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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69화 (69/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69)

돈 VS 경험치.

빨간색 게이트는 돈이 되는 자원…. 마정석과 잡템 등이 두 배로 떨어지는 곳으로 넘어간다.

반면, 파란색 게이트 너머는 경험치가 두 배다.

게이트 너머의 던전 형태와 서식하는 괴물의 종류는 같다.

다만, 얻을 수 있는 게 극명하게 다를 뿐이다.

또한, 두 배라고는 하지만 무조건은 아니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는 게 옳다.

더불어 필요에 따라 양쪽을 오가면 대박이겠지만, 처음에 한쪽을 선택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사라지고, 이후부터는 선택한 곳의 특성만을 지닌 던전이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제일 처음 게이트를 넘는 자의 특권쯤 된다.

“어느 쪽이 좋을까?”

선택의 순간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 했던가?

말과는 다르게 단 1의 머뭇거림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뭐, 이미 게이트의 색과 특성을 떠올린 순간부터 결정을 내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 최종의 목표는 어디 가서든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다.

물론, 하나쿠 짱과 함께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갑부가 되어야 한다.

이미 통장이 빵빵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

더 많이 벌면 벌수록 좋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돈은 언제든 벌 수 있어!”

그랬다.

돈은 후에 벌어도 된다.

지금은 돈보다 레벨을 올리는 게 더 중요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돈을 벌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해서, 내가 정한 곳은 파란색 게이트.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파란색 게이트를 넘어갔다.

….

“와우….”

또다시 감탄사를 뱉어 냈다.

게이트를 넘자마자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었다.

내가 선 곳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오식이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높은 철제 울타리였다.

마치, 판타지 풍의 고급 저택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가느다란 창살에 장미꽃 넝쿨마저 어우러진 모양새였다.

철제 울타리와 연결된 비슷한 모양새의 철창문은 더 컸다.

들어 올리기도 벅차 보이는 지름 50센티미터가량의 둥근 손잡이도 그렇고, 정교하게 사자의 머리를 본떠서 붙여 놓은 장식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 너머로 보이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과 웅장한 저택의 전경은 앞서 뱉어 낸 감탄사마저도 쏙 들어갈 만큼 끝내줬다.

“누가 살고 있는지는 몰라도 참 대단하네. 암, 돈 지랄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이곳이 던전 안이라는 것을 잠시 착각했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거대한 철창문 앞에 서서 안쪽을 유심히 살폈다.

딱히 문제가 되는 것들… 괴물이라든가 혹은 경비를 위한 개나 사자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열리긴 하려나?”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밀었다.

의외로 쉽게 열려 깜짝 놀랐다.

끼이익….

거대한 문의 크기에 따른 육중함보다는 오래된 듯한 녹슨 소리가 더 귀를 자극했다.

한쪽 눈을 찡그리고는 활짝 열린 문 앞에서 오식이를 소환했다.

“크르르….”

낯선 환경에 오식이가 낮게 으르렁거리다가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런 녀석을 향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새로운 던전이야. 지금부터 안을 둘러 볼 예정이고, 그 뒤에 계속 드나들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지 정할 거야.”

“크륵!”

“조심해.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크륵!”

내 말에 오식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춤에 찬 모닝스타를 꺼내 들었다.

나도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 들었다.

“좋아, 가자!”

든든하게 앞장서는 오식이의 뒤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섰다.

….

“뭐지? 왜 아무것도 없는 거야?”

정원은 무척이나 넓었다.

어째 밖에서 볼 때보다 더 넓은 듯했다.

또한, 너무나 정성을 들여 꾸미고, 가꿨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러한 정원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일까?

밖에서 볼 때처럼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한 탓에 오히려 더 불안과 긴장감이 치솟기도 했다.

“그나저나 저건 또 왜 저렇게 보이는 걸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게 또 하나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 철창문의 반대편에 자리 잡은 웅장하고, 거대하며, 멋지고, 아름답기까지 한 저택이 그것이었다.

저택은 보는 사람이 충분히 압도당할 만큼 크고, 웅장했다.

좌우 폭이 한 30여 미터쯤?

아니, 그 이상이려나?

높이는 4층… 뭐, 세로로 늘어선 창문이 4개이기에 그럴 것이라 여겨졌지만, 하나의 창문 길이가 워낙에 길어 그 또한 4층 이상으로 높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철창문 밖에서 봤을 때, 저택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철창문을 넘어 들어선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저택이 뿌옇고,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겨울철 성에가 낀 유리창을 통해 보는 것과 비슷했다고나 할까?

보통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져야 하거늘,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것이 너무나 이상했다.

해서, 그것부터 먼저 확인을 하기 위해 더욱더 안쪽으로 향했다.

철창문부터 쭉 이어진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길은 머리통만 한 크기의 돌을 바닥에 빼곡하게 심고, 그 주변을 자잘한 크기의 돌멩이로, 또 그 주변은 더 작은 자갈과 알이 좀 굵은 모래로 채워 넣은 모양새였다.

“조심해. 주변도 잘 살피고!”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뭐, 문제의 저택 앞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흐음….”

저택과 5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멈춰섰다.

무언가… 흐물거리는 막 같은 것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뭘까?”

고개를 갸웃하고는 조심스레 아수라 스워드로 막을 건드렸다.

출렁….

흐물거리는 막이 요동을 치며 꿈틀대고 출렁거렸다.

마치, 얇고 넓게 편 젤리를 연상케 했다.

뭐, 그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한 번 더 아수라 스워드로 막을 찔렀다.

이번에는 좀 더 힘을 가한 채였다.

쿠욱….

출렁출렁….

가한 힘만큼 막이 요동쳤다.

역시나 그것이 끝이었다.

“이대로 뚫리지 않는 건가?”

의문을 뱉어내며, 이번엔 있는 힘껏 검을 찔러 넣었다.

쿠우우욱….

힘껏 찔러 넣는 검 끝에 흐물거리는 막이 움푹 들어가며, 펴다 만 우산을 연상케 하는 모양새를 그려 냈다.

제대로 힘이 실린 까닭에 곧 뚫릴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오식아! 너도 해 봐!”

내 명령에 오식이가 움직였다.

나와 비슷한 자세로 손에 든 모닝스타를 앞으로 뻗은 채 막을 향해 찔러 넣었다.

“크륵!”

순간, 녀석의 찔러 넣는 힘과 흐물거리는 막의 탄성 때문에 내가 튕겨 나가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 이런….’

물러나기는 이미 늦었다.

아니, 그저 아수라 스워드를 잡은 손에 힘을 빼기만 해도 됐을 터.

오히려 그것이 더 빠르고, 편하고, 안전했을 테지만, 본능적인 반응으로 인상을 구기며, 발가락에 힘을 줬다.

당연히 어떻게든 버텨 보겠다는… 멍청하고, 안일한 생각에서였다.

웃긴 건, 이후에 벌어진 일이 내가 떠올리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방향으로 흘렀다는 것이었다.

스르릉….

오식이의 모닝스타가 흐물거리는 막에 막 닿은 순간, 별다른 저항 없이 그것을 뚫고 지나갔다.

“크륵?”

내가 하던 짓을 보며, 나름의 상황… 막의 저항 등을 떠올렸을 오식이가 전혀 의외의 상황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이내 막을 뚫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얼라리?”

곧장 아수라 스워드를 거둬들이고는 유심히 막 너머를 살폈다.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었지만, 오식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 오식아?!”

모호한 투로 오식이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한 번 더 불렀다.

“오식아! 그 안에 있어?”

역시나 잠잠했다.

고개를 한 번 갸웃했다.

곧장 녀석을 불러들일 방법… 봉인 스킬을 떠올렸다.

‘될까?’

의심도 했다.

하지만, 머뭇거림은 거의 없었다.

‘봉인… 봉인….’

집중과 함께 스킬을 시전했다.

“….”

반응이 없었다.

“뭐야? 왜 안 돼?”

당황스러웠다.

한 번 더 시전했다.

역시나 불발.

“헐….”

더욱더 당황했다.

이성을 잃은 채, 오식이를 집어삼킨 흐물거리는 막에 달라붙어 만지고, 두드리며 녀석의 이름을 불러댔다.

“오식아! 대답 좀 해 봐! 오식아!”

그러기를 몇십 초쯤.

스르릉….

갑자기 막을 뚫고는 오식이의 모닝스타 대가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당연히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기도 했다.

그 사이, 오식이가 막을 넘어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 오식아….”

다행과 안도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러다 녀석의 얼굴 상태를 확인하고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직전… 막을 뚫고 넘어가기 전까지 오식이의 얼굴은 너무나 멀쩡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군데군데 까진 것은 물론, 한쪽 콧구멍에선 코피까지 흘리며 망가져 있었다.

“크륵?”

오식이가 검지 끝으로 머리통을 긁적거렸다.

그런 녀석을 향해 다그치듯 다시 물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식이가 막을 뚫고 넘어간 시간은 끽해야 1분이 조금 넘었다.

최대한 넉넉하게 줘도 2분… 결코, 3분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어디 가서 줘 터진 것처럼 얼굴이 개판이 되어 나타나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크륵….”

어째, 민망한 듯도 하고, 죄스러운 듯도 한 반응을 보인 오식이가 천천히 자초지종을 내게 전했다.

녀석의 놀라울 정도로 늘지 않는 언어 구사력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멍청이!”

“크륵….”

“힘도 적당히 써야지. 어떻게 자기 힘에 못 이겨서 앞으로 고꾸라지냐?”

그랬다.

막을 뚫고 건너편으로 넘어간 오식이는 넘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서 앞으로 넘어졌다.

그에, 코가 깨지고, 얼굴이 엉망이 된 것.

더불어 그 충격에 잠시 기절도 한 모양이었다.

뭐, 앞을 막아설 줄 알았던 흐물거리는 막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기에 그리된 것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멍청하고, 한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

“냥이가 봤다면, 얼마나 놀렸을지 눈에 훤하다. 에휴!”

내 핀잔에 오식이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먼 산을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냥이를 들먹인 것에 나 또한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가는 한껏 낮아진 투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사실, 엄청 걱정했거든….”

걱정이란 단어에 여러 가지 의미와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녀석이 그것을 온전히 알아들었을 리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알려 줄 필요도 없을 테고 말이다.

빠르게 감정을 추스르고는 툭 하니 말을 뱉어 내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띄웠다.

“야, 코피나 좀 닦아.”

“크르르….”

녀석이 손등으로 코를 쓱 문질렀다.

이미 어느 정도는 마른 터라 잘 닦이지 않는 듯했다.

그에, 곧장 주위를 둘러봤다.

이내 마땅하게 쓸 만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름으로 물기가 어려 있는 손바닥 크기만 한 이름 모를 풀잎이었다.

풀잎은 길을 벗어난 정원의 잔디밭에 돋아나 있었다.

같은 모양의 것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게 일부러 심어 놓은 듯했다.

‘꽃이라도 피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원의 잔디밭에 발을 들여놓았다.

곧바로 허리를 구부린 채, 손을 뻗어 풀잎을 뜯었다.

그 순간!

“캬아아아아아아!”

마치, 가래가 목구멍을 완전히 메우고 있는 듯한 기괴하고도 거슬리는… 게다가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랗기까지 한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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