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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49화 (49/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9)

‘됐다!’

느낌이 좋았다.

결과는 안 좋았다.

팅! 탱!

“엇….”

날아간 화살 두 발이 모두 튕겨 나갔다.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그것 봐라냥. 내 말이 맞지 않냥.―

“그러니까, 왜 이런 거냐고. 나도 8레벨인데… 나랑 너랑 다를 게 뭐야?”

짜증처럼 의문을 토해 내는 내게 냥이가 답을 해 줬다.

―이전에도 느꼈는데 말이다냥. 너는 레벨이 올라도 변화가 없다냥.―

“응? 그게 무슨….”

―나처럼 레벨이 오르면 강해진다는 느낌 말이다냥.―

“에? 아아….”

―뭔지 알겠냥?―

“어, 어….”

냥이의 말에 잠시 놓치고 있던 부분을 깨달았다.

각성자는 레벨 업이 되어도 기본 피지컬이 그대로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랬다.

8레벨이 됐지만, 내 상태는 7레벨 때와 달라질 게 하나 없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보다 궁술의 숙련도나 근력 등이 오르긴 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미한 수준… 어차피 궁수 계열의 직업도 아니기에 발전의 폭은 한없이 작았다.

냥이는 나와 달랐다.

6레벨이었던 냥이가 7레벨이 되면서 내게 슬쩍 말했었다.

―전보다 조금 더 강해진 것 같다냥.―

8레벨 때도 비슷한 말을 흘렸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다.

냥이는 게임에서처럼 레벨이 오르면, 강해지는 것이었다.

아마, 오식이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해서, 잠시 착각을 했고, 망각했었다.

“젠장….”

기대했던 부분이 틀어지며, 허탈함이 밀려왔다.

“활을 바꿔야 하나?”

손에 들린 활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박정아가 쓰던 활을 사용하고 있었다.

좀 더 강한 활을 쓰면 플로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현재로서는 너에게 잘 맞는 활이다냥.―

그동안 몇 번이나 들었던 말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긴 했다.

박정아의 활은 공격력이 20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평타의 공격력이 20이 아니라, 최대치가 20이란 소리다.

활은 검과 다르게 추가적인 공격력이 무조건 더해진다.

바로 화살 때문이다.

나와 냥이가 사용하는 화살은 기본보다 약간 위의 등급으로 공격력은 2였다.

해서, 최대 공격력은 22였지만, 아쉽게도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공격력은 10 정도의 수준이었다.

초보자가 쓰기에 절대 나쁘지 않은 활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30레벨 이전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을 듯….

물론, 내 기준에서 그랬다.

전문적인 궁수가 쓴다면 한 20레벨까지는 쓸 수 있지 않을까?

추가적인 옵션도 좋았다.

아니, 내게는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클래스 A에 한해서 ‘명중 보정 10%, 연사력 증가 10%’를 부여받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공격력이 올라가는 옵션이 달린 활이면 괜찮지 않을까?”

―차라리 체력을 키워 보는 건 어떠냥?―

냥이가 이두근을 자랑하는 보디빌더처럼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흠… 그런가? 하긴,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생각도 했었는데….”

특성 개화 이후에 혼자서 사냥을 하게 되고, 지금까지 오면서 늘 마음과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게 피지컬 문제였다.

타고난 것도 없고, 특별하게 배우거나 익힌 것이 없었다.

해서, 남보다 한참이나 약하고 모자랐다.

스스로 알면서도 해야 할 일이 많고, 먼저 처리해야 할 게 많다는 이유와 변명을 가져다 붙이며, 언젠가는 해야지, 때가 되면 하겠지 등으로 지금껏 미루던 게 사실이었다.

해서, 내친김에 체력 단련에 돌입했다.

어차피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기회라 부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

“헛둘! 헛둘!”

기본적인 체력을 올리기 위해서 필수로 해야 하는 달리기부터 시작.

플로리 밭의 공터를 가볍게 돌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 10분쯤 흘렀을까?

헐떡이는 숨이 목구멍을 미친 듯이 치고 올라왔다.

전력 질주도 아니고 가벼운 러닝이었는데도 말이다.

“허억… 허억….”

쿵쿵쿵!

혼자 뛰기 뭐해서 옆에 붙이고 뛰던 오식이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크크크….”

순식간에 뒤처지고, 끝내는 허리를 구부린 채 멈춰 서 버린 나를 돌아보면 녀석이 웃어댔다.

멀리서 플로리를 잡으며 나를 힐끔거리던 냥이는 고개까지 살래살래 흔들어댔다.

“제, 젠장….”

이를 악물며 조금 더 뛰어 봤지만, 결국엔 얼마 가지 못해 포기했다.

“허억… 허억… 오, 오늘은 여기까지….”

아예, 벌러덩 누워서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숨만 헐떡여댔다.

산소 공급이 안 된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후우우… 끄응차!”

한참이나 쉬고 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몸으로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가 다음 순서였다.

“퉷! 퉷! 이번에는 내 실력을 보여 줄게!”

옆에서 구경하는 오식이를 향해 자신 있게 말하고는 엎드렸다.

“하나! 두울! 세엣….”

시작은 좋았다.

아니, 시작만 좋았다.

“사십팔… 사십구우… 오시입이입… 크윽!”

50개를 간신히 채우고 그대로 엎어졌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저질스러운 체력이었다.

그나마 지금껏 검을 휘두르고, 활시위를 당긴 덕에 이 정도지, 그 전에는 더 쓰레기였을 게 분명했다.

“크륵….”

나를 내려다보는 오식이의 표정이 애매했다.

자존심에 무척이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말했다.

“허억, 허억… 봐, 봤지?”

오식이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생색을 내듯 다시금 자존심을 내세웠다.

“이게 보기보다 겁나 힘든 거거든?”

내 말에 오식이가 슬그머니 자세를 잡았다.

“훅! 훅! 훅….”

거칠지만, 안정된 호흡과 똑바른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해댔다.

무려, 200개를 쉼 없이, 단숨에 말이다.

“야야, 그만해! 알았어! 너 잘났다, 인마!”

솟구치는 짜증에 내가 소리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500개도 넘게 했을 터였다.

뭐, 이어진 윗몸 일으키기와 스쿼트, 팔 벌려 뛰기와 쪼그려 뛰기 등도 마찬가지였다.

50개 내외가 내 기록이었고, 오식이는 너무나 평온하게 따라 했다.

그러고는 크큭 거리며 웃어댔다.

“이 씨! 너 하지 마! 저리 꺼져!”

괜히 화도 내고, 툴툴거렸지만, 그 때문에 오기가 더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체력 단련을 이어간 원동력이나 이유가 녀석의 비웃음 때문이라고 딱 잡아 부정할 수 없었다.

….

한 달 뒤.

“구십팔… 구십구… 백!”

가뿐하게 100개의 턱걸이를 마치고는 오식이의 손을 놓았다.

이미 하루도 거르지 않은 달리기와 100개씩 5세트로 이루어진 팔굽혀 펴기 등의 기본 운동을 마친 뒤였고, 턱걸이도 이번이 3세트째였다.

일주일 간은 기본 운동만 했었다.

100개를 채우는 것도 버거웠다.

하지만, 2주 차에 들어서면서 분위기와 상황이 확 바뀌었다.

진심,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쑥쑥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흐음, 이상한 일이군.”

무척이나 신기해하면서 운동량을 팍팍 늘려갔다.

50개, 100개… 1세트, 2세트….

종목(?)도 추가했다.

오식이를 이용했다.

녀석의 팔과 다리를 덤벨이나 바벨처럼 들어 올렸고, 지금처럼 오식이의 손을 잡고서 턱걸이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나조차도 믿지 못할 만큼 몸에 변화가 생겼고, 한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후우우….”

눈을 감고는 호흡을 정리했다.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근육의 꿈틀거림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힘을 만족스럽게 느끼기도 했다.

‘나도 그처럼 되고 있는 건가?’

체력 단련의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생각했던 한 인물을 떠올렸다.

옆 나라 일본에 레전드로 불리는 무투가 타입의 헌터가 있었다.

그의 본명은 ‘마츠다’… 하지만 ‘오야타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자였다.

15세에 각성을 한 그는 엄청난 만화광이었고, 무도와 무술 등을 동경하는 사람이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21세 무렵부터 세상을 떠난 57세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수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자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책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면 말 다한 게 아닐까?

아무튼.

각성 직후,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혼자만의 수련에 들어갔다.

그의 수련법은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피를 토해 낼 만큼의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맞다.

지금의 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등과 같은 기본적인 체력 단련을 몸이 부서지고, 깨질 때까지 꾸준히 반복하는 것.

그가 이런 단순하고, 무식한 수련 방법을 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꽂혀 있던 어떤 만화의 주인공과 평생의 롤모델로 삼았던 또 다른 전설의 무술가가 그렇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우상들처럼 한계를 극복하고, 엄청난 힘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무려 6년이란 시간과 공을 들인 결과였다.

오랜 인내와 고통의 수련을 마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그는 단숨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천재 탄생!〉, 〈위대한 일본 헌터, 세계를 놀라게 하다!〉 등의 뉴스와 기사가 연일 도배 됐다.

뭐, 일본인 특유의 ‘영웅 만들기’가 크게 한몫을 한 것도 있었지만, 그의 활약은 진심으로 뛰어났다.

그러다 진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생성된 게이트와 던전이 사건의 무대였다.

뭐, 지금도 흔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당시에는 가히 절망과 공포라고 불릴 정도의 레벨인 80대의 괴물들이 수두룩했던 던전.

그런 괴물들의 우두머리로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거대 ‘미노타우로스’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탓에 인류는 ‘멸망’이란 단어를 서슴없이 입에 올렸다.

전 세계 각지에서 난다긴다하는 헌터들이 모두 출동했다.

치열한 사투 속에 어찌어찌 괴물들을 물리치긴 했지만, 최종 보스인 미노타우로스만큼은 만만치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코어의 파괴가 이루어지지 않아 괴물들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통에 점점 더 상황은 절망으로 치달았다.

그때!

마츠다가 일을 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펀치가 미노타우로스의 면상에 작렬했고, 비틀거리는 놈의 뿔… 코어가 든 놈의 오른쪽 뿔을 마침내 뽑아낸 것이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만 27세라는 어린 나이에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전 세계의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났다.

더불어 그가 미노타우로스의 면상에 꽂아 넣은 펀치와 놈의 뿔을 뽑아낸 모습.

그동안의 업적과 수련법 등이 널리 알려지며, 사람들은 그에게 ‘원펀맨 사이타마’,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최배달, 오야마 마쓰다쓰)’의 재림 내지는 환생이라며 환호했다.

그런 그들의 칭송이 마츠다는 싫지 않았다.

아니, 그 무엇보다 기뻤다고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가 평생의 롤 모델로 삼았던 무술가와 고전 만화의 주인공이 바로 최영의와 사이타마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오야마와 사이타마의 이름을 합친 ‘오야타마’로 개명했다.

사람들이 붙여 준 ‘바람의 원펀맨’이란 별명을 소중히 여기며, 죽기 직전까지 전설을 써 내려갔다.

….

신체는 단련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한계는 있었다.

또, 단기간에 목표를 이룰 수 없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지도 않는다.

전설의 레전드라 불리는 오야타마도 자신이 만족할 만한 몸을 만드는 데 6년이 걸렸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체력 단련을 시작한 지 겨우 한 달 남짓이었다.

그사이 변화한 내 몸은 가히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이었다.

뭐, 전문 보디빌더처럼 우락부락한 정도의 근육을 자랑하는 건 아니었다.

내 몸과 사이즈에 맞는 탄탄하고 멋진 근육과 이제는 차고 넘칠 정도라 여겨질 만큼의 체력 등이 갖춰진 상태였다.

‘이게 다 너 때문이겠지?’

앞에 서 있는 오식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확실치는 않지만, 녀석이 내게 어떠한 영향을 준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자, 한 세트 더 가자!”

“크륵!”

힘껏 파이팅을 표하고는 오식이의 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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