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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50화 (5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50)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9레벨이 되었다.

냥이의 레벨이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점점 차이가 좁혀지고 있구나.’

확실히 8레벨 때보다 시간과 격차가 줄어들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의 양이 다르고, 똑같은 경험치를 나눠 갖는다는 조건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물론, 늘 냥이가 나보다 앞서있기는 할 테지만, 언젠가는 동시에 레벨이 오르는 일도 가능할 터였다.

‘뭐,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랬다.

이제는 레벨 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각성자들이 죽어라, 피땀을 흘리며 레벨을 올리는 이유는 더 나은 스킬을 얻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거의 확실시 된… 내가 스킬 얻는 방법이나 룰은 레벨과 전혀 상관이 없었고, 게임처럼 레벨이 오를 때마다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레벨이란 내게 그냥 숫자 표시 정도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는 소리다.

꾸준히 늘려가던 체력 단련의 강도도 줄이기로 했다.

오식이의 영향으로 단련하면 할수록 강해짐이 더해졌지만, 소위 말하는 ‘근육 돼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해서, 근육과 근력을 키우는 무산소 운동을 줄이고, 대신에 유산소 운동량을 늘렸다.

‘냥이의 영향도 분명히 받을 거야!’

쉽게 지치지 않을 지구력은 물론이고, 냥이를 통한 민첩성의 상승효과를 염두에 둔 계획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내 생각은 적중했다.

이미 어느 정도 몸이 만들어진 터라, 겨우 2주 만에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다.

스르릉.

―엇?―

“크륵?!”

몸이 단련되면서 정신까지 안정이 되었는지, 그토록 어렵게 여겨지던 ‘그림자 숨기기’도 성공할 수 있었다.

“후훗!”

점점 더 강해지고, 뛰어나지는 것을 여실히 느끼며, 뿌듯함과 자신감을 한껏 쌓아갔다.

….

“내가 한 번 잡아 볼까?”

오랜만에 활을 들고는 냥이에게 다가갔다.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냥이가 순순히 자리를 비켜 줬다.

끼이익….

차분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활시위를 당겼다.

늘어난 근력 때문인지 이전보다 한층 더 활시위를 당길 수 있었고, 힘도 전혀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찌릿!

가늘게 뜬 눈으로 표적을 줌인하고는 활시위를 놓았다.

태앵!

쐐애애애액!

거의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화살이 빠르게 날아갔다.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표적을 꿰뚫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놀라운 결과였다.

방방 뛰며 신을 내도 무관했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여기며 차분히 다음 화살을 준비했다.

이번엔 더블샷이었다.

태앵! 탱!

쐐액! 쐐애액!

두 발의 화살이 발사됐다.

첫 번째 화살과 거의 비슷한 위치를 뚫고 지나갔다.

퍼벅! 퍼버벅!

‘덜렁!’하는 느낌과 함께 플로리의 묵직한 대가리가 아래로 고꾸라졌다.

뭐, 완전히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반쯤 날아가 버린 줄기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모습이랄까?

“흐음….”

살짝이 아쉬움을 내비치고는 다시 더블샷을 날렸다.

쐐액! 쐐애액!

퍼벅! 퍽!

이번에도 정확히 명중.

반 정도 남아 있던 플로리의 녹색 줄기의 살점(?)이 훅하고 날아갔다.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던 거대한 대가리가 좀 더 아래로 고개를 숙였고, 이내 ‘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줄기를 찢으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우웅!

―호오….―

냥이가 작게 감탄의 반응을 표했다.

별것 아니라는 듯 피식 웃어 줬다.

8레벨에 플로리를 상대하며 냥이가 날린 더블샷은 근 20회였다.

이후에는 집중력을 끌어 올리며 15회 정도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다 9레벨이 되고 나서부터는 10회 내외로 처리했다.

그런 플로리를 겨우 세 번 공격하여 잡아냈다.

일취월장은 물론, 청출어람을 넘은… 가히 동급 최강이라 불러도 반박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때?”

내 물음에 냥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의 미소와 함께 슬쩍 뒤를 돌아봤다.

오식이가 최근에 내게서 배운 ‘엄지 척!’을 해대고 있었다.

* * *

본격적으로 플로리 사냥에 동참했다.

뭐, 온종일은 아니었다.

오전에는 기본 트레이닝을 이어 갔고, 점심 식사 후부터 사냥을 도왔다.

저녁 식사 후에는 그림자 숨기기를 연습했다.

원래는 거드름과 그림자 숨기기를 동시 또는 번갈아 가면서 연습하려 했었다.

하지만, 두 개의 스킬이 가진 성향이 정반대임을 깨닫게 되었고, 그로 인한 장해와 어려움이 있어, 그림자 숨기기부터 끝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약 이주 후.

[그림자 숨기기의 사용 조건인 스킬 발동 500회를 만족시켰습니다.]

[스킬 ‘그림자 숨기기’가 추가됩니다.]

드디어 그림자 숨기기를 완전히 터득할 수 있었다.

다시 일주일 정도가 흐른 후.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냥이가 10레벨에 올랐다.

레벨 업을 한 냥이는 눈에 띄도록 강해졌다.

곧장 플로리를 잡는 공격 횟수가 반으로 줄었고, 연사 속도 또한 티가 나도록 빨라졌다.

“그래도 아직은 내 더블샷이 더 강해!”

―일대일로 붙으면 내가 이길 거다냥!―

누가 강한지 아웅다웅하고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발전에 뿌듯해했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놈들과 붙을 수 있겠지?”

―그렇다냥! 플로리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정리하고 다시 넘어가자냥!―

“오케이!”

그랬다.

어느새 플로리 밭도 거의 끝이 보이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 * *

남은 플로리 밭의 정리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빠른 정리를 위해 오전 트레이닝을 잠시 멈추고, 사냥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수고했어.”

―너도 고생했다냥.―

“그래… 오늘은 돌아가서 쉬기로 하고, 내일은 외출을 좀 하자.”

때마침, 떨어진 화살과 식료품을 채워 넣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동안 모아 놓은 마정석과 ‘플로리의 어린 꽃잎’을 바리바리 챙겨서는 A 구역으로 향했다.

플로리의 어린 꽃잎은 놈의 거대한 대가리 아래… 턱이라 부를 수 있는 곳에서 자라는 손바닥만 하고, 새빨간 꽃잎이었다.

사용처는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회복 물약’의 주재료 중 하나였고, 준수한 가격에 팔리기도 잘 팔렸다.

“크으! 이게 다 내 돈이란 말이지? 흐흐!”

두둑하다 못해 빵빵해진 통장의 잔액을 보니 절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런 나를 보고는 흠칫하며 거리를 벌리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실실거렸다.

마정석과 플로리의 어린 꽃잎을 처분하고는 무기점으로 향했다.

이참에 활을 한 번 바꿔 볼까 해서였다.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통장의 잔액을 보고는 좀 더 좋은 활을 사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문득 든 터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괜찮은 활이 좀 있을까요?”

“아아… 직업이 궁수신가 보죠?”

무기점 주인이 살짝 당황과 의아함을 내비쳤다.

내 허리에 매달린 검을 힐끔거린 뒤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애초에 활을 바꿀 마음 같은 건 없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했고, 거추장스럽기에 활을 들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하물며, 검마저도 놓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혹시나 몰라 챙겼을 뿐이었다.

그러니 남들이 보기엔 검사쯤으로 보일 터였고, 검사가 난데없이 활을 찾으니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네, 뭐….”

솔직히 검사도 궁수도 아니기에 그냥 그렇다는 듯이 답했다.

고개를 끄덕인 무기점 주인이 몇 자루의 활을 진열대 위에 꺼내 놨다.

그중에는 내가 쓰는 활도 끼어 있었다.

당장에 그것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다른 활들을 살폈다.

“이건 됐고… 음… 이건 너무 무거우니 패스. 얘는 좀 작은 것 같은데?”

혼잣말을 해대며, 마음에 들지 않는 활들을 하나씩 치워 나갔다.

결국엔 두 자루의 활이 남았다.

하얀색 보디에 검정 줄무늬가 들어간… 마치, 얼룩말을 연상케 하는 활부터 집어 들었다.

그러자 무기점 주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늘어놨다.

“엄청 가볍지요? 밸런스도 좋아서 연사에 특화된 활입니다.”

“옵션은요?”

“옵션도 연사력에 맞춰져 있습니다.”

“A 클래스에 몇 %나 되죠?”

“앗! A 클래스이신가요?”

“네.”

“아아… 그러시군요. 영광입니다.”

무기점 주인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고는 전보다 좀 더 친근감 있는 투로 말을 이었다.

“A 클래스 옵션은 12%입니다.”

그의 친절함이 무색해지는 낮은 %의 옵션에 실망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활에 붙은 연사력 증가 옵션이 10%였다.

거기에 명중 보정 10%가 더 붙어 있기도 했다.

겨우 2% 차이라면, 현재의 활이 더 좋다고 여겨졌다.

“이건요?”

다른 활을 집어 들었다.

전체적으로 푸른 빛을 띠고 있는 모양새였고, 얼룩말 활보다는 좀 더 묵직했으며, 단단해 보였다.

“그건 마정석이 함유된 합금으로 만들어진 활입니다. 옵션은 공격력 향상 5%입니다.”

“그렇군요….”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눈치를 살피던 무기점 주인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좀 그렇네요. 공격력이 올라가는 것은 괜찮은데, %가 낮으니… 쩝!”

내 반응에 잠시 틈을 주던 무기점 주인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전보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투였다.

“혹시, 가격이 높아도 괜찮으실까요?”

“네? 아아… 뭐, 어느 정도는요. 근데, 얼마나….”

“지금 보신 활이 천 이백 정도 합니다.”

“이게요?”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두고 하는 소리가 맞냐는 행동을 취하며 물었다.

무기점 주인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헐… 그럼, 이건요?”

얼룩말 활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그건 500입니다.”

“엥? 가격 차이가 왜 이리 많이 나죠?”

“왜라니요? 당연히 옵션 때문이지요.”

무기점 주인의 대답을 듣고는 괜한 걸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란 자고로 공격력이 높은 게 짱이고, 우선시 되는 게 옳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까 말씀하신… 가격이 높다는 활도 공격력 옵션이 붙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네, 보여 주세요.”

“그 전에….”

“…??”

무기점 주인이 한껏 소리를 낮춰 내게 속삭였다.

그의 말에 몸이 절로 움찔했다.

한 움큼의 침을 목구멍으로 꼴깍 삼키기도 했다.

그런 내 반응을 살핀 무기점 주인이 빙그레 웃었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투나 표정 등에서 그 웃음이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비웃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에,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

주머니에 든 통장을 꺼내 그에게 들이밀며 허세 섞인 투로 말했다.

“까짓거 한 번 봅시다.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면, 당장에 살 수도 있으니까!”

통장의 잔액과 내 당당함(?)에 이번엔 그가 몸을 움찔했다.

그러다가는 이내 샤바샤바의 자세로 몸을 낮추며, 비웃음이 아닌 비굴로 깃든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그럼요. 보셔야죠. 분명히 마음이 드실 겁니다. 하하….”

무기점 주인이 진열대 아래로 몸을 숙였다.

그러더니 아래에 설치된 기다란 모양의 금고를 열었다.

티딕틱! 틱틱!

철컥!

금고 안에는 길이와 두께, 크기마저 비슷한 두 개의 상자가 들어 있었다.

무기점 주인은 그중 하나를 꺼내 진열대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그러고는 천천히 뜸을 들이며 상자를 열었다.

“할짝….”

나도 모르게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은 달랠 길이 없었다.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신이 난 무기점 주인의 인사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욱더 신이 나고, 웅장해진 마음으로 무기점을 나섰다.

자그마치 1억 원이라는 금액의 활이 든 상자를 꼭 끌어안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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