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93)
“냐아앙!”
“에이잇!”
맹렬히 달려드는 고양이 놈을 향해 린의 먼지 털기가 작렬했다.
깔끔한 타이밍으로 고양이 놈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촤아아악!
퍼어억!
반원의 바닥 쓸기가 놈의 몸뚱이를 후려쳤다.
세차게 튕겨 나간 놈은 결국 벽에 부딪히며 생을 마감했다.
“와우, 멋진데?”
손뼉을 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유의 무릎 인사로 답을 한 린이 상큼한 미소까지 덤으로 날렸다.
1―1과 1―2를 오가며 사냥했다.
실전과 감각 등을 익히도록 당분간은 린 혼자 사냥을 하게 할 생각이었다.
린의 숨겨진 전투 본능과 실력을 알기에 우려 따위는 없었다.
내 기대에 부응하듯 린은 처음부터 잘 헤쳐 나갔다.
….
며칠 후.
린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듯싶었다.
“이제 합을 한 번 맞춰 볼까?”
“네, 주인님!”
린을 경계선 앞에 세웠다.
그 앞에는 내가 섰다.
“간다.”
속삭이듯 신호를 보냈다.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주어 나무 바닥을 밟았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고양이 놈이 반응했다.
“냐아아앙!”
정면을 주시한 채 놈의 모습이 보이길 기다렸다.
그러고는 놈이 보이자마자 앞으로 뛰었다.
타다닥….
파앗!
놈도 곧장 점프하며 달려들었다.
휘익!
타이밍에 맞춰 놈의 달려듦을 피했다.
이어, 그대로 경계선을 넘었다.
타악!
경계선을 넘은 내 발바닥이 1―2의 나무 바닥을 소리 나게 밟았다.
즉시, 또 다른 고양이 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아앙!”
상체를 반쯤 비틀며 자세를 잡았다.
등 뒤에서는 린과 고양이 놈의 사투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에잇!”
“냐아악!”
파앗!
휘익!
촤아악!
등 뒤의 상황에 잠깐 정신을 빼앗긴 틈을 타고 두 번째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놈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눈을 팔긴 했지만, 이미 놈들은 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반쯤 비틀었던 몸을 빠르게 풀며, 손에 들린 아수라 스워드를 횡으로 그었다.
솨아아악….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반원을 그린 아수라 스워드의 궤적이 정확히 갈색 고양이 놈의 얼굴을 2등분 했다.
촤아아아악….
분수처럼 흩뿌려지는 놈의 피가 내 몸이나 바닥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물론, 얼굴이 반으로 갈린 놈의 사체도 함께였다.
“훗!”
몸풀기 거리도 되지 않았다고 여기며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면서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때마침 린도 고양이 놈의 머리에 강렬한 먼지 털기를 꽂아 넣고 있었다.
빠아악!
단박에 뚝배기가 깨져 버린 고양이 놈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지고는 이내 사라졌다.
“나이스!”
린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린도 내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
린과 나는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했다.
척하면 척이고, 착하면 착이었다.
십수 년 동안 한 이불을 덮고 잔 부부보다 마음이 더 잘 맞는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크르르….”
오식이의 시샘이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늘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그 상황은 정말이지… 아우, 지금 생각해도 주인님의 모습은 너무나 멋졌어요.”
“하하! 그랬어? 난 뭐 그냥… 그보다는 아까 네가 보여 준 연계기가 더 화려하던걸?”
“어머, 그걸 보셨어요?”
“그럼, 보고 말고. 완전 멋졌어! 솔직히 그냥 반해 버릴 것 같았다니까?”
“아이, 부끄러워요. 호호호!”
사냥을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와 린이 너무나 알콩달콩했거든… 킥!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얼마 뒤, 린의 레벨이 27로 올랐다.
그동안 우리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며, 1―1부터 1―4까지 이어진 ‘짝퉁 고양이 1마리 존’을 휩쓸어댔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가 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주인님과 함께라면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후훗! 나랑 같은 생각이었네? 좋아, 그럼 바로 넘어가 보자!”
“네, 주인님!”
듣는 이들은 살짝 닭살이 돋을 수는 있겠지만, 당사자인 나는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며, 든든하기까지 한 케미를 뽐내고는 린과 함께 2―1… ‘짝퉁 고양이 2마리 존’으로 넘어갔다.
이름처럼 이곳은 소리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고양이의 숫자가 둘이다.
2―1에서 2마리, 2―2에서 또 2마리….
상대해야 하는 고양이 놈들의 수가 늘어난 것을 제외한 기본적인 룰이나 놈들의 레벨, 상태, 습성 등은 앞선 1마리 존과 동일하다.
해서, ‘뭐, 그 정도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질 수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고양이 놈들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공간의 크기나 넓이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랬다.
가뜩이나 비좁은 공간에서 더 많은 고양이 놈들과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어쩔 수 없는 난전과 뒤엉킴이 예정되어 있다고나 할까?
또한, 혼자가 아니기에 신경을 더 써야만 한다.
상대해야 하는 고양이의 수가 1마리에서 2마리로 늘었으니, 난이도가 2배로 늘었다는 계산이 나오겠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러나 우리의 실력과 팀워크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 그동안의 수많은 사냥을 통해 다져진 실전 경험과 놈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치는 이미 그런 문제점이나 어려움을 상회하고 있었다.
“이번엔 누가 먼저 잡나 내기할까?”
“그럴까요?”
“상품은… 소원 들어주기 어때?”
“음, 좋아요. 안 그래도 가지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헐… 그런 게 있었어? 그런 건 그냥 말해도 되는데.”
“꼭 이겨서 얻고 말겠어요.”
“뭐, 좋아! 나도 안 봐줄 거야!”
마치, 데이트나 놀이를 하듯 짝퉁 고양이 2마리 존을 즐기며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아, 내기에서는 내가 이겼다.
소원으로는 ‘스페셜 마사지 서비스’를 받았다.
스페셜이란 수식어가 붙은 만큼 평소에 받는 마사지보다 좋은(?) 것이었다.
물론, 린의 발작 버튼이 발동하지 않는 선에서였다.
뭐, 오식이는….
“크르르….”
마사지의 수준이나 오식이의 상태는 알아서들 생각하자.
* * *
“린, 마무리!”
“네!”
내가 휘두른 아수라 스워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목숨은 건졌지만, 앞다리 하나를 내준 고양이 놈이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린 앞에 떨어졌다.
내 명령을 받은 린이 즉시 놈을 향해 빗자루를 휘둘렀다.
휘이익!
촤아아악!
웬만한 검보다 날카롭고, 뾰족한 린의 빗자루 솔에 놈의 몸뚱이가 걸레처럼 찢겨 나갔다.
저주받은 저택 2층에서 보낸 시간이 꽤 흘렀다.
허투루 보내지 않은 시간과 노력에 당연히 레벨이 올랐다.
오식이는 만렙인 30을 찍었고, 나는 29레벨, 린은 28레벨이 되었다.
나와 린은 여전히 짝퉁 고양이 2마리 존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다음 존으로 넘어갈 충분한 레벨과 실력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역시나 같은 넓이의 공간에 3마리나 되는 고양이 놈들이 나타나는지라, 혼자가 아니고서는 도무지 각도, 답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레벨이 오르고, 실력이 늘면서, 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편하게 사냥을 했기에 효율성 면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없기도 했다.
“린, 레벨이 오른 지 얼마나 됐지?”
“4일 전에 올랐습니다.”
“흠… 아직 멀었군.”
계산상으로 린이 29레벨에 오르려면 열흘도 넘게 남았다.
나는 그보다 며칠은 더 있어야 했다.
스윽….
3―1로 향하는 복도 쪽을 잠시 쳐다봤다.
정확히는 그 너머의 너머… 아직 한 번도 들어선 적이 없는 네 번째 구간을 머릿속에 그리며 향한 시선이었다.
3―4의 끝에 난 경계선을 넘어가면 네 번째 구간인 중간보스 존이 나온다.
저주받은 저택의 안주인이자, 저택 2층의 보스 로레나와 그녀의 진짜 애완 고양이들이 그곳에 있다.
로레나의 레벨은 30이다.
해서, 30레벨 이상에 도전을 하는 것이 옳다.
애초에 내가 세운 계획도 31레벨을 찍고 나면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고양이 놈들과의 전투와 사냥이 지루해지고 있었다.
딱히 비교할 대상이 없고, 어디 가서 제대로 검증을 받은 것도 아니라,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레벨보다 월등하다고 여기는 실력에 콧대마저 높아진 상태였다.
‘그래, 고양이 놈들은 린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잖아? 로레나는 나랑 오식이가 맡으면 될 테고 말이야.’
요즘 들어 간간이 떠올리는 이론상의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흐음….”
며칠을 더 기다려 30레벨을 찍고 도전하느냐, 아니면 일단 한 번 비벼 보느냐를 가지고 온종일 고민했다.
….
오후 사냥이 끝나도록 고민은 계속됐다.
뭐, 이미 내 마음은 충분히 기운 상태였지만, 한 가지 신경이 쓰이고 걸리는 게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던 중, 린에게 물었다.
“린, 여전히 로레나가 무서워?”
“….”
내 물음에 린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서 뜸을 들였다.
그런 린의 반응에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은 무린가?’
안주인과 메이드… 애초부터 상극일 수밖에 없고, 두려울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게다가 아직은 레벨 차도 나기에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린의 레벨이 지금보다 높아진다면, 고양이 놈들을 두려움 없이 대하던 것처럼 로레나도 그리 여길 날이 올 터였다.
기울었던 내 마음이 중립을 찾아갔다.
‘그래,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게 좋겠어.’
느긋하게 여기라고, 때가 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니,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말해 주려 했다.
하지만, 내 입술이 떨어지기 전에 린이 먼저 말했다.
“네… 아직은 무섭습니다.”
린의 입에서 무섭다는 말이 나오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다 싶은 생각에 타이밍을 놓쳤던 대사를 꺼내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린이 먼저 선수를 쳤다.
“하지만….”
“…??”
“주인님과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더군다나 말이 끝날 즈음 얼굴에 그린 미소가 정말로 나를 믿고 있으며, 전하는 말이 진심이라 얘기하고 있는 듯했다.
“에….”
답을 하기 위해 운을 떼기는 했지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린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해서인지,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울컥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한참이나 그대로 있다가 고개를 돌려 오식이를 쳐다봤다.
“크륵?”
나와 린의 분위기를 살피던 오식이가 내 시선에 흠칫하는 반응을 보였다.
피식하고는 말을 던졌다.
“그동안 몸이 쑤시고, 근질근질했지?”
“크륵? 크르르….”
“내일 한바탕 난리 좀 피워 볼까?”
“크르르!”
“그래, 내일은 네 마음껏 해도 돼!”
“크륵! 크르르, 크르르르!”
오식이가 몸을 반쯤 일으키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워, 워… 진정해. 지금 흥분할 필요는 없잖아?”
다급하게 녀석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앙!”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우렁찬 포효를 내지른 오식이는 고릴라처럼 제 가슴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모닥불 주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녔다.
“후훗!”
그 모습을 보며 린이 소리 내서 웃었다.
그에, 나도 따라 가볍게 웃고는 린에게 말했다.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 아침에 잘하라고 칭찬 좀 한 번 해 줘.”
“네?”
“뭐, 믿고 있다거나 부탁한다는 말을 좀 곁들여 주면 더 좋고 말이야.”
“…??”
린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전히 흥분한 채 오두방정을 떨고 있는 오식이를 보며 낮게 말을 흘렸다.
“아마, 내일의 진정한 주인공은 녀석이 될지도 모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