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96)
‘허, 자식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아, 물론 칭찬이다.
그것도 방금 벌어진 사실에 입각한 특급 칭찬.
엄청난 점프력으로 천장에 닿을 듯 말 듯한 높이까지 뛰어오른 녀석이 그 힘을 이용해 로레나를 한 방에 보내 버렸다.
‘mgh….’
어린 시절 배웠던… 해서, 어렴풋이 남아 있는 ‘질량 곱하기 중력가속도 곱하기 높이’의 위치 에너지 공식이 스치듯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 값이 얼마가 될지는 계산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의 육중한 무게와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한 속도, 높이 등을 미루어 봤을 때, 한 방에 기품의 아우라가 박살 나고, 로레나마저 끝장이 난 것은 어째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크르르!”
녀석이 나를 향해 보란 듯이 우쭐댔다.
그 모습에 홀린 듯이 말을 뱉어 냈다.
“어, 그래… 오늘의 주인공은 진짜로 너다.”
누가 봐도 반박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오호호호호!”
“크아아아아앙!”
콰직! 콰직!
콰지지지지직!
다시금 로레나가 오식이의 손에 생을 마감했다.
오늘만 네 번째다.
녀석은 오늘의 주인공답게 마지막까지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오식 씨! 너무 멋져요.”
린이 오식이를 향해 미소와 칭찬을 날렸다.
“크르르르!”
린의 칭찬은 오식이를 춤추게 했고, 더없이 흥분시켰다.
뭐, 로레나의 리스폰을 기다리며, 짝퉁 고양이를 잡는 동안, 린에게 슬쩍 부탁을 하기는 했지만, 그 결과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자, 그만 돌아가자.”
로레나가 남긴 마정석을 챙기고는 저주받은 저택과 던전을 온전히 빠져나왔다.
….
다음 날도 오식이의 활약은 계속됐다.
“우오오오오!”
콰지지지직!
콰악! 콰악! 퍽퍽퍽!
자신감에 넘쳐서인지, 괴성조차도 박력 있게 변했고, 120% 이상으로 발휘하는 능력에 로레나는 속절없이 부서지고, 깨지고, 짜부라졌다.
“와아, 오식 씨는 오늘도 정말 멋지시네요.”
린의 칭찬도 이어졌다.
오늘은 따로 주문한 적 없었는데 말이다.
‘뭐야? 이거, 진짜로 반한 건가?’
어째, 냄새가 좀 나는 듯했다.
의심의 눈초리로 둘을 쳐다봤다.
신이 난 오식이는 덩실덩실 춤을 춰댔다.
슬쩍 내 옆으로 온 린이 조용히 속삭였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어? 아아… 어어….”
….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같은 방식으로 사냥을 이어 나갔다.
일단 2층으로 올라간 뒤, 짝퉁 고양이들을 가볍게 상대하며 3단계의 존을 뚫는다.
곧장 불러낸 로레나는 오식이가 눈부신 활약으로 제압.
나와 린은 다시 2마리 존에서 짝퉁 고양이들을 잡았고, 2시간이 흐른 뒤에 로레나가 리스폰 되면, 또다시 잡아내는 사이클이었다.
보통 하루의 사냥 시간은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였다.
막연한 계산으로는 로레나가 2시간마다 리스폰 되기에 다섯 번 또는 여섯 번의 사냥이 가능하지만, 잘못된 계산이었다.
로레나와 싸우는 시간도 있고, 점심도 먹어야 했으며, 이따금 휴식도 취해야 했으니까.
해서, 여유롭게 하면 네 번, 조금 무리하거나 마지막 타이밍에 로레나를 잡을 수 있으면 다섯 번의 사냥이 이루어졌다.
뭐, 그 정도로도 충분히 빡세고, 만족할 수 있기에 무리는 하지 않았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엇!”
“아앗!”
“크륵!”
린의 레벨이 올랐다.
로레나를 잡기 시작한 지 5일째 되던 날이었다.
‘얼마나 단축된 거지?’
날짜를 계산했다.
짝퉁 고양이를 계속해서 잡았더라면, 11일에서 12일쯤 걸렸을 테니, 거의 두 배 이상 빠른 레벨 업 타이밍이었다.
‘와우! 대체, 얼마나 경험치를 주기에….’
30레벨의 로레나다.
25레벨의 고양이 놈들보다 많은 경험치를 주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배 이상은 아니다.
당연한 이유는 있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던 ‘중간 보스의 특별 경험치’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고, 경험 삼아 도전을 할 수도 있지만, 나름 무리를 해서 로레나를 잡으려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뭐, 로레나를 잡으면서 짝퉁 고양이 사냥을 계속 이어 나간 것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해서, 정확한 계산은 로레나와 짝퉁 고양이의 1+1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그래도 하루에 네 번 내지는 다섯 번 잡는 로레나와 100여 마리 이상을 잡는 고양이 놈들의 경험치 비교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로서는 좋아해야 할 일이잖아?’
그랬다.
나름으로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강행했던 로레나 사냥은 린의 칭찬 버프를 받은 오식이의 활약으로 순항 중이었다.
더불어, 예상을 뛰어넘는 경험치로 빠른 레벨 업을 할 수 있으니, 이건 대놓고 개이득이라 할 상황이었다.
‘두 배라… 그럼, 나는?’
다시 날짜를 계산했다.
바로 답이 나왔다.
‘이틀… 늦어도 사흘이면… 크으!’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졌다.
그렇게 내 계산처럼 정확히 이틀 만에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어차피 매한가지이기는 한데, 로레나가 아니라 짝퉁 고양이를 잡다가 레벨이 오른 것이 괜히 아쉬운 느낌이었지만, 기쁨을 주체할 수는 없었다.
“앗싸!”
두 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불렀다.
레벨 업을 눈치챈 린이 곧장 축하의 인사를 건네왔다.
“주인님, 축하드립니다.”
“어, 고마워 너희들 덕분… 엇?”
답례를 하다가 말을 멈췄다.
신비한 목소리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스킬 ‘교감’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범위가 소폭 늘어납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파장이 소폭 강해집니다.]
[스킬 ‘소환’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소환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스킬 ‘봉인’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봉인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10레벨과 20레벨에서 이루어졌던 스킬들의 업그레이드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아, 이게 있었지… 까먹고 있었네. 역시나 10레벨마다 오르는 모양이네.’
아마도 그럴 것이라 여겨지는 스킬 업그레이드였다.
솔직히 기간도 너무 길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기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러니 기대도 하지 않고, 알려 주기 전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겠지.
‘뭐, 그러거나 말거나….’
해서, 이번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기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가 달랐다.
아니, 지금까지는 딱 여기까지만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끝이었는데, 남은 것이 더 있었다.
[30레벨 달성으로 ‘카드 소환사’의 봉인된 스킬 ‘리스닝’이 해제됩니다.]
[스킬 ‘리스닝’이 스킬에 추가됩니다.]
“에?”
뜬금없는 스킬의 해제와 추가 등에 눈을 깜빡이며 잠시 멍을 때렸다.
그러다 스킬창을 열고, 새롭게 추가된 리스닝 스킬을 확인했다.
물론, 바로 터치하며 어떤 스킬인지도 알아봤다.
―――――
이름: 리스닝
계열: 보조, 패시브
던전 생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숙련도: ★☆
―――――
“엥?”
스킬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스킬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오식이와 린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대화도 가능했다.
앞으로 어떤 것들과 교감을 통해 서약을 맺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찬가지일 게 확실했다.
아니, 그런 것들을 떠나서… 굳이 내 편이 아닌 놈들의 말까지 알아들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뭐지? 이 겁나게 쓸모없어 보이는 스킬은? 대체, 이딴 걸 왜… 쩝!’
그냥 쓰레기라고 여겨 버렸다.
이딴 걸 왜 봉인까지 하고, 30레벨이나 돼서 풀어 준 건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
이때는 몰랐다.
리스닝이란 이름의 이 스킬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말이다.
그것도 카드 소환사에게는 200% 이상으로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후로도 한동안은 고작, 겨우, 단순히, 그저… ‘흠,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는 재미난 스킬이잖아?’라고만 생각했다.
여전히 하루에 100여 마리씩 잡는 고양이 놈들의 대화를 듣게 되면서였다.
아니, 그 전에 먼저….
처음에는 도무지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그냥 소음에 불과한 것 같이만 들렸었다.
=냐아시앙끄냐러아아워앙=
뭐, 이런 식으로… 말과 특유의 울음소리가 한데 섞여 들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틀쯤 지나자 놈들의 말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침입자다.=
=클린이다. 미천한 하녀!=
=쫓아내자!=
처음엔 당연히 이러한 이유도 몰랐다.
그러다가 계속해서 놈들의 말을 듣게 되면, 자연스레 익혀지고, 제대로 들리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그래 봤자, 여전히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 스킬이었지만 말이다.
….
짝퉁 고양이뿐만 아니라, 정원사 놈이나 클린, 로레나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적은 까닭에 고양이 놈들의 말을 확실히 들은 이후에나 가능했고, 정원사 같은 경우는 일부러 놈들을 불러내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들어봤다.
쓰레기니 뭐니 했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살짝 호기심이 일긴 했거든….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세 호기심이니, 재미니 하는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
뭐, 딱히 문제라고까지 말할 부분은 아니지만, 마냥 정해진 대사만을 읊어대는 듯했기에 흥미가 금방 떨어져 버린 것이다.
‘하긴, 대화 자체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랬다.
놈들과 대화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상황이 만들어지면, 놈들이 나타나고 말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게 또 죄다 처음이라고 봐야 했기에 같은 말만 해댔고, 뭔가 더 진행되기 전에 죽여 버려야 하니, 늘 거기서 거기처럼일 수밖에 없었다.
예로, 정원을 훼손하면 ‘어떤 놈들이야?’라고 소리치며 나타나는 정원사는….
‘네놈 짓이구나, 용서하지 않겠다’, ‘네놈 때문에 내가 주인님께 매를 맞아야 한단 말이다!’, ‘매 맞는 건 정말 싫어!’를 반복한다.
저택 1층을 어지럽히면 나타나는 클린은 ‘당신 짓이야?’로 시작해 ‘더러운 건 참을 수 없어!’, ‘더러워! 더러워!’를 외쳐대기만 한다.
뭐, 고양이 놈들은 앞서 말해 준 것처럼 ‘시끄러워!’ 내지는 ‘침입자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고, 린을 향한 비하를 이따금 해댈 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분명 처음에는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해서 듣게 되면, 재미는 고사하고 짜증만 더할뿐이다.
‘설마…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리스닝 스킬의 숨은 효능인가?’
문득, 놈들을 빨리 처리하고 싶은 분노와 욕구를 치솟게 하는 일종의 버프 스킬은 아닐까도 생각해 봤다.
물론, 그런 용도는 아니겠지만, 한동안은 그런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 * *
“오호호호호호호!”
늘 들어도 기분이 지랄 같아지는 퍼포먼스를 뽐내며 로레나가 등장했다.
“주인님,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조심하고….”
일부러 한 마리 남겨 둔 고양이 놈을 데리고 놀며 대답했다.
린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레나를 향해 달려갔다.
“이런, 미천한 것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표독스럽게 쏘아붙인 로레나가 깃털을 날려댔다.
슈슉! 슉! 슉….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깃털들을 린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피했다.
순식간에 로레나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로레나가 소리쳤다.
“당장 꺼지지 못해?”
동시에 들고 있던 부채를 빠르게 휘둘러댔다.
하지만, 이번에도 린의 빗자루가 더 빨랐다.
틱! 칙! 착! 척!
팽그르르….
몇 번의 부딪침 만에 로레나의 부채가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식이가 움직였다.
쿵! 쿵! 쿵….
바닥을 울리며 달려가다가는 육중한 몸을 허공에 붕 띄웠고, 떨어지는 속도를 이용해 주먹을 힘껏 뻗었다.
‘당장 꺼져어어어어어!’라며 고막을 괴롭히는 로레나의 발악이 일기 바로 직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요란한 굉음과 함께 기품의 아우라는 물론, 로레나의 머리통까지 날아갔다.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31레벨이 됐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누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