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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48화 (48/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8)

하나의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는 능력의 각성자…. 뭐, 혼자서는 불가능할 테니, 각성자들이나 팀이 있었을 것이다.

우연히든 뭐든 간에 이곳 던전이 활성화 단계였을 때 발견하여 입장했을 것이고, 빠르게 5구역까지 침투하여 최종 보스인 와일드 울프의 대장과 맞닥뜨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사투가 벌어졌겠지.

12레벨이지만, 못해도 천 마리….

아니, 그동안 오식이가 찢어 놓은 놈들만 100여 마리 이상이고, 남아 있는 놈들이 1200마리 이상이니,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놈들이 동시에 움직였을 것이다.

어림잡아도 1500마리 이상? 아니, 2000마리쯤은 되지 않았을까?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치가 떨리고, 구역질이 날 정도다.

더불어, 아무리 죽여도 코어가 파괴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수를 채워대는 괴물들이다.

한자리에서 놈들과 상대하다가는 먼저 지치게 되고, 죽음과 직결된 패배로 이어진다.

그러니 최종 보스를 향해 무조건 달려들어야 한다.

실력이 좋았든 운이 좋았든, 최종 보스를 죽이고, 코어를 파괴했다.

활성화 던전은 정화 던전으로 변했고, 더는 괴물의 수가 채워지지 않게 됐다.

목숨을 내건 전투였으니, 그만한 보상이 당연하게 따랐으리라.

나는 듣도 보도 못한 굉장한 아이템이나 최종 보스에 걸맞은 엄청난 마정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또, 아이템을 회수하기도 전에 남아 있던 엄청난 수의 와일드 울프가 몰려들었고, 그들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뭐, 일부는 간신히 도망쳐 목숨을 부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는 이곳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남아 버린 최종 보스의 아이템.

놈들은 대장의 유품을 지키며 지금껏 살아가고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집필한 막장 시나리오의 내용이었다.

단 몇 분 만에 완성했지만, 그럴싸한 것이 제법 완성도가 높은 듯했다.

해서, 자랑하듯 냥이를 보며 물었다.

“어때?”

―음….―

“왜? 별로야?”

―아, 아니다냥! 후, 훌륭하다냥!―

“그렇지? 하하!”

뿌듯해하며 웃었다.

어색하게 따라 웃던 냥이가 표정을 바꾸며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래서… 이제 어찌할 거냥?―

“어? 아아….”

막장 시나리오고 뭐고 간에 내가… 아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하나도 풀어진 게 없었다.

금세 우울해지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하아아… 돌겠네, 증말!”

잠시 잦아들었던 화와 짜증이 조금씩 솟구치기 시작했다.

냥이의 괘씸한 배신행위도 다시금 생각났다.

내 표정과 감정 변화를 살피던 냥이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

“정지! 조금만 더 물러나면 바로 봉인이다.”

냥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얼음이 되었다.

그러고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나,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냥.―

그런 냥이를 싸늘하게 노려봤다.

곧장 얼굴에 웃음기를 지운 냥이가 침을 꼴깍 삼켰다.

다시 머리를 굴렸다.

쥐가 날 지경이었다.

“끄응….”

냥이도 내 곁에 앉아서는 고민하… 는 척을 하고 있었다.

좀이 쑤셔 죽으려고 하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피식하니 웃음이 나오려 했다.

심각한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참았다.

그러다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흠….’

솔직히 냥이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거나 그러지 않았다고 나한테 욕을 먹을 이유는 없었다.

함께 사냥을 하는 것도, 던전을 클리어 해야 하는 것도 다 나를 위해서였고, 내 욕심과 목표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애초에 나와 만나지 않고, 서약을 맺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의 개고생도 하지 않았을 터였다.

뭐, 오식이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래, 그랬더라면 하고픈 대로 하면서 잘 먹고, 잘 살았겠지? 먹는 것도, 자는 것도 걱정이 없었을 거고, 레벨도 떨어지지 않았을 테고….”

나도 모르게 감정에 빠져 생각을 입 밖으로 흘려내 버렸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내 말을 들었는지 냥이가 반응했다.

―맞다냥… 레벨이 문제다냥.―

그랬다.

레벨이 문제였다.

원래 냥이… 아처캣의 레벨은 12로 와일드 울프와 같았다.

본래의 상태에서 놈과 맞붙었을 때, 누가 이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레벨이 떨어진 지금으로서는 답이 정해져 있었다.

―내가 10레벨만 됐어도 어찌 비벼 보겠는데… 아으, 분하고 원통하다냥!―

냥이가 발까지 동동거리며 분한 감정을 표출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10레벨이면 된다고? 놈들은 12레벨인데?”

―궁수의 장점을 모르냥? 멀리서 쏘고 거리를 벌리고, 또다시 공격하는 거 말이다냥.―

“그건 알지, 그래도….”

―지금은 레벨 차 때문에 아예 화살이 박히지 않아서 문제인 거다냥. 일단 화살이 박히고, 대미지를 줄 수 있다면, 그다음은 시간과 체력 싸움일 뿐이다냥.―

“흠… 그런 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냥이가 뭐가 문제냐는 듯이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냥? 너도 그랬잖냥?―

“나? 내가 뭘?”

―버섯돌이 말이다냥. 놈들을 처음 사냥할 때, 네 레벨이 몇이었냥?―

“헉!”

―그것 봐라냥.―

그랬다.

5레벨인 버섯돌이를 처음 사냥할 때, 내 레벨은 3이었다.

바로 이해가 되긴 했지만, 조금의 의문이 앙금처럼 남았다.

“야, 3이랑 5의 2레벨과 10이랑 12레벨의 2 차이는 좀 다르지 않아?”

―물론 그렇기는 하다냥, 하지만….―

“…??”

다시금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나를 향해 겁나 재수 없으면서도 의기양양한 미소를 그리며 냥이가 말했다.

―넌 날 아직도 모르냥? 이 궁술의 천재를 말이다냥! 나는 가능하다냥!―

기가 막혀서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 틈을 타고 냥이가 다시 말했다.

의기양양함은 금세 사라지고, 씁쓸함이 묻은 투로 말이다.

―그러면 뭐 하냐? 10레벨이 아닌 것을… 그래서 더 분하고 원통하다냥!―

기가 막힘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그 와중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냥아.”

―왜 그러… 어, 그 미소는 뭐냥?―

“뭐긴, 해답을 찾은 자의 미소지!”

―…??―

냥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더욱더 진한 미소를 띠었다.

* * *

“야, 뭐야? 궁술의 천재 어쩌고 하더니, 말뿐이었냐?”

―아, 아니다냥! 방금 건 실수였다냥!―

“에이, 아닌 거 같은데?”

―이잇! 잘 봐라냥! 이번엔 진짜다냥!―

발끈한 냥이가 화살을 시위에 걸고는 활을 치켜들었다.

그러더니 미간을 좁히며 눈을 빛냈다.

찌릿!

잠시간 정적 후.

냥이가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피핑! 핑!

쐐액! 쐐애액!

두 발의 화살이 같은 각도를 그리며 쌩하니 날아갔다.

거대하고, 붉은 덩어리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듯한 녹색 줄기의 한 지점을 향해서였다.

파앗! 팟!

이번엔 화살이 정확히 명중했다.

부르르르르….

붉고, 거대한 덩어리가 출렁거릴 정도로 녹색의 줄기가 흔들렸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아래로 기울어진 터라 금방이라도 거대한 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떠냥?―

“어떻긴 뭐가 어때? 멀쩡한 거 안 보이냐?”

―치이… 시간 문제다냥!―

내 핀잔에 약이 오른 냥이가 계속해서 활시위를 당기고, 놓았다.

쐐애액! 쐐액!

피빗! 핏!

쐐액! 쐐액!

퍼벅! 퍽!

튕기고, 스치고, 박히고….

연이은 더블샷의 향연이 펼쳐졌다.

5회… 10회… 15회….

18인지, 19인지 정확히 모르는… 하지만, 20회는 분명 아닌 그즈음.

아슬아슬하면서도 끈질기던 버팀을 끝내고, 녹색의 줄기 끝에 달려 있던 거대한 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크기나 묵직해 보이는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충격이 지면을 진동시켰다.

“오오!”

―헥, 헥, 봐, 봤느냥?―

냥이가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냥이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봤어! 제대로 봤어! 역시, 넌 대단해! 최고의 궁수야!”

냥이가 20회에 가까운 더블샷을 날리며, 간신히 잡아낸 거대한 덩어리는 바로 플로리였다.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서 보고도 그냥 무시해야만 했던 거대 식충 식물 말이다.

그랬다.

우리는 다시 4구역으로 돌아왔다.

이곳에는 레벨 10짜리 플로리가 가득했다.

냥이와 레벨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가 떠오른 것이 플로리였다.

기가 막히게도 놈과 냥이의 레벨 차이는 2였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플로리의 사냥이었지만, 냥이의 자신만만함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결과는 방금 본 것처럼 성공이었다.

40발에 가까운 화살 소모와 긴 시간, 그리고 냥이의 체력이 곧장 문제점으로 떠올랐지만, 그래도 성공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였고, 득이었다.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했고, 애초의 계획을 수정까지 했지만, 끝내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나 포기해야 할 생각까지 했던 것들이 모두 다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됐어! 여기서 레벨을 올리면 돼. 그럼, 5구역도 뚫을 수 있다.’

분명히 오게 될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싶었다.

….

“나도 한 번 해 볼까?”

냥이가 체력을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플로리를 잡아 볼까 했다.

어쩐지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넌 아직 안 된다냥.―

“그건 두고 봐야지!”

당장에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 뒤 가늘게 뜬 눈을 발동해 플로리의 약점인 줄기와 꽃이 만나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다.

끼이이익….

팅! 팅!

쐐애액! 쐐액!

과감하고, 자연스럽게 더블샷을 날렸다.

제대로 된 강도와 속도, 포물선을 그리며 두 발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피빗! 핏!

날아간 화살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것 봐라냥.―

“아니야! 너도 처음엔 실수했잖아.”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같은 방식으로… 이번엔 조금 더 표적에 집중하며 더블샷을 날렸다.

쐐애액! 쐐액!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화살이 표적에 정확히 적중은 했지만, 맥없이 튕기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아….”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뭔가 기미라도 보였더라면 오기로라도 더 쏴 봤을 텐데, 이내 포기하고는 그대로 활을 내려놨다.

―너무 실망하지 마라냥.―

냥이가 위로인지 놀림인지 모를 투로 말했다.

입술을 삐죽이고는 툭 쏘듯 대꾸했다.

“어, 그래! 그 정도 쉬었으면, 얼른 일어나서 잡아. 천재 궁수님이 계신 데, 내가 나설 이유가 없지!”

….

한동안 냥이의 고생이 이어졌다.

플로리의 거대함에 뒤에 숨어 목숨을 부지했던 버섯돌이는 내 몫이었다.

그렇게 5일….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나도 8레벨이 되었다.

“야호! 드디어 올랐다.”

신이 났다.

8레벨이 되기를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렸었다.

아직은 한참 모자라겠지만, 그래도 힘을 보태면 상황은 나아질 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이제 플로리를 잡을 수 있겠지?”

―글쎄다냥.―

좋은 말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냥이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아, 뭐야? 넌 기쁘지 않아?”

―레벨이 오른 건 축하한다냥. 하지만, 플로리는… 아마 잡을 수 없을 거다냥.―

“에? 왜? 어째서? 내기라도 할래? 내가 잡는지 못 잡는지?”

발끈하며 말했다.

냥이는 계속해서 차분하고, 시큰둥한 투로 답했다.

―그 내기는 내가 이길 거다냥. 그래도 할 생각이면 말리지는 않겠다냥.―

“췟! 잘 봐, 당장 해 볼 테니까!”

두고 보란 듯이 화살을 장전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목표를 고정하고는 활시위를 놓았다.

쐐애액! 쐐액!

두 발의 화살이 멋지게 플로리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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