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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88화 (88/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88)

게이트를 통과하며 감았던 눈을 떴다.

새로운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꽤 많은 자료를 찾아봤기에 그런 것인지, 어째 좀 익숙한 느낌이었다.

‘역시나 조용하군.’

저택 2층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기에 그랬다.

또한, 1층과 달리 깔끔(?)했다.

가구도, 장식품도… 눈에 띄는 뭔가가 거의 없었다.

2층의 전체적인 넓이는 1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었다.

뭐, 이론상으로도 그것이 옳지 않을까?

하지만, 1층처럼 넓어 보이지도 않았고, 넓을 수도 없었다.

3미터를 조금 넘을 듯한 폭에 30미터쯤 되는 무척이나 긴 길이의 일자형 복도를 사이에 두고서 양쪽이 벽으로 모두 막혀 있는 까닭이었다.

양쪽의 벽은 몇 개의 방이 연결된 것이었다.

굳게 닫혀 있는 문들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찾아낸 정보들에 의하면, 문은 절대 열리지 않고, 부서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흠….”

머릿속의 정보를 되새기며, 다시금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게이트를 넘어온 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해서, 내가 서 있는 바로 왼쪽에는 시커먼 게이트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당연히 게이트를 넘으면 바로 1층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바닥은 오래된 나무 바닥이었다.

1층처럼 카펫 같은 건 깔려있지 않았다.

이 역시, 방문이나 벽처럼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선 맞은편으로는 아주 작은 창문이 보였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그냥 봐서는 그게 창문인지 뭐지 확실치 않았다.

그냥 하얗고, 네모난 종이를 보는 듯했달까?

머릿속에 저장해 둔 정보로 인해 그것이 창문이겠구나 했을 뿐이었다.

창문이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당연히 빛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밝기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기엔 창이 너무 작았고, 위치도 좀 뭐 한 탓에 거의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 보면 됐다.

그래도 복도가 완전히 어둡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방과 방… 문과 문 사이의 벽마다 걸린 램프의 은은한 빛 때문이었다.

‘저기쯤이겠지?’

가장 가까이 난 방문을 쳐다봤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5미터쯤 떨어져 있는 방문… 손잡이.

그것을 기준으로 내가 서 있는 곳은 ‘안전지대’였다.

바로 그 너머는 ‘전장’이었다.

방문의 손잡이 외에 아무것도 특정할 게 없는 무형의 경계선을 넘어가면, 2층의 괴물을 불러낼 수 있다는 소리다.

‘일단, 오식이부터….’

주변 파악을 끝내고는 오식이를 소환했다.

몇 차례나 주의를 시킨 덕에 녀석의 시그니처인 우렁찬 포효는 없었다.

대신에….

끼이익!

녀석의 육중한 무게에 나무 바닥이 비명을 질렀고, 그에 놀란 녀석이 급히 몸을 사리며 나를 향해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괜찮아. 하지만, 조심해. 거기서 반 발짝만 더 나가면 놈들이 나타날 테니까.”

나직하지만, 빠르게 전한 내 말에 오식이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다시금 나무 바닥이 비명을 질러댔다.

끼이익!

당장에 오식이가 움직임을 멈췄다.

전보다 한층 더 난감해하고, 억울해하는 표정도 표정이었지만,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대로 멈춰 버린 포즈가 더 우스꽝스러웠다.

마치, 어린 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즐겼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놀이를 연상케 했다고나 할까?

“흐음… 민감함이 최신식 센서 수준이구만?”

투덜대듯 혼잣말을 흘렸다.

그러고는 한 발짝 움직였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나 평소처럼….

“….”

조용했다.

살짝 소리가 난 것도 같았지만, 착각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어쨌든, 오식이처럼 대놓고 바닥이 비명을 지른 수준은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한 발짝 더 움직여 봤다.

역시나 소리는 나지 않았다.

“네가 무겁기는 한가 보다, 킥!”

웃음을 섞으며 놀리듯이 말했다.

그에, 오식이가 고개를 떨구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

나는 물론이고, 오식이마저도 눈치를 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발소리’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리’였고, 그것이 저택 2층의 괴물을 불러내는 키워드였다.

앞서 말한, 방문 손잡이를 기준으로 삼은 경계선 너머에서 소리를 내면 놈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준비해!”

오식이를 향해 말하고는 아수라 스워드를 꺼내 들었다.

모닝스타를 꼬나쥔 오식이가 앞장을 섰다.

끼이익! 끼익….

오래된 나무 바닥이 계속해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지만, 아직은 괜찮다.

‘다음….’

오식이가 내뻗은 발걸음이 드디어 경계선을 넘었다.

솨아아악!

기분 나쁜 음습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눈을 감지는 않았다.

그러니 언제 그랬냐는 듯 순간적으로 주변… 발을 딛고 선 복도가 변해 버렸다.

3미터 남짓의 폭은 그대로였다.

대신에 길이가 말도 안 되게 늘어났다.

정보에 의하면, 직전까지 내가 서 있던 안전지대 5미터와 저택 2층의 최종 라인이자, 3층으로 올라가는 게이트가 있는 5미터의 공간을 뺀 나머지 20미터가 네 배 이상… 80미터쯤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길이만 늘어났을 뿐, 주변의 모양새는 그대로였다.

딱딱 늘어선 방문도 그렇고, 벽에 걸린 채 은은한 빛을 발하는 램프도 그대로다.

뭐, 길이만큼 숫자가 늘어난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느껴지는 분위기는 똑같다.

하물며, 저 끝에 보이던 작은 창도 그대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근처에 있던 게이트는 사라진 듯 보이지 않는다.

변화와 함께 다른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정보들의 공통된 내용이었다.

이 외에도 알아야 할 룰과 상황들이 다수 존재했다.

나도 글로만 알아 둔 상태라 일단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실전을 벌이며, 데이터와 맞춰 봐야 할 타이밍이었다.

스윽….

쿵!

한 쪽 발을 들었다가 내리치듯 발을 굴렀다.

삐걱 보다 요란한 소리가 났고, 당장에 기괴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아아아아앙!”

얼핏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각성자들 사이에서 ‘크레이지 캣’이라 불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였다.

그랬다.

저택 2층의 괴물은 고양이였다.

당연하겠지만, 보통의 고양이는 아니다.

레벨이 무려 25나 되는 강하고, 무서운 놈이다.

탓! 탓! 탓….

오식이의 커다란 덩치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놈이 달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내, 오식이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크륵!”

녀석의 뒷걸음질에 하마터면 밀려 넘어질 뻔했다.

식겁함을 넘기며 안도하려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크르르! 크륵! 크륵!”

다급함과 고통으로 물든 오식이의 으르렁거림에 걸맞은 녀석의 커다란 몸부림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허우적! 휘적휘적!

쿠웅! 콰앙!

우직! 우지직! 끼익끼익!

생각보다 훨씬 비좁은 공간에서 거대한 녀석이 난리를 피웠다.

얼핏 혼자서 그러는 것처럼 보이지만, 녀석과 한 몸이 된 듯 사투를 벌이는 것은 새까만 털에 약 30센티미터쯤 되는 크기의 더도 덜도 아닌 딱 고양이 한 마리였다.

“냐아앙! 냐앙!”

“크륵! 큭!”

25레벨답게 놈의 공격은 매서웠다.

앙칼진 소리를 연신 뱉어 내는 주둥이나 이빨은 잘 쓰지 않았지만, 미친 듯이 휘적거리며 긁어대는 앞발과 그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은 강력했다.

웬만한 가죽보다 두껍고 단단한 오식이의 피부에 거침없이 생채기 이상의 상처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매서운 공격도 공격이었지만, 그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놈의 엄청난 빠르기였다.

내가 본 고양이 중에서 가장 빨랐던 냥이의 민첩함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면 이해가 될까?

게다가 놈의 작은 체구도 한 몫을 크게 했다.

온몸을 비틀고, 허우적거리는 오식이가 도무지 놈을 어찌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크륵! 크르르르!”

비좁은 장소도 오식이에게는 페널티로 작용했다.

들고 있는 모닝스타를 제대로 휘두를 수도 없었고, 움직임도 제한이 걸렸다.

조금만 크게 움직여도 벽에 부딪히거나 가로막혔기 때문이었다.

미리 녀석에게 경고를 해 줬던 부분… ‘공간의 앞쪽과 뒤쪽으로는 절대로 크게 넘어가지 마!’라고 했던 것은 아예 생각도 못 하는 듯했다.

“젠장! 위험하다.”

놈에게 당하고만 있는 오식이도 문제였지만, 나 또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놈과의 치열한 사투.

그에, 무분별하고, 거친 오식이의 움직임이 내게 위협과 위험으로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었다.

휘이익!

“이크!”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 듯한 오식이의 모닝스타를 간신히 피했다.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 모닝스타가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벽을 후려쳤다.

콰아앙!

요란한 소리가 난 걸로 봤을 때,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면 내 머리통은 케첩 범벅이 됐을 터였다.

‘크으… 아, 안 되겠다.’

목구멍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식겁함이 이내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곧장 오식이를 향해 소리쳤다.

“오식아! 뒤로!”

하지만, 내 외침과 거의 동시에 일이 터져 버렸다.

그렇게나 경고하고, 주의했건만….

또, 그렇게나 버티고 노력을 했건만, 결국 사투와 몸부림을 치던 오식이의 발이 공간의 앞부분을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었다.

정확히는 첫 번째 문 다음의 문… 두 번째 방문의 중간 지점을 기준으로 한 무형의 경계선이었다.

“이, 이런….”

안타깝게 흘러나오던 말이 마무리도 되기 전에 또 다른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아아아아앙!”

미간을 잔뜩 좁히고서 램프의 은은한 빛이 채 닿지 않는 아주 작은 사각의 어둠에 시선을 꽂았다.

숨 막히는 몇 초의 시간 후.

어둠 속에서 탄력적인 소리와 함께 시커먼 것이 쏜살처럼 튀어 올랐다.

타앗!

너무 빨라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단지, 그것 또한 고양이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더불어 본능적으로 손에 든 아수라 스워드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가 무작정 내리쳤을 뿐이었다.

“에잇!”

휘익!

파아앗!

끊어치기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스킬을 쓸 생각도,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끊어치기를 썼으면 좋았을 뻔했다.

“…?!”

상당히 묵직한 손맛이 느껴진 게 먼저였을까?

아니면, 나를 향해 날아들던 고양이 놈이 불의의 습격을 당한 것이 먼저였을까?

뭐가 됐든, 놈이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께 나가떨어졌다.

“갸아아악!”

쿠당탕탕!

바닥에 내팽개쳐진 놈이 충격과 고통에 온몸을 비틀다가 그 탄력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너무 빨리 일어난 탓인지 살짝 비틀거렸다.

번뜩!

우연이라고 하기에도 뭐 할 정도로 얼떨결에 놈을 때려 맞추고는 살짝… 아주 잠시 멍해 있던 나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서 연이어 날아온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얍!”

기합과 함께 상체를 앞으로 잔뜩 기울이며, 손에 든 아수라 스워드를 횡으로 긁었다.

경황이 없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바닥 쓸기 스킬을 머릿속에 떠올린 상태였다.

사샤샤샷!

검 끝이 아슬아슬하게 나무 바닥을 스치며 반원을 그렸다.

퍼엇!

제법 쏠쏠한 손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앗!

또 한 번의 제대로 된 손맛이 아수라 스워드를 타고 전해졌다.

곧바로 이를 악문 듯한 거친 신음이 들려왔다.

오식이의 것이었다.

“크릅!”

뭔가 잘못됐음을 바로 깨달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오식이가 육중한 몸을 바닥에 주저앉히고 있었다.

녀석의 발목에는 뚜렷한 검의 흔적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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