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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39화 (39/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39)

으깬 라토의 잎으로 뒤덮인 채, 바닥에 누워서 끙끙대는 오식이를 보며,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제 괜찮은 거야?”

―상처가 심각하다냥.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냥.―

아처캣의 진지함에 더욱더 걱정이 됐다.

“모닥불 좀 더 피워야겠다.”

던전도 낮과 밤이 존재했다.

뭐, 낮만 존재한다거나 반대로 밤만 존재하는 곳도 있긴 했다.

낮과 밤의 주기가 일정치 않은 곳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곳은 조금 특별한 경우였다.

대부분은 지구의 시간과 동일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던전도 낮과 밤의 주기가 지구의 것과 똑같았다.

밤이 되니 주위가 어두워졌고, 공기도 쌀쌀해졌다.

불이 더 필요한 시점이었다.

해서, 오식이 주변으로 모닥불을 세 개나 더 피웠다.

―여기서 잘 생각이냥?―

“자는 건 모르겠고, 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밖으로 나가지 그러냥?―

“밖은 좀… 불을 피울 수가 없어서 말이야.”

―으응? 그게 무슨 소리냥? 왜 불을 피울 수 없냥?―

“그런 게 있어.”―뭐냥? 알려 줘라냥!―

아처캣이 무척이나 궁금한 듯 떼를 썼다.

뭐, 별것 아닌 이유에 어차피 시간도 많아서 그냥 얘기해 줬다.

이유를 듣고 난 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그렇게 던전 안에서 밤을 보냈다.

오식이의 상태를 걱정하며, 끝까지 버틸 생각이었지만, 동이 터오기 직전쯤에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일어났냥?―

“어? 넌 안 잔 거야?”

―나까지 잠들면 얘는 어쩌냥?―

아처캣이 무심한 듯 오식이의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민망함과 함께 코끝이 살짝 시큰해졌다.

“너 의외로 의리파구나?”

―그건 얘가 좋아하는 거 아니냥?―

“그렇긴 하지, 키킥!”

요즘 들어 부쩍 ‘의리’를 찾아대는 오식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아지긴 했어?”

―그렇다냥. 다행이다냥.―

“오, 그래? 정말 다행이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고기 구워야겠다.”

진심으로 기뻐하며, 오식이에게 먹일 고기를 구웠다.

….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오식이의 상태가 정말로 좋아진 듯싶었다.

평소처럼 고기를 미친 듯이 먹어대는 것을 보니 그런 듯싶었다.

―나는 라토의 잎을 더 따 오겠다냥!―

“응, 부탁해.”

아처캣이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에 오식이에게 말했다.

“쟤가 너 엄청 걱정했어.”

“크륵….”

“완전 의리파야!”

“크르륵?”

“그래, 네가 좋아하는 의리!”

내 말에 오식이가 아처캣이 사라진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

한참 뒤.

아처캣이 라토의 잎을 구해 왔다.

어제처럼 잎을 찢고, 으깨는 작업을 했다.

―응? 이게 뭐냥?―

뒤쪽에서 들려오는 아처캣의 의문 섞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식이가 아처캣에게 슬그머니 고기를 내밀고 있었다.

“헐… 너 먹으라고 주는 건가 본데?”

―아, 그런 거냥?―

―맛… 있… 다… 고… 기….―“와아, 오식이가 고기를 준다는 건 진짜 다 주는 거랑 마찬가지야. 이거 완전 대박 사건인데?”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어깨를 한 번 으쓱한 아처캣이 오식이가 내민 고기를 받아들었다.

―잘 먹겠다냥.―

오식이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옆으로 틀고서 딴 곳을 쳐다봤다.

그 모습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흠… 어째, 이루어지지 못할 게 뻔한 비극의 러브스토리 같잖아?’

말 그대로 쓸데라곤 전혀 없는 엉뚱한 상상이었다.

* * *

사냥을 쉬기로 했다.

어차피 오식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다음 구역이 플로리 밭이라면, 오식이가 있어도 뚫고 나가기에 문제가 있었다.

“흐음… 그럼, 다른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뿔토끼 밭 쪽을 쳐다봤다.

옆에 있던 아처캣이 슬쩍 말을 전했다.

―뿔토끼의 서식지 너머는 막혀 있다냥.―

“응? 정말?”

―그렇다냥. 내가 거기 있었다냥. 그래서 잘 알고 있다냥.―

고민이 더 커졌다.

아니, 더 쉬워졌을 수도 있겠다.

“후우… 그럼, 포기해야 하나?”

깔끔하게 이곳에서의 사냥을 접고, 다른 던전을 찾으면 될 일이었으니 말이다.

애초의 목적은 이곳 던전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목적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내 레벨은 따질 것도 없이 오식이로서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의 괴물이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오식이보다 레벨이 낮은 플로리다.

그런데도… 기습이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혼쭐이 났다.

뭐, 오식이를 급습한 플로리가 평균적인 놈들보다 비정상적으로 큰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근접전에서 레벨보다 월등한 기량을 뽐내는 플로리의 특성 때문인 이유가 컸다.

이래저래 작전을 짜고, 제대로 상대한다면 어찌어찌 감당은 될 것이고, 이번처럼 크게 당하지도 않을 테지만, 완전히 피해를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플로리는 그런 놈이었다.

놈들을 피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긴 했다.

일단, 플로리는 크고 눈에 잘 띄니까.

최대한 조심하며,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플로리와 함께 서식하는 다른 괴물에게 있었다.

‘버섯돌이’… 이름처럼 버섯과 똑같이 생긴 5레벨짜리 괴물 말이다.

버섯돌이도 플로리처럼 범위형에 선공이면서 고정형인 타입의 괴물이었다.

영역 안에 들어오면 당장에 물어뜯거나 집어삼키는 플로리와는 달리, 놈들은 그저 몸을 흔들어 포자와 가루를 날리기만 했다.

포자와 가루 날리기.

생각 같아서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착각이고, 안일한 생각일 뿐이다.

놈들의 포자와 가루는 꽤 치명적인 독이었으니까.

해서, 근접전을 하는 직업의 각성자들은 놈들과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정도였다.

반대로 원거리 공격을 하는 각성자들에게는 그만큼 좋은 사냥감이 없기도 했다.

그저, 멀리서 놈들을 공격하면 되니 말이다.

레벨과 실력이 된다면, 플로리도 같은 방식으로 사냥할 수 있었다.

“어라?”

문제점만을 떠올리다가는 놈들의 사냥법에 이르렀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캐치했다.

우리에겐 실력파 원거리 공격수가 있었던 것.

―으응? 그 눈빛은 뭐냥?―

내 시선을 받은 아처캣이 흠칫하며 물어왔다.

절로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

오식이와 아처캣을 던전 안에 남겨두고는 밖으로 나왔다.

곧장 동굴로 향했다.

그런 뒤, 한쪽 구석에 박아 놓았던 활… 박정아의 활을 찾아 꺼냈다.

“이게 또 이렇게 쓰일 줄을 몰랐네? 흐흐!”

미소를 머금고는 다시 던전으로 들어왔다.

―어? 웬 활이냥?―

아처캣이 내 손에 들린 활을 보자마자 물어 왔다.

곧장 활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야, 너 이거 갖고 싶지 않냐?”

아처캣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는 활을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활을 살피기 시작했다.

모닝스타를 처음 본 오식이도 그랬다.

이후에 소유권을 요청했고, 내 허락과 함께 모닝스타는 오식이의 것이 되었다.

아처캣도 같은 순서를 밟으면 됐다.

활의 소유권을 요청하면 바로 허락할 생각이었고, 이후에는 함께 플로리 밭으로 가 걸림돌이 된 버섯돌이 사냥에 돌입할 생각이었다.

‘어서 갖고 싶다고 말해!’

아처캣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일이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꽤 좋은 활이다냥.―

“그렇지? 갖고 싶지?”

―아니, 갖고 싶지 않다냥!―

“에에? 왜? 좋은 활이라며?”

―좋다고 다 갖고 싶은 건 아니다냥.―

“그게 뭐야?”

―뭐긴 뭐냥? 나랑은 맞지 않는 활이다냥. 그러니 갖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이다냥.―

나름 좋다고… 아니, 굉장하다고 여겼던 계획이 시작부터 틀어졌다.

맞는 말인 듯도 했지만, 괜히 까탈을 부리는 건 아닌가 싶은 아처캣의 반응에 짜증이 났다.

“아, 그러지 말고. 그냥 갖고 싶다고 하면 안 돼?”

―넌 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 것을 그냥 쓰냥?―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다, 가끔은 대충 쓰기도 하는데?”

―난 아니다냥!―

아처캣은 완고했다.

마음을 돌리기 위해 내 계획을 털어놨다.

그리고 다시금 부탁했다.

―네 뜻은 알겠다냥.―

“그럼, 그렇게 해 주는 거야?”

―안 된다냥!―

“에? 또 왜?”

―뭐가 왜냥? 나에게 맞지 않는 활이라고 아까도 말했잖냥!―

“아, 그게 뭐? 그냥 대충 쓰면 어때서? 아, 짜증!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짜증에 목소리를 높였다.

애꿎은 땅도 발로 쾅쾅 차댔다.

아처캣이 뭐가 문제냐는 듯 말을 전했다.

―뭘 어떻게 하냥? 네가 직접 하면 되지 않냥!―

“에? 내, 내가?”

―그래, 그럼 되잖냥! 대체, 뭐가 문제냥?―

그러고 보니, 그랬다.

아, 아니다.

활을 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해 본 적이 없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듯했고, 자신도 없었다.

“아, 안 돼! 활 같은 건 쏴 본 적도 없단 말이야!”

―누군 처음부터 쏴 봤겠냥? 그리 어렵지 않다냥!―

“아니야! 어려울 것 같아. 게다가 당장에 필요한 건데, 혼자서 뭘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줄 사람도 없잖아!”

투정을 부리듯 말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아처캣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냥? 활 솜씨만큼이나 굉장한 실력의 선생님을 앞에 두고서 말이다냥!―

“….”

―내가 잘 가르쳐 주겠다냥! 그것도 속성으로 완벽하게 말이다냥!―

아처캣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렇게… 예정에도 없고, 생각지도 못했던 궁술을 어쩌다 보니 배우게 됐다.

* * *

다음 날.

보금자리를 벗어나 외출했다.

멀리 떨어진 A 구역까지 가서는 화살을 샀고, 내친김에 신형 전투 타이츠와 활동성이 좋은 방어구도 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처캣이 마음에 들 만한 활도 찾아봤다.

죄다 ‘아니다냥!’이라며, 퇴짜를 맞았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니,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갔다.

본격적인 궁술 수업에 앞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고, 오랜만에 뿔토끼 고기가 아닌…. 꽤 비싼 고기들로 포식을 했다.

다음 날부터, 밥 먹고… 아니, 고기 먹고, 잠자고, 똥 싸는 시간 외에는 손에서 활을 놓지 않을 정도로 혹독하게 궁술을 익혔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

자신을 굉장한 실력의 선생이라고 칭했던 아처캣은 사실 지독하고, 엄격한 교관과도 같았다.

―똑바로 안 하냥? 내가 발로 쏴도 그것보다는 낫겠다냥!―

“똑바로 하는 중이거든?”

―말대꾸하지 마라냥!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다냥!―

“췟!”

―췟? 지금 그건 나한테 하는 반항인 거냥?―

“아니거든? 지랄 같이 불어대는 바람한테 화풀이한 거거든? 젠장, 불었다가 안 불었다가 하니까, 거리든 각도든 도통 계산이 안 되잖아. 그만 좀 불어라, 이 썩을 것아!”

―궁술을 익히는 이들 사이에서 명언으로 통하는 말이 있다냥!―

“…??”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다냥. 뭐, 극복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냥. 그냥 느껴라냥! 그 느낌에 맞춰서 화살을 바람에 실어 보내라냥!―

꽤 멋진 말이었다.

그러나 어떤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말처럼 쉽게 되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름으로 열심히 했다.

활을 잡은 지 정확히 열흘째 되던 날.

마치, 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활을 능숙하게 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 기준에서 말이다.

“좋았어! 내일부터는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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