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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42화 (4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2)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고는 잠시 괴로워했다.

그러고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럼, 앞으로도 너한테 사냥을 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리네. 에혀!”

―왜 불가능이냥?―

“그렇잖아, 어디서 아처캣의 활을 구해? 가뜩이나 개체 수도 적고, 따로 서식지도 없는 마당에….”

그랬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아처캣은 정말로 희귀한 괴물 중의 하나였다.

놈들은 던전의 전 구역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늘 혼자서 움직였다.

재빠른 것은 물론이고, 은신에도 능해 사냥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코어가 파괴된 정화 던전 안의 모든 괴물을 죽이면, 일정 시간 후에 던전과 게이트는 사라진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 괴물들을 모두 소탕했다고 생각했는데, 던전과 게이트가 남아 있다면, 백에 팔구십은 놈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 봐도 좋았다.

운이 좋아 놈과 마주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던전 전체를 몇 번이나 들쑤셔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터.

그렇게 남겨진 썰렁한 정화 던전도 넘쳐나는 실정이었다.

그런 놈을 잡아서 아이템… 그것도 무기인 ‘활’을 얻는다는 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괴물을 잡았을 때, 뭔가를 얻을 수 있는 빈도는 사체 → 마정석 → 아이템 순이었고, 가장 확률이 떨어지는 아이템 중에서도 장비류는 정말 극악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뭐,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이런 극악의 확률을 뚫고 아처캣의 활을 얻은 이도 있을 것이다.

워낙에 장비류… 특히나 무기에 관해서는 정보가 극도로 부족한 터라, 아처캣의 활이 얼마나 좋은지, 시세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의미들로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아니면, 아무리 희귀해도 능력치나 옵션이 쓰레기라 그냥 분해하거나 다른 재료로 써 버릴지도 모르고 말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따져봐도 아처캣의 활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고, 그로 인해 냥이에게 제대로 된 사냥을 시키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서, 툴툴거리는 내게 냥이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활은 만들면 그만이다냥!―

“응? 활을 만들어? 뭐로?”

―뭐긴, 활은 휘리 나무로 만든다 하지 않았냥!―

“그건 알지. 근데, 그게 어디 있냐고.”

―휘리 나무는 절벽에서 자란다냥!―

“…??”

―뿔토끼 밭 너머의 절벽 말이다냥!―

“에에?”

냥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놀라운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찬찬히 냥이의 말을 정리해 봤다.

‘분명, 뿔토끼 밭 너머는 막혀있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그곳이 절벽으로 막혀 있고, 그곳에 아처캣의 활을 만드는 휘리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소린가?’

정리한 것을 차근차근 되물었다.

냥이가 그렇다고 답했다.

당장에 의문이 생겼다.

“근데, 왜 얘기 안 했어?”

―네가 물은 적이 없지 않냥!―

“아니… 그렇게 네가 원하는 활을 찾으려고 무기점을 몇 군데나 돌았는데… 그때 얘기를 해야 했던 거 아냐?”

―뭔 소리냥? 나에게 맞지 않는 활만 들이댄 것은 너다냥! 제대로 물어봤다면 지금처럼 다 이야기해 줬을 거다냥!―

기가 막혔다.

냥이도 그런 듯했다.

“하… 그만하자.”

더 해 봤자 좋을 게 없어 보였다.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자!”

―어디 가냥?―

“어디긴! 휘린지, 휘리릭인지 하는 나무 구하러 가야지!”

….

깡총… 깡총….

몇 마리 남지 않은 뿔토끼를 피해서 절벽에 도착했다.

“와, 엄청 높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봐도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내게 보이는 끝점은 안개인지, 구름인지로 가려진 채였고, 그 위로도 한참이나 더 이어져 있을 듯했다.

“절벽 너머엔 뭐가 있지?”

―모른다냥.―

“왜 몰라?”

―가 본 적이 없다냥. 너무 높다냥!―

“아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잠시 틈을 주고는 말을 이었다.

“휘리 나무는 어디 있어?”

―절벽 중간에 있다냥. 여기선 보이지 않는다냥.―

“으음….”

다시 한 번 절벽을 올려다봤다.

“얼른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내 말에 냥이가 바로 반문했다.

―네가 올라가는 거 아니었냥?―

나 역시, 바로 반응했다.

“미쳤냐? 내가 저길 어떻게 올라가?”

딱 봐도 90도 경사의 깎아지는 절벽이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절벽을 오른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고, 장비가 있다 한들 나로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가 올라가야 한다냥.―

“왜? 네가 가면 되잖아! 올라가 본 거 아니야? 그랬으니까 거기에 휘리 나무가 있는지도 아는 거고.”

―올라가 봤다냥. 휘리 나무도 분명히 있다냥.―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네가 가면 되지!”

―내가 올라가는 건 어렵지 않다냥. 하지만, 휘리 나무를 자를 수가 없다냥.―

“에에? 그건 또 뭔 소리래?”

―휘리 나무는 단단하다냥. 내 힘으로는 무리다냥. 그러니 네가 가야 한다냥.―

이건 또 무슨 개떡 같은 소린지….

어째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더니, 결국엔 또 이 지랄이다.

“아, 안 돼! 절대 못 해! 얼마 못 가서 떨어지고 말 거야!”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죽어도 못 하는 일이었다.

―그럼 누가 가냥? 갈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

말을 전하던 냥이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냥이의 시선을 따라 옆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난데없는 관심과 시선에 눈을 깜빡거리는 오식이가 서 있었다.

“나 말고 있었네. 게다가 힘도 훨씬 좋은 녀석이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냥.―

낮게 속삭이듯 말했고, 냥이도 작게 답했다.

뭔가를 느꼈는지, 오식이가 몸을 움찔했다.

….

―서… 누….―

오식이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를 보는 눈빛이 어째 좀 애처로워 보였다.

그런 오식이의 등에 올라탄 냥이가 녀석을 재촉했다.

―얼른 가자냥!―

다시금 오식이가 나를 찾았다.

―서… 누….―

“오식아, 걱정하지 마! 내가 잘 보고 있다가 떨어질 것 같으면 바로 불러들일 테니까!”

나름으로 세운 계획을 들먹이며, 눈빛으로 녀석의 등을 떠밀었다.

“크륵….”

낮게 으르렁거린 오식이가 마지못한 몸짓으로 절벽을 기어올랐다.

“천천히… 그렇지… 잘한다….”

얄미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응원도 보냈다.

….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의외로 오식이는 절벽을 잘 탔다.

녀석도 나처럼 숨겨진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끝 지점을 넘어가며, 오식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또 한참이 지난 후….

요란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쿠웅! 쿠웅!

흡사, 나무꾼의 도끼질 같은… 또는, 벽 따위를 묵직한 것으로 때려대는 소리와 같았다.

“…??”

몇 번이나 이어지던 요란한 소리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하늘에서 무언가가 후두둑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이쿠야!”

재빨리 몸을 날려 자리를 피했다.

앞선 소리보다 크지는 않지만, 더욱더 요란뻑적지근한 소리가 쉴새 없이 이어졌다.

달그락! 덜그럭!

데구르르….

쿠웅! 쿵! 후두두둑!

이내, 내가 서 있던 자리는 물론, 그 근처가 엄청난 양의 돌무더기로 뒤덮였다.

“이런, 미친….”

허공을 향해 욕설을 토해 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직! 콰지직! 콱콱!

미간이 절로 꿈틀댔다.

아무리 쳐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벽 끝을 주시했다.

이번에도 소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즈음.

“…?!”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으로 가려져 있던 그곳에서 무언가가 훅하고 나타났다.

그것은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엇!”

순간, 커다란 물체에 그것이 오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시야에 제대로 잡힌 그것이 오식이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N’자 내지는 ‘V’자와 비슷한 모양새의 커다란 무언가였다.

슈하아아아아악….

쿠우우우우웅!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린 그것이 지면에 충돌하면서 굉음과 함께 뿌연 흙먼지를 일으켰다.

한참이나 뒤로 떨어져 있었는데도 내가 서 있는 곳까지 흙먼지가 날아들었다.

급히 손사래를 치며,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신 뒤에야 그것이 커다란 나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휘리 나문가?”

나무는 그저 다 똑같은 것이라 여길 만큼 문외한이었지만, 보통의 나무들과는 뭔가 좀 달라 보였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나무였단 소리다.

나무란 함은 일반적으로 뿌리가 있고, 몸통인 줄기가 있고, 그에 뻗어 나오는 가지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눈앞의 것은 줄기인지 뿌리인지, 아니면 가지인지조차 딱히 특정을 지을 수 없었고, 모양마저도 난해하다 싶을 만큼 이상해 보였다.

톡… 톡톡….

만지작… 만지작….

“흐음….”

손끝으로만 건드리다가 이리저리 만져본 결과, 질감은 보통의 나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정도 크기면 대체, 활을 몇 자루나 만들 수 있는 거지?”

눈앞의 거대한 휘리 나무나 냥이의 몸 크기를 생각하면, 못해도 서너 자루의 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린 것이었다.

이후의 얘기지만, 이 거대한 크기의 휘리 나무로는 달랑 한 자루의 활밖에 만들 수 없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나무가 상한 부분도 많았고, 애초에 통짜로 된 활이 아닌, 필요한 부위들을 잘라 여러 개의 부품을 만들어 하나하나 조립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휘리 나무를 살피는 동안, 시야에서 사라졌던 오식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올라갈 때보다는 조금 빨라진 속도였지만, 그래도 한참이나 걸릴 듯했다.

목이 뻐근할 때까지 올려보다가는 앞서 녀석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 그러면 빠르잖아!’

당장에 녀석을 불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얼래? 왜 이러지?”

바로 다시 시도를 했지만, 역시나 실패였다.

고개를 갸웃했고, 이유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이내,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거리가 너무 먼가?’

제일 유력해 보이는 이유였다.

해서,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오식이를 불러들였다.

예상처럼 한층 거리가 가까워진 후에야 녀석을 불러들일 수 있었다.

그 순간!

그저, 느려 터진 오식이를 빠르게 불러들이겠다는 생각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고가 터졌다.

오식이와 함께 있던 냥이를 생각지 못했던 것.

“냐아아앙!”

오식이의 등에 매달려 있던 냥이가 갑작스레 사라진 녀석 때문에 날카롭게 울어대며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앗!”

그제야 깜짝 놀라서는 바로 냥이도 불러들이려 했다.

그러나 냥이는 특유의 유연함과 민첩함으로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이내 균형을 잡았다.

그러고는 절벽을 몇 번 튕기듯 차오르다가 안전하게 매달렸다.

“휴우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했다.

정신을 차리고는 냥이를 불러들였다.

―날 죽일 셈이냥?―

다시 꺼내 준 냥이에게 잔소리를 바가지로 들은 건 당연했다.

* * *

“이제 뭘 해야 하지? 활을 만드는 장인이나 공장을 찾아가야 하나?”

―그럴 필요 없다냥!―

“응?”

―내 활은 내가 만든다냥!―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당연한 거 아니냥? 묘족과 활은 한 몸과 같다냥!―

냥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진짜로 혼자서 활 만들기에 돌입했다.

시작은 휘리 나무를 다듬는 것부터였다.

당장에 뭔가가 이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활을 만드는 작업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냥이가 휘리 나무를 밤낮으로 깎고, 다듬는 동안, 나는 이전처럼 버섯돌이 사냥을 이어 갔다.

그러던 중.

또다시 내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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