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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58화 (58/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58)

딴딴….

웅크리기 스킬이 발동되며 몸이 단단하게 굳었다.

그제야 괜한 짓… 항문에 힘을 주지 않아도 웅크리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떠올렸다.

어차피 스킬로 지정이 됐기에 머릿속으로 떠올리거나 집중만으로도 시전이 될 테니 말이다.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니까… 킁!’

코끝을 찡긋하고는 ‘X’자로 얼굴을 막아선 양팔의 틈 사이를 엿봤다.

듬직한 오식이의 등짝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내고 싶은 것처럼 거칠지만, 넓은 초록의 피부에 괜히 손바닥 자국을 하나쯤 내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때였다.

나보다 먼저 웅크리기를 발동한 채였던 오식이의 몸이 움찔했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등 때문에 보이지 않는 너머에서 엄청난 에너지의 기운이 느껴졌다.

고오오오오오오….

이내, 귀염둥이 녀석과 녀석의 몸을 감싸고 있던 주홍색 빛을 떠올렸다.

그것 말고는 이처럼 강한 에너지를 뿜어낼 것이 없었다.

‘뭐지? 대체, 뭐냐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고오오오오….

이미 너무나 강하다고 느끼던 에너지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해졌다.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막 들려던 찰나….

우레와 같은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퍼어어어어엉!

폭발음에 귀가 먹먹해졌다.

감으로만 느끼던 에너지의 기운이 몸으로도 전해졌다.

가슴이 울렁거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2차 폭격(?)도 이어졌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앗!

기묘한 소리와 함께 오식이의 몸을 타고 넘어온 거센 바람이 그것이었다.

“크읏!”

나도 모르게 더욱더 몸을 웅크렸다.

실로 엄청난 세기였다.

마치, 폭풍과도 같은….

지지지직….

지면을 딛고 있던 발바닥이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났다.

절로 발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다행히 더는 밀려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언가….

후두둑! 후두두둑!

비나 눈은 아니었다.

일부의 던전에서는 그런 것들이 내리기도 하지만, 이곳은 늘 해가 쨍쨍한 맑은 날씨를 고수했다.

솔직히 궁금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에는 내 몸 하나를 가누기도 벅찬 상태였다.

퍼덕! 퍽! 후두두둑!

그 사이에도 정체불명의 무언가… 걸쭉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고, 묵직한 것도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내 머리와 등은 물론, 한참이나 뒤쪽으로도 떨어졌다.

또한, 오식이의 넓은 등으로도 떨어지며, 얼굴을 막고 있는 내 팔뚝에도 파편이 튀었다.

‘젠장! 이게 대체 뭔 일이래?’

….

몇 분?

아니, 체감상으로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지만, 사실상 채 1분을 넘기지 않은 영문 모를 난장판이 천천히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정체불명의 것이 가장 먼저 멈췄다.

이어, 몸을 밀어내던 거센 바람도 더는 일지 않았다.

강렬하게 가슴을 울렁이던 에너지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

하지만, 웅크리기 스킬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언제 감았는지 모를 눈도 뜨지 않은 채, 고요한 적막감 속에서 혹시 모를 무언가나 이어질 상황에 집중했다.

그때였다.

아주 먼 곳….

놈들이 몰려 있던 특이한 지형의 그곳에서 차갑고도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

기운을 느낌과 동시에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얼음처럼 차갑고, 송곳처럼 날카롭다는 느낌이나 표현 자체부터가 그리 좋은 뜻을 담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사, 살기?’

확실치는 않지만, 어째 그런 느낌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도 그와 견줄 수 있는 정도의 지랄 같음은 분명할 듯했다.

‘그나저나 어떤 놈이기에….’

레벨이 오르고, 특훈으로 트레이닝을 이어 가면서 전보다는 확실히 감각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겨우 일반인의 수준을 벗어난 상태일 뿐이었다.

냥이의 수준은 넘보지도 못했고, 둔하기 그지없는 오식이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그런 내가….

그것도 몇백 미터 이상은 족히 떨어진 곳에서 전해지는 어떤 기운을 느낀다고?

이는 필시, 내가 느낀 게 아니라, 내가 느낄 수 있을 만큼 그것이 강렬하고, 강력하다 보는 게 옳을 듯했다.

‘크으….’

더욱더 기분이 뭐 같아졌다.

차가움에 등골이 서늘해졌고, 날카로움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에,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던 웅크리기 스킬을 풀었다.

단단해져 있던 몸이 풀리자마자, 진심으로 끔찍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읏!”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까지 뱉어 내며 인상을 구길 정도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이물질… 거센 바람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무언가 때문이었다.

고약하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찝찝함과 끈적함을 동반한 축축함도 지랄 같았다.

“크으으, 이게 대체 뭐… 악!”

손사래를 쳐대며 짜증을 담아 투덜대던 중, 갑자기 몸이 옆으로 기울며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뱉어 내던 말을 멈추고, ‘악’ 하는 소리를 뱉어낼 정도로 강렬한 통증이 옆구리에서 일기도 했다.

“…??”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식이가 나를 제 옆구리에 끼고서는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뭐, 뭐야 인마!”

대뜸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오식이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냥 무작정 내달리고만 있었다.

당장에 내려놓으라고 다시 소리를 지르려 했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나를 짊어진 반대편… 녀석의 왼손에 들려 있는 귀염둥이 녀석이었다.

‘쟤는 또 왜 저래?’

오식이의 손에 들려 있는 귀염둥이 녀석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몇십 분 전, 오식이의 발길질에 맞아 날아가 버린 뒤,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냥이의 모습과 이내 겹쳐지는… 사지를 축 늘어뜨린 모양새가 그랬다.

순간, 눈이 뒤집혔다.

있는 힘껏 소리를 꽥 질렀다.

“야, 인마! 멈춰!”

하지만, 오식이는 여전히 내 말을 무시한 채 달리고 또 달리기만 했다.

“크르르… 크륵… 크륵….”

빠르게 거칠어지는 호흡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따끔하게 스치거나 날카롭게 몸을 찌르고, 때려대는 풀과 나뭇가지들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읏! 악! 크윽!”

뭐, 제 몸이야 그렇다 치지만, 꼭 붙들린 탓에 몸의 자유를 잃어 피하거나 방어할 길조차 없는 나는 좀 생각해 줘야 하지 않았을까?

‘이 자식을 그냥….’

* * *

나와 귀염둥이 녀석을 들고서 무작정 뛰기만 하던 오식이는 5구역의 경계선인 어둠의 장벽을 넘은 뒤에야 비로소 멈췄다.

그러고는 그제야 나를 바닥에 내려놨다.

바둥바둥….

어기적어기적….

어질어질한 몸을 애써 가누다가는 끝내 개처럼 바닥에 네 발로 엎드렸다.

“우에에엑!”

밀려오는 메슥거림에 대놓고 구역질을 해댔다.

오식이 녀석에게 강제로 붙들려서는 몸이 옆으로 기울어진 채, 위로 아래로 또 앞으로 뒤로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흔들린 탓에 멀미가 난 것이었다.

“우에엑! 우에에에엑!”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침만 질질 흘릴 뿐, 목구멍을 넘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한참이나 결과 없는 헛구역질을 해대다가는 완전히 지쳐 버린 몸을 뒤집고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이 절로 새어 나왔고, 눈과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어떻게든 상태를 회복하려 애를 쓰는 와중에 근처에서 역시나 숨을 고르고 있던 오식이의 말이 머릿속으로 전달됐다.

―서… 누….―

“뭐?”

말이 곱게 나올 리가 없었다.

듣고서 확실히 느끼라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극히 짧은 틈을 두고는 녀석이 말을 이었다.

―아… 파….―

“응?”

반문하며 고개를 쳐들고는 곧장 오식이를 쳐다봤다.

내 이름을 부를 때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진심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간신히 말을 뱉어 내고 있다는 느낌이 확 하고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에?”

오식이의 얼굴이 이상했다.

원래도 못생긴 얼굴인데, 지금은 더욱더 못생겨 보였다.

“뭐야? 너 왜 그래?”

고개를 갸웃하면 묻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식이가 비틀거렸다.

그러다가 조금 크게 기우뚱한다 싶더니만, 앞으로 고꾸라지듯 쓰러져 버렸다.

스르르….

쿠우우웅!

“….”

당황스러움에 잠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1초… 2초… 3초….

이어, 머릿속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번쩍거렸다.

정신이 확 돌아왔다.

당장에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힘들고, 어지럽고, 메스껍던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오식아!”

녀석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곁으로 달려갔다.

“크륵… 크륵….”

오식이는 거대한 몸이 들썩일 정도로 거칠게 숨을 뱉어 내기만 할 뿐,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녀석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흔들었다.

“야아, 왜 그래? 응?”

그래도 녀석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녀석의 몸에 대고 있는 손바닥에서 뜨끈함을 넘어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단 몇 초 만에 손바닥을 흥건히 적셔 버린 끈적한 땀과 함께였다.

일이 심상치 않음을 바로 느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빠르게 고개를 저어 털어 내고는 녀석을 카드 속에 봉인했다.

이어, 근처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채, 작은 몸을 들썩이고 있는 귀염둥이 녀석도 카드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던전의 입구를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

던전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불을 피웠다.

저녁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어, 녀석들을 차례대로 모두 소환했다.

평소 같으면 두 발로 서거나 위풍당당하게 등장할 텐데, 죄다 바닥에 쓰러진 모습으로 소환됐다.

절로 분위기가 심각해졌고, 표정이 굳어졌다.

‘제발….’

간절함과 함께 제일 먼저 냥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나마 다른 녀석들은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상태는 많이 심각했지만, 오식이는 거친 숨으로, 귀염둥이는 새근거리는 숨으로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 주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스윽….

조심스레 냥이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하아….”

이내, 안도의 한숨부터 나왔다.

냥이의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 때문이었다.

제법 강한 맥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 있구나… 다행이다.’

냥이의 상태가 괜찮음을 확인하고는 귀염둥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뒤 조심스레 상태를 살폈다.

사지를 널브러뜨린 채 완전히 뻗어 있었지만, 특별한 외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지치고 힘들어 탈진해서는 깊은 잠에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

“흠….”

나름으로 안정적인 귀염둥이의 맥박까지 확인을 마치고는 바로 오식이에게 다가갔다.

“크르르… 크르르….”

쥐 죽은 듯이 기절하거나 잠들어 있는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오식이는 살아 있음을 완벽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녀석의 상태가 가장 안 좋아 보였다.

다른 녀석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외상 때문이었다.

“후우우… 어쩌다가 이런 거지?”

녀석이 쓰러지기 전에 봤던… 오늘따라 더욱더 못생겨 보이던 얼굴은 착각이 아니었다.

나와 귀염둥이를 안고서 미친 듯이 뛰고 난 후유증(?)으로 땀으로 범벅이 되고, 인상마저 심하게 일그러진 것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열기에 노출된 것처럼 입은 화상이 그 이유였다.

오식이가 입은 화상은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에 입은 화상은 잽도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수준의 화상이 온몸에 퍼져 있었다.

그 중, 특히나 심한 곳은 양쪽 팔뚝이었고, 이대로 두면 정말로 큰일이 나겠다 싶을 정도였다.

“오식아….”

녀석의 이름을 나직하게 불렀다.

말끝이 흔들릴 정도로 울컥해졌다.

낮은 으르렁거림 뒤에 녀석의 말이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아… 파….―

“응… 그래 보여.”

―아… 파….―

“으응… 크흡!”

나도 모르게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한 눈물과 콧물을 훔쳤다.

그런 녀석에게 특효약을 건네기로 했다.

나만 먹으려고 몰래 감춰 뒀던 최고급 육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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