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83)
저주받은 저택 1층 공략은 순조로웠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너무나 잘 헤쳐 나갔다.
뭐, 클린보다 1레벨이 높은 나나 월등히 강한 오식이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대박인 건, 내심 걱정했던 린의 엄청난 활약상이었다.
“호오….”
정말이지 날이 갈수록 탄사가 늘어만 갔다.
다시 말하지만, 린과 클린은 20레벨에 생김새도 똑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린이 착용한 메이드 복과 앞치마 등이 ‘사제’라는 것.
그리고 무기로 사용하는 빗자루와 먼지떨이도 기성품이라는 것.
아,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옷과 앞치마, 빗자루와 먼지떨이는 쓰면 쓸수록 닳기 마련이다.
워낙에 청결하고, 꼼꼼한 탓에 관리를 잘해서 그렇지, 조만간 바꿔 줄 때가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이 걸친 메이드 복과 앞치마는 훨씬 더 후졌다.
빗자루와 먼지떨이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따지거나 할 것은 없어 보이지만, 나름 장비빨에서는 그나마 린이 조금 더 나은 상황이었다.
뭐,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고….
같은 레벨에 생김새도 똑같고, 착용한 옷이나 장비도 비슷한 린과 클린이었지만, 둘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하나 있었다.
클린은 늘 새로운 상태… 체력과 몸 상태 등이 100%인 채 나타나게 된다.
반면, 린은 갈수록 체력도 빠지고, 몸 상태도 안 좋아진다.
아무리 나와 오식이가 노력하여 그 자리를 메꾸고, 린에게 충분한 휴식을 준다고 해도 그 부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또, 맞서 싸우면 싸울수록 린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린의 승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가고, 날이 흐르고, 사냥이 계속될수록 클린을 압도해 나갔다.
누가 보면 린이 클린보다 몇 단계나 레벨이 높고, 훨씬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여기지 싶을 정도였다.
‘흐음….’
처음엔 그러한 이유를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치를 챘다.
그것은 바로 경험과 학습 때문이었다.
‘하, 그렇다면 말이 되지!’
늘 100%인 상태로 새것처럼 나타나는 클린이지만, 애초부터 가지고 있거나 지정된 능력치 등 또한, 딱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일말의 변화조차도 없었다.
그러나 린은 사냥이 거듭될수록 경험이 쌓이고, 학습을 할 수 있었다.
나와 오식이를 보고 배우며, 실전까지 치르다 보니, 배움과 익힘의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었다.
“굉장해! 최고야, 린!”
―감사합니다린. 다 주인님 덕분입니다린.―
칭찬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그렇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하, 진짜 레벨만 더 올릴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으련만… 정말로 아쉽다. 아, 아쉬워!”
20레벨의 클린들을 사냥하면서 광렙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레벨 업을 해 나갔다.
그에, 나는 25레벨이 되었고, 오식이는 27레벨로 올랐다.
하지만, 린은 여전히 20레벨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웠다.
….
린의 멈춰 버린 성장에 아쉬워하던 중,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났다.
이번 고민의 중심은 오식이였다.
‘이제 녀석도 곧 만렙이네.’
앞으로 한 달쯤.
아니면, 좀 더 지나서….
그때쯤이면 내가 26레벨에 오르게 된다.
레벨이 오르게 되면, 저주받은 저택 2층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앞서도 잠시 말했지만, 저주받은 저택 2층의 최소 입장 레벨은 25 이상이다.
저택 2층에 있는 ‘그것’의 레벨이 25이기 때문이다.
뭐, 그렇기에 지금 당장에라도 저택 2층으로 향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조금 더 안전을 꾀할 요량이었다.
더불어, 그런 의미에서 린은 저택 2층의 사냥과 전투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생각이었다.
다시는 냥이처럼 나의 소중한 동료를 죽음으로 몰고 싶지 않았으니까.
저택 2층에 올라 사냥을 하면, 지금보다 빠르게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오식이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게 되면, 오식이는 만렙인 30레벨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 끝….
녀석도 린처럼 성장이 멈추게 된다.
2층 다음으로 올라가는 저택 3층의 최소 입장 레벨은 30 이상이다.
당연히 그곳에서 등장하는 괴물의 레벨이 30이기에 그렇다.
뭐, 3층까지야 어찌어찌 함께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마지막 4층은 녀석도 배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저택의 4층뿐만이 아니다.
이후로는 오식이와 린이 활약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더 없어질 것이다.
내 레벨이 월등히 높아지기에 그에 맞는 사냥터와 괴물들을 상대하게 될 테니까.
“후우우….”
생각을 하면 할수록 한숨만 나왔다.
그동안의 일들로 미루어 봤을 때, 앞으로도 교감을 통해 분명 레벨이 높은 동료가 또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작을 함께한 오식이와 정이 들어 버릴 대로 들어 버린 린을 버린다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흠… 그때가 되면 마음이 좀 바뀌려나?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뭐… 그랬다.
* * *
“오식이는 최고급 육포랑 맛 좋은 고기면 될 테고… 린, 너는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한 번 찾아든 고민은 며칠이나 계속됐다.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기에 끝내는 그냥 접어야만 했다.
대신에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오식이와 린에게 더욱더 잘해 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갖고 싶은 것 말씀이십니까린?―
“응! 뭐든 말해 봐! 내가 다 사 줄게! 이래 봬도 나 엄청 부자거든.”
평생의 꿈이었던 ‘하나쿠 MK. 0873’은 물론, 초기 모델부터 하나씩 다 사고도 남을 만큼의 돈이 있었다.
마치, 내가 다 해 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는 있지만, 그중에는 분명히 오식이와 린의 몫도 포함되어 있었다.
―음….―
린이 고민했다.
정말로 갖고 싶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내심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고서 조용히 기다렸다.
한참이나 고민하던 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주인님. 그럼, 말이죠린….―
“응. 괜찮아, 뭐든 말해!”
―클린의 전리품들을 제게 주세요린.―
“에? 클린의 전리품?”
린의 말에 뭐가 이리도 생뚱맞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다가 이내 머릿속을 번쩍하고 스치며 지나가는 것이 있어 바로 말을 뱉어 냈다.
“아아, 마정석? 아예, 돈으로 달라는 거야?”
린이 마정석을 직접 내다 팔 수는 없었다.
뭐, 가능은 하지만, 만약에 그랬다가는 그 주변이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그러나 린에게도 마정석이 돈이 될 수는 있었다.
린과 서약을 맺을 당시, 제 몸값이 3만 나바라고 하면서 15레벨 마정석 30여 개를 가져간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다.
마정석은 바깥세상에서도 돈이 되지만, 던전 안… 아니, 한껏 범위를 좁힌 저주받은 저택 안에서는 화폐를 대신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근데, 뭘 하려고 그러지?’
이해와 함께 의문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는데, 린이 입을 열었다.
―아니요린. 그게 아니라….―
“응?”
―마정석 말고, 다른 것들이요린.―
“다른 거라면….”
린의 말에 바로 되묻듯이 했지만, 이미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것들이 떠오른 상태였다.
지금껏 내가 상대하고, 사냥을 했던 괴물의 종류는 꽤 다양했다.
토끼부터 시작해 클린까지 근 10종에 달했으니 말이다.
내가 상대했던 놈들 외의 다른 괴물들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놈들이 죽으면서 남기는 전리품은 그리 많지가 않다.
마정석을 포함해 한두 개쯤… 꽤 많다고 하는 놈들은 서너 개도 흘리긴 한다.
그렇다고 죄다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비싼 것도 있지만, 가령 정원사 놈의 모자처럼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것도 다수 있었다.
앞서 한 얘기들로 봤을 때, 클린은 꽤 많은 전리품을 남기는 타입 중의 하나였다.
빗자루와 쓰레받기, 거기에 먼지떨이까지 세 개나 되는 아이템을 남기니 말이다.
물론, 값어치는 전혀 없다.
워낙에 낡아빠지고, 애초에 그런 것들은 시중에서 파는 것들이 훨씬 더 좋은 게 사실이니까.
해서, 그것들이 떨어져도 줍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그것들을 달라고 하다니, 도무지 린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빗자루… 그러니까, 청소 도구 말하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린.―
“그게 왜 필요한데? 아니, 차라리 내가 더 좋은 거 사 줄게.”
―아닙니다린. 저는 그거면 족합니다린.―
“흐음….”
더 좋은 것도 싫다 하고, 오로지 그것을 원한다고 하니, 더욱더 고개가 갸웃해졌다.
“정말 그거면 돼?”
―네, 주인님.―
“그래, 알았어. 내일 사냥하면서 나오면 너 다 줄게!”
―감사합니다린.―
린은 정말로 기쁜 듯한 반응을 보였다.
….
다음 날.
약속대로 클린을 잡으며, 린이 원하는 전리품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세트로 한꺼번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떨어지는 확률도 마정석보다 한참이나 낮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겨우 빗자루 두 개를 얻는 것에 그쳐야만 했다.
“킁! 필요 없을 때는 그래도 심심치 않게 나오더니만, 막상 얻으려고 하니 안 나오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했던가?
딱 그 말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해서,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에 다음 날, 또 다음 날까지도 계속해서 전리품 노가다를 해댔다.
뭐, 어차피 저택 1층에 박혀서 클린만 사냥하는 터라 전혀 문제 될 사항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린에게 줄 전리품들을 구하는 동안, 오식이의 레벨이 28이 되었다.
계산상 하루나 이틀 후에는 나도 26레벨이 될 터였다.
….
내 계산은 정확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오식이가 레벨 업을 한 바로 다음 날 오후에 나도 레벨이 올랐다.
또 그렇게나 얻고 싶었던 마지막 청소 도구인 쓰레받기도 얻을 수 있었다.
“와, 레벨이 오른 것보다 이게 더 기쁘네.”
정말로 그랬다.
“이제 다 된 거지?”
―아직….―
“응? 더 남은 게 있어? 빗자루는 남아돌 만큼 얻었고, 먼지떨이도 열 개는 되지 않나? 그리고 오늘 쓰레받기까지 다 얻었잖아?”
그동안의 개고생(?)은 뭐 그렇다 치고, 이제야 그것에서 벗어났다 여기며 기뻐했다.
그런데 아직이라고 하니, 나도 모르게 화가 좀 났다.
해서, 따발총처럼 빠르게 쏴대듯 말했다.
그에, 린이 살짝 주눅이 들어서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답했다.
―나머지 것들은 금방 얻을 수 있습니다린.―
“금방? 아니지, 나머지 것들이 대체 뭔데?”
내가 알기로는 딱 그것들밖에 없었다.
린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일단, 사냥부터….―
“오케이! 알았다. 휴우….”
한 번 더 클린 웨이브를 발동시켰다.
아홉 번째 클린까지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잡기만 했다.
어차피 마정석만 나왔기도 했다.
사박사박….
열 번째 클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가 잡도록 하겠습니다린.―
린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꽤 공을 들여 클린을 상대했다.
뭐랄까?
상대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를 한다는 느낌이랄까?
보통이라면 20여 초… 늦어도 1분 안에 클린을 처리하던 린이었는데, 무려 3분 이상을 붙어서 아등바등했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이미 짜증이 좀 나 있던 터라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거나, 한참을 붙어 싸우다가 결국 클린을 쓰러뜨렸다.
다음으로 이어진 린의 행동에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해야만 했다.
질질질….
린은 힘겹게 숨을 꺽꺽거리는 클린을 끌고서 기둥 뒤로 향했다.
나와 오식이가 서 있는 곳에서는 기둥 뒤가 보이지 않았다.
‘뭐지?’
다시금 의문에 휩싸였다.
잠시 후, 린이 기둥 뒤에서 나왔다.
‘어라?’
린의 손에는 클린의 것으로 보이는 메이드 복과 앞치마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