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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52화 (5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52)

“정말로 잡을 수 있는 거지?”

―문제없다냥!―

“좋아! 그럼, 시작해 보자.”

작전 회의를 마치고는 나무 위로 올랐다.

그런 뒤 반대편 나무에 오른 냥이를 향해 물었다.

“이 정도 높이면 될까?”

나보다 빠르게 올라 주위를 살피던 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다냥!―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높이는 이만하면 됐고….”

원하는 위치에 올라선 냥이처럼 주위를 살폈다.

나무에서 나무로 이어질 이동 경로와 퇴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안정된 자세로 설 수 있을만한 두껍고, 넓은 나뭇가지를 찾아 자리도 확보했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특이한 지형 초입과 300여 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너무 먼 것이 아니냐 하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더 안쪽으로는 마땅히 이동하거나 자리를 잡을만한 나무가 없기도 한 까닭이었다.

“오케이! 준비 완료!”

준비를 끝내고, 냥이를 쳐다봤다.

냥이 역시 자리를 잡고는 대기 중이었다.

끄덕!

고갯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냥이가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나도 화살을 장전하고는 가늘게 뜬 눈을 시전했다.

찌릿!

아무리 가늘게 뜬 눈으로 줌인을 해도 한계는 있었다.

또한, 보인다고 아무렇게나 화살을 날릴 수도 없었다.

재수가 없으면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지랄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 공격하고, 최소한의 놈들만 우리가 있는 곳으로 끌어들이는 작전을 쓸 생각이었다.

“후우우….”

길고, 깊은 심호흡을 하며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5분쯤 흘렀을까?

노리고 기다리던 때가 마침내 찾아왔다.

다른 놈들과 몇 미터의 간격을 두고 홀로 떨어진 놈이 나타났다.

끼이익!

곧장 활시위를 당겼다.

한 번 더 놈과의 거리와 바람의 방향, 세기 등을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

탱!

나보다 먼저 냥이가 화살을 날렸다.

그에 질세라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놨다.

태앵!

쐐애애액!

1초쯤의 차이였지만, 꽤 먼 간격을 두고 두 발의 화살이 같은 곳을 향해 날아갔다.

“…?!”

날아가는 두 발의 화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앞서가는 냥이의 화살을 뒤따르는 내 화살이 빠르게 간격을 좁혀 나갔다.

“호오….”

나도 모를 탄성이 작게 흘러나왔다.

왼손에 들려 있는 엘프의 활이 찬란하게 빛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장비빨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내 화살이 냥이의 화살을 앞질렀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앞서 날아가던 냥이의 화살이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내 화살은 그보다 좀 더 나아간 뒤에 마찬가지로 궤도를 틀었다.

퍼벅!

냥이의 화살이 먼저 꽂혔다.

목표로 삼았던 놈의 바로 앞… 땅바닥에 말이다.

“이런….”

실패의 안타까움을 작게 흘렸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에 일렀다.

우리에겐 화살이 한 발 더 남아 있었으니까.

갑작스레 날아와 자신의 바로 앞에 꽂힌 화살을 보며 놈이 움찔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내 화살이 놈의 옆구리에 꽂혔다.

“앗싸! 명중… 어라?”

기쁨에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신을 내다가 이내 멈췄다.

꽂힌 줄 알았던 화살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먼 것도 그렇고, 12레벨이나 되는 놈의 두꺼운 가죽을 뚫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던 모양.

하지만, 놈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줬다.

잠시 고개를 쳐들고서 두리번거리던 놈이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는 이내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내달려왔다.

다다다다다닷….

잿빛의 털을 휘날리며 미친 듯이 뛰어오는 와일드 울프를 보고는 쾌재를 부르며 소리쳤다.

“오, 성공! 냥아, 준비해!”

사실, 이번 작전과 사냥을 하기 전부터 걱정하던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유인과 도발에 넘어간 놈들이 과연 지키던 구역을 벗어나 우리를 향해 달려드냐는 것이었다.

만약,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로서는 당장에 알 수도 없는 어떠한 이유….

뭐, 장막이나 결계 같은 것으로 가로막혀 놈들이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이번 작전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지니 말이다.

물론, 그에 대한 플랜 B도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솔직히 말해서 A보다 훨씬 더 좋은 작전이 플랜 B이기도 했다.

만약, 놈들이 어떠한 이유로 구역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굳이 나무에 오르거나 이토록 멀리서 조심할 필요 없이 그냥 근처까지 다가가서 여유롭게 화살을 날리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화살을 맞거나 뭐가 돼도, 우리가 있는 건너편으로 못 넘어올 테니 말이다.

어쨌든.

놈들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됐다.

바로 다음 확인 작업을 이어갈 시간이었다.

끼이익….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그러고는 어느새 근처까지 다다른 놈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쐐애액!

쐐액!

이번에도 냥이가 나보다 빨랐다.

비스듬히 아래를 향해 날린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직선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놈에게 그대로 꽂혔다.

퍼벅!

퍽!

이번엔 진짜로 꽂혔다.

먼저 날린 냥이의 화살은 놈의 앞발에 꽂혔고, 뒤따르던 내 화살은 놈의 정수리를 스치고 지나가 등에 꽂혔다.

“오예!”

절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이어진 확인 작업… 또 다른 걱정거리가 해결됐기 때문이었다.

10레벨에 오른 냥이는 와일드 울프에게 화살을 박아 넣을 수 있다며 자신만만이었다.

9레벨이지만, 급성장한 피지컬과 1억이나 주고 산 엘프의 활 덕에 냥이와 버금가는…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월등한 수준이 되어 버린 나는 오히려 걱정이 앞섰었다.

‘그래도 12레벨인데… 아아, 진짜 안 박히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랬다.

자신만만한 냥이의 말과 달리 우리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면, 역시나 이번 작전은 실패였다.

뭐, 그런 경우를 대비한 계획이 또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와 냥이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을 때는 오식이를 이용하면 됐다.

애초의 계획이 한 놈씩 쏙쏙 뽑아 우리가 있는 곳까지 유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걸려든 놈… 혼자서 달려든 놈은 전혀 무서울 게 없었다.

자칫 잘못하여 두 마리 이상이 달려들 경우가 문제였다.

예상으로는 오식이가 이길 것도 같았지만, 확신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한 피해나 상처도 생각해야만 했다.

해서, 사전에 이동 경로와 퇴로를 확인한 것이었다.

두 마리 이상의 놈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원래 있던 구역은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5구역의 시작점인 어둠의 장벽은 넘을 수 없으니, 거기까지만 도망칠 수 있다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터였다.

그렇게 다음 상황을 지켜보다가 그것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는 게 내가 세운 작전이었다.

더는 우리를 쫓지 못하게 된 놈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면, 앞선 작전대로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서 다시 한 마리씩 유인하여 잡으면 끝이었다.

만약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면?

그러면 오히려 땡큐였다.

넓은 지형을 이용해 이전처럼 잡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세운 계획이지만, 도무지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 그 자체였다.

아니, 나와 냥이의 공격이 먹힌다는 걸 알았으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확인하면 정말로 완벽해질 터였다.

“대기!”

냥이를 향해 소리쳤다.

내 말에 냥이는 화살을 시위에 걸고서 언제든 쏠 수 있는 자세를 취한 채 움직임을 멈췄다.

나 역시 화살을 장전하고는 바로 아래까지 다가온 와일드 울프를 주시했다.

“크르르….”

놈이 이빨 전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고는 주변을 이리저리 뛰고, 서성이며 한바탕 난리를 쳐댔다.

눈에 보이기는 하는데, 어찌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우리 때문에 성질이 나고, 심기가 불편하다는 게 뻔히 보였다.

타앗!

부우웅!

턱!

있는 힘을 다해서 점프를 해도 닿을 리가 만무했다.

나와 냥이는 지면에서부터 10미터 이상… 건물의 3층 높이를 훌쩍 넘는 높이에 있었으니까.

“멍청한 놈. 그게 되겠냐?”

놈이 알아들을 수 없는 비웃음을 날렸다.

그런데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놈이 나를 노려봤다.

그러고는 다시 점프했다.

타앗!

이번엔 허공이 아닌 나무… 내가 올라 서 있는 나무를 향해서였다.

콰악!

놈이 발톱으로 나무를 찍으며 매달렸다.

순간이지만, 몸이 움찔했다.

바로 활도 겨누었다.

하지만, 쏠 일은 없었다.

바둥바둥….

주르륵… 턱!

놈이 어떻게든 나무를 타고 오르려 발버둥질을 치다가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좋아! 확인 끝!”

한 번뿐이고, 한 놈뿐이었지만, 놈들이 나무를 타고 오르지도 못하고, 제아무리 힘껏 점프를 해도 내가 있는 곳까지는 닿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안전이 확보됐기에 더는 두려울 것도 없었다.

이제는 놈을 저세상으로 보내 주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냥아! 끝내 버리자!”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냥이의 화살이 놈을 향해 발사됐다.

혼자서 이리저리 난리를 친 탓에 지쳐 버렸는지 움직임이 한껏 둔해진 놈은 냥이의 화살을 전혀 피하지 못했다.

“깨앵… 깽!”

화살을 맞은 놈이 개처럼 낑낑거렸다.

완전히 승기와 기세를 잡았기 때문일까?

살짝 놈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냥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죽어라냥!―

일말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재차 화살을 쏘아댔다.

쐐액! 쐑! 쐐애액!

퍽! 퍼벅! 퍽!

단 한 발의 빗나감도 없이 쏘는 족족 놈의 몸에 화살이 꽂혔다.

“깨애앵….”

놈이 다시금 병든 개처럼 울었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한껏 쳐들고 길게 울어댔다.

“아오오오오오오오!”

늑대 특유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져 나갔다.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

뻣뻣해진 뒷골의 저항을 무시하며, 고개를 힘껏 옆으로 돌렸다.

멀리 떨어져 있는… 수백 마리의 와일드 울프가 있는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재빨리 가늘게 뜬 눈을 시전했다.

“이런, 썩을….”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놈의 울음소리에 놈들이 반응하고, 떼거리로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참사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몇 가지의 욕이 입 주변에서 멋대로 맴돌기도 했다.

하지만….

조용했다.

‘얼라리?’

짧은 의문과 함께 괜히 쫄아 버렸던 것이 민망해졌다.

그 순간, 놈이 다시 길고 긴 울음소리를 냈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오오!”

먼젓번 것도 그랬지만, 300여 미터의 거리를 넘어서도 충분히 들릴 것만 같은 큰 소리였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놈들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나 평온한 모습이었다.

“후아아….”

나도 모르게 멈췄던 숨을 뱉어 냈다.

긴장으로 굳고, 뻣뻣해졌던 몸이 스르륵 풀렸다.

“아, 썅! 깜짝 놀랐잖아!”

놈을 향해 짜증 섞인 투덜거림을 날렸다.

그러면서 장전만 한 채 들고 있던 활을 들어 놈을 향해 화살도 날려 줬다.

진심으로 놀라긴 했지만, 이로써 놈들의 구조 요청(?) 또한 전혀 통하지 않음을 알게 된 것에 만족했다.

….

“췟! 너무 한 거 아냐?”

12레벨의 수준을 알려 주듯 놈은 참으로 끈질겼다.

더블샷을 포함해 근 30여 발의 화살을 맞고도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플로리를 잡았던 경험으로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예상했지만, 이건 아무래도 도를 넘어선 듯했다.

이런 고래 심줄 같은 놈을 아무렇지도 않게 좍좍 찢어발기는 오식이가 새삼 대단하게 여겨졌다.

“제발 좀 죽어라!”

짜증과 함께 놈의 이마를 정조준하여 화살을 날렸다.

쐐액!

퍼벅!

“깨앵!”

풀썩!

마침내 놈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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