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53)
“후아….”
지친 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냥이도 같은 심정인 듯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냥 쉬었다.
“다시 가 볼까?”
―문제없다냥!―
씩씩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첫 단추를 제법 잘 끼운 덕에 이어진 사냥은 순조로웠다.
“오식이 출동!”
우리의 꾐에 빠져 멋모르고 혼자서 달려오는 와일드 울프는 전부 오식이의 몫이었다.
“크아아아앙!”
빠각!
쫘아아악!
몇 번의 엎치락뒤치락 후, 여지없이 목이 꺾이거나 턱이 부서졌고, 쭉쭉 찢기거나 다리가 뽑혀 나갔다.
두 마리 이상은 나와 냥이의 몫이었다.
안전한 위치에서 쉬지 않고 활을 쏴댔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어쨌거나 필승의 전략이었다.
“튀자!”
어쩌다 네 마리가 넘어가면, 무조건 도망쳐야 했다.
처음엔 안일한 마음과 함께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었다.
시간이 문제라고만 생각했고, 별다를 게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놈들도 생각이란 것을 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오를 수 없는 높이를 팀플레이로 극복하듯 탑을 쌓거나 서로의 등을 밟고 뛰어오르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아슬아슬한 수준이긴 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라 여기며 최대한의 안전을 꾀했다.
구역 밖으로 나온 와일드 울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당연히 어둠의 장벽 밖으로는 나오지도 못했다.
장벽 너머에서 시간을 끌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접근해, 그동안 뿔뿔이 흩어진 놈들을 찾아 처리했다.
―저쪽에 하나, 이쪽으로 두 마리다냥!―
“좋아! 일단 한 놈부터 잡자.”
늘 그랬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작전과 협력 플레이는 능숙해져 갔다.
더불어 레벨이 오르면서부터는 더욱더 쉬워지고, 빨라지기도 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크륵?”
가장 먼저 레벨이 오른 것은 오식이였다.
“오오! 축하해, 오식아!”
―축하한다냥!―
그동안 사냥했던 괴물들의 레벨이 한참이나 낮았기에 무려 8개월이나 걸린 레벨 업이었다.
눈가가 찡해질 만큼 기뻤고, 그에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감동과 축하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 레벨 업을 경험한 오식이는 무척이나 어리둥절했다.
이어 꽤 흥분하였으며, 며칠 간은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야단법석을 떨었다.
특히나 사냥 중이 아닌 휴식… 밤만 되면 더욱더 난리였다.
“크아아앙!”
“조용히 해, 인마! 잠 좀 자자!”
“크아아앙!”
―아우… 시끄럽다냥! 그냥 카드 속에 콱 처박아 버려라냥!―
“안 돼! 그랬다가는 내 머리가 터질 거야. 카드 속에서도 계속 저런다고.”
녀석은 녀석대로 우리는 우리 대로 밤잠을 설쳐 피곤한 채, 며칠을 고생해야만 했다.
16레벨이 된 오식이는 확실히 강해졌다.
겨우 1레벨이 올랐을 뿐인데, 와일드 울프 한 마리는 껌처럼 씹어 먹었고, 나와 냥이의 서포트를 받으면, 두 마리도 거뜬히 상대할 수준이었다.
“좋겠다. 레벨이 오를수록 바로 강해지다니.”
―후훗! 부럽냥?―
“응! 완전! 겁나! 짱 부러워!”
―그럼, 너도 우리처럼 던전에서 태어나지 그랬냥.―
“아, 그건 좀….”
오식이에 이어 나도 레벨이 올랐다.
10레벨이었다.
뭐,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딱히 기대 같은 걸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
[스킬 ‘교감’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범위가 소폭 늘어납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파장이 소폭 강해집니다.]
[스킬 ‘소환’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소환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스킬 ‘봉인’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봉인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특성 개화와 함께 얻었던 기존 스킬들이 업그레이드됐다.
다시 말하지만, 기대감이라고는 1도 없던 차였다.
그런데 신비한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스킬이니, 숙련도니 하기에 꽤 많이 놀랐다.
당연히 없던 기대감이 마구 차올랐다.
교감이야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제쳐 두고서는 바로 소환과 봉인을 사용해 봤다.
차오르던 기대감이 한 방에 사그라들었다.
“흠, 소폭이라 이거지? 쩝!”
작은 차이, 작은 폭… 말 그대로 소폭이었다.
말해 주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전혀 느낄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에휴, 기대한 내가 바보지!”
내가 10레벨에 오른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냥이도 레벨이 올랐다.
쐐애액! 쐐액!
퍼억! 퍼벅!
―내가 마무리다냥!―
쐐애액!
퍼어억!!
둘이 합쳐 30여 발 이상이나 쏴대고, 맞춰야만 와일드 울프의 숨통을 끊을 수 있던 것이 20여 발로 대폭 줄었다.
직전까지만 해도 사거리는 물론, 공격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었는데, 이제는 냥이 쪽이 훨씬 높아진 상태가 되었다.
뭐, 팀으로서는 고무적이고, 반겨야 할 일이었지만, 앞을 내준 2인자의 질투와 부러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췟! 1억짜리면 뭐 하나?”
내 능력이 떨어짐은 따지지 않고, 괜히 엘프의 활로 탓을 돌렸다.
그래 봤자 기분이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어찌 됐든.
한층 더 여유로운 상황과 상태로 계속해서 와일드 울프 사냥을 이어 나갔다.
* * *
“야, 근데 좀 이상하지 않냐?”
―뭐가 말이냥?―
“어째, 수가 줄지 않은 느낌이야.”
완벽한 작전과 준비로 와일드 울프를 사냥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초기에는 어설픔도 있었고, 몸을 좀 사리느라 하루에 20여 마리도 잡기가 힘들었다.
이후로는 작전에 능숙해지고, 사냥에 익숙해지면서 좀 더 많이 잡을 수 있게 됐다.
그 뒤로는 오식이와 냥이의 레벨 업에 힘입어 더욱더 많은 수… 하루에 50마리를 넘기기도 했다.
이걸 최저로 계산해 하루 평균 20마리라 하고, 30일을 곱하면 600마리가 된다.
뭐, 화살과 식료품 보급을 위한 외출과 휴식 등으로 일수를 좀 뺀다 해도 일단은 500마리 이상은 잡았다.
처음 내가 놈들의 수를 헤아린 게 100여 마리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일 뿐.
당시에 들었던 냥이의 말도 그렇고, 최종적으로 내가 파악한 놈들의 수는 천 이상이었다.
솔직히 거대한 웅덩이 한가운데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놈들의 수는 도무지 셀 수가 없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이쯤 되면,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대충 알아들었을 것이다.
1천 빼기 500으로 반까지는 아니어도 1/3… 더 적게 잡아 1/4 정도를 잡았다고 쳐도, 분명 눈에 띄도록 수가 줄었어야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니, 막말로 얘기해 하나도 줄지 않은 듯 보였다.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한데 모여 있는 놈들의 수가 훨씬 더 많았던 건가?”
그렇다면 말이 좀 되기는 했다.
빽빽하게 뭉치고, 겹쳐 있어 여전히 그 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흠… 뭐, 언젠가는 다 잡겠지….”
하지만, 내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한 달이 더 지나고, 두 달이 가까워져도 놈들의 수는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다.
….
“쩝….”
그동안 잡은 와일드 울프의 수는 분명 천 이상이었다.
중간중간 내다 판 12레벨 마정석도 꽤 됐고, 동굴 안에 모아 둔 것도 200개가 넘었다.
또한, 귀찮아서 제대로 수거하지 않은 이빨도 수두룩했으며, 오식이의 팬티로 재가공될 가죽은 물론, 훈제와 육포도 넘쳐났다.
이제 곧 석 달.
조금만 더 지나면 100일이 된다.
사냥이 본격적으로 익숙해질 무렵, 얼추 계산했던 던전 클리어의 예상 날짜가 100일이었다.
그것도 아주아주 넉넉하게 잡은 게 그랬었다.
하루에 20마리씩만 잡아도 2천이고, 30마리씩 잡으면 3천이었으니까.
그런데, 놈들은 여전히 바글바글했다.
“설마, 리스폰이라도 되는 건가?”
게임 등에서 몬스터를 죽이면. 해당 맵 안의 어딘가에서 놈들이 다시 생성된다.
계속해서 플레이를 이어 가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다들 알겠지만, 던전도 그렇다.
죽이고, 또 죽여도 계속해서 괴물들의 수가 채워진다.
물론, 코어가 파괴되지 않은 활성화 던전에서만 그렇다.
지금 내가 있는 던전은 분명 코어가 파괴된 정화 던전이다.
지금껏 몰살해 버리고, 클리어한 구역의 괴물들이 다시 생성되지 않은 게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리스폰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짧은 지식이지만, 그런 던전이 있다는 소린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 봐도 그 외에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흠,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와일드 울프의 수가 줄지 않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어느새 나와 냥이의 레벨은 12가 되어 있었다.
나는 무리였지만, 냥이는 혼자서도 와일드 울프 한 마리쯤은 가지고 노는 수준이 되었다.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수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였다.
또, 오식이와 냥이가 팀을 이루면 네 마리까지는 나름 여유롭게, 나까지 끼면 다섯 마리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와일드 울프의 수가 줄지 않고 유지가 된다면, 우리가 사냥하는 이곳은 꾸준히 12레벨 마정석과 이빨, 고기를 제공해 주는 일명 ‘노가다 포인트’가 된다.
지금도 괜찮지만, 시간이 더 흘러 레벨이 오르고, 더 좋은 장비를 갖춘다면, 사냥은 더욱더 쉬워질 것이고, 벌어들이는 돈도 훨씬 커질 터였다.
게다가 나나 냥이는 아직 12레벨이기에 같은 레벨인 와일드 울프를 잡는 것이 경험치 면에서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뭐, 셋이서 나눠 먹어야 하기에 우리로서는 손해이려나?
아무튼….
또, 이유가 어찌 됐든….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그래, 뭐 나쁘지 않아!”
* * *
쐐애액!
퍼억!
냥이가 날린 화살이 와일드 울프의 등에 꽂혔다.
놈이 즉시 반응하며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근처에 있던 다른 놈도 잠시 움찔했다가 뒤를 따랐다.
“오식아! 두 놈이다. 잠시 대기해!”
“크르르….”
오식이에게 대기 명령을 내리고는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앞선 놈이 ‘안전 구역’이라 지정해 둔 지점을 통과할 즈음에 더블샷을 날렸다.
안전 구역은 그동안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우리의 위치와 와일드 울프가 몰려 있는 구역의 중간쯤인 공터를 말함이었다.
주위로 몇 그루의 나무와 바위가 있었고, 바닥은 잘 깎아 놓은 잔디밭을 연상케 했다.
처음엔 그쪽까지 갈 일이 없었다.
아니,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말했듯이 나무도 없고, 허허벌판 같아서 그대로 노출이 됨은 물론, 놈들이 우리의 존재를 감지할까 봐서였다.
그러던 중, 12레벨이 된 냥이가 궁수의 진면모를 보여 주겠다면서 와일드 울프와 1:1을 선보이다가 그곳으로 넘어가 버렸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후에 확인 차 더 안쪽으로까지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중간쯤….
지금의 안전선이라고 지정해 둔 구역을 넘어가자, 놈들이 반응했다.
우리를 감지한 놈들이 세 마리뿐이라, 즉시 뒤로 물러나며 처리할 수 있었다.
살짝 위험하긴 했지만, 괜찮은 수확이었다.
150여 미터에 달하는 나름의 안전지대와 그만큼 먼저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으니 말이다.
뭐, 이전에도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놈들에게 공격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날린 화살은 명중률도 떨어지고, 다시 회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자중하던 터였다.
그런데 그 리미트가 깨져 버렸으니….
지금은 놈들이 안전지대를 넘어선 순간부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살을 날려대기에 바빴다.
….
쐐애액! 쐐액!
쐐액! 쐐액!
뒤이은 냥이의 더블샷도 앞선 놈을 향해 발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