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41)
더블샷은 말 그대로 연속해서 두 발의 화살을 적에게 날리는 스킬이다.
궁수 계열 헌터가 10레벨에서 배우며, A와 B 클래스가 마스터 할 경우… 그러니까, 숙련도가 4단계 이상이 되면, 스킬이 진화하여 트리플 샷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당연하겠지만, 단순히 빠르게 화살을 연속해서 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그것과는 다르게 제대로 더블샷 스킬을 사용한다거나 판정이 내려지면, 중첩 및 추가 대미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두 번째 화살에서 적용이 되며, 그 효능과 효과는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어느 정도 좌우가 되는데….
평균적으로 여덟 발에 버섯돌이 한 마리를 잡을 수 있던 내가 대여섯 발 만에 놈을 잡아낸 것만 봐도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뭐, 다들 알다시피, 나는 궁수 계열 헌터가 아니다.
활을 잡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스킬 따위는 있지도 않으며, 레벨마저도 한참이나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고급(?) 기술을 사용하다니… 어쩌면, 나는 정말로 천재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애초부터 궁술에 뛰어난 재능이 잠들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스킬로 지정되지도 않은 기술을 어찌 사용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대단하다냥!―
냥이의 칭찬이 마르지를 않았다.
오식이도 마찬가지였다.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냥!―
“응?”
―지금… 이 정도 수준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는 소리다냥!―
“아아….”
―계속 연습해라냥! 네가 원할 때 더블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라야 한다냥!―
맞는 말이었다.
해서, 이후로는 무작정 버섯돌이를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블샷에 집중하여 사냥을 했다.
처음엔 실패도 많았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버섯돌이를 몇 마리나 잡는 동안에도 더블샷이 발동되지 않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나 노력과 열정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내 실력은 점점 더 나아졌고, 어느새… 100%까지는 아니지만, 70% 이상까지 발동 확률을 끌어낼 수 있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냥!―
“응! 꼭, 내 마음대로 더블샷을 사용할 단계까지 오르고 말 거야!”
냥이의 격려에 더욱더 의지를 불태웠다.
….
시간과 노력은 내게 또 다른 선물(?)도 가져다 주었다,
바로 레벨 업이었다.
그랬다.
5레벨에 오른 것이었다.
4레벨에 오른 지, 근 20여 일이 지났을 즈음이었다.
“하아… 돌아 버리겠네!”
지랄처럼, 이번에도 변화된 것이 하나 없었다.
선물은 선물인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거나 허울뿐인 선물을 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러니까, 같은 날.
더 자세히는… 내가 5레벨이 되고서 서너 시간쯤이 흐른 뒤.
쐐액! 쐐애액!
퍼벅! 퍽!
첫 번째 발부터 더블샷을 날려 버섯돌이를 황천길로 보냈던 그 순간!
난데없이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엥?”
깜짝 놀랐다.
아니, 의아함이 더 컸다.
분명, 오전 중에 5레벨이 되면서 들었던 목소리였다.
크나큰 실망과 함께 앞으로 한 달쯤… 남들보다 현저하게 느린 저주캐였기에 계산상으로 그 정도쯤이 지나서야 다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을 했었다.
그런데, 이토록 느닷없이, 너무나 생뚱맞게 날아들었으니,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뭐야? 무슨 오류라도 생긴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기대와 함께 상태창을 확인했다.
―――――
이름: 나선우
나이: 25세
레벨: 5
클래스: A
직업: 카드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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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확인했던 것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창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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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소환]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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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기분이 지랄 같은 스킬창도 그대로였다.
‘뭐지? 잘못 들었나?’
환청을 들은 것은 아닌지 의심도 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냥이의 말이 머릿속으로 전달됐다.
꽤 얼떨떨해하는 느낌의 것이었다.
―나… 좀… 이상하다냥….―
“…??”
고개를 돌려 냥이를 쳐다봤다.
냥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제 몸을 살피고 있었다.
“왜? 무슨 일인데?”
―모르겠다냥… 갑자기 몸이 떨리고,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냥.―
“에엥?”
놀람과 동시에 뭔가 뇌리에 팍하고 박히는 것이 있었다.
당장에 냥이의 프로필을 눈앞에 띄웠다.
그러고는 더욱더 놀랐다.
―――――
이름: 냥이
타입: 동물형
속성: 풍
레벨: 7
―――――
6레벨이었던 냥이의 레벨이 7로 올라있었다.
“헐… 진짜로 내가 아니라 너였구나?”
몸이 떨리고,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는 냥이의 말에 그것이 레벨 업의 현상임을 떠올렸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로필을 확인해 본 것인데, 정말로 냥이의 레벨이 올라있었다.
“하… 그냥 레벨이 반 토막 난 게 아니었다니….”
그랬다.
오식이도 그렇고, 냥이도 그렇고, 원래의 레벨….
그러니까 괴물 상태(?)였을 때보다 레벨이 낮은 상태였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나와 서약을 맺으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 예상했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레벨이 올랐다.
자연스럽게 오식이를 쳐다봤다.
녀석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흠….”
당장에 오식이의 프로필도 확인했다.
녀석의 레벨은 여전히 15였다.
‘뭐가 어찌 되는 건지….’
아무런 정보가 없는 마당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뭔가 감이 잡힐 듯도 했지만, 확실한 게 아니라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바로 냥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랬다.
냥이는 레벨 업에 관련된 어떠한 짓… 경험치를 얻을 만한 짓을 전혀 하지 않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사냥은 물론이고, 특별하게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미션’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모르는 뭔가를 했을 리조차도 없었다.
그런데 레벨이 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고,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너 말야…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던 거야?”
―뭐 말이냥?―
“신비한 목소리가 들렸다며.”
―들렸다냥! 분명, 레벨이 상승했다고 했다냥!―
“그래, 그래서 묻는 거야. 혹시, 너도 너만 볼 수 있는 상태창이나 스킬창 같은 게 있어? 아니면, 무슨 미션창 같은 것이라든가.”
―음… 그런 거 없다냥!―
냥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딱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을 테니, 그런 줄로 알고 믿어야 했다.
그렇다면, 일단 미션으로 경험치를 얻었다는 가설이나 이유는 배제해도 될 터였다.
‘그럼, 사냥이란 소린데….’
사냥 역시도 전혀 말이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녀석은 사냥 중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뭐, 초반에는 나 대신에 버섯돌이를 찾는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요즘엔 그것마저도 없었다.
‘오식이는 몸이라도 썼지. 근데, 이건 뭐….’
토끼와 뿔토끼, 철갑 굼벵이까지… 오식이는 직접 몸을 움직이며, 열심히 나를 도왔었다.
그러나 냥이는… 그냥 양아치였다.
‘흐음… 그럼, 한 가지밖에 없다는 소린데….’
떠올린 한 가지 가설이 더 있었다.
바로 ‘경험치 공유’였다.
일부 게임 등에는 파티를 맺고 사냥을 하게 되면, 서로 간에 경험치를 공유하게 되는 시스템이 있다.
누구는 열심히 몹을 잡고, 다른 누군가는 탱자탱자 놀아도 경험치를 똑같이 나눠 먹는 시스템 말이다.
만약, 그런 것이 지금의 나와 냥이에게 적용이 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의문의 상황이 가능하게 된다.
더불어 일반적인 저주캐 이상으로 레벨 업이 더딘 상황도 설명이 되고 말이다.
‘정말 그런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으으, 미치겠네!’
그나마 유력하게 심증은 가지만,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방도가 없는 것이 문제였고, 너무나 답답한 일이었다.
* * *
이틀 후.
화살과 식료품을 채우기 위해 외출을 했다.
겸사겸사 무기점도 몇 군데 들렀다.
냥이가 쓸 활이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건 어때?”
손에 들린 활을 꼼꼼하게 만지며, 속삭이듯 물었다.
냥이가 곧장 머릿속으로 대답을 전해 왔다.
―아니다냥!―
실망과 함께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무기점 주인에게 말했다.
“혹시, 다른 건 없나요?”
그런 나를 빤히 보며 무기점 주인도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벌써, 몇 번쨉니까? 차라리 원하시는 모델이나 뭐 그런 걸 알려 주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아,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
제대로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기에 나 또한 답답했다.
결국엔 이번에도 활을 구하지 못한 채, 동굴로 돌아왔다.
….
“야, 너 진짜로 없어서 없다고 하는 거 맞지?”
―그렇다냥!―
“솔직히 있는데, 사냥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
―나는 그런 사람… 아니, 묘족이 아니다냥!―
냥이는 절대 아니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만 몇 번째 쉬는 것인지 모를 깊은 한숨이 뱉어졌다.
“후우우….”
이틀 전, 갑작스레 냥이의 레벨이 오르고, 그것이 혹시나 경험치 공유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생각은 심증이 되었고, 심증은 점점 더 확신으로 변했다.
확신을 확인하기 위한 확인이 필요했다.
방법은 냥이에게 사냥을 시켜 보면 될 일이었다.
나 혼자 잡으면 한 달 남짓.
냥이 혼자 잡으면 그보다는 훨씬 빠를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 낭비.
어차피 경험치가 공유된다면, 둘이서 함께 사냥을 하면 그만이었다.
시간은 반으로 줄 것이고, 내 생각이 맞는 것이라면, 레벨이 오를 터였다.
내 생각이 틀려도 상관은 없었다.
그만큼 4구역… 플로리 밭의 버섯돌이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 테니까.
다음 구역이 어떤지, 그곳에 어떤 괴물이 서식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맷집과 파워를 겸비한 근접형의 오식이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냥이가 있으니, 뭐가 됐든 간에 잘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내 계획의 전제에는 냥이에게 맞는 활이 필요했다.
뭐, 앞서 봤듯이 그 조건 자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고 말이다.
“그럼, 대체 너한테 맞는 활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거냐?”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처럼 질문을 던졌다.
그에, 냥이가 어깨를 살짝 으쓱하며 답했다.
―나에게 맞는 활은 단 하나뿐이다냥!―
“응? 그게 뭔데?”
―뭐긴 뭐냥? 당연히 아처캣의 활이지 않겠냥?―
“아처캣의 활?”
내 의문에 냥이가 자세한 설명을 해 줬다.
아처캣들… 묘족은 아이가 생기면, 부모가 나무 한 그루를 심게 된다.
여느 나무와 비교해도 탄성이 우수하고, 가벼운 것이 특징인 ‘휘리 나무’가 그것이었다.
묘족의 아이가 태어나고, 건강하게 자라는 동안, 휘리 나무도 자란다.
아이가 활을 잡게 될 나이가 되면, 그 휘리 나무로 활을 만들게 된다.
“흐음….”
냥이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갸웃했다.
뭐, 그런 재미난 속사정이 있었구나 하는 끄덕임이었다.
그러나 던전의 생성과 함께 온전한 만렙… 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괴물들이었기에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에 관해 물어봤다.
하지만, 냥이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냥!―
“왜? 네 일이잖아? 잘 생각해 봐!”
―모르겠다냥!―
자신의 일을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에 답답하거나 궁금해야 정상일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반응했다.
많은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던전의 비밀이었다.
이 또한 그런 것이라 여기며 넘어가야 했다.
지금은 다른 것으로도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으니까.
“으으,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