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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45화 (45/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5)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잠시 틈을 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놈들은 보통 대여섯 마리씩 다니잖아? 그중에 한 마리가 대장인 거고.”

―그렇다냥.―

“그렇다면, 지금 네가 한 말은 뭔가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랬다.

와일드 울프는 대장 격인 놈 한 마리를 중심으로 적게는 서넛, 많게는 최대 십여 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다닌다.

함께 몰려다니는 놈들은 나름 체계적인 무리 사냥을 했고, 무리 전체를 다 죽이지 않는 한 끝까지 달려들었다.

한 무리와 사투가 벌어졌을 때, 다른 무리가 끼어드는 경우도 허다했다.

어차피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이기에 미친 듯이 달려드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각각의 무리끼리는 별개라 봐도 좋았다.

협공을 하지만 협공이 아니라고나 할까?

그런 와중에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무리의 대장이 먼저 죽는 경우가 있었다.

대가리가 사라진 무리는 와해 된다.

물론, 전투가 끝난 뒤 살아남는 놈들에 한해서다.

살아남은 놈들이 다른 무리에 합류하는 경우는 없다.

같은 무리였어도 각자의 길을 간다.

해서, 일부러 무리의 대가리부터 깨 버리고는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한 마리씩 처리하는 사냥법도 생겨났다.

그런 놈들의 습성 내지는 특징으로 봤을 때, 냥이가 한 말은 이상했다.

아무리 격이 다른 최종 보스가 무리의 대장이라고 해도 수십… 아니, 수백은 족히 될 만큼 많은 수의 와일드 울프를 한 무리로 묶어 버렸다는 게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당장에 떠오르는 생각만으로도 최종 보스 주변에 수백 마리의 와일드 울프가 한데 어우러져 몰려다니는 그림을 그려야 했는데, 어디 그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리냔 말이다.

게다가 그 어마어마하고, 엄청난 무리를 뚫고서 최종 보스를 처리했다?

내 상식으로는 제아무리 극강의 경지에 오른 각성자나 세계 최고의 길드가 와도 쉽지 않은 일일 듯했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냥. 그게 현실이고, 현재 상황이 증거다냥.―

“흐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통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야, 근데… 넌 어찌 그걸 알고 있어? 장벽 너머로 들어온 적도 없다며?”

―그냥… 그냥 알고 있다냥. 이유는 나도 모른다냥.―

“엥?”

―본 적은 없지만, 머릿속에 그렇다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떠오른다냥.―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모르겠다냥. 저놈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들어왔다냥.―

냥이가 반으로 찢긴 와일드 울프를 힐끔 보며 말했다.

“흐음….”

―아마 오식이도 알고 있을 테다냥.―

냥이의 말에 오식이를 쳐다봤다.

정말로 그렇다는 듯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크르르….”

냥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오식이의 말이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믿어야만 할 것 같았다.

….

시간이 지날수록 냥이의 말이 사실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공터를 빠져나오기 전, 두 번이나 달려든 와일드 울프의 습격도 그렇고, 이후로 맞이한 상황 등에서도 놈들이 죄다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해야 했다.

사냥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앙금처럼 남은 이해 불가의 일이 우리에게 득으로 다가왔다.

현재의 우리로서는 굉장히 버거울 무리를 상대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저쪽에 한 마리 있다냥!―

냥이가 홀로 어슬렁거리는 와일드 울프를 찾았다.

“좋아! 이쪽으로 불러들여!”

내 명령에 냥이가 놈에게 화살을 날렸다.

놈은 즉시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렇게 달려든 놈은 오식이가 맡아서 가볍게 처리했다.

“크아아앙!”

찌이이익!

쩌어어억!

무리로 덤벼들었다면 힘들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1:1이라면… 12레벨과 15레벨의 차이로 인해 와일드 울프는 오식이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뭐, 이따금 물리고, 할퀴며 상처를 입기는 했다.

하지만, 오식이의 놀라운 치유력이 그것을 앞섰다.

고작 육포 한 덩이만 있으면, 1분 내외로 말끔히 치료가 됐다.

―육… 포….―

“아니야. 아직 멀쩡하잖아.”

―아… 파… 야… 육… 포?―

“그렇기는 한데. 그렇다고 일부러 다치면 안 줄 거야!”

녀석이 이상한 쪽으로 머리를 굴리려는 걸 사전에 차단해 버렸다.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 굴릴 생각 말고, 어서 송곳니나 뽑아!”

“크르르….”

풀이 죽은 듯 낮게 으르렁거린 오식이가 놈의 송곳니를 뽑았다.

와일드 울프의 송곳니는 가공하여 장식품을 만든다던가 너클류의 무기, 또는 방어구의 징 같은 것을 만들 때 사용했다.

해서, 가격이 제법 짭짤한 편이었다.

“흐흐, 한동안 적자 난 거 여기서 다 메꿔야 해!”

버섯돌이를 잡는 동안엔 늘 마이너스였다.

진심, 얻거나 번 것보다 먹고 쓴 음식과 화살이 더 많았다.

아이템 회수율이 5%가 안 됐다면 말 다한 게 아닐까?

놈들이 죽으면서 남기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에 물방울 모양을 한, 독 속성의 포자는 꽤 비싼 편에 속했고, 5레벨의 마정석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놈들을 사냥하는 동안 그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버섯돌이가 있는 근처에는 늘 플로리가 있었고, 아이템 회수를 위해서는 놈들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가야 했으니,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만 했던 까닭이었다.

“12레벨 마정석이면 대체 얼마야? 흐흐… 아주 씨를 말려 버리겠어!”

점점 더 묵직해지고, 뿌듯해지는 가방의 무게를 느끼며, 강렬하게 의지를 불태웠다.

―또 발견했다냥!―

“오케이! 오식아, 준비해!”

“크륵!”

* * *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똑같은 방식… 냥이가 놈들을 찾고, 유인한 뒤에 오식이가 처리하는 사냥 법을 이어나갔다.

와일드 울프와 오식이의 1:1이 너무나 유리했기에 버섯돌이 이전에 잡았던 토끼나 뿔토끼, 철갑 굼벵이처럼 내가 놈들의 명줄을 끊어 놓는 방법도 가능했다.

아니, 원래는 그렇게 사냥을 해야 하는 것이 옳았다.

돈도 돈이지만, 내 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숙제였으니까.

하지만, 생각한 바가 있어서 현재의 사냥법을 좀 더 이어 갈 생각이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꼭 그렇게 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 생각이 맞아떨어진다면, 정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 될지도 모를 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막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그즈음.

내 생각과 예상이 옳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 벌어졌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그랬다.

레벨이 오른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오식이가 와일드 울프를 잡았음에도 말이다.

“대, 대박! 앗싸! 완전 대박!”

너무나 기뻐서 펄쩍펄쩍 뛰며 만세를 부르고, 야단법석을 떨어댔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고, 엄청난 일이었다.

각성자 중에는 나와 비슷한 유형의 직업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정령, 동물, 소환수 등을 부리는 이들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그것들을 이용해 사냥을 하고, 전투를 치른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 그것들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

아니,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들이 괴물에게 주는 대미지나 타격 등은 경험치로 환산이 되지 않았으니까.

해서, 그들은 내가 오식이와 함께 뿔토끼 그리고 철갑 굼벵이를 잡았을 때처럼 괴물에게 일부의 대미지를 주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상태에서 막타를 날리는 사냥법을 이용했다.

그것이 최대한 경험치를 많이 먹는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나 또한, 당연히 그러리라 여겼다.

그랬기에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그런 방식을 고수했던 것.

하지만, 버섯돌이를 잡던 중에 뜬금없이 냥이의 레벨이 오르는 사건을 겪고는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경험치 공유’를 떠올리게 됐다.

사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했다.

기존의 틀 내지는 룰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컸다.

해서, 냥이에게 사냥을 맡기며 기대감을 키웠다.

뭐, 잘 되면 대박이고, 아니라도 돈은 벌 수 있기에 딱히 손해가 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했던 것처럼 우리는 경험치를 공유하는 관계였고, 이는 우리의 앞날에 너무나 이롭고, 엄청난 결과가 예상되는 사건 중의 사건, 대박 중의 대박… 아니, 초초초초초대박인 일임이 확실했다.

“여전히 스킬은 없군… 쩝!”

6레벨에도 생성된 스킬은 없었다.

“뭐, 괜찮아. 아직 두고 볼 여지가 남아 있으니까.”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예상과 가설의 결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에 괜찮았다.

지금은 그저 성능 좋은 버스… 견인차가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충분히 만족해도 될 상황이었다.

“오식아, 가즈아!”

힘껏 소리치며, 와일드 울프 사냥에 박차를 가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얼마 뒤에 냥이의 레벨도 올랐다.

이로써 우리의 경험치 공유가 더욱더 확실해졌다.

“흠… 셋이서 경험치를 나눠 먹는 것도 확인이 됐군.”

처음엔 오식이와 둘이서, 지금은 냥이까지 셋이서 경험치를 나눠 먹는 게 분명했다.

“어쩐지… 레벨 업이 너무 늦더라니.”

저주캐 중에서도 최악이라 여길 만큼 레벨 업이 더뎠던 이유도 해답을 찾았다.

이제는… 당장에 확인할 것은 하나뿐이었다.

부릅!

미간을 좁히고, 눈에 힘을 잔뜩 주면서 가늘게 뜬 눈의 시전에 몰두했다.

냥이와 오식이 덕에 딱히 할 일이 없는 던전 안에서는 물론, 던전 밖에서도 계속해서 연습했다.

눈알이 충혈되고, 눈가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때까지 말이다.

얼마 뒤, 이런 내 노력에 부응하듯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내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가늘게 뜬 눈의 사용 조건인 스킬 발동 200회를 만족시켰습니다.]

[스킬 ‘가늘게 뜬 눈’이 추가됩니다.]

“엇! 어엇! 되, 됐다. 서, 성공이야! 으하하하하!”

경험치 공유를 확인했을 때만큼이나 기뻐했다.

빠르게 스킬창을 열었고, 더블샷 아래에 떡하니 박혀 있는 가늘게 뜬 눈을 확인했다.

당연히 스킬도 써 봤다.

부릅!

촤아학!

“힛! 보인다, 보여!”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늘게 뜬 눈이 발동했다.

더욱더 기뻤던 것은 가늘게 뜬 눈 상태에서 애써 집중하지 않아도, 쉽게 더블샷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레벨 업으로 스킬을 못 얻으면 어때? 이렇게 하면 그보다 더 많은 스킬을 얻을 수도 있을 텐데!”

그랬다.

이런 식이라면, 냥이와 오식이의 스킬 전부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교감으로 서약을 맺게 될 다른 녀석들의 스킬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킬 부자가 되겠구나! 움하하하하!”

생각만으로도 벅차고,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다 문득, 기발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아니지? 이런 식이라면….”

스르릉….

당장에 활을 어깨에 걸치고는 아수라 스워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바르게 자세를 잡았다.

“후우우….”

길고 단정하게 호흡을 뱉어 내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검사의 기본 스킬인 내려치기를 떠올리며, 눈꺼풀로 덮인 어둠 속에 이미지를 그려 냈다.

웃긴 것은 머릿속에 떠올린 모델이 정인영이란 것이었다.

스으윽….

아수라 스워드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천천히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려 낸 내려치기를 그대로 따라 했다.

휘이익!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기에 그랬을까?

바람을 가르는 검 날의 예리한 느낌이 고스란히 손을 타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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