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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91화 (91/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91)

“냐앙?”

흰색 고양이 놈이 살짝 경계를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었다.

몇 번이긴 했지만, 아직 실패는 없었으니까.

사박사박….

경계를 푼 고양이 놈이 통조림 쪽으로 다가갔다.

통조림 바로 앞에 선 뒤에는 한 번 더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이내 주둥이를 처박고서 사지로 가는 마지막 식사를 해댔다.

스르르….

기다릴 것도 없이 그림자 숨기기를 풀었다.

“푸하아….”

참았던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솔직히 그 정도로 못 견디거나 힘든 것은 아니었다.

놈이 알아채도 늦었음을 보여 주는 일종의 퍼포먼스… 약간의 허세가 깃든 표현이었을 뿐이다.

‘그래도 좀 더 사용해야겠어.’

딱히 쓸 일이 없던 스킬이었다.

해서, 숙련도가 낮았다.

끽해야 1분 남짓인 유지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을 듯했다.

조금 더 의심이 많은 털 없는 놈을 속이기에는 살짝 간당간당했거든….

어쨌거나.

갑자기 등장한 나를 보며 놈이 당황한 듯 눈을 키웠다.

“냐아….”

하지만, 이미 늦었다.

털썩….

바들바들….

몇 초도 되지 않아, 몸을 굳힌 놈이 그대로 쓰러진 채 사지를 떨어댔다.

독 포자에 의한 중독과 마비의 효능은 30초 정도였다.

30초 후에는 서서히 놈들이 몸을 움직였고, 1분쯤 지나면 완전히 회복됐다.

5레벨의 버섯돌이를 상대하는 고만고만한 레벨의 각성자에게는 나름으로 치명적이라는데, 역시 25레벨을 무시할 수는 없는 듯.

더불어 효과와 지속 시간은 모두 동일… 털 색깔이나 종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저벅저벅….

죽은 듯 가만히 있는 놈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아수라 스워드를 멋지게 휘둘렀다.

휘이익!

파앗!

데굴데굴… 툭….

떨어져 나간 후, 바닥을 굴러간 놈의 대가리가 벽에 한 번 튕기고는 이내 사라졌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의 사냥을 마치고는 미련 없이 게이트를 넘었다.

나름 집중하고, 신경을 썼던 까닭일까?

수십 일을 살다시피 하고, 어제까지… 아니, 오늘 아침에도 한 차례의 사냥과 함께 거쳤던 저택 1층의 풍경이 괜히 낯설어 보였다.

“흠….”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서둘러 저택을 빠져나왔다.

….

철창문까지 넘어온 후, 오식이와 린을 소환했다.

“크르르….”

오식이는 아직 회복이 덜 되어 있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얼른 고기를 더 먹여야 할 듯싶었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린은 소환되자마자 내 걱정부터 하며 달려들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내 몸을 이리저리 살피고, 만져대면서 걱정을 덜지 못했다.

‘아, 아프다고 할 걸 그랬나?’

린의 진심이 담긴 손길에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턱짓으로 오식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보다는 저 녀석이 더 문제야. 네가 좀 봐 줄래?”

“네? 아아… 어머!”

내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오식이에게로 옮긴 린이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당장에 오식이를 향해 다가갔다.

“오식 씨, 괜찮으세요? 세상에, 어쩌다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놓친 고기가 더 아깝다?

내가 자청하고 부탁한 일이지만, 방금까지 내게 집중되어 있던 린의 관심과 걱정이 죄다 오식이 녀석에게로 넘어가 버리니, 괜히 허탈하면서 입맛도 씁쓸해졌다.

“크르르….”

이제 고기 몇 조각이면 씻은 듯이 나을 정도밖에 되지 않으면서 엄살을 떨어대는 녀석의 하는 짓도 어째 좀 꼴 보기가 싫었다.

“에휴… 불이나 피우자.”

계속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내 쪼잔함이 폭발할까 싶어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

저녁을 먹으면서 린에게 오늘의 일과를 얘기해 줬다.

아, 알고들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식이와 린은 카드 속에 봉인된 상태에서도 내가 보거나 느끼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음….

예전에 냥이가 쓸 활을 사주기 위해서 무기점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또, 린에게 옷을 사 주기 위해서 옷가게에 들른 적도 있었다.

당연히 소환한 채 함께 돌아다닐 수 없는 상태지만, 내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어떤지를 물었다.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나를 온종일 뺑뺑이 돌리듯 했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할 수가 있었다.

물론, 항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쌍방의 합의.

어느 한쪽에서 감각을 공유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그것을 상대가 허락하면, 그때야 가능해지는 일이었다.

나는 이것을 가리켜 ‘접속’ 내지는 ‘접속 상태’라 칭했는데, 처음엔 마땅한 표현을 찾지 못해 그냥 그렇게 표했고, 이후에는 딱히 고민하지 않아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이름이나 표현이 뭐가 됐건 간에 문제는 이 접속이란 것이 내게 꽤 큰 부담… 굉장한 피로감을 준다는 것에 있었다.

크게 뭔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축나는 느낌이 확확 든다고나 할까?

상당한 압력에 눈알이 빠질 것도 같고, 머리를 퉁퉁 울려대는 두통을 동반한 현상도 있었고 말이다.

해서,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아무튼.

내 이야기… MSG가 살살 뿌려진 활약상을 들은 린이 격하게 반응하며,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어제 들려주신 작전이 제대로 성공한 거네요?”

“응, 이 정도면 잘 먹혀들었다고 봐야지.”

“게다가 그 사납고, 앙칼진 것들을 혼자서 상대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아니에요. 그것들의 무서움은 제가 더 잘 알아요, 으으!”

린이 진심이라는 듯 몸을 움츠리고, 살짝 떨기까지 했다.

그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 뭐, 별것 없던데?”

내 허세에 린의 폭풍 같은 칭찬이 이어졌다.

광대가 절로 승천했다.

어깨에 뽕을 3단까지 쌓으며 으스대고는 슬쩍 오식이를 쳐다봤다.

“크륵….”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너무나 짜릿하고,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흐흐! 내가 이겼다.’

* * *

다음 날.

전날 미리 준비해 둔 고양이 전용 통조림을 최종으로 확인하고는 던전으로 향했다.

“여전히 두렵니?”

이제는 게이트를 마음껏 넘나들 수 있는 린과 동행하던 중에 물었다.

내 물음에 린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린의 반응에 일부러 활짝 웃어 주고는 어깨까지 토닥여 줬다.

“그래, 괜찮아. 무리할 필요는 없지!”

저택 1층으로 들어왔다.

오식이를 소환했다.

“크르르!”

“뭐야? 표정이 왜 이렇게 비장해?”

“크륵!”

녀석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안 그래도 험악한데 미간에 힘까지 잔뜩 준 채, 더욱더 인상을 찌그러뜨리고 있었다.

“흐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클린 웨이브’를 발동시켰다.

저택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필수 코스… 지금껏 수도 없이 클리어 했지만, 앞으로도 늘 거쳐야 할 부분이었다.

챙그랑!

사박사박….

화분이 깨지고, 클린이 등장했다.

“크아아앙!”

오식이가 우렁찬 포효를 날리며, 클린에게 달려들었다.

쿵! 쿵! 쿵….

휘이익!

퍼어억!

깨진 화분을 향해 다가서던 클린이 순식간에 피 떡이 되어 사라졌다.

“허….”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뭐, 거칠고 투박한 것이 녀석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지만, 오늘은 한층 더 터프함이 느껴졌다.

“크르르!”

부우우웅!

퍼어억! 퍼억!

“크아아아앙!”

이어진 상황도 비슷했다.

녀석은 클린이 모습을 드러내는 족족 뚝배기를 날려 버렸다.

마치, 한껏 차오른 분노를 폭발시키는 듯한… 모든 화를 클린에게 푸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왜 저러는 걸까요?”

린도 당황한 듯 내게 물어왔다.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난들 알겠니?”

결국, 오식이는 혼자서 클린 웨이브를 끝냈다.

뭐, 혼자서도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한 상태기는 했지만, 중간에 린과 교대를 하는 게 원칙이었는데, 이번엔 그럴 틈이 없었다.

스르릉….

2층으로 올라가는 게이트가 열렸다.

“그럼, 나중에 보자.”

“네, 주인님.”

“오식아, 너도….”

게이트를 넘기 전, 오식이와 린을 봉인해야 했다.

예정된 일이었기에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오식이가 거부했다.

―싫… 다….―

“에?”

―나… 도… 한… 다….―

“뭘 너도 해?”

―나… 도… 싸… 운… 다….―

오식이의 말에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뭔가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나 해서 물었다.

“지금 2층에서 싸우고 싶다는 거야?”

―그… 렇… 다….―

“고양이랑 싸우겠다는 거지?”

―그… 렇… 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오식이의 표정이 비장하고, 진지했다.

직전에 녀석이 왜 그렇게 열을 내고, 분노를 폭발시켰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 와중에 녀석이 린을 힐끔거리는 것도 목격했다.

앞선 이해와 더불어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을 확신했다.

‘하, 자식… 그런 거였어?’

어이도 없고, 뭐 이해도 되긴 했지만, 청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그건 안 돼.”

―된… 다….―

“야, 네가 왜 이러는지는 알겠거든? 근데… 안 돼!”

―된… 다….―

“아, 글쎄… 안 된다니까!”

소리를 꽥 질렀다.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집을 꺾을 마음이 없다는 뜻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저기… 싸우지들 마세요.”

옆에서 지켜보던 린이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격해지려던 분위기가 살짝 다운됐다.

눈치를 보던 린이 내게 조용히 물어왔다.

“오식 씨가 갑자기 왜 저러시는 거죠?”

“그건….”

바로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진정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린에게 ‘너 때문이야!’라고 할 수가 없었다.

“후우우….”

한숨을 길게 내쉬며, 린을 향해 있던 시선을 오식이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오식아.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는데, 어제 해 봤잖아? 네가 놈들을 이기지 못해서가 아니고, 내가 위험해질까 봐 그러는 거야. 싸우는 자리가 비좁아서. 무슨 말인지 알겠지?”

사실에 기반을 둔 진심 어린 설명에 오식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정도면 녀석도 충분히 알아듣고, 마음을 고쳐 먹… 기는 개뿔!

―모… 른… 다….―

“에?”

―나… 는… 싸… 운… 다….―

“헐….”

끝내 오식이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냥 카드 속에 봉인해 버리고, 꺼내 주지 않으면 될 일이라 여기기도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녀석이 계속해서 으르렁거리고, 괴성을 지르며, 지금껏 거의 하지 않던 접속… 내게 공유의 신호를 미친 듯이 보냈기 때문이었다.

“아씨! 어디, 네 맘대로 해 봐!”

결국엔 녀석을 저택 2층에 풀어 줘야만 했다.

‘쓰읍! 전쟁은 여자 때문에 난다고 했던가? 아무리 잘 보이고 싶어도 그렇지… 젠장!’

어쨌든.

그렇게 오식이의 두 번째 저택 2층 사냥이 시작됐다.

….

부우웅!

콰아앙!

“크르르!”

“야야, 조심하라고!”

부우웅!

콰앙! 쾅!

“이 자식이, 정말!”

“크아아아앙!”

뻔한 결과가 연출됐다.

오식이는 흥분한 채 마구잡이로 모닝스타를 휘둘러댔다.

고양이 놈들은 오식이를 놀리듯 가볍게 피하며 달려들었다.

살벌하고, 위험천만한 피해를 보는 것은 모두 내 몫이었다.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통조림 작전을 쓰고는 있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하루 사이에 놈들이 달라졌다거나 작전을 파헤친 것은 아니었다.

뭐,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사실이고, 진실이었지만….

원인은 모두 오식이에게 있었다.

비좁은 공간과 대비해 오식이의 덩치와 존재감이 너무나 크다는 게 문제였다.

통조림에 빼앗겨야 할 놈들의 시선과 마음이 모두 오식이에게로 집중됐다.

“에휴, 내가 못 살아… 증말!”

나 혼자 할 때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억지스러웠지만 그래도 사냥은 됐다.

―나… 도… 된… 다….―

“그래, 너 잘났다.”

그렇게 오전 사냥을 마칠 즈음이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알리는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니었다.

“축하한다.”

틱틱거림을 담아 말했다.

오식이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나… 아…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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