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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46화 (46/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6)

“…?!”

아수라 스워드의 검 끝이 지면을 향했다.

하지만, 뭔가를 해냈다거나 이루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실패….

“이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이후, 몇 번이나 더 검을 내리쳐 봤지만, 역시나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킁! 안 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못 하는 거야? 이건 뭐 알 수가 없으니, 원….”

애매한 상황에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혹시나 스킬을 얻는 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의심도 해 봤다.

“냥아!”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냥이를 급히 불렀다.

민첩한 몸놀림을 자랑하며, 냥이가 빠르게 나무에서 내려왔다.

―무슨 일이냥?―

“네, 스킬 중에 그림자 숨기기도 있지?”

―그렇다냥.―

“그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냥이의 그림자 숨기기는 ‘은신’ 스킬이었으며, 말 그대로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는 기술이었다.

―별것 없다냥.―

대수롭지 않게 말한 냥이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식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녀석의 다리에 몸을 가져다 붙였다.

스르륵….

순간적으로 냥이의 몸이 흐릿해졌고, 어느 순간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됐다.

이전에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참으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몇 초 뒤, 냥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하면 된다냥.―

그런 냥이를 향해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타박하듯 말했다.

“하아… 누가 스킬을 보여 달라고 했냐? 하는 법을 알려 달라고!”

―아, 그런 거였냥?―

“그래, 그런 거였다.”

―하는 법도 어렵지 않다냥.―

냥이는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림자 숨기기는 안정과 평온이 중요하다냥. 먼저 숨을 가볍게 들이마쉰//신 뒤에 그대로 멈춰라냥.―

냥이의 말대로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멈췄다.

바로 냥이의 호통이 날아들었다.

―아니다냥! 너무 과하다냥! 가볍게, 적당히다냥!―

궁술을 가르쳐 주던 때의 지랄 같은 선생 모드가 떠올랐다.

멈췄던 숨을 토해 내고는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이번엔 냥이의 말대로 적당히….

―옳지, 좋다냥. 그 상태에서 잡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라냥.―

냥이의 말대로 해 보았다.

너무나 쉽게 말하기에 나 역시 만만하게 여겼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을 도무지 조절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마음도 평온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가볍고, 적당히 들이마신 호흡을 멈추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참고 있던 숨을 격하게 토해냈다.

“푸하아… 후우, 후우….”

잠시간 호흡을 정리했다.

다시금 시도해 봤다.

역시나 실패였다.

내가 이토록 생각이 많은 놈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너도 이 부분에는 재능이 없나 보다냥. 기본도 못 떼다니, 쯧쯧이다냥!―

열성적이던 냥이도 결국엔 포기해 버렸다.

나도 내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아, 왜 안 되지? 이상하네… 헉! 서, 설마….”

잠시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성공하거나 사용한 횟수로 스킬을 얻는 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런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소망했다.

“혹시, 레벨이 연관된 것은 아닐까?”

스킬은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생성된다.

그러나 나는 레벨이 올라도 생성되는 스킬이 없었다.

해서, 레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스킬의 수가 정해진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봤다.

억지로 가져다 붙인 생각이지만, 금세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

‘그래, 그럴지도 몰라. 아니, 확실한 것 같아!’

점점 더 확신하게 됐다.

아예 능력이 사라진 것보다는 차라리 그편이 훨씬 더 나았다.

“냥아! 빨리 놈들을 찾아! 오식이도 분발하고!”

대뜸 명령을 내렸다.

아무것도 확인된 바는 없지만, 레벨을 빨리 올려야 할 이유와 명분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녀석들이 나를 빤히 보고만 있었다.

어리둥절해서는 이유를 물었다.

“왜? 뭔데?”

―돌아갈 시간이다냥.―

“아, 벌써?”

―배… 고… 파….―

불타오르던 레벨 업의 욕구를 애써 삭였다.

“쩝! 알겠어,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내일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서고,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

던전 입구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차, 살짝 빼먹은 게 있는데… 오식이의 식사가 바뀌었다.

와일드 울프의 고기로 말이다.

냥이와 나는 그대로였다.

내가 먹기에 와일드 울프 고기는 너무 질겼고, 냥이도 고양이 사료 통조림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모닥불 앞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스킬에 관한 생각들이 가득했다.

이대로 끝났을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흐음… 그럼, 정말로 곤란한데….”

낮게 혼잣말을 흘리며, 바닥에 벌러덩 눕는 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뒹굴뒹굴하기까지 했다.

그런 나를 보고 냥이가 물어왔다.

―왜 그러냥?―

“그냥….”

―스킬 때문이냥?―

“응.”

―다른 걸 해 보면 어떠냥?―

“다른 거?”

―쟤도 스킬을 가지고 있잖냥.―

냥이가 오식이를 힐끔 쳐다봤다.

나도 녀석을 쳐다봤다.

오식이는 밀려드는 식곤증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냥이가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렇게 단순 무식한 애도 쓰는 스킬이니, 쓰기도 쉽지 않겠냥?―

말을 듣고 보니 그런 듯했다.

그동안 활에 꽂혀서 냥이의 스킬만 고집했던 어리석음도 깨달았다.

“그럼, 한 번 해 볼까?”

반신반의… 솔직히 약간의 기대감을 더 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까이 다가가 오식이를 깨웠다.

“오식아!”

“…크륵!”

내 부름에 녀석이 움찔하고는 졸지 않았다는 듯이 행동했다.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짐짓 모른 척하고는 녀석의 스킬에 관해 물었다.

워낙에 띄엄띄엄 말하고,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터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냥이의 도움으로 녀석의 사용하는 스킬의 효능과 효과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식이의 스킬은 ‘포효’, ‘거드름’, ‘웅크리기’로 총 세 가지였다.

먼저, 포효는 우렁찬 울부짖음이나 함성을 뱉어 내어 상대의 기를 죽이는 스킬이었다.

일정한 범위 안에 모두 적용이 되고, 상대에 따라 방어력이 감소하거나 움직임이 둔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뭐, 상대가 레벨이 높다거나 정신력 등이 강하면 전혀 효과가 없기도 했다.

두 번째 스킬인 거드름은 단어의 뜻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기술이었다.

거드름을 피우며 일종의 자신감을 얻고, 그것으로 인해 잠재되어 있던 힘을 끌어모은다나 뭐라나….

처음엔 이게 뭔 개소린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어진 오식이의 말과 냥이의 설명으로 정인영과의 싸움에서 날렸던 녀석의 울트라 펀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만화나 애니, 코믹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팔과 어깨를 빙빙 돌리다가 힘껏 뻗어 낸 가공할 위력의 공격 말이다.

바로 그때 사용한 것이 거드름 스킬이었다.

“음… 그런 느낌이었구나.”

그제야 이해를 했고, 괜찮은 스킬임을 깨달았다.

마지막 스킬인 웅크리기는 방어 타입의 것이었다.

말 그대로 몸을 최대한 웅크려 충격을 견디고, 대미지를 감소시키는 원리였다.

“뭐가 좋을까나?”

배워 두면 모두 다 좋은 스킬들이었다.

된다면야 다 익히겠지만, 지금은 가능한지 아닌지부터 확인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런 의미에서 포효 스킬이 가장 먼저 제외됐다.

아군에게는 스킬의 효과가 적용이 안 되는 탓에 실험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웅크리기도 안 되겠군.”

반대로 적에게 공격을 받아야 하는 웅크리기도 걸러졌다.

뭐, 오식이와 냥이에게 공격을 해 보라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레벨 차가 나는 오식이한테 맞는 것은 솔직히 너무나 두려운 일이라 패스.

덩치도 작고, 나와 레벨 차도 거의 없긴 했지만, 오식이의 죽빵을 사정없이 날린 냥이의 공격도 그다지 탐탁지가 않았다.

남은 것은 거드름뿐이었다.

“방법은?”

―일단은 자신감을 한껏 뽐내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다냥!―

이번에도 냥이의 도움을 받아 거드름 스킬의 시전 방법을 알아냈다.

뭔가 좀 애매했다.

내 나름의 느낌으로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어떠한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아… 역시, 사라진 건가?”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기대감은 사라지고, 절망감과 우울감이 흠뻑 날아들었다.

―차라리 웅크리기를 해 보는 건 어떠냥? 엄청 쉬워 보인다냥.―

냥이가 포기하지 않고 나를 재촉했다.

고개를 흔들며, 체념하듯 답했다.

“아니야, 그것도 알 될 거야.”

―그러지 말고, 한 번만 해 보라냥!―

계속된 성화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에 냥이가 오식이에게 웅크리기의 방법을 물었고, 오식이는 직접 스킬을 선보이는 열성을 내비쳤다.

꾸우우욱!

오식이가 정말로 쪼그려 앉아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양팔로는 몸과 얼굴을 막아선 자세였다.

뭐, 덩치가 하도 커서 그래 봤자인 듯싶기도 했지만, 확실히 단단해 보이는 면도 있었다.

―역시나 어렵지 않은 것 같다냥! 얼른 따라 해 보라냥!―

냥이의 응원에도 건성으로 반응하며, 힘없이 대충대충 오식이를 따라 했다.

당장에 냥이의 앙칼진 타박이 날아들었다.

―지금 장난하냥? 똑바로 해라냥!―

“아, 알았어.”

대답은 했지만,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맥없고, 힘 빠진 모양새로 몸을 웅크렸다.

그러자 이번엔 냥이의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퍼억!

“아야! 왜 때려?”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맞는 거다냥! 또 맞기 싫으면 제대로 해라냥!―

성질이 났지만, 옳은 말이기에 참아야 했다.

입을 삐죽이고, 콧등에 주름을 잡으며, 다시 자세를 취했다.

―그렇지, 그거다냥!―

“이게 끝이야? 아무 느낌도 없는데?”

―그럴 리가 있겠냥? 그 자세에서 몸에 힘을 줘라냥!―

“힘? 이렇게?”

―아니다냥. 그런 느낌이 아니라, 공격을 견뎌내겠다는 느낌의 것이다냥!―

냥이의 설명대로 다시 몸에 힘을 줬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적으로 뭔가 느낌이 오려는 듯했다.

“어?”

―왜 그러냥?―

“아, 아니… 다음,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작은 변화에 임하는 자세를 달리했다.

사그라들었던 기대감이 살짝 일어나고 있었다.

―그게 다다냥. 그 느낌에서 조금 더 강렬하면 될 것 같다냥!―

냥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번 더 몸에 힘을 줬다.

직전에 느꼈던 뭔가 싶은 느낌은 없었다.

조금 더 강렬하게 힘을 더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게 아닌가? 아,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조바심과 초조함, 불안감에 애가 탔다.

그때였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오식이가 다시금 웅크리기를 선보였다.

내게 보란 듯이 천천히, 그리고 정확한 동작을 구사하는 모양새였다.

마지막 순간….

그러니까 스킬이 막 발동하려고 하던 그때!

뿌우우웅!

녀석이 웅장하게 방귀를 뀌었다.

―윽! 너 뭐 하는 짓이냥!―

냥이가 타박과 함께 기겁을 하며, 손으로 코를 막고는 뒤로 물러났다.

오식이는 민망했는지 머리통을 긁적거렸다.

참으로 웃기면서도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뭔가가 번뜩했다.

“아! 그거구나!”

당장에 웅크리기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몸에 힘을 줬다.

몸을 조이며 힘은 밖으로 표출하는 느낌.

마치, 똥을 싸거나 방귀를 뀔 때와 같은 것이었다.

‘온다… 온다….’

느낌이 왔다.

뭔가 온다 싶은 바로 그 느낌 말이다.

피이힝!

뭔가 온다 싶은 느낌의 끝에 온몸이 돌처럼 단단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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