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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68화 (68/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68)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게이트를 발견하자마자 발길은 물론, 온몸이 굳어 멈추고, 말문이 닫힐 만큼 말이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숨어!”

두어 발자국 앞에 있는 오식이를 향해 짧고, 강하게… 그러나 낮고, 작게 말하며 몸을 바짝 낮췄다.

그리고 게이트와 그 주변, 우리가 있는 곳의 전후좌우를 샅샅이 살폈다.

조용했다.

‘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게이트다.

그렇다는 것은 100% 새로 생성됐다는 말이고, 100% ‘활성화 던전’이란 소리다.

활성화 던전의 가장 큰 특징은 ‘코어’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과 게이트를 통해 괴물들이 자유롭게 바깥세상을 넘나든다는 것이었다.

한 번 게이트를 넘어온 놈들이 다시 게이트를 넘어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지만, 어쨌든 그랬다.

또, 던전 안에서 괴물들이 무한으로 ‘재생성’ 된다는 것도 특징….

뭐, 앞선 던전에서의 특이한 상황은 내 지식과 정보 선에서 이러한 룰을 완전히 깨 버린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현재, 내 눈으로 똑똑히 보이는 것이 활성화 던전이라면, 분명히 주변에 게이트를 넘어온 괴물이 있을 터였다.

어쭙잖은 놈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나나 오식이의 힘을 능가하는 놈이라면, 당연히 위험하고 끔찍한 일이었다.

“꼴깍….”

마른침을 삼키며, 조용하고 신중하게 주변을 계속 살폈다.

“크르르….”

영문을 모르는 오식이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 오식이를 향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커다란 눈을 느릿하게 몇 번 깜빡인 녀석이 곧장 입을 닫고는 나를 따라 주변을 돌아봤다.

‘없는 것 같은데….’

다행히도 주변에 괴물은 없는 듯했다.

활성화 던전이면서도 게이트 주변에 괴물이 없다는 것… 게이트 너머로 괴물이 넘어온 흔적이 없다는 것은 내가 하는 한 두 가지 경우뿐이었다.

첫째, 이제 막 던전과 게이트가 생성됐을 경우.

던전과 게이트가 생성되고, 만들어지는 시간은 랜덤이다.

어떤 건 일말의 기미를 보이며 24시간도 넘게 걸리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건 미처 대처하거나 눈치챌 겨를도 없이 단 몇 분 만에 완성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던전 안에서 게이트를 통해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시간은 대략 1시간 내외라는 게 통계적인 일이다.

둘째, 게이트를 넘어온 괴물을 누군가 처리했을 경우.

양심적이라든가, 나름의 자비를 베푼다든가… 뭐, ‘살려는 드릴게!’라는 유명한 고전 영화의 대사를 가져다 붙이기는 뭐 하지만, 던전과 게이트가 만들어진 후, 처음 튀어나오는 괴물의 수는 한정적이다.

끽해야 다섯을 넘지 않는 정도랄까?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앙 내지는 재해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1차 난입은 그 정도에서 끝이 난다.

그렇게 첫 번째 난입 후, 정확히 20시간마다 재 난입이 이어진다.

회차마다 튀어나오는 괴물의 종과 수는 랜덤.

그러나 더 강하고, 더 많은 수가 넘어온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의미로 후자 쪽의 경우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을 터였다.

1년이 넘도록 그 누구의 방문과 침입 없이 안전하게 살았다.

또,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를 보지 못 했고, 전투의 흔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후자가 아니라면 전자.

아직 던전과 게이트가 생성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얼마나 남았을까?’

괴물들이 튀어나올 때까지 남은 시간이 관건이었다.

1초 후가 될 수도 있고, 50여 분이 남았을 수도 있었다.

‘일단, 짐부터 챙기자.’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결론을 내 뒤, 바로 오식이에게 명령했다.

“오식아, 짐!”

“크륵?”

“저기 있는 것들… 빨리 챙겨!”

급하게 소리치고는 내가 먼저 움직였다.

어리둥절하던 녀석이 뒤를 따랐다.

….

1시간 뒤.

“헉! 헉… 아이고, 죽겠다.”

트럭을 숨겨 놓은 곳으로 내려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거칠게 쉬어댔다.

다리도 후들거렸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사(?) 때문에 짐을 싸둔 것이 말이다.

또, 마정석과 잡템 등을 내다 판 일도 신의 한 수였다.

무겁고 부피가 큰 텐트는 물론, 그동안 한두 개씩 사들인 냄비 같은 자잘한 집기는 버리고 와야 했지만, 무기와 장비 그리고 식료품 등은 죄다 챙겨 올 수 있었다.

“고생했다.”

옆에 앉아 있는 오식이에게 수고의 말을 전하고는 육포를 건넸다.

내 다급함에 서두르느라 녀석도 힘들었는지, 그 좋아하는 육포를 받아들었음에도 당장에 입에 넣고 우물거리지 못했다.

“후우… 그나저나 어째야 하지?”

허공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다급함에 서둘러 짐을 챙기고 도망을 치긴 했으나, 명색이 각성자에 그동안 실전으로 나름 단단하게 다져진 터였다.

뭐, 그래 봤자 아직 허접하기 그지없는 수준이긴 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괜한 용기와 호기심이 슬슬 피어오르고 있었다.

‘흠… 어차피 새로운 던전을 찾으려고 했잖아?’

그렇긴 했다.

그러나 내가 찾으려 했던 것은 활성화 던전이 아니라 정화 던전이었다.

뭐로 보나 정화 던전이 훨씬 안전했으니까.

‘일단, 확인만이라도 해 볼까?’

아마, 지금쯤이면 게이트 밖으로 괴물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어떤 놈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하기에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아직 밤이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고, 숫자도 많지 않을 터.

아무리 약한 놈들이라도 어둠 속에서 맞닥뜨리는 건 좋지 않은 선택.

또, 시간이 지나면 수가 불어 날 테니 말이다.

“아, 고민이네….”

당연히 위험은 감수해야 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완전한 미지수였으니까.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고 포기해 버린다면, 이제껏 늘어놓은 얘기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이 될 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뭐가 됐든 한 번 찔러나 보자!’였다.

“그래, 까짓거 여차하면 튀지… 뭐!”

* * *

엘프의 활과 화살만을 장비하고는 산을 올랐다.

방어구는 당연히 챙겼다.

전투가 목적이 아니었다.

일단은 탐색과 확인이 우선이었다.

최대한 멀리서 안전하게 상황을 살피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 싶으면 바로 튈 생각이었다.

접근전은 아예 생각도 없으니, 몸도 가볍게 할 겸 검을 챙기지 않았고, 눈에 띄기 쉬운 오식이도 함께하지 않기로 했다.

“후우… 냥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쩝!”

냥이의 부재가 아쉬웠다.

며칠이나 됐다고, 슬픔보다 아쉬움이 큰 게 조금은 씁쓸해졌다.

“어디 보자….”

찌릿!

스킬 ‘가늘게 뜬 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위치상으로 낮은 곳에 있는 탓에 확인이 쉽지는 않았다.

‘흠… 조금 돌아가야 하나?’

길이 아닌 길을 빙 돌아서 반대편이나 훨씬 더 위쪽에서부터 내려온다면 훨씬 수월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니야, 곧 어두워질 테니 이대로 간다.’

말은 그렇게 하고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은 옆으로 돌았다.

대신에 걸음을 좀 빨리하긴 했다.

….

게이트가 보이는 곳까지 도착했다.

거리는 약 200미터쯤.

“흠….”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챙길 수 없어서 버리기로 한 텐트와 잡기들도 그 자리에 얌전히 있었다.

“뭐야? 아직도 안 튀어나온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고개가 절로 갸웃해졌다.

이미 짐을 챙겨 도망친 시간만으로도 거의 1시간을 잡아먹었다.

고민을 한 시간도 오래였고, 다시 산을 오른 것까지 합치면 2시간도 넘었다.

그런데도 게이트를 넘어온 괴물이 없다는 게 너무나 이상했다.

‘설마….’

앞선 던전에서 그동안 굳게 믿고 있던 것들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해서, ‘게이트의 생성과 괴물들의 첫 난입=1시간 내외’라는 공식도 ‘무조건’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의심과 의문을 품고는 게이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1시간 후.

“대체 어쩌자는 거야?”

여전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이미 날도 어두워져 있었다.

“휴, 일단 오늘은 철수!”

산속에서 아무것도 없이 노숙을 할 수는 없었다.

다시 트럭을 숨겨 놓은 곳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아구, 다리야….”

오래도록 쪼그려 앉아 있었더니만 다리가 저렸고, 허리도 아팠다.

하도 가늘게 뜬 눈을 사용해서인지 눈도 침침했다.

짧은 고민 끝에 오식이를 소환했다.

“오식아, 나 좀 업고 가라.”

녀석의 등에 업힌 채, 편하게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아, 이렇게 편한걸….”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 했나 싶었다.

편안함에 취해 녀석이 눈에 띌까 걱정했던 것은 까맣게 잊은 터였다.

“오식아, 내일도 좀 부탁하자.”

내 말에 녀석이 살짝 움찔했다.

….

트럭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는 저녁을 먹었다.

스마트폰이 터지는 장소인지라, 게이트의 생성과 첫 난입에 대한 것들도 검색해 봤다.

내가 알고 있던 대로 대부분이 1시간 내외라는 정보뿐이었다.

거기서 거기인 내용의 게시글들을 확인하던 중, 얼핏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던 터라, 완전히 잊고 지냈던…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맞다. 이중 게이트!”

‘이중 게이트’란 게이트 너머에 또 다른 게이트가 존재하는 던전을 말한다.

해서, 던전과 게이트의 생성 후, 첫 난입이란 절차가 없다.

상당히 특이한 부분이기에 쉽게 잊거나 놓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던 터라, 전혀 생각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중 게이트 던전을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

또한, 나 같은 이… 짐꾼을 대동하고 들어가는 이도 거의 없었으니까.

그러한 이유도 명확했다.

이중 게이트 던전은 꽤 특별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예로 ‘미션형 던전’ 같은 곳이랄까?

노가다를 위한 곳이 아니기에 딱히 짐꾼이 필요치 않다는 소리다.

또, 특별한 만큼 위험했다.

위험이 큰 만큼 보상도 컸다.

형태에 따라 사냥법이나 클리어를 위한 전법도 다양했다.

해서, 실력이 월등한 이들이나 오래도록 합을 맞춘 이들… 팀 내지는 길드원들끼리만 공략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나와는 거리가 먼… 아예 없다고 봐도 좋은 것이었으니, 알고 있어도 상황과 매치를 시킬 수 없었던 것이었다.

뭐, 제대로 또는 자세히 모르는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

아무튼.

호기심이 커졌다.

눈에 불을 켜고, 이중 게이트 던전에 관한 정보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 뒤 날이 밝자마자 게이트로 향했다.

* * *

“역시….”

괴물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눈앞의 것이 이중 게이트 던전임을 확신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게이트를 넘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호오!”

감탄의 반응부터 나왔다.

“그렇게나 특별하다고 하더니만, 시작부터 다르군.”

게이트를 넘어 들어선 첫 장소부터가 다른 던전과 달랐다.

마치, ‘교감’ 스킬이 발동하면서 자동으로 들어서게 되는 새하얀 공간 같았다고나 할까?

공간의 넓이가 훨씬 넓고, 사방이 오로라 빛으로 물들어 있다는 것이 다르긴 했다.

“이런, 미션형이 아니잖아?”

몇 미터 앞에 나란히 있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게이트 두 개를 통해 이곳이 미션형 던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내심 기대하던 터라 실망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여전히 이곳은 특별했으니까.

어제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미션형 던전의 게이트는 녹색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빨간색과 파란색 게이트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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