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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47화 (47/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7)

―오오, 된 것 같다냥!―

냥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에,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몸을 더 굳건히 했다.

“냥아, 공격해 봐.”

―알았다냥!―

냥이가 망설임 없이 다가섰다.

빠르게 한 마디를 더했다.

“사, 살살!”

―오케이다냥!―

얼굴을 가린 양팔 사이로 냥이의 모습이 얼핏 들어왔다.

내 말에 한 대답과는 다르게 굉장히 힘을 더하는 듯함이 느껴졌다.

‘제, 젠장!’

더욱더 몸을 웅크리며, 힘껏 항문을 벌… 아니, 힘을 줬다.

그러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휘이익!

퍼어억!

거친 바람에 이어 강렬한 후려침이 날아들었다.

묵직한 느낌이 양팔에 집중됐다.

구부정한 상체는 물론, 고정하듯 지면을 누르고 있던 한 쪽 무릎과 발바닥이 뒤로 살짝 밀렸다.

통증에 이를 악물었지만, 새어 나오는 소리까지는 막지 못했다.

“크읏!”

이후,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감탄하는 냥이의 반응이 분위기를 깼다.

―와우… 괴, 굉장하다냥!―

그제야 몸에 힘을 풀고 눈을 떴다.

얼얼한 여운이 가득히 남은 팔을 살폈다.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꽥하며 소리를 질렀다.

“야! 살살 하라고 했잖아!”

내 격한 반응에 냥이가 실실 쪼개며 답했다.

―흐흐, 그래도 멀쩡하잖냥!―

“이런, 씨… 멀쩡하긴, 겁나 아프거든?”

투덜대듯 말했다.

그런 나를 여전히 실실거리며 보던 냥이가 오식이에게 잠깐 시선을 던졌다.

그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너도 알잖냥. 내 꼬리치기의 위력 말이다냥!―

알고 있었다.

막강한 파워로 오식이의 죽빵을 사정없이 날리고, 고개까지 휙 돌려 버렸던 모습이 생생했다.

―그때보다 좀 약하긴 했지만, 나름 신경 썼다냥!―

“뭐? 신경? 지금 그걸 말이라고… 어휴!”

―화내지 마라냥. 어쨌든 성공했으면 된 거 아니냥?―

뭐, 그렇긴 했다.

그제야 스킬을 사용해서 얻는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이 됐고, 기분도 좋아졌다.

내친김에 한 번 더 웅크리기를 시전했다.

“흐읍! 으으으… 또, 똥꼬에 히이임!”

피이힝!

이내, 온몸이 돌처럼 단단해지는 느낌이 났다.

바로 성공을 한 것이다.

“흐흐, 된다.”

스킬을 발동하는 과정이 다소 경박스럽고, 천한 느낌이 있었지만….

뭐, 어때?

성공했으면 그만이지!

* * *

일주일 후.

5구역도 꽤 넓은 듯했다.

상당히 안으로 진입한 듯했지만, 끝이라고 여겨지는 느낌이 없었다.

게다가 와일드 울프는 고정형 타입이 아닌 까닭에 남아 있는 수가 얼마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사냥이 길어질 것은 당연했고, 이런 식이면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췟! 계획을 너무 크게 잡았나?”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는 목표가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뭐, 이미 플로리 때문에 물 건너 가버린 목표이긴 했지만, 이 때문에 신경이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던전 입구에서부터 오고 가며 버리는 시간도 꽤 됐다.

몇 번의 이동 끝에 최단 거리를 찾았다.

뿔토끼 밭을 지나 절벽을 우회하는 길이었다.

냥이가 넘어가 보지 못했다는 절벽 너머는 곧장 어둠의 장벽으로 이어져 있었다.

“음… 이쪽에 자리를 잡는 것은 어떨까?”

우회한 절벽의 끝과 어둠의 장벽이 만나는 부근에 임시 거처를 만들어도 좋을 듯했다.

냥이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다냥.―

“주변에 괴물들이 나오진 않겠지?”

―그렇다냥.―

우리와 함께하기 전, 이 근처에서 살았던 냥이의 말이었기에 믿을 만했다.

며칠을 고민하고, 좀 더 둘러보다가 끝내 임시 거처를 만들었다.

웅크리기를 스킬로 얻은지 얼마 되지 않아, 7레벨로 레벨이 상승하던 날이었다.

* * *

5구역에 들어선 지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포효 스킬을 얻었고, 요즘엔 거드름을 익히는 중이었다.

초반에는 도무지 감을 잡지 못 했었다.

하지만, 결국엔 성공했고, 이후로는 그 느낌을 되새기며 차근차근 횟수를 쌓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거드름도 스킬 목록에 올릴 수 있을 터였다.

포효 스킬을 익히던 중에 그림자 숨기기와 내려치기를 연습하기도 했었다.

둘 다 실패했다.

그림자 숨기기는 어려워서 그렇다치지만, 1레벨에서 익힐 수 있기에 쉬울 수밖에 없는 내려치기를 계속해서 실패하는 것이 너무나 이상했다.

“이상하네… 대체, 이게 왜 안 되는 거야? 아, 짜증!”

화도 내 보고, 억지로 몸을 움직여 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문득, 떠올린 것이 있었다.

‘혹시, 나와 서약을 맺은 녀석들의 스킬만 익힐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말이 되고, 이해도 되는 일이었다.

생각할수록 정답 같았고, 그런 간단한 이치를 이제야 떠올린 것이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군!”

아예 확신까지 하며, 내려치기 연습은 패대기를 쳐 버렸다.

뭐,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지만, 이때 미련 없이 내려치기를 포기한 것은 정말로 잘한 일이었다.

….

“이제 놈들도 씨가 마르나 보다. 그지?”

와일드 울프의 수가 확 줄었음이 느껴졌다.

한 자리에서 십여 마리도 잡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구역 안쪽으로 한참이나 들어왔음에도 좀처럼 놈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것 같다냥. 근처에는 한 마리도 없다냥.―

“그럼, 자리를 이동할까?”

―그래야 할 것 같다냥.―

자리를 이동했다.

조금은 험해진 숲을 헤치며 계속 전진하던 중, 앞장서서 주변을 살피던 냥이가 황급히 자리로 돌아왔다.

“왜 그래?”

―앞에… 놈들이 몰려 있다냥!―

“에? 진짜?”

―그렇다냥.―

내 눈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안전한 곳까지 이동한 뒤, 나무에 올랐다.

냥이처럼 더 높은 곳까지 오르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어 그러지는 못했다.

“많기도 하네.”

나무숲 너머로 보이는 와일드 울프는 대략 100여 마리쯤 됐다.

뭐, 지금까지 잡은 놈들의 수와 얼추 비슷했지만, 한데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징그러울 정도로 많아 보였다.

―뒤로는 훨씬 더 많이 있다냥.―

“에? 그래? 얼마나?”

―주변으로 2, 300… 더 뒤로는 못해도 1000마리쯤 된다냥.―

“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100마리도 많다 여겼는데, 1000마리라니….

바글바글하고 우글우글하는 놈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절로 미간에 주름이 새겨졌다.

스윽….

멍한 상태에서 물끄러미 그곳을 다시 쳐다봤다.

놈들에게 정신이 팔려 보지 못했던 것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나저나 지형이 특이한데?”

그랬다.

지금껏 봐 오던 5구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지형이었다.

5구역은 나무나 긴 풀이 자란 곳도 그렇지만, 대부분이 평평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유독 그곳만큼은 울룩불룩하고, 이리저리 뒤틀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뒤쪽으로 큰 구덩이가 있다냥.―

“구덩이? 이렇게 오목하게 파여 있다는 소리야?”

양손을 모아 물을 뜨듯 오목한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냥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냥. 엄청나게 큰 구덩이 주위로 작은 구덩이들도 즐비하다냥.―

냥이의 설명에 대강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환 공포증이 있는 이들이 칠색 팔색할 이미지가 그려졌다.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어 이미지를 털어 냈다.

거의 동시에 냥이가 자못 심각한 반응을 내비쳤다.

―흐음….―

“왜 그래?”

―뭔가 좀 이상하다냥.―

“응? 뭐가?”

―놈들이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냥.―

“에? 그게 무슨 소리야?”

놀라 묻는 내게 냥이가 설명을 이어 갔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놈들이 저 특이한 지형의 공간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있다냥. 마치, 저 안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냥.―

“왜지? 무리 지어 사는 건가?”

―그건 아니다냥.―

“그럼, 뭔데?”

―나도 잘 모르겠다냥.―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금껏 1:1로만 놈들을 상대했었다.

두 마리 이상을 발견하면, 서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마리씩 유인해서 잡았다.

그런데 누가 봐도 좁은 공간에 와글와글 모여 있으면, 기존의 사냥법을 고수할 수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근처에 있던 놈들이 죄다 달려들 테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오식이라도 감당하기가… 아니, 상대도 되지 않을 터였다.

“너도 아직 놈들과 상대가 안 되지?”

―그렇다냥. 자존심 상하지만, 놈들이 나보다 강하다냥.―

8레벨에 오른 냥이였지만, 12레벨의 와일드 울프를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지금껏 놈들을 유인하면서 매번 화살을 날렸음에도 이렇다 할 대미지를 준 적이 없었다.

7레벨인 나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이곳을 우회할 길은 있어?”

―없는 것 같다냥. 이 앞이 끝인 것 같다냥.―

“흐음… 정말 곤란한 상황이네. 하아….”

언제쯤 5구역의 끝에 도달할까 늘 생각했었다.

드디어 끝에 닿은 것 같은데, 도무지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난관에 부딪혔다.

“쓰읍… 이대로 접어야 하나?”

다시금 던전 클리어라는 목표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입맛이 씁쓸해졌다.

….

결국엔 답을 찾지 못하고 물러났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임시 거처로 돌아왔지만, 분위기 때문인지 몸이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하아….”

풀리지 않는 문제와 고민에 한숨만 몇 번을 내쉬었는지 모르겠다.

자리에 누워 이리저리 몸을 뒤척거리기만 했다.

그런 나를 향해 통조림 하나를 까먹은 냥이가 다가왔다.

―계속 고민하는 거냥?―

냥이의 물음도 그렇고, 말투나 뉘앙스도 이상했다.

마치, 제 일이 아니라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째 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

―에? 아아… 아, 아니다냥.―

“뭐야? 너 진짜 안 했어?”

―해, 했다냥!―

“거짓말! 아무 생각 없었지?”

―어, 억울하다냥!―

냥이는 강렬하게 저항(?)하며, 아니라고 어필했다.

그러나 너무 어설펐다.

딱 봐도 티가 났다.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게 느껴졌다.

“이 씨… 난 지금 머리가 깨질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은데… 너무 한 거 아니냐?”

―미, 미안하다냥….―

“아, 됐어! 꺼져! 넌 오늘 오식이랑 자! 아니다, 그냥 카드로 들어가!”

서약을 맺은 첫날 이후로 늘 내 품을 파고들거나 곁에서 자던 냥이였다.

여전히 카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고, 그것이 냥이에게는 최대의 형벌(?)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앗! 안 된다냥! 내, 내가 잘못했다냥!―

냥이가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았다.

대꾸도 하지 않고, 시선도 피해 버렸다.

잠시 틈을 준 냥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 그거 아냥? 트, 특별한 게 있었다냥!―

“됐어! 말 돌리려 하지 마!”

―지, 진짜다냥!―

“….”

―얘기나 좀 들어 보라냥!―

냥이가 더욱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나 들어보자는 생각에 여지를 줬다.

“해 봐! 대신, 전혀 특별하지 않거나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부리는 꼼수라면 각오해!”

―아앗….―

냥이가 당황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야야, 진짜로 꺼져!”

―아, 아니… 그, 그게… 트, 특별하긴 한데 말이다냥….―

“근데?”

―그, 그게 사실… 정확지가 않다냥.―

“하아… 그냥 빨리 털어놔,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내 눈치를 살핀 냥이가 말을 이었다.

―아까 그곳에서 좀 이상한 걸 봤다냥.―

“이상한 거?”

―그렇다냥. 네 위치에선 보이지 않는 뒤쪽… 가장 큰 구덩이 중간쯤에 놈들이 왕창 몰려 있었다냥.―

“몰려 있다고? 아니, 수가 많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게 뭐?”

―그, 그런 게 아니다냥.―

“…??”

―잘은 모르겠는데, 무언가를 지키는 듯 보였다냥.―

무언가를 지킨다는 말에 보물상자가 떠올랐다.

라스트 스테이지, 최종 보스와 코어의 파괴, 엄청난 전리품 등이 연계되며 자연스레 도달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게 남아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아, 아니지?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

보물상자나 엄청난 전리품이 남아 있을 수 있는… 극히 가능성이 적은 막장 시나리오가 머릿속에서 빠르게 집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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