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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00화 (10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00)

‘뭐, 뭐야?’

머릿속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 돌덩이에서 쏟아져 나온 빛에 휩싸였다.

이내 정신이 몽롱해졌다.

‘으으으….’

몇 초나 흘렀을까?

퍼뜩 돌아온 정신과 함께 눈을 떴을 때, 나는… 우리는 굉장히 익숙한 공간에 서 있었다.

‘교, 교감?’

주위가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는 곳이었다.

당장에 교감 상태의 하얀 공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눈앞에 교감의 상대가 아닌 게이트가 떡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등 뒤로도 게이트 하나가 더 있었다.

‘에? 이게 왜….’

의문을 갖고 옆을 돌아봤다.

오식이와 린은 눈앞의 게이트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일단, 오식이한테 묻기는 했지만, 답을 해 주는 것에는 누구라도 상관이 없었다.

정황상 어울리는 오식이가 입을 열었다.

“기… 억… 의… 문….”

녀석이 아무런 감정도 없는 톤으로… 게다가 머릿속이 아니라 직접 귀로 들리게 말했다.

어색하고,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 패스.

“흠….”

분명, 돌덩이를 보고는 ‘기억의 돌’이라고 했다.

지금은 또 ‘기억의 문’이란다.

돌은 그냥 돌일 테고, 문은 게이트를 두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은?

‘누구의 기억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누군가의 기억에 이어, 조금 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의 기억’까지 염두에 뒀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이어진 질문에 오식이가 고개를 가로저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쩌지?’

다음의 행보를 결정해야 할 차례였다.

내 감이긴 했지만, 앞쪽의 게이트는 ‘기억’에 관한 실마리를 풀어 줄 어딘가로 향하는 문일 것이고, 등 뒤의 게이트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일 듯했다.

안위를 걱정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뒤쪽의 게이트를 넘는 것이 옳았다.

호기심과 궁금증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게이트를 넘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며, 객기 내지는 망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너희 생각은 어때?”

오식이와 린에게 의견을 물었다.

오식이는 평소처럼 침묵으로 일관했다.

린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차분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그 또한,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고, 역시나 내 마음을 읽은 제대로 된 답이었다.

“확인해 보고 싶으시잖아요. 저는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최선을 다해 따르겠습니다.”

뭐가 됐든 간에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

해서,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꾀한다.

비겁함이나 비굴 따위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호기심이나 궁금증도 많다.

그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은 적도 꽤 된다.

그래도 고치지 못하는 게 병이라면 병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무조건 뒤쪽의 게이트를 선택하는 게 정답이고, 지금 내가 내려야 할 최고이자 최우선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미치도록 궁금한 이놈의 호기심이 앞쪽의 게이트에서 눈과 마음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서 내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또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말해 주는 린이었다.

적극적인 서포트는 덤으로 약속하면서 말이다.

힐끔….

오식이를 잠시 쳐다봤다.

녀석도 눈을 아래로 내려 나를 슬쩍 보더니만, 낮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가… 자… 형… 님….”

그러고는 성큼성큼 앞쪽의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녀석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야,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아, 자식도 참… 이거 어쩔 수 없구만?”

못 이기는 척… 내 결정이 아니라는 듯 능청을 떨며 녀석의 뒤를 따라갔다.

등 뒤에서 ‘풉!’하는 린의 웃음소리와 함께 가벼운 발소리가 이어졌다.

“그럼, 카드 속으로 잠시 들어가 있어.”

게이트 바로 앞에 서서 오식이를 향해 말했다.

녀석은 게이트를 넘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녀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괜… 찮… 다… 나… 도… 들… 어… 간… 다….”

“엥?”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며 고개를 갸웃하는데, 눈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진짜로 녀석이 게이트를 넘어간 것이다.

정확히는 게이트 속으로 발을 집어넣었고, 아무런 문제나 걸림 없이 녀석의 발이 게이트 안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활성화 던전?’

그 모습을 보며 곧장 활성화 던전의 게이트를 떠올렸다.

보금자리의 첫 번째 던전도 그렇고, 저주받은 저택의 두 번째 던전도 오식이는 마음대로 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었다.

첫 번째 던전은 코어가 깨진 정화 던전이라 그랬고, 저주받은 저택의 던전은 이중 게이트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어가 살아 있는 활성화 던전이라면, 오식이도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아, 이거 잘못 선택한 거 아닌가?’

문득, 내 호기심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다.

‘안 돼! 말려야 해!’

결정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오식이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급히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진짜였고, 진심이었다.

그러나 늦어 버렸다.

쑤욱….

간발의 차이로 오식이가 게이트를 넘어가 버렸다.

“이, 이런….”

내 반응에 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이내 뭔가 잘못됐음을 파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인님, 왜 그러세요?”

“아, 아니야. 얼른 넘어가자!”

빠르게 말하고는 서둘러 게이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래, 다시 나오면 되잖아!’

그랬다.

뭔가 이상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아니, 갑작스럽게 느낀 불안함이었지만, 마음이 돌아섰으니 바로 오식이를 데리고 나오면 될 일이었다.

스르륵….

“…??”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셀 수 없이 게이트를 넘나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평소와는 좀 다르고, 이상하기까지 한 느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젠장, 진짜 바로 나온다!’

두고 볼 것도 없이 곧장 오식이를 데리고서 빠져나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게이트를 넘고서 먼저 들어온 오식이의 넓은 등짝을 본 그 순간….

린이 막 게이트를 넘어온 그 순간.

스르륵….

그럴 리 없는 게이트가 순식간에 크기를 줄이다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헐….”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말문이 막혀 버렸고, 한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게 있어야만 했다.

* * *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울창한 숲속이었다.

여느 초원형 던전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다른 면도 있었다.

보통의 던전 입구와 초입. 게이트 주변이 막혀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은 모두 다 뻥 뚫려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크고, 넓은 던전이라 해도 그 끝은 존재했다.

주변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의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당연히 파괴하거나 뚫는 것은 절대로 불가했으며, 가까이 다가가 만져 보기 전까지는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아무튼.

그런 의미로 이곳도 그럴 것이라 여겼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선에서 게이트 주변이 뻥 뚫려 있는… 마치, 던전의 중간 어디쯤엔가에 떨어진 것 같은 일은 있을 수 없기에 조금 당황스러웠을 뿐이었다.

….

신경을 곤두세운 채, 주변을 살폈다.

딱히 느껴지는 기척이나 불길한 기운은 없는 듯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다들 어때?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

“아니요, 별다른 걸 찾지 못했습니다.”

린이 먼저 대답했다.

이어, 오식이도 말했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 나도 특별히… 어라?”

별생각 없이 말을 하다가는 급히 오식이를 쳐다봤다.

린도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는 오식이에게 시선을 줬다.

“야, 너….”

“응? 왜들 그러냐?”

오식이가 진정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에, 다시금 놀라 버렸다.

린이 나를 대신에 상황을 상기시켰다.

“오, 오식 씨… 지금 제대로 말씀하고 계시네요?”

린의 물음에 오식이가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갸웃했다.

놀라서 말문이 막힐 정도의 짓거리를 태연하게 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 더욱더 기가 막혔다.

“너, 너… 어떻게 된 거야?”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네 말투 말이야! 이전이랑 너무 다르잖아!”

알아듣게 설명을 한 것 같았지만, 녀석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뭐야? 말투는 바뀌었어도 이해력은 그대로인 건가?’

그럴지도 몰랐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컸다.

해서, 다시금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잘 모르겠다. 난 늘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뻔뻔하게 딱 잡아떼면서 오리발을 내미니, 오히려 나와 린이 이상하고, 음해(?)하는 느낌까지 들어 그냥 넘어가야 할 분위기였다.

….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어느 모로 봐도 이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숨기에도, 싸우기에도, 머물거나 묵기에도 좋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글쎄다, 어느 쪽이 좋으려나?”

아는 게 없으니, 결정을 내리는 데도 막막하고, 시간이 걸렸다.

그때, 오식이가 나섰다.

“이쪽으로 가면 마을이 있다.”

린과 내 시선이 오식이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뭔가 증거나 이유가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이 있다고? 아니, 그보다는 어찌 아는데?”

“냄새다.”

“냄새?”

“그렇다. 냄새가 난다.”

낌새나 조짐, 기미 등의 의미로 대신 쓰이는 그 ‘냄새’와 잠시 헷갈렸다.

하지만, 녀석이 말하는 것은 진짜 ‘냄새’… 후각으로 맡는 바로 그것이었다.

말을 하고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킁킁대며 코를 벌렁거렸거든….

“킁! 킁킁….”

오식이를 따라 코를 킁킁댔다.

아무런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킁킁… 어머….”

우리를 따라… 아니, 우리보다는 훨씬 작고, 귀엽게 냄새를 맡아대던 린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살짝이 피식하고는 괜찮다는 투로 물었다.

“어때?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나는 도무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아… 저, 저도… 특정할만한 냄새는 맡지 못했습니다.”

린의 수줍은 대답을 듣고는 오식이를 쳐다봤다.

킁킁대면서 냄새 맡는 것을 멈추긴 했지만, 녀석은 계속해서 그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쪽은 뭐 없냐?”

반대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정신을 차린 듯 살짝 움찔한 녀석이 뒤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면서 바로 말했다.

“없다. 모르겠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녀석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고는 투덜거림을 담아 말을 뱉어 냈다.

“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거야? 혹시, 고기 굽는 냄새라도 나는 거냐?”

“그렇다.”

내 물음에 녀석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사실, 혹시나 하는 느낌이 아니라 놀리는 듯한 뉘앙스의 물음이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답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이번에도 린이 나 대신 반응을 보여 줬다.

“지, 진짜요? 진짜로 고기 냄새가 나는 거예요?”

오식이에게 물음을 던진 린이 전보다는 조금 더 큰 동작으로 냄새를 맡아댔다.

그러나 곧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식이가 입을 열었다.

“고기 냄새만이 아니다. 로카주의 향기도 난다.”

“로카주? 그게 뭐지?”

“로카주는 술이다. 오크들이 즐겨 마시는 전통주다.”

“에?”

오식이의 설명에 펄쩍 뛰며 놀랐다.

지금껏 녀석이 말하는 마을이란 게 일반적인… 인간이 사는 마을을 얘기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야, 그걸 진작 말했어야지!”

“…??”

“아, 됐고! 이쪽이다. 이쪽으로 가야 해!”

마을이 있다는 곳의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쓰읍, 하마터면 사지로 걸어 들어갈 뻔했네.”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지는 마음을 달래며,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10여 분쯤 걸었을까?

“…?!”

주변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굉장히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툭….

내 뒤를 따르던 오식이와 린이 내 멈춤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딪쳐 왔다.

그 순간!

휘이익!

난데없이 날아든 거센 바람과 함께 우리의 몸이 허공으로 급격히 떠올랐다.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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