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72화 (7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72)

앞서, 돌바닥 길이 정원 안에서의 유일한 안전지대라고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활동 면에서 그렇다는 얘기지, 놈들의 공격을 막아 주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정원 안에서’라는 공간적 범위의 조건도 붙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 나와 오식이가 서 있는 철창문 너머의 공간은 완전히 얘기가 다르다.

아예, 별개로 취급되는 장소라고나 할까?

그에, 정원이라는 범위를 넘어… 던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지금도 훤하게 열려 있고, 나와 오식이는 언제든 들락날락할 수 있는 철창문을 놈들은 절대 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 아니면, 그와 비슷한 어떤 것?

뭐가 됐든 간에 우리에게는 아무런 제약도 없는 그것에 막혀 놈들은 철창문을 넘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웃긴 건, 우리가 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난리 블루스를 쳐대는 놈을 여유롭게 보고 있는 것처럼 놈도 우리를 빤히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저렇게 기괴한 소리를 계속 내지르며, 어떻게든 달려들려고 난장을 피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인해, 이곳이 활성화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괴물들이 바깥세상으로 넘어오지 못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저주받은 저택’은 모두 그렇다.

뭐, 애초부터 저주받은 저택이란 던전이 무조건 이중 게이트로 시작해 버리기에 그러한 부분이 당연시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무튼.

어제 읽었던 정보 중의 하나를 확인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는 여기서 고기를 구워 먹어야겠다.”

이전의 던전보다 넓거나 확 트인 것은 아니지만, 철창 울타리를 가득히 메운 장미 넝쿨 때문에 생긴 그늘도 있었고, 불을 피우거나 식사를 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가끔 두어 놈씩 불러낸 뒤, 지랄 발광을 해대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치, 실시간 좀비 호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재미도 있을 듯하고 말이다.

….

“흠, 어디 보자….”

정보의 사실 확인을 위해 철창문을 건너온 지 대략 30분쯤 흘렀다.

“캬아아악!”

놈은 지치지도 않는지, 여전히 발광 중이었다.

반면, 나는 이제 좀 지겨워지려 했다.

“하아함…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참을 수 없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두 번째로 확인해야 할 상황을 기다렸다.

그때….

“키이익!”

놈이 갑자기 뭔가를 느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우리를 향해 무척이나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만….

스스스….

놈의 몸 전체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서서히 흐려지더니 어느새 홀연 듯이 사라져 버렸다.

“호오! 이런 식이었구나?”

어제 얻은 정보의 두 번째.

정원의 장식물을 훼손하여 끌어낸 놈들은 대략 30분이 지나면 사라진다.

지금처럼 혼자서 지랄을 하든… 아니면,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는 상황이든 간에 무조건 말이다.

이는, 저주받은 저택을 공략하는 각성자들에게 있어서 너무나 이로운 부분이었다.

뭐, 공들여 다 잡은 놈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테니, 단점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놈이 알아서 사라지는 일도 있을 수 있으니, 한 쪽으로만 몰아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사냥 중에 실수를 범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수의 놈들을 끌어내 버린 상황이라면….

해서, 던전의 공략 자체가 불가능해지거나, 위험에 처한 상황이 발생해 버린다면, 그것은 완전한 마이너스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30분 후에 놈들이 무조건 사라진다는 룰이 존재하는 한….

철창문 너머로는 절대 건너오지 못한다는 룰까지 적절히 이용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기회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수준만 되어도 던전의 공략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니 이건 아무리 따져봐도 각성자들에게 유리한 부분이었다.

“후훗! 좋았어! 안전 문제는 일단 확인이 됐고, 다음 것을 확인해 보러 갈까?”

확실한 안전장치를 직접 확인한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는 다시 철창문을 넘어 정원으로 들어갔다.

….

“아까 했던 말 기억하지?”

“크륵!”

“좋아! 바로 시작한다.”

“크륵!”

힘차게 대답한 오식이가 모닝스타를 꺼내 들었다.

정원 안으로 걸음을 옮긴 뒤, 꽃을 꺾었다.

그러고는 바로 오식이의 등 뒤로 돌아왔다.

“캬아아아아아아아!”

기괴한 소리와 함께 놈이 나타났다.

곧장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

“크륵!”

달려오는 놈을 확인한 오식이가 자세를 낮췄다.

손에 든 모닝스타를 한껏 꼬나쥐기도 했다.

내가 한 얘기와 계획을 제대로 인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다다닷!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오던 놈이 어느새 돌바닥 길로 들어섰다.

스윽….

오식이가 모닝스타를 살짝 뒤로 빼며 타이밍을 재다가는 거침없이 달려드는 놈을 향해 휘둘렀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부우우웅….

놈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모닝스타를 막기 위해 손에 들린 거대한 가위… 어제서야 제대로 이름을 알게 된 ‘전지가위’라는 것을 이용했다.

뭐, 당연한 반응과 행동이었다.

그것이 내가 노린 계획의 일부이기도 했다.

까아아앙!

호쾌한 금속성과 함께 오식이의 모닝스타가 놈의 전지가위를 날려 버렸다.

“키익?!”

놈은 당황했고, 오식이는 침착했다.

부우우웅!

힘차게 휘두른 모닝스타가 원심력에 의해 한 바퀴 더 돌아가며, 이번에는 놈의 뚝배기를 노렸다.

“히익!”

화들짝 놀란 놈이 양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며,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진심으로 아슬아슬하게 모닝스타의 무식한 대가리가 놈의 뚝배기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몸뚱이를 노렸어야지!’

상대적으로 머리보다 크고,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비어 있는 터라, 치명타를 먹일 수 있는 몸뚱이를 노리지 못한 오식이의 판단에 아쉬움이 들었다.

‘뭐, 그래도 괜찮아. 끝나고 나서 알려 주면 되지.’

대세에는 지장이 없기에 아쉬움을 털어 내고는 상황에 집중했다.

“크르르….”

자신의 공격을 피해 버린 놈을 향해 오식이가 으르렁거렸다.

어째 좀 화가 난 듯했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왠지 놈이 불쌍하다고 여겨졌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이 더욱더 그래 보였다.

‘흠, 그 부분도 확실한 모양이구나.’

놈의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 정보의 확인.

그것 또한 사실이었음을 알게 된 까닭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놈은 ‘정원사’다.

정확한 명칭이나 이름은 ‘저주받은 저택의 꼽추 정원사’였다.

하지만, 그렇게 부르기엔 너무나 길기에 그냥 정원사 내지는 ‘꼽추 정원사’ 정도로 부른다.

놈의 레벨은 15였다.

어제 놈을 죽이고 얻은 마정석이 15레벨짜리니까 이 부분은 확실했다.

그러나 그냥 15레벨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놈의 특이한 특징 때문이었다.

그것은 놈이 들고 다니는 거대한 전지가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추정이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데이터….

그에 따르면, 놈의 거대한 전지가위에는 특별한 옵션이 달려 있었다.

바로 레벨의 뻥튀기와 능력치 상승… 정확히는 2레벨 이상의 업그레이드와 힘의 상승, 그리고 깡(?) 내지는 용맹함을 추가해 주는 옵션이 그것이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한 황당한 옵션으로 인해, 놈은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수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17레벨에 힘쓰는 것이 특기인 오식이와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것이 그 증거.

또한, 놈은 지랄 같은 생김새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겁(?)이 많은 타입이었다.

뭐랄까?

노예나 노비쯤으로 볼 수 있는 최하층의 신분.

그에 의한 특성… 주인에게 복종하고, 굽신대는 것이 일상이라 자연스레 몸에 밴 ‘주눅’ 같은 것의 폐해랄까?

뭐, 솔직한 말로 우리가 놈의 사정이나 뒷이야기까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묻는다고 해서 답을 해 줄 어떤 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동안 저주받은 저택을 공략하고, 연구한 결과가 그렇단다.

어쩌면, 재미나게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는 어떤 이가 제법 어울리는 스토리를 짜낸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쨌든.

그러한 놈이 거대한 전지가위를 통해 레벨은 물론, 힘과 깡의 버프까지 얻은 상황.

해서, 그것을 뺏거나 파괴해 버리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 어제 내가 얻은 정보 중 하나였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거대 전지가위를 든 놈은 17레벨 이상, 거대 전지가위가 없는 놈은 15레벨 이하로 수준이 바뀐다는 얘기다.

그것은 내가 어제 놈을 상대하며 날렸던 더블샷으로 얼추 증명할 수 있었다.

전지가위를 놓쳤던 놈은 화살에 맞은 것은 물론, 파탄에 팔이 날아가 버리는 치명상을 입었지만, 전지가위를 소지했던 놈은 무시하듯 화살을 튕겨 냈으니 말이다.

이쯤 설명을 들었다면, 놈이 들고 있는 거대 전지가위의 엄청난 능력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고, 놈을 상대한 많은 각성자들이 그러한 생각을 했다.

당연했다.

그저 들고만 있는 것으로 무려 2레벨을 올려 주고, 그에 따른 힘과 용맹함을 추가해 주는 말도 안 되는 옵션의 무기라니.

억만금을 줘도 모자랄 만큼 엄청난 것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놈의 거대 전지가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얻지 못하는 뜬구름 같은 것이었다.

놈의 손을 떠난 거대 전지가위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그대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

놈을 죽여도 마찬가지다.

해서, 절대로 세상에 남지 않는다.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눈물이 날 만큼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콰직!

오식이의 모닝스타가 놈의 뚝배기를 사정없이 깨부쉈다.

파스스….

머리가 없는 흉측한 몸뚱이는 물론, 오식이의 몸과 모닝스타에 묻은 놈의 살점들이 재가 되어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러면 바닥에 놈이 쓰고 있던 낡고 찢어진 모자만이 남았다.

마정석 외에 놈이 남기는 단 하나의 아이템이었다.

“크륵….”

오식이가 허리를 구부리며 모자를 주우려 했다.

그동안 사냥을 하면서 마무리 후에 마정석이나 아이템을 수거하도록 한 교육의 결과.

습관처럼 몸에 밴 동작이었다.

“야, 그건 그냥 버려!”

“크륵?”

“주워 봤자, 쓰레기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그랬다.

그 모양새도 그랬지만, 놈의 모자는 정말로 쓰레기였다.

사는 사람도 없고, 파는 사람도 없고, 사용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왜냐고?

어디에도 쓸데가 없고, 방어구임에도 방어력조차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지.

게다가 괜히 멋모르고 썼다가는 이나 벼룩이 옮는 다거나 피부병에 걸리지 않을까?

모자를 두고 내 곁으로 다가온 오식이에게 말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놈은 가위만 없으면, 완전 껌이야. 앞으로도 무조건 가위부터 날려 버려!”

“크륵!”

“아까 전에… 놈의 대가리만 깨려 하지 말고, 몸뚱이를 노려. 그 뒤에 대가리를 깨든 팔다리를 뽑든 하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크륵!”

오식이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아! 다시 한 번 해 보자.”

이후, 몇 번의 과정들을 거치며, 문제점을 보완했다.

정확히 이틀 후.

우리는 가장 안전하고, 능률적이며, 완벽한 사냥법을 완성했다.

다시 한 달 후.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오예!”

내가 선택한 파란색 게이트의 특전으로 인해, 엄청나게 빠른 레벨 업을 할 수 있었고, 드디어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레벨 15를 찍을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