것은 다름 아닌 오식이와 린이었다.
우리끼리 얽히고설키며, 눌러대고, 때려대고, 난리를 쳐댔다는 소리다.
‘근데, 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파악해야 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트랩?’
함정이었다.
정해진 곳을 밟으면 바닥에 설치된 그물이 튀어 올라 포획하고 허공에 매달아 버리는 유형의 고전적인 트랩이었고, 오식이를 포함한 우리 셋을 한꺼번에 잡을 만큼 큰 사이즈였다.
‘대체, 어떤 개자식이… 크으….’
어떤 놈이 이딴 걸 이곳에 설치했는지 떠올렸다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도 당장에 답이 나온 까닭이었다.
동시에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맞다, 이럴 시간이 없어. 얼른 빠져나가야 해.’
100%는 아닐지 몰라도, 90%쯤의 확신으로 함정을 파 놓은 것이 오크라 여겼다.
또한, 특별한 알림 장치가 없는 한은 사냥감이 잡혔다고 해도 곧장 달려올 리는 없었다.
하지만, 때마침 설치한 함정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지금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뭐가 됐든 간에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는 게 옳았다.
“린! 빠져나갈 수 있겠어?”
린에게 먼저 물었다.
우리 셋 중에서 체구가 제일 작고, 유연하기 때문이었다.
바둥바둥….
린이 대답 대신에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은 듯했다.
몇 번 용을 쓰고, 꿈틀대던 린이 결국 포기를 알려 왔다.
“하윽! 아, 안 될 것 같아요. 주인님….”
그 와중에 뱉어 낸 신음이 굉장히 야릇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내 볼에 붙어 있는 린의 종아리를 힐끔거리다가 바로 자책했다.
‘미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자빠진 거야?’
본디 남자의 본능이란 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정말이지 미치지 않고서야… 쩝!
지랄 같은 생각을 떨쳐 내고는 이번엔 오식이에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묻기로 했다.
원래라면 다음 차례는 내가 되어야만 했다.
린 다음으로 작고, 유연했으니까.
아니, 린보다도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게 옳았을지도….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하게도 내가 제일 아래쪽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식아! 넌 어때?”
오식이도 대답을 뒤로한 채 몸부터 움직였다.
출렁출렁….
린이 움직였을 때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됐던 출렁임이 실로 엄청나게 일었다.
아래쪽에 깔린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에 시달려야만 했다.
“허억! 크읏!”
진심, 죽을 것 같았다.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이번에도 린이 나 대신에 그만을 외쳤다.
“그, 그만… 아아, 오식 씨이… 아앗, 거기는….”
엥?
이게 무슨….
리얼로다가 음흉함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당황했다.
있는 대로 목청을 높이며 소리쳤다.
“야, 인마!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그만두지 못해?”
흥분… 아, 다른 의미의… 그래, 격분을 이기지 못하고 발버둥을 치기도 했다.
바둥바둥….
출렁출렁….
더욱더 강한 압박과 난리가 일었다.
점차 상황은 점입가경이 되어만 갔다.
물론, 이상하고, 안 좋은 쪽으로다가….
“아악! 주, 주인님… 하으윽!”
“야! 너도 그만 좀 해!”
전혀 그런 뜻이 아닌 것을 알지만,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상상되고, 흘러가게 만드는 린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젠장… 일단, 다들 멈춰! 움직이지 마! 말도 하지 마! 그대로 정지!”
억지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단 몇십 초 만에 수년은 늙어 버린 기분이었다.
“후우우….”
상황이 진정 됐음에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빠져나갈 방법을 고민했다.
‘린도 안 되고, 오식이는 더 안 되고… 아아, 어째야 하지?’
아픔과 불편함, 초조함이 두뇌 회전을 방해하고 있었다.
뻔한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찝찝한 느낌도 있었다.
‘뭐지? 아아, 뭘까? 으으, 뭐냐… 아!’
번뜩임과 함께 찝찝함의 그것을 끝내 떠올렸다.
잠시 미뤄진 탈출 방법도 동시에 해결됐다.
‘멍청하긴… 어떻게 그걸 생각지 못했던 거야?’
빠르게 자책하고는 곧장 오식이를 의식하며 봉인 스킬을 사용했다.
스잉….
“어라?”
봉인 스킬이 실패했다.
뭐랄까?
잘 진행되다가 끝에 가서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간 느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뭐야? 자세 때문에 집중이 안 되나?’
이런 자세와 상황에서 스킬을 써 본 적이 없기에 그런 줄 알고는 다시 봉인을 시도했다.
스잉….
하지만, 이번에도 걸릴 듯 말 듯한 느낌과 함께 스킬이 발동하지 않았다.
“에? 이게 왜 이러지?”
고개가 절로 갸웃해졌다.
오식이를 봉인한 후, 우리를 포획한 그물 밖에서 다시 소환하여 탈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시작인 봉인 스킬이 발동하지 않는다?
그것도 난생처음인 일에 이유조차도 모른 채?
참으로 난감하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
다시금 고개를 갸웃하고는 오식이 대신에 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를 봐도 시선에 잡히는 오식이와 달리 린은 완전히 내 등 뒤에 있어 고개를 힘겹게 돌려야만 했다.
어렵사리 린을 시야에 잡고는 봉인 스킬을 시전했다.
스잉….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했다.
“아, 썅! 대체 뭐야?”
나도 모르게 짜증을 입 밖으로 토해 냈다.
….
“미쳐 버리겠네….”
30여 분이 훌쩍 넘도록 그대로 있어야만 했다.
계속된 압박에 이제는 몸에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봉인 스킬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역시나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격한 출렁임과 압박을 무시한 채, 오식이에게 힘으로 그물을 찢어 보라고도 했다.
하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엄청난 괴력을 지닌 녀석이 한낱… 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튼튼해 보이지만, 어쨌든 겨우 밧줄에 불과한 것을 뜯거나 찢지 못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처음엔 불편한 자세 때문이라고 여기기도 했으나, 가만 보니 그런 이유는 아닌 듯했다.
아수라 스워드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나도 그렇고, 린도 도무지 꺼낼 수가 없는 자세와 상태였다.
“젠장! 해체용 단검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괴물의 사체를 해체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단검을 종아리에 차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나 먼 옛날의 일이었다.
지금은 오식이가 있고, 저주받은 저택에서는 쓸 일도 없기에 가지고 다니지 않은 지가 꽤 됐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진심,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있다가 더욱더 최악인 상황을 맞이해야만 했다.
부스럭부스럭….
“…?!”
꽤 멀리서 들려오는 기척에 잠시 내려놓고 있던 정신이 번뜩 들었다.
불길함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앗!”
린이 반응했다.
“쉿! 조용….”
바로 제지시켰다.
“꼴깍….”
마른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기척이 난 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일부러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해서, 자연스럽게(?) 함정이 설치된 곳으로 발길을 옮기게 했던, 내 키보다 한참이나 크고, 빽빽한 갈대숲 쪽이었다.
모습보다 가래가 낀 듯한 거친 음성이 먼저 들려왔다.
“오늘은 좀 잡혔을까?”
“곰이면 좋겠다. 아니면, 사슴이라도….”
“난 뭐든 좋아! 어차피 다 고기잖아!”
적어도 셋 이상의 목소리였다.
‘아아, 제발….’
속으로 간절하게 부르짖었다.
곧 모습을 드러낼 그것들이 지금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비주얼만은 아니기를 빌었다.
부스럭부스럭….
기척이 점점 커졌다.
눈앞에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신이 날 버렸다고 생각했다.
아니, 기척을 느낀 그 순간에 바로 떠 올랐을 만큼 당연한 일이었기에 괜히 신을 탓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젠장….’
하나둘씩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녹색 피부의 근육 덩치… 누가 봐도 오크인 놈들을 확인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이내, 놈들도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고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 잡혔다.”
“어? 그런데, 저게 뭐지?”
“뭔데뭔데? 어, 저건?”
놈들이 걸음까지 멈추고는 계속 떠들어댔다.
놈들의 당황스러움이 여실히 전해지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눈을 떴다.
꿈이면 참 좋았을 것 같은 지랄 같은 비주얼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왔다.
놈들은 그 자리에 선 채, 계속해서 저희끼리 쑥덕거리고 있었다.
“뭐야? 누구지? 누군데 곰 잡으려고 쳐 놓은 덫에 제가 걸린 거야?”
“혹시, 멍청이 카므스 아니야?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거리상으로나 눈에 들어오는 그림으로나, 나와 린보다는 오식이가 눈에 확 띌 터였다.
놈들도 일단은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카므스는 아니야. 내가 올라오기 전에 마을에서 봤거든.”
“그럼 누군데?”
“그야 나도 모르지.”
“빨리 가서 확인해 보자!”
놈들이 서둘러 다가왔다.
그러다가 이내 나와 린이 눈에 들어왔는지, 다시금 걸음을 멈췄다.
“어? 다른 것도 있다.”
“뭐지? 이 작고 하얀 것들은?”
고개를 갸웃하던 놈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러더니 몇 발자국 떨어진 곳까지 와서는 다시 멈춰 섰다.
이어, 들고 있던 볼품없는 몽둥이로 조심스레 우리를 찔러댔다.
툭… 툭….
“이봐! 깨어 있어?”
오식이를 향해 묻는 듯했다.
내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오식이가 대답했다.
“어, 깨어 있어.”
오식이의 대답에 놈들이 흠칫했다.
다시 질문이 날아왔다.
“너 누구야?”
“내 이름은 오시… 아니, 미르다스다.”
이번에는 내가 흠칫했다.
오식이가 침착하게 대답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처음 알게 된 녀석의 이름 때문이었다.
‘미르다스? 뭐야? 이 어울리지 않는 이름은….’
내가 아는 오식이와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