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92)
오식이의 대답에 잠시 멍해졌다.
‘에? 아니라고? 그럼 누구… 헉!’
당장 린에게 접속을 요청했다.
바로 승낙이 떨어졌다.
나만 괴롭지, 녀석들은 별다를 게 없거든….
“린! 너야? 네 레벨이 오른 거야?”
―네, 주인님. 제 레벨이 올랐습니다.―
머릿속으로 린의 말이 전달됐다.
꽤 오랜만의 일이라 감회가 새롭… 아,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어, 어떻게? 왜, Why?”
―모, 모르겠습니다.―
“지금 꺼낸다. 나올 수 있지?”
―네? 아….―
마음이 급했다.
확인이 시급했다.
하지만, 린이 곤란해했다.
“아, 잠깐만 기다려!”
―네….―
린과의 접속을 종료했다.
바로 오식이를 향해 소리쳤다.
“오식아! 내려간다.”
오식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바로 봉인을 시도했다.
곧장 게이트를 넘어 저택 1층으로 내려왔고, 다시 게이트를 넘어 저택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서둘러 정원을 지나 철창문 밖으로까지 나왔다.
….
“어찌 된 일이야? 정말 레벨 업 한 거 맞아?”
소환된 린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는 다그치듯 물었다.
“아, 아파요. 주인님….”
“아, 미, 미안.”
빠른 사과와 함께 린의 어깨를 놔주었다.
대신에 조급함을 눈빛으로 쏘아댔다.
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아… 어, 어떻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만렙을 찍은 린이 어떻게 레벨이 오를 수가 있….
“아! 있다.”
“…??”
“진화! 그거라면 레벨도 오를 수 있어!”
그랬다.
내가 아는… 원래 내가 알고 있던 진화라는 단어의 뜻대로라면 레벨도 오를 수 있었다.
진화의 과정과 결과, 이후의 일들이 너무나 황당하고, 놀라웠으며, 너무나 충격적이게 변화되어 잠시 잊고 있었다.
아니,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칠 겨를이 없었다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하고는 린을 향해 재차 물었다.
“진짜 레벨이 오른 거 맞지?”
내 물음에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주인님이 직접 확인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응? 내가 직접?”
“그 프로필….”
“아아! 맞다. 그게 있었지? 이런, 멍청이!”
이번에도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실로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이어, 린의 프로필을 허공에 띄웠다.
―――――
이름: 린
타입: 인간형
속성: 무
레벨: 21
―――――
진짜였다.
프로필에 21이라는 레벨의 숫자가 정확히 찍혀 있었다.
“대박….”
이미 사실임을 인지했고,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까지 했음에도 믿기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다.
“흠….”
미리 세워 뒀던 계획들을 수정해야 할 듯싶었다.
그것도 아예, 진행 루트마저 바뀌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대폭적인 수정이 요구될 것 같았다.
‘뭐, 얻는 게 크다면 그까짓 것쯤이야!’
그랬다.
노력하는 만큼 얻을 수만 있다면, 망설이거나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 *
열흘 후.
‘흠… 결국, 실패인가?’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나뿐만 아니라 오식이와 린도 굵은 땀방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허무한 실패로 돌아갔다.
진화를 통한 린의 깜짝 레벨 업.
그로 인해 대폭 수정된 계획들.
해서, 새롭게 추가되고, 계획의 최선두에 서게 된 것은 ‘린의 성장’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이제 것처럼 그냥 열심히 사냥만 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물론, 초반에만….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3일 만에 신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연히 린의 레벨이 22로 올랐다.
“야, 린이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니까? 너는 그걸 원하지 않는 거야?”
“크르르….”
막무가내 고집불통이었던 오식이를 설득하고, 나 혼자서 고양이 놈을 때려잡은 결과물이었다.
또한, 린이 계속해서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는 나름의 확신을 얻는 결과이기도 했다.
진화라고 해 놓고서 꼴랑 1레벨만 오르고 말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또 덜렁 2레벨만 오르지는 않겠지?’
하나만 주면 정이 없다는 말처럼 ‘옜다, 기분이다. 2레벨 먹고 떨어져라!’하고 할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살짝 하기는 했다.
일단, 린이 계속해서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을 두고서,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제법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제껏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해서, 방법 자체도 테스트에 오르게 된 아이디어는 바로 ‘멀티 사냥’ 또는 ‘각개 사냥’쯤 되는 것이었다.
지금껏 우리는 늘 함께 사냥을 해 왔다.
한 공간 내지는 시야에 잡히는 인근에서 뭉쳐 다녔고, 그게 아니면 카드 속에 봉인한 채로 함께했다.
특히나 오식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나와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고수해 왔던 방식을 완전히 바꿀 생각이었다.
나는 그대로 저택 2층에서 고양이를 사냥하고, 린과 오식이는 저택 1층에서 클린을 잡자는 게 그 방법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사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두 가지쯤으로 나뉠 터였다.
하나는 셋 다 동시에 경험치를 얻는다.
다른 하나는 따로 경험치를 얻는다.
셋 다 경험치를 얻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아예 다른 공간에 있어도 우리의 경험치 공유가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멀티 사냥법이 증명되면, 내가 그렸던 계획들이 다시금 수정되고, 더 발전할 수 있었다.
반대로 나는 나 대로, 오식이와 린은 둘이서 경험치를 얻게 된다면, 공간의 나뉨으로 인해 우리의 경험치 공유가 깨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각개 사냥’이라 부를 수 있었고, 역시나 계획의 수정과 함께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기반이 될 터였다.
어느 쪽이 됐든 간에 그 나름의 장점을 살릴 수 있게 된다고나 할까?
딱히 단전이 없다는 게 흥미로웠고,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 지, 만!
이런 내 꿈과 희망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하아… 오늘쯤이면 오를 텐데….”
린의 레벨이 22가 된 다음 날부터 저택 1층과 2층으로 팀을 나누고 사냥을 했다.
그렇게 6일 차를 보냈다.
린의 레벨로 봤을 때, 저택 1층에서 클린만 잡아도 레벨이 올랐어야 할 시간이었다.
거기에 내가 2층에서 25레벨짜리 고양이 놈들을 미친 듯이 잡고 있으니, 더 빠르면 빨랐지 늦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불안하게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를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
온종일 사냥에 몰두했건만, 기다리던 소식은 끝내 없었다.
“하아… 일주일 동안 헛수고를 한 건가? 이런, 젠장!”
허무함과 허탈감이 밀려왔다.
온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을 때렸다.
‘설마, 진짜 2레벨로 끝은 아니겠지?’
살짝 가졌다가 그럴 리가 없다며 과감하게 지웠던 의심이 다시 생겨났다.
‘아니야, 아닐 거야! 그래,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잖아?’
지푸라기 같은 일말의 희망을 잡고서는 내일을 기약했다.
….
하루가 가고, 이틀이 흘렀다.
“젠장….”
놓치지 않았던 일말의 희망은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후였다.
우리가 다른 공간에서 사냥을 했을 때, 경험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깨달았다.
하지만, 각개 사냥으로 따로 경험치를 먹는 부분은 아직 확정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린의 레벨이 정말로 2밖에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과적으로는 정말 최악인 사항도 무시할 수 없었고, 아예 녀석들과는 상관없이 나만 경험치를 따로 먹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보통은… 상식적인 선에서라면 그게 맞는 얘기였다.
어쨌거나 주는 나였다.
내가 있으므로 해서 녀석들과 서약이 맺어지고, 함께 할 수 있으며, 경험치도 나눠 먹는 것이다.
그러니, 이론상 따로 있게 되고, 사냥을 따로 하게 되면, 주가 되는 내가 없는 팀은 경험치를 못 먹는다고 해도, 나는 내가 사냥한 만큼 경험치를 먹어야 옳았다.
뭐, 이미 나 혼자 잡은 만큼 경험치를 모두 먹는다는 부분은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
그랬다면 진작에 레벨이 올랐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경험치를 나눠 먹는 상태….
그러나 오식이와 린에게는 전달되지 않고, 나만 1/3의 경험치를 먹는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뭐 같은 상황은 나름으로 기대를 해 볼 만했다.
그것마저 아니라고 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진짜로 물거품이 될 테고, 혼자서 낄낄거리며 꿈꿔왔던 것들이 진짜 꿈인 채 끝나게 될 테니까.
그러나 지랄 맞게도 그것은 진짜로 꿈이었다.
경험치를 함께 먹느냐, 아니면 각자 먹느냐로 나눴던 선택지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또 하나의 결과가 존재했다.
바로 ‘아무도 경험치를 얻지 못한다.’는 대반전의 선택지가 말이다.
그것을 증명하고, 확인시켜 주듯 며칠 후에 나와 린의 레벨이 올랐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어, 그래….”
린의 인사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나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
어쨌거나 린이 계속해서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한, 우리는 늘 함께여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후아, 먹여 살리기 힘들구만!”
혼자서 세 식구의 경험치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마음으로 열심히 고양이 놈들을 잡아댔다.
* * *
잠시 노선을 이탈해 괜한 실패와 낙심의 쓴잔을 마셨지만, 역시나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 법이었다.
땀을 동반한 노력과 쉼 없는 도전, 목표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꾸준히 쌓이고 쌓여 기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란 당연히 레벨 업.
어느새 나는 28레벨이 되었고, 오식이는 29레벨에 올라있었다.
얼마 후….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린의 레벨도 26으로 올랐다.
“오, 드디어… 린, 정말로 축하해!”
“감사합니다, 주인님.”
린의 레벨이 26이 되기를 무척이나 기다렸었다.
지금껏 나 혼자 짊어지고 해야만 했던 저택 2층의 사냥을 함께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미 레벨 25 때부터 간간이 사냥에 투입되긴 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간간이’였다.
내가 27레벨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 쏠쏠하게 재미를 봤던 통조림 작전을 철회했다.
애초에 수량이 많지 않았던 독 포자가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뭐,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라, 그냥 사서 써도 무방한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사냥을 하다 보니까 고양이 놈들과 그냥 1:1로 붙어 싸우는 게 시간적인 면에서 이득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동안에 내 실력이 늘었는지 딱히 어렵지 않기에 그대로 잡았다.
그러다가 린이 25레벨이 되면서 다시 통조림 작전을 쓰게 됐다.
다들 알다시피 린은 2층에 올라오는 걸 극도로 회피했었다.
가장 큰 이유야 상극에 상극인 로레나였지만, 고양이 놈들도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무서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5레벨이 된 린은 고양이 놈들과 같은 레벨이 되었기 때문인지, 심각할 정도로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떨쳐 내게 됐다.
“주인님. 저도 한 번 싸워 볼 수 있을까요?”
린이 먼저 고양이 놈들과 싸워보겠다고 했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이란… 마치, 아이가 용기를 내서 자전거를 타 보겠다며 나설 때의 아빠 마음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부활한 통조림 작전으로 이따금 사냥을 함께 했다.
확실히 오식이보다는 고양이 놈들을 잘 잡았다.
그러나 나 혼자 하는 것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느렸던 탓에 조금 더 훗날을 기약하고, 기다렸다.
마침내 때가 된 것이었다.
“이제는 사냥에 동참해도 되겠어.”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린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