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3)
세 번째와 네 번째 화살로 더블샷을 날려 버섯돌이를 처리한 직후였다.
눈앞에서 빛이 번쩍했다.
“냐앙?”
“크륵!”
이상함을 감지한 것인지, 활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냥이는 물론이고, 멍을 때리던 오식이까지 반응을 보였다.
이어,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블샷의 사용 조건인 스킬 발동 100회를 만족시켰습니다.]
[스킬 ‘더블샷’이 추가됩니다.]
“에에?”
깜짝 놀랐다.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바로 정신을 차린 뒤에 스킬창을 열었다.
―――――
[교감]
[소환]
[봉인]
[더블샷]
―――――
그동안 덜렁 세 개뿐이던… 해서, 그렇게나 침울감을 선사하던 메뉴(?)에 더블샷이 정확하게 새겨져 있었다.
“헐….”
다시금 놀라움에 휩싸였고, 내친김에 더블샷을 터치해 안의 내용도 확인했다.
―――――
이름: 더블샷
계열: 공격
속성: 무 (사용자 또는 활이나 화살에 의해 속성 변화 가능)
적에게 두 개의 화살을 연속 발사한다.
숙련도: ★☆☆☆☆
―――――
내가 아는 내용 그대로의 것이 적혀 있었다.
‘야매’ 따위가 아닌, 궁수 계열의 오리지널 스킬이란 뜻이었다.
“세상에나….”
놀라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어디 놀랍고, 이상한 것이 한두 개라야 말이지….
느닷없이 조건이 어쩌고, 100회가 어쩌고 하면서 스킬이 생긴 게 놀라웠다.
레벨 업과 동시도 아니고, 그 중간에 생긴 것도 이상했다.
궁수 계열도 10레벨에나 얻을 수 있는 스킬인데, 고작 5레벨에 궁수도 아닌 내가 해당 스킬을 얻은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도 얻은 것이 확실했다.
꿈도 아니었고, 잘못 본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증명과 확신을 위해 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어디….”
목표물인 버섯돌이 하나를 찾았다.
화살을 장전했고, 놈을 정확히 조준했다.
이어, 더블샷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집중했다.
피, 핑!
쐐액! 쐐애액!
퍼벅! 퍽!
연이어 두 발의 화살이 발사됐고, 더블샷을 맞은 버섯돌이는 대가리가 반으로 쪼개진 채 쓰러졌다.
“어, 어….”
지금까지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과 동작에 잠시 멍해졌다.
활시위를 당기고 놓았던 오른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진한 여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각성자들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과 집중력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스킬을 떠올리고 집중하여, 발동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고 레벨의 숙련자들은 몸이 저절로 기억한다거나 익숙해진 전투 패턴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스킬이 발동된다고도 하지만, 일단은 떠올림과 집중이 기본인 것은 확실했다.
이는, 고전 무협이나 판타지, 게임에서 무공이나 스킬의 이름을 외치는 것과도 비슷했다.
아!
이를 두고 혹자는 허세니, 중2병이니, 상대한테 자신의 기술을 다 까발리는 짓이라며 웃긴다고들 하기도 했다.
뭐, 영상이나 활자, 그림에서는 상황의 설명과 이해를 돕고, 임펙트를 높이기 위해 그러는 것이니, 그냥 그럴 수 있다 치자.
또, 진짜 허세에 찌들었거나 중2병 같은 약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중증에 걸린 이들도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부분은 그것과 달랐다.
머릿속으로만 집중하는 것이 어려우니, 소리를 내서 집중력을 높이려는 의도였고, 실제로도 그러한 각성자들이 넘쳐 날 만큼 효과 또한 좋았다는 뜻이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방금 사용한 더블샷은 지금껏 내가 사용한 더블샷과 차원이 달랐다.
이전까지의 내가 더블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살 한 발 한 발에 집중했었다.
동작 또한 빠르게 이어가기 위해 무던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다고 내 마음대로 써진 것도 아니고….
그저, 시늉에 불과한 느낌이었다랄까?
그러나 방금 사용한 더블샷은 고작 머릿속에 스킬의 이름과 이미지 등을 떠올리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이 저절로 움직이며 발동이 됐다.
시늉이 아니라는 느낌이 정확히 들 정도로 완벽하게 말이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짠한 감격이 몸을 살짝 떨리게 했다.
….
“흐음….”
갑작스럽지만, 엄청난 이 사건으로 생각이 많아졌다.
다시금 몇 가지의 예상과 가설 등을 떠올렸다.
확인하고, 검증해야 할 것들이 쌓여갔다.
귀찮음도 있었지만, 해결은 해야 했다.
만약, 그것들이 내 예상과 맞아떨어진다면… 진심, 대박 중의 대박일 테니 말이다.
일단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냥이의 프로필을 꺼내 스킬 부분에 집중했다.
‘흐음….’
이내 하나의 스킬에 꽂혔다.
비로 냥이에게 물었다.
“가늘게 뜬 눈이란 스킬이 뭐지?”
활 만드는 손을 잠시 멈춘 냥이가 설명을 해 줬다.
설명과 동시에 궁수 계열 각성자의 스킬 중 하나인 ‘매의 눈’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스킬의 이름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서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멀리 내다보는 용도의 스킬이었다.
“이게 좋겠군!”
“냐앙?”
고개를 갸웃하는 냥이에게 ‘가늘게 뜬 눈’의 사용법을 자세하게 물었다.
‘그냥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된다냥!’이란 단순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
뭐, 그것 말고는 딱히 뭔가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음….”
일단은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미간에 힘을 잔뜩 주고서 최대한 눈을 가늘게 뜬 채, 목표물인 버섯돌이를 찾았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고, 되는 건지 마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찾아낸 버섯돌이는 더블샷을 이용해 처리했다.
“아이고, 눈이야….”
온종일 눈과 미간을 찌푸린 채 힘을 잔뜩 줘서 그런지 아프기도 하고, 피로감도 컸다.
그러나 다음 날도 같은 짓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피잉!
갑자기 시야가 확 집중되면서 목표물로 정했던 버섯돌이가 훅하고 다가온 것처럼 크게 보였다.
“앗!”
깜짝 놀라는 바람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크게 보이던 버섯돌이도, 한점에 꽂혀 있던 시야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거였군!”
감이 잡혔다.
부릅….
우연히 쏜 더블샷을 재현하기 위해 했던 것처럼 그 느낌을 떠올리며, 계속해서 스킬 ‘가늘게 뜬 눈’을 연습했다.
역시나 더블샷처럼 처음엔 실패가 더 많았다.
어설픈 모양새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나아졌다.
* * *
다시 며칠이 흘렀다.
“왜 아직 소식이 없는 걸까?”
더블샷이 스킬로 추가되기까지는 100회 사용이 조건이었다.
가늘게 뜬 눈도 그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정확지는 않지만, 이미 100회를 넘겼다.
반응이 없었다.
“쩝….”
그러는 와중에 세 가지 일이 생겼다.
첫 번째는 ‘교감’이었다.
부릅!
가늘게 뜬 눈으로 목표물인 버섯돌이를 쳐다봤다.
단번에 되지 않으니, 몇 차례에 걸쳐서 될 때까지 했다.
네 번… 아니, 다섯 번쯤인가?
시야가 좁아지듯 집중되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버섯돌이가 두 배쯤 커져 보였다.
그때였다.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싸!”
신비한 목소리의 시작과 동시에 쾌재를 불렀다.
가늘게 뜬 눈을 연습한 것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구나 하면서였다.
하지만, 곧 실망했다.
[특별한 상황에 의해 스킬 ‘교감’이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신비한 목소리가 끝나고,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하얀 공간으로 이동됐다.
“아, 뭐야?”
실망감에 짜증까지 났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전, 나와 마주 보고 선 버섯돌이를 힘껏 노려봤다.
대번에 놈이 몸을 움찔했다.
그러더니 내 머릿속으로 말을 전했다.
―다, 다가오지 마섯! 무섭섯!―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놈의 반응에 나 역시 움찔했다.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짜증이 확 꺼지는 기분이었다.
의아함을 가득히 담은 채 물었다.
“내가 무섭다고?”
―아악! 내, 내가 잘못했섯! 용서해 주섯!―
잘못을 빌며,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어이없고, 기가 막힘에 잠시 눈만 깜빡거렸다.
괴물이 인간을 무서워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일단 괴물들은 인간을 보자마자 이빨부터 들이대는 게 보통이었고, 누구나가 그렇게 알고 있는 상식 같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흠….”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괴물들은 모르겠지만, 버섯돌이만큼은 정말로 인간을 무서워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다들 알다시피, 버섯돌이는 고정형에 범위형 선공 타입이었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고, 자신의 영역 안에 인간이 들어왔을 때만 포자나 가루를 날려 공격한다.
공격도 물리적인 타격이 아니라, 독성으로 피부를 간지럽게 한다던가 호흡을 마비시키는 유형.
그런 의미들로 봤을 때, 놈은 공격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해하려 접근하는 인간을 무서워해, 방어적인 형태로 포자와 가루를 뿌려대는 것일지도 몰랐다.
뭐, 그래 봤자, 놈은 괴물이고, 보이는 즉시 죽여야 하는 적임은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다.
버섯돌이의 진실(?)을 파악하면서 다른 의문도 하나 생겼다.
여태껏 총 세 번… 아니, 지금의 것까지 합치면 네 번째 이루어진 교감과 그것의 발동 조건에 관한 것이었다.
교감이 발동하기 전, 특별한 상황에 자동으로 스킬이 발동된다는 신비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특별한 상황’과 ‘자동’이었다.
수차례의 실험과 지금껏 벌어진 일들을 종합해 봤을 때, 내가 가진 교감 스킬은 진짜 ‘자동’으로 발동되는 타입의 것이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
발동의 조건은 당연히 ‘특별한 상황’.
오식이 때도 그랬고, 뿔토끼 때도 그렇고, 이 특별한 상황이란 게 내가 공격을 받기 직전이나 목숨이 위태로울 때를 말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아처캣과 교감이 이루어지면서 이 부분을 살짝 의심했었다.
뭐, 그때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뭔가 일이 확 벌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그랬었다.
지금의 상황은 더욱더 그랬다.
버섯돌이와 나의 거리는 20미터도 넘었다.
전혀 위험하지 않은 상황과 상태에서 교감이 발동한 것이다.
‘특별한 상황=위험’이란 공식은 틀렸으니, 연관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럼 대체 뭐지?’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을 남긴 채, 교감의 제한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가지고 있어 봤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은 버섯돌이를 거둘 마음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으니까.
….
두 번째 일은 그동안 밤낮으로 매달리던 냥이의 활이 드디어 완성됐다는 것이었다.
―완성이다냥!―
“축하해!”
―고맙다냥! 네 덕분이다냥!―
냥이는 오식이처럼 활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래도 호감도는 올랐다.
“얼른 사용해 봐! 위력도 그렇고, 네 실력도 좀 보자.”
내 말에 냥이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바로 활을 들었다.
그러고는 멋진 시범을 완벽하게 연출했다.
“와우….”
그냥 봤더라도 능숙하고, 멋진 모습이라 여겼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껏 버섯돌이를 잡으며, 수도 없이 화살을 날렸던 터라, 냥이의 활 솜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더 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명불허전’… 활을 쏘며 늘 머릿속에 그리던 가장 이상적인 자세와 모습이었다.
“진짜 멋지다! 최고야, 최고!”
진심 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냥이가 다시금 어깨를 으쓱했다.
―훗! 뭘, 이 정도로 그러냥!―
“아니야, 정말 대단해! 완전 멋져!”
―고맙다냥! 그런 의미로 넌 이제 좀 쉬어라냥! 나머지는 내가 다 잡겠다냥!―
원하고, 바라던 바였다.
뭐, 완전히 냥이에게 사냥을 도맡길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냥이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며칠 내로 플로리 밭의 버섯돌이를 모두 제거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랬다.
마지막 세 번째….
플로리 밭의 버섯돌이 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구역으로 넘어갈 날이 머지않은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