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95화 (95/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95)

로레나의 몸을 감싼 기품의 아우라는 일종의 방어막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하얀색의 빛이 점점 더 진해지고, 그만큼 단단해지는데, 최종 단계까지 가면 35레벨 이상의 스킬도 거뜬히 막아낼 정도라 했다.

해서, 기품의 아우라가 단단해지기 전에 깨 버리는 것이 로레나 공략의 최대 포인트였다.

내가 최대한 빨리 고양이 놈들을 처리하고, 로레나에게 달려들 생각을 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로레나의 입장에서는 기품의 아우라가 완성될 때까지 버티는 것이 무조건 이로울 터였다.

해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 시간을 끌도록 저지하고, 방해하는 스킬을 구사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나를 향해 날아오는 저 깃털들이다.

슈욱! 슉! 슈슉!

로레나의 등과 머리에 꽂혀 있던 기다란 깃털들이 마치 살아 있는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들었다.

“으차! 크읏!”

양옆으로 번갈아 뛰고, 몸을 낮추거나 점프하며 그것들을 피해 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들은 아수라 스워드를 이용해 쳐냈다.

그러면서 로레나와의 거리를 점점 좁혀 나갔다.

‘몇 발 남았지?’

로레나가 날리는 깃털의 수는 20발로 한정되어 있다.

뭐, 전부 소모했다고 해서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충전(?)된다.

그때가 기회다.

물론, 그녀가 들고 있는 검정 부채의 공격을 막는 것도 일이었지만 말이다.

‘열다섯? 아니, 열여섯 발인가?’

몇 개인지 정확히 세지는 않았지만, 얼추 그 정도는 됐지 싶었다.

날아오는 깃털에 집중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식아!”

내 외침에 오식이가 곧장 반응했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바닥의 울림이 등 뒤에서 일었다.

그 사이에도 깃털은 나를 정확히 노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슈슉! 슉….

연달아 날아들던 깃털의 흐름이 끊어졌다.

발가락에 힘을 잔뜩 주고는 바닥을 박찼다.

타앗!

단숨에 로레나의 앞까지 다가설 수 있었다.

“오호호호호호!”

눈앞에 선 나를 향해 로레나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고는 팔을 추켜올렸다.

그러고는 정확히 내 정수리를 향해 들고 있던 검정 부채를 내리쳤다.

촤아아아!

이미 로레나의 공격 패턴을 알고 있기에 아수라 스워드를 옆으로 들고 막아냈다.

콰악!

가녀린 체구와는 달리 제법 묵직한 충격을 전해 주는 힘이 느껴졌다.

“크으….”

이를 악문 채, 팔을 크게 돌리며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렀다.

맞서고 있던 로레나의 검정 부채가 아수라 스워드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다가 훨씬 긴 리치의 반경과 힘에 밀려 그대로 튕겨 나가 버렸다.

태애애앵….

“됐다!”

이로써 로레나는 당분간 모든 무기와 공격법을 손실한 상태가 되었다.

그것은 이제 오식이의 차례가 됐음을 뜻하기도 했다.

“오식… 으악!”

오식이의 이름을 외치다가 비명을 지르며 급히 몸을 아래로 숙였다.

진정 아슬아슬하게 거대한 오식이의 주먹이 내 정수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슈하아아학!

식겁함에 등줄기가 시원해졌다.

그러면서 이어진 가공할 굉음에 귀마저도 얼얼해졌다.

콰아아아앙!

오식이의 거대한 주먹이 로레나의 면상에 제대로 꽂혔다.

소리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실로 무시무시한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펀치였다.

하지만, 로레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전보다 확실히 진해진 로레나의 최종 방어막… 기품의 아우라가 충격을 받아 크게 흔들렸다.

“좋아! 한 번 더!”

몸을 뒤로 굴려 자리를 피하며 소리쳤다.

꽈아악!

오식이가 주먹에 힘을 꽉 주고는 팔과 어깨를 빙빙 돌려댔다.

부웅부웅….

얼마나 빠르고, 힘차게 돌리는지 거리가 좀 있음에도 내 얼굴로 바람이 날아들었다.

지난날의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우, 울트라 펀치!’

강렬함을 넘어선 무자비한 펀치가 로레나의 면상에 다시금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귀가 먹먹해졌다.

골이 울리는 듯도 했다.

엄청난 굉음과 충격을 그대로 보여 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쫘작… 쫙….

쫘자자자작….

새하얀 기품의 아우라가 찌그러진 듯싶더니만, 이내 거미줄 같은 금이 좍좍 갔다.

그러더니 산산이 깨진 거울처럼 후두두 떨어져 내렸다.

“헐….”

상상을 초월하는 펀치의 파워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식이의 힘이 나름 먹힐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두 방… 아니, 울트라 펀치를 처음부터 날렸더라면, 단 한 방에 끝냈을 것이 분명했다.

‘아!’

잠시 나갔던 넋을 추슬렀다.

그러고는 급히 소리쳤다.

“오식아, 귀!”

외침과 함께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오식이도 급히 제 귀를 막았다.

거의 동시에 잔뜩 화가 난 표정의 로레나가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프라노 이상의 초절정 고음이었다.

마치, 소리의 파장이 눈에 보이는 느낌이었다.

꽉 눌러 막은 손바닥을 뚫고서 고막을 직접 자극하는 것만 같은 날카로운 충격이 전해졌다.

“크르르… 크아아아아앙!”

로레나와 바로 마주하고 있기에 내가 받은 충격보다 더 큰 대미지를 입었을 오식이가 맞서듯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면서 상체를 뒤로 한껏 젖혔다가 앞으로 튕기며, 무지막지한 박치기를 로레나에게 선사했다.

빠아아아아악!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구겼다.

내가 맞은 것도 아닌데, 그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절로 안타까움과 앓는 소리가 섞여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아우우….”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휘익!

오식이의 허리가 다시 한 번 뒤로 크게 젖혀졌다.

그 모습이 마치,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 같았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속으로 읊은 타이밍에 맞춰 오식이의 무식한 박치기가 다시금 작렬했다.

빠아아아아아악!

박치기를 당한 로레나가 크게 휘청거렸다.

‘지금!’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떼고서 급히 바닥에 떨어진 아수라 스워드를 집어 들었다.

손잡이를 힘 있게 꼬나쥔 채, 로레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타앗!

“비켜!”

오식이를 향한 외침과 함께 아수라 스워드를 잡은 양손을 힘껏 뻗었다.

푹!

묵직하게 가로막히는 느낌이 일었다.

그러나 이내 제대로 뚫고 들어갔음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진득한 손맛이 이어졌다.

푸우우우욱….

아수라 스워드가 그녀의 복부를 꿰뚫었다.

바들바들 떨어대는 로레나의 몸짓이 느껴졌다.

정수리쯤에서는 로레나의 꺽꺽대는 신음이 들려왔다.

‘바로 보내 주마!’

나름의 인정을 베풀 듯 그녀의 고통을 빨리 끝내 주기로 했다.

꾸우우욱!

깊게 박힌 아수라 스워드를 힘껏 비틀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서 비틀린 아수라 스워드를 옆으로 잡아당겼다.

쭈욱… 쭈아아아악….

더욱더 지랄 같은 느낌과 함께 로레나의 복부를 관통했던 아수라 스워드가 그녀의 옆구리로 빠져나왔다.

“후아아….”

힘을 주며 참았던 숨을 크게 뱉어 냈다.

타이밍 좋게 로레나의 몸이 자그마한 입자처럼 변하며 허물어졌다.

곧장 흩날리듯 사라졌다.

파스스스스….

상황이 끝났음에 안도했다.

그러다 오식이의 반응에 놀라 흠칫했다.

“크르르….”

녀석이 허공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같은 곳을 쳐다봤다.

로레나가 서 있던 자리보다 더 뒤쪽의 허공에 딱 농구공처럼 생긴 주황색의 둥근 물체가 떠 있었다.

“아….”

보자마자 그것이 ‘코어’임을 알았다.

정확한 이름… 각성자들 사이에서 불리는 이름은 ‘로레나 코어’였다.

지금 당장 로레나 코어를 공격해 부숴 버리면, 저주받은 저택 2층을 완전히 클리어 할 수 있다.

더는 로레나도 고양이 놈들도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소리다.

물론, 짝퉁 고양이도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경계선 너머의 게이트… 저택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게이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로레나 코어를 공격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정확히 10분 후에 홀연히 사라진다.

저택 2층은 원래의 모습으로 남게 된다.

모든 존이 그 역할 그대로인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단, 로레나가 등장하고,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중간 보스 존은 2시간 동안 폐쇄(?)된다.

물론, 2시간 후에는 존이 활성화되고, 로레나와 다시 싸울 수 있다.

당연히 우리는 로레나 코어를 그대로 둘 생각이었다.

로레나를 잡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30레벨짜리 마정석과 화살의 깃이나 장식품의 재료로 사용되는 ‘화려한 깃털’이 전부였기에 대박 아이템을 노리는 것은 아니었다.

레벨 30짜리 괴물… 거기에 나름 중간 보스라는 타이틀로 추가되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가 목적이었다.

….

주섬주섬….

로레나가 남긴 마정석을 챙기고는 돌아섰다.

오식이는 여전히 로레나 코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나중에 저것도 네가 부수도록 해 줄게!”

“크르르….”

뭔가 아쉬운 듯이 으르렁거린 녀석이 느릿하게 나를 따라나섰다.

“주인님, 고생하셨습니다. 오식 씨도 수고하셨어요.”

린이 우리를 차분하게 맞이했다.

“어, 린도 수고했어.”

“크르르….”

오식이 녀석이 대뜸 이두근을 선보이며, 자신을 어필했다.

그 모습에 린이 웃음을 터트렸고, 오식이는 더욱더 신을 내며 오버를 해댔다.

“하, 자식… 그래, 마음껏 뽐내라!”

뭐가 됐든, 오식이의 역할이 컸다.

직접 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도무지 기품의 아우라를 깰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해서, 당분간은 오식이가 꼭 필요했고, 그동안은 녀석의 자랑질도 그냥 참고 봐주기로 했다.

….

잠깐의 휴식 후, 린과 함께 짝퉁 고양이를 잡았다.

“주인님은 좀 더 쉬세요. 사냥은 저 혼자 해도 충분합니다.”

“아, 그럴래? 실은 아직 정리해야 할 게 좀 남았거든.”

“네,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린에게 사냥을 맡겨 두고는 한쪽 구석에서 로레나 사냥의 작전을 수정했다.

앞으로 몇 번은 더 해야 할 일이었다.

2시간 후.

우우우웅….

복도 끝에서 괴물의 울부짖음 같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중간 보스 존이 활성화된 것이었다.

“시간 됐다. 가자!”

린을 봉인하고, 짝퉁 고양이 3마리 존을 빠르게 돌파했다.

그런 뒤 오식이와 린을 다시 소환한 뒤, 중간 보스 존으로 향하는 경계선을 넘었다.

….

“린, 비켜!”

촤악! 파앗!

첫 번째 사냥과 달리, 시작부터 함께 고양이들을 잡았다.

체력 소모는 덜한 듯했지만, 역시나 뒤섞여 사냥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뭐, 시간도 엇비슷하게 걸리는 것이 이 부분은 혼자서 하는 게 옳은 듯했다.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듯.

“나머지는 부탁해!”

고양이 3마리를 남기고는 이미 지랄 같은 퍼포먼스를 해대며 모습을 드러낸 로레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슈슉! 슉! 슉….

내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어김없이 깃털들이 날아들었다.

두 번째라 조금은 여유롭게 피하고 막아낼 수 있었다.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겠어….’

이 부분에서 서두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터득했다.

빠르게 접근하면 할수록 거리는 가까워지고, 남아 있는 깃털의 수가 많은 탓에 위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슈슉!

파앗!

마지막 깃털을 아수라 스워드로 쳐내고는 로레나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그러고는 달려드는 속도와 탄력을 이용해 먼저 공격을 날렸다.

촤아아아아!

파아아앗!

공격이 보기 좋게 막혔다.

동시에 로레나의 부채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리치가 짧은 대신에 공격과 회수의 딜레이가 무척이나 빨랐다.

“오호호호! 오호호호!”

챙! 채쟁! 칭! 칭….

“크읏!”

난타에 버금가는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직 덜 여문 기품의 아우라를 노리려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싶었다.

그때였다.

“크아아아아앙!”

오식이의 우렁찬 포효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어라?’

정확히 등 뒤라고 하기엔 뭐 한… 어째 그보다 위쪽에서 들리는 듯했다.

그런 내 느낌은 정확했다.

“헐….”

오식이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니, 하늘에서 어마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양손으로 꽉 움켜잡은 모닝스타를 머리 위로 치켜든 채였다.

“으아아아!”

비명을 내지르며 급히 몸을 옆으로 굴려 자리를 피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음에 가까운 굉음과 함께 모닝스타가 로레나의 정수리에 그대로 꽂혔다.

아니, 꽂히다 못해 그대로 찍어 눌렀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직!

경악에 경악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을 엄청난 광경에 완전히 넋이 빠져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