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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71화 (71/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71)

끼기긱….

재차 활시위를 당겼다.

직전과는 물론, 거리와 비교해 훨씬 더 강하게 잡아당긴 뒤에 그대로 놓았다.

티잉! 팅!

쐐액! 쐐애액!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부터 달랐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태앵… 탱….

놈의 팔뚝 아래로 완전히 비어 있는 옆구리에 화살이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보란 듯이 튕겨 나갔다.

놈은 전혀 피할 생각도 못 했다.

아니, 어쩌면 안중에도 없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실패는 확실했다.

쓴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치잇….”

영문을 따지기 전에 화부터 났다.

화살을 튕겨 낸 놈이 아니라, 애쓰고 있는 오식이에게 화풀이를 했다.

“야, 뭐 하냐? 빨리 해치워 버려!”

내 말에 반응한 오식이가 손에 든 모닝스타를 크게 휘둘렀다.

맞서고 있던 놈의 커다란 가위가 모닝스타를 따라 원을 그리며 돌아갔다.

채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가위 사이에 끼어있던 모닝스타가 자유로워졌다.

크게 휘두르던 동작이 반복됐고, 궤도만이 살짝 틀어졌다.

부우웅!

“키이익!”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무식한 철퇴에 놈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에, 오식이는 안타깝게 빗나간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부우웅! 부우웅!

탄력과 원심력에 모닝스타가 더욱더 빠르게 회전하며 놈의 머리를 노렸다.

두어 차례 간신히 피하던 놈이 끝내는 거대한 가위를 앞세워 모닝스타를 막아냈다.

까아아아앙!

금속성의 굉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크르르!”

오식이가 으르렁거렸다.

힘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일었다.

쿠욱….

놈의 무릎이 꺾이며 지면을 짓눌렀다.

힘겨운 신음이 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키히이….”

직전까지도 우위를 가리기 힘든 힘겨루기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서로가 가진 무기의 맞닿은 형태가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놈 때도 그랬지만, 직전에도 오식이의 모닝스타는 놈이 들고 있던 거대한 가위에 잡혀 있는 상태였다.

‘V’자 내지는 ‘Y’자… 뭐, 정확히는 ‘X’가 맞겠지만, 아무튼 가위의 벌어진 틈 사이에 끼어있었다는 소리다.

해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거나 힘을 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검과 검이 부딪치듯 정면으로 맞닿은 형태다.

그에, 누르고, 밀고, 비틀 수 있는 움직임과 힘을 가할 수 있는 방향까지도 자유로운 상태였다.

게다가 놈이 몸을 피하던 와중에 간신히 막아선 터라, 모든 면에서 오식이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크르르!”

오식이의 압박은 용서와 거침이 없었다.

꾸우우욱!

뿌드드득….

무릎을 꿇은 채 간신히 버티던 놈의 허리가 뒤로 점점 꺾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바닥에 완전히 드러눕는 형국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키히익!”

놈이 발악하듯 버텼다.

그런 놈을 압살하듯 밀어붙이던 오식이가 한 쪽 발을 들어 놈의 무너진 하체를 짓밟았다.

퍼어억!

뿌드득….

묵직한 가격 음과 함께 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미 꺾여 있던 무릎 아래… 놈의 종아리가 괴상한 형태로 늘어졌다.

무릎이 부서진 게 분명했다.

“끄에엑….”

놈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에 만족하지 못한 듯 오식이가 다시금 발길질을 날렸다.

퍼어억!

뿌드득….

놈의 남은 오른쪽 다리마저도 아작이 났다.

그리고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놈이 바닥에 완전히 드러누운 자세가 만들어졌다.

“크륵!”

승기를 잡은 오식이가 짧고 강하게 으르렁거렸다.

그러고는 다시금 한쪽 발을 들어 놈의 가슴께를 짓밟았다.

정확히는 모닝스타와 놈의 거대한 가위를 동시에 누르는 동작이었다.

‘뭘 하려고 저럴까?’

오식이의 의도가 궁금했다.

녀석이 이내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꽈아악!

발로 모닝스타와 놈의 가위를 짓누른 덕에 양손이 자유로워진 오식이가 놈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미 양쪽 무릎이 부서지고, 바닥에 드러누운 터라 자세마저 불리한 놈은 끙끙대는 신음을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불끈불끈!

오식이의 어깨와 팔뚝 근육이 꿈틀거렸다.

녀석의 막강한 힘에 놈의 팔이 억지로 움직였다.

스으윽….

꾸우욱….

거대한 가위 끝이 놈의 목을 찔렀다.

날카로운 가위 날이 서서히 파고들었다.

“꾸에에엑….”

놈이 끔찍한 비명을 쏟아 냈다.

돼지 멱을 딴다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3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는 놈의 비명이 끝났다.

푸스스스….

이어, 놈의 몸이 재처럼 흩뿌려지며 사라졌다.

“크아아아아앙!”

혼자 힘으로 놈을 없앤 오식이가 우렁찬 포효를 내지르며, 제 가슴을 주먹으로 팡팡 쳐댔다.

….

이후, 같은 방식으로 몇 번 더 놈을 불러내 처리했다.

확실한 건 정원의 꽃이나 풀, 나무 등에 해를 가했을 때, 놈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또 어쨌거나 오식이가 놈보다 강하다는 것이었다.

“수고했다. 인제 그만 돌아가자!”

일정을 마쳤다.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 몇 가지.

그것들이 너무나 궁금하고, 답답한 터라 조금 일찍 마무리를 지었다.

‘얼른 돌아가서 확인을 좀 해 봐야겠어!’

서둘러 게이트를 넘어 트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트럭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아이퐁 727로 폭풍 검색을 했다.

다행히 풀리지 않았던 모든 의문을 풀 수 있는 정보가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처음 접하는 던전과 괴물이었지만, 이미 몇 차례나 등장하고, 정화 및 클리어까지 된 나름 유명한 던전이었던 까닭이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이거 재밌게 됐는걸? 크크크!”

‘완전 공략’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잘 정리되고, 갖가지 팁들까지 난무하는 정보들을 확인하며, 절로 지어지는 입가의 미소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나머지 것들은 나중에 다시 봐야겠어.’

일단은 1차 맵인 정원의 모든 정보부터 숙지하기로 했다.

간단한 메모까지 해 가며, 나름의 분석을 마치고는 보금자리인 동굴로 돌아왔다.

“오식아, 많이 먹어! 내일부터는 겁나 바빠질 테니까!”

“크륵?”

나름의 분석 결과 오식이의 역할이 아주아주 크다는 걸 알게 됐다.

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육포와 고기를 먹였다.

녀석이 영문을 모르는 터라 의문과 함께 고개를 갸웃했지만, 원체 단순하고 주는 고기를 마다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금세 잊고는 맛있게 식사를 해댔다.

‘타이밍 좋게 이런 던전이 나타나다니, 지금까지 더럽게 없었던 운이 완전히 트이기라도 한 건가?’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

그만큼 나에게는 너무나 필요하고, 적절하며, 괜찮은 던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특성 개화를 한 뒤로 운명이 뒤바뀐 것처럼 많은 것이 달라진 듯했다.

뭐, 지랄 같은 경우도 많았고, 내가 적절하게 찾아 먹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일부터 아주 그냥 다 죽었어! 흐흐!”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미소와 함께 꿀 같은 휴식과 취침을 취했다.

* * *

다음 날.

일찌감치 사냥 준비를 마치고는 게이트를 넘었다.

어제와 다르게 오로라 빛의 공간을 거치지 않고, 곧장 정원의 입구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됐다.

“저주받은 저택이라…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쩝!”

눈앞의 아름다운 정원과 멀리 보이는 저택의 자태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흘렸다.

이미 이곳과 똑같은 형태의 던전을 경험했거나 클리어 한 이들은 이 던전을 ‘저주받은 저택’ 내지는 ‘Cursed mansion’과 같은 뜻의 이름으로 불렀다.

아직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그러나 어제 훑어본 정보들에 의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눈으로 보는 현재 상황… 너무나 아름답기만 한 정원과 저택의 외형을 보면서는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일종의 괴리감 같은 것이 들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빠르게 잡생각을 떨쳐 낸 뒤에 바로 오식이를 소환했다.

어제도 잠시 말했지만, 오늘부터 녀석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했다.

아니, 당분간은 녀석 혼자서 지지고 볶고, 다지고 쳐대기까지 해야 할 판이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정원의 입구로 들어서기에 앞서 오식이에게 할 일을 확실하게 인지시켰다.

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녀석이 알아들은 듯했다.

“그래, 일단 해 보자. 직접 하다 보면 더 빠르게 이해도 되고, 문제점도 드러나겠지.”

모자란 부분이나 나머지는 그때 가서 다시 따지기로 하고는 정원의 입구… 거대한 철창문을 열고서 안으로 입장했다.

….

정원 안으로 들어섰다.

어제처럼 한적하고, 평온한 분위기였다.

던전이 아니었다면, 한쪽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서 낄낄대며 피크닉을 즐긴다던가, 선베드를 펴고 누워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레벨이 한참 높으면 가능하려나?’

뭐, 그렇게 되면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긴 했다.

엉뚱한 생각에 피식하고는 밤사이 정리한 것들을 확인하기로 했다.

“우선, 첫 번째 실험부터… 넌 거기 있어.”

“크륵!”

철창문 앞에 오식이를 대기 시켰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길을 벗어나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아, 참고로 철창문에서 저택까지 쭉 이어진 돌바닥 길은 그 길이가 대략 50미터쯤 됐다.

그냥 직선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았지만, 멋과 조경을 위해서인지 일부러 굴곡이 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양쪽으로 정원을 둔 돌바닥 길의 폭은 3미터쯤으로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느낌이었다.

정원 안의 유일한 안전지대(?)라는 설정을 생각한다면 그렇다는 얘기였다.

어제 내가 직접 확인했고, 정보를 통해서도 알게 된 사실 하나.

정원을 꾸며 놓은 꽃과 풀, 나무 등을 훼손하면 무조건 놈이 나타난다.

그것은 일부러 그렇게 해도 그렇고, 멋모르고 그리 해도 발생 되는 ‘절대 조건’ 같은 것이었다.

어제는 미처 확인하거나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놈과 싸우는 와중에 혹은 기타의 것으로 인해 정원의 장식물(?)을 훼손해도 놈이 나타난다.

하나에 한 마리씩 말이다.

또한, 동시에 불러낼 수 있는 놈들의 수는 이론상으로 무한대였다.

실제 경험담을 적어 놓은 어떤 글에서 재미 삼아 정원 한복판에 범위 공격 스킬을 사용했더니만, 수십 마리의 놈들이 한꺼번에 괴성을 지르며 나타나 혼비백산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게시글을 읽으며, 요즘도 간간이 제작되고, 상영되는 ‘좀비’ 소재의 영상물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절로 연상됐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돌바닥 길은 안전했다.

호기심 많은 어떤 이가 바닥에 박혀 있는 돌을 깨 보기도 했고, 캐 보기도 했지만, 전혀 놈들이 반응하지 않았다나?

해서, 놈을 불러낸 뒤에는 무조건 이 돌바닥 길로 되돌아와 상대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놈은 근접전만 펼치는 타입이기에 알아서 따라오고 달려들 테니, 그리 어렵거나 문제 될 일은 없었다.

툭!

장식된 꽃 한 송이를 땄다.

잠시 틈을 주고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놈의 기괴한 괴성이 들려왔다.

“캬아아아아아아아!”

재빨리 주변을 살펴 놈을 찾았다.

이내, 제법 촘촘하게 꾸며진 관상수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헤이, 어서 오라고!”

거리가 있기에 들릴 리는 없지만, 놈을 향해 도발의 멘트를 날렸다.

그에 응답하듯 놈이 괴성과 함께 미친 듯이 뛰어왔다.

“캬아아아아아!”

재빨리 뒷걸음질 치다가 아예 돌아서서 돌바닥 길로 나왔다.

오식이가 반응하며 앞으로 나섰다.

“크륵!”

“잠깐!”

바로 제지시켰다.

의아해하는 녀석에게 한 번 더 제지의 말을 날렸다.

“크륵?”

“물러나!”

제자리에 멈춰선 오식이를 지나치며 다시 소리쳤다.

“따라와!”

그러고는 아예 철창문 밖으로 넘어갔다.

멍하게 있던 오식이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 놈을 힐끔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나와!”

다시금 소리쳤고, 그제야 오식이가 내 곁으로 뛰어왔다.

“캬아아아!”

몇 초 뒤에 당도한 놈이 철창문 바로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광하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봤다.

“후훗! 사실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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