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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76화 (76/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76)

역시는 역시였다.

―감사합니다린.―

그녀는 메이드 복을 받고서 너무나 좋아했다.

“휴우, 다행이다.”

한시름을 놓고는 생필품과 필요한 것들을 산 뒤에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

쓱쓱! 삭삭!

주섬주섬….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보금자리 주변을 청소했다.

메이드 복뿐만이 아니라, 빗자루와 쓰레받기 같은 청소도구를 산 것도 잘한 짓 같았다.

“적당히 해,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알겠습니다린.―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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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클린

타입: 인간형

속성: 무

레벨: 10

크로니엘 가의 메이드.

선천적으로 결벽증이 심하다.

청소와 주변 정리가 특기.

좋아하는 것: 청소, 청결, 칭찬(집안일에 관한), 로믄 티, 로믄 쿠키.

싫어하는 것: 더러움, 지저분함, 농땡이, 음흉한 시선.

스킬: 바닥 쓸기, 먼지 털기.

호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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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뭔가 알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꽤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그녀가 싫어한다는 것에 적혀 있는 ‘음흉한 시선’이었다.

입맛이 씁쓸해졌다.

‘그나저나 뭔데, 벌써 호감도가 이리 높지?’

기본 1개에서 시작하는 호감도가 무려 3개나 차 있었다.

함께 동고동락한 지 1년도 훌쩍 넘은 오식이의 호감도가 6개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에휴, 모르겠다.”

더는 들여다봐도 알 길이 없기에 프로필을 닫고는 돌아누웠다.

* * *

다음 날.

평소와 똑같이 준비를 마치고는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넌 할 일이 없어. 그러니 내 옆에 가만히 있으면 돼.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철창문 밖으로 나오면 되고. 알겠지, 린?”

그녀의 이름을 ‘린’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유야 뭐, 단순했다.

겉으로 들리는 음성도 죄다 ‘린린’에 머릿속으로 전해지는 말의 끝도 ‘린’으로 끝났으니까.

게다가 원래의 이름마저도 ‘클린’이니, 더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굳이 클린이란 이름을 그대로 쓰지 않는 것은 그나마 ‘내 것’이라는 소유욕과 상징성 때문이었다.

아무튼.

주의 사항을 린에게 전달한 뒤에 정원으로 입장했다.

“오식아, 시작해!”

“크륵!”

당장에 오식이가 정원의 장식물을 훼손하고는 놈을 불러냈다.

그런 뒤 알아서 처리했다.

뭐, 열흘 전부터… 오식이가 18레벨로 오른 뒤부터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내가 끼어들 틈도 없었고, 녀석 혼자서 사냥을 하는 게 훨씬 빨랐기 때문이었다.

….

오식이가 열심히 사냥을 하는 동안, 나와 린은 철창문 근처에서 마냥 쉬고 있었다.

진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혼자 가만히 있을 때는 좀 심심했었다.

둘이 있으면 좀 괜찮을까 싶었는데… 이건 뭐, 더 지랄 같았다.

괜히 어색하고 신경이 쓰여 불편해졌다고나 할까?

‘흠… 뭐라도 해야 하나?’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할 게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그래, 스킬!”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에 린의 스킬을 익히면 될 일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곧장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린!”

―네, 주인님.―

“….”

린의 대답에 잠시 말문을 닫았다.

처음 듣는 호칭… 그것도 굉장히 임팩트한 단어였기에 사고가 정지된 듯했다.

“바, 방금 뭐라고 했지?”

―네?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린?―

“방금… 나를 부른 말 말이야.”

―네? 혹시, 주인님이라고 부른 것 말씀이십니까린?―

“어어! 그, 그거….”

내 반응에 그녀가 살짝 당황의 빛을 얼굴에 드리웠다.

그러더니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혹시, 제가 실수라도 했나요린?―

“아, 아니! 절대!”

못을 박듯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시 해 봐. 또 그렇게 불러 보란 말이야.”

―아아… 주, 주인님… 이렇게요린?―

“어어! 흐흐! 하하하!”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남자들의 영원한 판타지니 로망이니 했던 옷가게 주인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린!”

―네, 주인님.―

“린?”

―네, 주인님. 말씀하세요린.―

“리인.”

―네, 주인님.―

몇 번이나 린을 불렀다.

몇 번이나 들어도 기분이 붕 뜰만큼 좋았다.

스킬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

“크륵….”

주인님 놀이에 흠뻑 빠져 있던 우리를 향해 오식이가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녀석을 보며 의아해했다.

“어? 뭐야?”

―배… 고… 파….―

“엥? 아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귀신같이 정확한 배꼽시계를 가진 오식이였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 것이었다.

“그래, 밥 먹자! 수고했어.”

고생한 오식이를 치하하고는 철창문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말했다.

“오식아, 불 피워라!”

평상시 같으면, 부리나케 반응할 녀석이 어째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지, 머뭇거리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뭔데?”

“크르르….”

“응? 뭐라고?”

녀석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되물었다.

몇 초 간의 틈을 주고는 녀석이 입을 열었다.

―알… 았… 다… 주… 인… 님….―

“….”

처음 린이 주인님이란 호칭을 사용했을 때처럼 말문이 막혔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였고, 전해진 느낌이나 기분도 완전히 달랐다.

잠시 멍하게 있다가 온몸을 부르르 떨게 하고, 미친 듯이 꽃을 피우는 소름에 정신을 차렸다.

오식이에게 있는 힘껏 소리쳤다.

“뭐, 뭐야 인마!”

“크르르….”

“미, 미친 거야? 아우, 소름! 아우우우!”

호들갑을 떨며, 빼곡하게 소름이 돋아난 팔뚝을 문질러댔다.

그런 내게 녀석이 다시 말을 전해 왔다.

―서… 누… 주… 인… 님… 좋… 아… 한… 다….―

“응?”

―나… 도… 서… 누… 좋… 게… 한… 다….―

“헐….”

모르긴 몰라도, 녀석이 사냥 중에 나와 린이 웃고 떠드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그것이 좋아 보였던 듯.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잖아?’

그랬다.

느낌이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야, 그래도 이건… 후우….”

내가 지금 느낀 감정이나 기분, 상황 등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상대가 오식이기에 불가능했다.

뭐, 불가능까지는 아니겠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시간도 오래 걸릴 테고, 굳이 그런 것에 에너지를 쏟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뭔가를 하긴 해야 했다.

아니면, 녀석은 계속해서 나를 주인… 으으, 상상하기도 싫다.

잠시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넌 그렇게 부르면 안 돼!”

―안… 돼?―

“어! 안 돼!”

―왜….―

“그냥!”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지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얼굴이기도 했다.

하긴, 무작정 안 된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해력이 모자란 오식이라면 더더욱….

‘음….’

또다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옳지!”

오식이는 뭔가 나를 특별한 호칭으로 부르고 싶고, 그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고 여기는 터였다.

그렇다면, 녀석이 사용했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을 호칭을 정해 주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호칭은….

“넌 이제부터 날 형님이라고 불러!”

의리를 따지고, 좋아하는 데다가 평상시의 오식이를 봤을 때, 이만큼 잘 어울리는 호칭도 없어 보였다.

―형… 님?―

녀석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당장에 웃음기를 얼굴에 그려 넣고는 기쁜 듯이 말했다.

“그래, 형님!”

―형… 님….―

“좋아! 좋아!”

―서… 누… 좋… 아?―

“어, 좋아! 아주 좋아!”

―나… 도… 좋… 다….―

녀석이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매우 만족해하는 얼굴이기에 나도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이제 됐지? 얼른 불 피워라, 오식아!”

―알… 았… 다… 형… 님….―

신을 내며 오식이가 불을 피웠다.

‘흠… 존댓말까지 가르치기엔 힘들겠지?’

* * *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사냥에 나섰다.

역시나 사냥은 오식이에게 모두 맡겼다.

그런 뒤 나는 본격적인 스킬 연마에 들어갔다.

“린!”

―네, 주인님.―

“네가 쓸 수 있는 스킬부터 좀 볼까?”

―알겠습니다린.―

대답을 한 린이 뒤쪽으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바로 잡았다.

―먼저, 바닥 쓸기입니다린.―

자세를 잡은 린이 이내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다.

사, 삭, 샥!

너무나 평범한 동작이었다.

뭐라 해야 할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당황스러울 만큼이었다.

“흠….”

내 반응에 린도 당황한 눈치였다.

“한 번 더 해 볼래?”

고개를 끄덕인 린이 다시금 바닥 쓸기를 선보였다.

아무리 봐도 그냥 바닥을 빗자루로 쓰는 동작이었다.

“흐음….”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는 다른 주문을 던졌다.

“다른 스킬도 있지? 그것도 좀 보여줘 봐!”

―네, 알겠습니다린.―

고개를 끄덕인 린이 빗자루를 내려놓고는 먼지떨이를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다시 자세를 잡았다.

머리 위로 손과 먼지떨이를 들어 올린 모습이었다.

“…?!”

머릿속에 바로 린이 할 다음 동작이 떠올랐다.

이어, 린이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동작을 취했다.

탁, 탁. 탁!

더도 덜도 아닌… 높은 곳의 먼지를 털어내듯 그냥 먼지떨이를 허공에 휘두르는 게 다였다.

다시금 혼란이 왔다.

정리가 필요했다.

한참이 지난 뒤에 내린 결론은….

“이게 뭐야? 젠장!”

이었다.

내 반응에 린이 매우 놀란 듯했다.

양손으로 제 입을 가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주인님, 왜 그러십니까린?―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약간은 퉁명스러운 투로 답했다.

“아무리 봐도 그냥 청소를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왜 스킬이냐고. 대체 뭔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린?―

“아니, 스킬이잖아! 근데, 그딴 짓으로 어떻게 공격을 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내 말에 린이 잠시 심각한 얼굴을 했다.

뭔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공격이라 하심은… 주인님, 잠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린?―

“응?”

의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린이 다시금 내게 부탁했다.

―검을 들어 주세요린.―

“검? 이거 말이야?”

허리춤에 차고 있던 아수라 스워드를 가리켰다.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의문에 휩싸인 채,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을 머리 위로… 이렇게… 좋습니다린.―

린이 직접 내 자세를 잡아 줬다.

검을 옆으로 누여 머리와 정수리를 막아선 듯한 자세였다.

이게 뭔가 싶어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린이 너무 가까이 붙는 바람에 그녀의 상징이자, 특징이 내 몸에 살짝 닿았다는 게 더 문제였다.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고 숨이 멎었다.

그런 내 상태를 눈치챈 린이 물어왔다.

―왜 그러십니까린?―

“아, 아니야… 이, 이렇게 하고 있으면 돼?”

애써 말을 돌렸다.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고개를 갸웃한 린이 뒤로 물러났다.

가빠진 숨을 달래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했다.

―잘 막고 계셔야 합니다린.―

“어, 어… 알았어.”

린의 말에 자세를 한 번 고쳐 잡았다.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린이 먼지떨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직전에 봤던 그 자세였다.

이내, 뭔가 촉이 확 하고 날아들었다.

‘아!’

그 순간, 린의 양쪽 어깨 위로 어떤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걸 목격했다.

그것을 보자마자, 당황과 난감함이 치솟았다.

‘어어?’

뭔가 일이 잘못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아수라 스워드를 붙잡은 손에 힘을 잔뜩 줬다.

고오오오….

조금 더 강렬해진 기운과 함께 린의 먼지 털기 스킬이 작렬했다.

까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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