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63)
파탄이야 나도 모르니 패스.
검풍은 모를 수도 있으니 패스.
그러나 트리플샷까지 모른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여겨졌다.
“트리플샷 몰라?”
―그게 뭐냥?―
“더블샷은 두 발! 트리플은 세 발!”
―헉! 화살을 세 개나 발사한다는 말이냥?―
냥이는 정말로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리듯이 말을 받아쳤다.
“어, 그런 말이다냥.”
―히익! 말도 안 된다냥!―
“말이 왜 안 되냥? 말이 된다냥!”
―지금 나를 놀리는 거냥?―
“놀리는 건 맞는데, 말도 맞다냥! 키킥!”
계속된 놀림에 냥이가 삐쳤다.
바로 달래서 풀어 주었다.
그리고 트리플샷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이어 나가던 중, 냥이는 트리플샷을 모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냥이와 냥이의 더블샷의 수준이 딱 거기까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냥이는 C 클래스였다.
그에, 더블샷의 숙련도가 3단계에서 끝이었다.
정확히 말해서는 냥이의 더블샷 숙련도가 3단계에서 끝이라는 걸 먼저 알았다.
그것에 빗대어 C 클래스라 생각했다.
뭐, 오식이나 냥이는 물론이고, 애초에 던전의 괴물들이 클래스로 나뉘거나 분류된다는 건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럼, 파탄은 뭐냥?―
“음… 파탄은 솔직히 나도 처음 들어 봐.”
―아까, 검풍인지 뭔지 하고 같다 하지 않았냥?―
“아, 그건….”
검풍에 관해서도 얘기해 줬다.
그러고는 파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몇 가지 실험을 했다.
그로 인해 알게 된 것은….
파탄은 더블샷의 두 번째 화살에서만 적용이 되며, 폭발과 함께 화살촉이 분산되어 터져 나가는… 마치, 수류탄과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별다른 제제나 의식 없이 더블샷을 쏘면 파탄이 저절로 발동했고, 더블샷만을 집중하면… 3단계 정도의 더블샷을 떠올리고 사용할 시에는 파탄 없이 공격도 가능했다.
―크아, 부럽다냥!―
냥이는 파탄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내 동작을 유심히 살피며, 혼자서 연습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냥이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황당해하고, 어이없어하는 쪽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다.
순서대로라면, 냥이가 13레벨로 오를 차례였다.
하지만, 내가 올랐다.
냥이는 여전히 12레벨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레벨 업의 순서는 냥이가 먼저였다.
지금껏 늘 그랬었다.
냥이가 먼저 업을 하고, 다음으로 내가 올라, 늘 1레벨 차이가 나거나 같은 레벨을 유지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나도 좀 황당했다.
해서, 이유를 찾았다.
간단명료하면서도 너무나 당연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냥이는 이미 만렙에 도달한 상태였던 것.
그랬다.
아처캣의 최종 레벨은 12였다.
인류가 오랫동안 연구하여 모은 엄청난 양의 이런저런 데이터들을 종합해 내린 레벨도 12였고, 교감과 서약을 통해 내가 확인할 수 있는 프로필상의 레벨도 12였다.
사실, 그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계속 사냥을 하고, 경험치를 꾸준히 얻다 보면, 레벨은 자연스레 오르는 것이라 여겼을 뿐.
해서, 12라 표기된 것이 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췟! 그래도 아직 내 활 솜씨가 더 뛰어나다냥!―
“으응….”
―민첩성도 내가 더 좋다냥!―
“그래, 알아.”
―아직 난 죽지 않았다냥!―
“어어….”
냥이가 자존심을 내세우며 고개를 쳐들고, 어깨를 당당히 폈다.
그 말이 옳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나 속내는 조금 달랐다.
냥이가 나보다 활 솜씨가 좋은 건 사실이었다.
상대적으로 월등히 좋고, 비싼 엘프의 활과 새롭게 얻은 파탄으로 인해 파워나 공격력은 내가 좀 더 앞서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넘치는 자신감으로 오식이와 바짝 붙어 있는 와일드 울프에게 거침이라곤 단 1도 없이 화살을 날려대는 똥배짱은 여전히 냥이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들의 머리 위에 올린 사과를 향해 화살을 날리고 명중시켰다던 ‘윌리엄 텔’처럼 명궁이라 이름을 날리기 위한 조건은 확실히 나보다 냥이가 좋았다는 얘기다.
민첩성 부분도 비슷했다.
트레이닝을 통해 기본 피지컬을 올린 뒤, 다수의 실전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값비싸고 효율 좋은 장비의 덕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수준에 이르렀다는 소리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작고 가벼운… 게다가 애초에 동물적인 요소까지 갖춘 냥이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들로 냥이가 내세우는 자존심을 인정은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나 으스댈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우씨! 뭘 보냥? 콱! 죽빵을 날려 버릴까 보다냥!―
진심으로 큰일을 치렀음에도 여전히 오식이를 깔보고, 막 대하는 무식한 깡과 충분히 그럴만한 수준의 발차기를 동반한 근접전은 속내고 뭐고 간에 무조건 인정이지만 말이다.
* * *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중간중간 이틀을 쉬었다.
그리고 마침내 5구역의 주변을 정리하고, 그곳에 당도했다.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사냥을 하던 그곳 말이다.
“흠… 역시나 수가 확 줄었군!”
예상처럼 놈들의 수가 채워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전히 특이한 지형의 그곳에는 상당수의 와일드 울프가 바글바글한 채였지만, 이전과는 확연하게 숫자가 줄어 있었다.
“전에 했던 것처럼 끌어내서 처리하자.”
―알았다냥!―
조금씩 갉아 먹듯 놈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다.
그러나 이틀쯤 지나자, 더는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활의 사정거리가 닿는 부근의 놈들을 거의 다 잡아낸 까닭이었다.
“하, 저쪽에 있는 놈들은 여전히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
가늘게 뜬 눈을 사용해도 대략적으로만 파악이 되는 거대한 구덩이 속 놈들 얘기였다.
이전처럼 뭔가… 귀염둥이라고 예상한 것을 지키는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
확실히 눈에 띄는 이동이나 움직임은 있었다.
다만, 그 범위가 구덩이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래도 좀 더 가까이 가야 할 듯싶다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앞선 사건이 있기에 끌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흐음, 어째야 하나? 고민이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행동으로 옮길 용기와 강단이 필요할 뿐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마음을 다잡았다.
“좋아! 해 보자!”
위험을 감수한 채, 최종 방어선을 떠나 놈들과의 거리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채였다.
….
“흐음….”
귀염둥이와 오식이의 활약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던 장소에 다다랐다.
당시에는 확인조차 못 했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귀염둥이가 시전했던 스킬 ‘핏빛 달의 분노’가 남긴 흔적 말이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와일드 울프들의 살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괴물들이 던전 안에서 사체로 남게 되면, 24시간 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유에서였다.
대신에 마정석과 놈들의 이빨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또한, 오식이의 피부에 깊은 화상 자국을 남겼을 만큼 뜨거운 열기의 흔적도 뚜렷하게 보였다.
기이하게 녹아내린 모양의 돌멩이들이 그것이었다.
얼핏 봐서는 몰랐지만, 바닥에 돋아난 풀들 사이사이도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들이 있었다.
화마가 한 번 훑고 지나간 위로 그새 새로운 풀이 자라난 모양이었다.
‘흠, 생명의 신비인가? 놀랍군… 아, 아니지. 지금은 이런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야!’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 냈다.
그 사이, 오식이와 냥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특하게도 마정석과 이빨 등을 회수하고 있었다.
나도 허리를 숙여 발밑에 떨어져 있는 마정석을 집어 들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불어온 한 줄기 바람.
그에 실린 어떤 묘하고, 불길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오식이와 냥이가 하던 짓을 멈추고는 한쪽으로 시선을 꽂았다.
놈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였다.
“응? 왜 그래?”
정말 몰라서 묻긴 했지만, 목소리에 담긴 불안감은 진했고, 그에 따른 불길함은 더욱더 짙었다.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오식이와 냥이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당장에 뭔가가 보이지는 않았다.
곧장 스킬 ‘가늘 게 뜬 눈’을 사용했다.
찌릿!
그제야 저 멀리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런….’
순간, 마음을 졸여대던 불안함과 불길함이 다급한 위험 신호로 바뀌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틀며,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는 오식이와 냥이를 향해 소리쳤다.
“튀어!”
외침과 함께 바로 지면을 딛고 선 발가락과 발바닥에 힘을 줬다.
몸을 스프링처럼 튕겼고, 탄력과 반동을 이용해 죽어라 뛰었다.
쌔앵….
분명히 내가 먼저 움직인 것 같은데, 냥이가 나를 앞질렀다.
쿵쿵쿵쿵!
바짝 쫓아 오는 오식이의 묵직한 발걸음이 더욱더 마음을 졸이게 했다.
‘조, 조금만 더….’
완전한 도망… 그러니까, 5구역의 초입인 어둠의 장벽까지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일단은 몸을 피할 수 있는 자리… 직전까지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있던 곳까지 가는 게 목표였다.
다행히 뒤를 잡히기 전에 도착하여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처억!
숨을 고르기도 전에 화살부터 장전했다.
나보다 몇 초쯤이나 먼저 도착하여 나무에 오른 냥이는 벌써 두 번째 더블샷을 날린 뒤였다.
능숙하게 활시위를 당기며 가늘게 뜬 눈으로 놈들을 쳐다봤다.
“에엥?”
그제야 명확히 확인인 된 놈들의 모습… 아니, 숫자에 의아함과 허무함을 느꼈다.
무리를 지어 신나게 달려오는 놈들의 수가 겨우 열을 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뭐야? 씨X 것들… 괜히 쫄았잖아!”
투덜거림을 거칠게 뱉어 내며, 지레 겁을 먹고서 허겁지겁 뭐 빠지게 내달렸던 부끄러움을 털어 냈다.
그러고는 놈들을 향해 연속으로 더블샷을 날려댔다.
당연히 파탄이 적용된 것들이었다.
쐐애액! 쐐액!
퍼억! 팟!
퍼어엉!
정조준보다는 마구잡이 느낌으로 쏴댄 화살이었다.
놈들에게 꽂히는 것도 있었지만, 허망하고 어이없게 빗나가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파탄이 적용된 터라 빗나간 화살도 놈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움직임을 흔들어 놓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런 놈들에게 냥이의 더블샷이 정확히 날아들었다.
“깨앵! 깽!”
“끼이잉!”
놈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강력한 공격이었던 것이었을까?
호기롭게 달려들던 놈들은 혼비백산과 우왕좌왕으로 난리를 피우다가는 냥이의 화살에 맞아 바닥에 고꾸라졌다.
또, 내 화살에 맞아 몸이 터져 나가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결국엔 겨우 두 마리만이 우리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크르르….”
“컹! 컹!”
나와 냥이를 향한 놈들의 짖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내 더 크고 섬뜩한 으르렁거림이 날아들었다.
다름 아닌 오식이의 것이었다.
“크르르르르!”
이 또한 놈들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무 위를 향해 있던 놈들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100년은 족히 됐을 것 같은 크기의 거목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오식이가 모닝스타를 빙글빙글 돌리며, 여유롭게 다가왔다.
그런 오식이를 향해 한 놈이 용감함을 내비쳤다.
“컹! 컹!”
당장에 오식이가 가소롭다는 듯이 우렁찬 포효로 답했다.
“크아아아아앙!”
그러고는 냅다 들고 있던 모닝스타를 집어 던졌다.
“헉!”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이라 깜짝 놀랐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거리가 통할 리도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통했다.
퍼어억!
쉽게 피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모닝스타에 용기를 내어 나섰던 놈의 뚝배기가 그대로 깨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남은 한 놈이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이내 길게 울부짖었다.
“아우우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