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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38화 (38/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38)

“허억!”

너무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눈앞에서 실로 엄청난 광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야를 거의 다 가릴 정도로 거대하고, 새빨간… 거기에 반들반들하기까지 한 타원형의 덩어리(?)가 오식이의 머리부터 무릎까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닥에서 30센티미터쯤 들어 올려, 대롱대롱 매달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아예 오식이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오, 오식아아아아! 빠, 빠져나와아아아!”

있는 힘껏 소리를 길게 내질렀다.

그에 반응한 것인지, 오식이의 상체가 들어 있을 것 같은 부위가 울룩불룩 움직였다.

이어, 오식이의 전매특허인 우렁찬 포효가 꽉 막힌 공간에서 답답하게 울려 퍼지듯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앙!”

묵직하면서도 격한… 하지만, 속도는 크기 빠르지 않은 사투가 치열하게 이어졌다.

그 사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검부터 뽑아 들었다.

아수라 스워드를 쥔 손이 두려움과 공포심에 미친 듯이 떨려왔다.

‘아아, 어쩌지?’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고, 안타까움에 계속해서 발을 동동 굴러댔다.

‘스, 스킬만 하나 있었어도….’

공격을 할 수 있는 스킬 하나가 절실했다.

그게 아니면 검술의 기본… 그것도 아니면 내세울 정도의 피지컬 정도만 있었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내가 한심스러웠다.

꾸역꾸역….

울룩불룩….

계속된 사투 속에 이제는 오식이의 다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에서 치열하게 발광하는 모습만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오식이를 집어삼킨 거대한 놈의 정체는 ‘플로리’라는 이름의 식충식물이었다.

뭐, 모양새가 ‘파리지옥’이라 불리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고, 하는 짓도 비슷해서 식충식물이라 하지, 공격 대상은 인간이기에 따지고 보면 ‘식인식물’로 분류를 해야 하는 놈이긴 했다.

어쨌든.

플로리는 범위형에 선공, 그리고 고정형 타입의 괴물이었다.

뿌리를 땅속에 박고 있기에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지만, 공격 범위에 들어오면 무조건 주둥이를 벌리고서 대상을 집어삼킨다.

지금 눈앞에서 오식이를 그렇게 한 것처럼 말이다.

플로리의 대부분은 거대했다.

지면에서 높이까지가 대략 2에서 3미터쯤?

뭐, 줄기 끝에 달린 대가리를 아래로 숙이고 있는 모양새라 그 정도로 잡을 뿐이었다.

굵은 줄기마저도 아슬아슬해 보일 만큼 큼직하고, 묵직한 대가리를 꼿꼿하게 세운다면, 그보다 크게 잡아야 한다는 소리다.

더 쉽게 말하자면, 줄기가 2미터쯤, 그리고 대가리가 2미터쯤 된다.

평균이 그렇다는 소리다.

오식이를 집어삼킨 눈앞의 놈은 대가리만 3미터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으니까.

플로리의 레벨은 10이다.

하지만, 직접 상대하는 차원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높게 쳐줬다.

만약에 놈이 고정형 타입이 아니었다면, 15레벨 이상은 족히 될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었다.

해서, 20레벨 이하의 각성자들은 애초에 놈들을 상대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차피 놈의 곁으로 다가가지만 않으면 안전했다.

게다가 멀리서도 보일 만큼 컸기에 미리 우회하거나 피하기도 쉬웠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정말로 재수가 없지 않은 한 당할 일이 없다고 봐야 했다.

“젠장!”

계속해서 떨고만 있고, 고민만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점점 힘이 빠진 오식이가 끝내는 놈의 먹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약점… 약점….’

정신을 차리고는 놈의 약점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저절로 고개가 하늘로 향하며 포인트를 찾았다.

줄기와 대가리의 연결 지점.

그곳이 놈의 약점이었다.

‘너무 높아… 불가능하다.’

아수라 스워드를 길게 뻗고, 점프를 한다고 해도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위치였다.

‘그렇다면….’

이내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취약점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지만,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놈의 줄기를 노리는 것이었다.

다다닷!

생각이 미치자, 몸이 절로 반응했다.

빠르게 놈의 줄기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아수라 스워드를 찔러 넣었다.

티이잉….

강렬한 반동에 하마터면 아수라 스워드를 놓칠 뻔했다.

“이잇!”

손아귀에 더욱더 힘을 주고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휘익! 휘익! 휘익….

스걱! 스겅! 사샥….

뭔가 베이는 듯한 느낌은 났다.

하지만, 나는 고작 3레벨에 특징도, 장점도 없는 하찮은 쓰레기에 불과했다.

사과 껍질조차도 되지 않는 미약한 생채기만을 내는 게 고작이었고, 사과와 비교해 너무나 거대한 놈에게는 일말의 신경조차도 쓰이지 않을 수준이었다.

“크아아앙! 크륵… 크륵….”

오식이의 포효와 으르렁거림이 이전과 비교해 한껏 작아졌다.

느낌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 녀석의 힘겨움이 머릿속으로 날아들었다.

―아… 파… 서… 누….―

아프다는 말 뒤로 이어진 나를 찾는 부름에 가슴이 미어졌다.

“아, 안 돼애! 이 새끼야, 놔! 놔주라고!”

더욱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점점 숨이 가빠왔고, 저릿저릿하던 손은 어느새 통증으로 바뀌어 욱신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휘두름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고, 찢어질 듯한 통증을 이겨 내며 검의 손잡이를 비틀어 잡았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과 안간힘 그리고 애절함 등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하아, 하아… 젠장아앙!”

보잘것없고, 쓰레기 같기만 한 내 실력과 처지에 한탄과 좌절이 깊게 드리워졌다.

그 순간….

온몸에 잔뜩 깃들여 있던 처절함과 그로 인한 억지스러운 힘이 모두 빠져나갔다.

이어, 내가 느끼기에도 맥이라곤 전혀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저, 시늉과 몸짓에 불과한 검의 내려침을 행했다.

휘이익….

먼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르는 ‘무’의 느낌을 느꼈다.

다음으로 이어진 느낌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플로리의 줄기를 지나쳐 간 아수라 스워드나 그것을 잡은 내 손에 이렇다 할 느낌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파르르르르르….

갑자기 플로리가 온몸을 떨어대며 요동을 쳐댔다.

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지면이 들썩들썩할 정도였다.

‘뭐, 뭐야?’

어리둥절했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잔뜩 긴장하며 쫄아 버렸다.

이어진 광경은 나를 순식간에 경악의 세계로 인도했다.

쩌적… 쩍… 쩌저적….

괴상한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온몸을 요란하게 떨어대던 플로리의 몸짓이 완전히 멈춘 직후의 일이었다.

이어, 나름 꼿꼿하게 서 있던 놈의 굵은 줄기가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기우뚱….

한 번 꺾이기 시작한 쏠림은 빠르게 진행됐다.

놀라움과 경악을 본격적으로 발하려던 시점에는 이미 90도 이상을 넘어가 버렸다.

쩌적… 뿌지지지직….

괴상한 소리를 내며 기울던 플로리의 줄기가 마침내 완전히 꺾이고, 부러졌다.

오식이를 삼키고 있던 거대한 대가리가 지면으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다.

쿠우우우우우웅!

입이 떡 벌어지는 경악의 현장을 목격한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내, 내가 한 게 맞지?”

그런 것 같긴 했지만… 아니, 분명히 그렇기는 했는데, 도무지 믿기지는 않았다.

….

잠시 후.

꿀럭꿀럭….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플로리의 대가리가 심하게 요동쳤다.

그 속에 갇혀 있던 오식이가 놈의 주둥이를 벌리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크아아아아앙!”

우렁찬 포효와 함께 가슴을 세차게 두들긴 오식이가 이내 플로리의 대가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다가는 급기야 갈기갈기 찢어놓기 시작했다.

당한 만큼 제대로 화풀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만! 그만해!”

오식이를 향해 소리쳤다.

잠시 멈칫했던 녀석이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조금 더 플로리의 대가리를 찢고, 짓밟았다.

“그만하라고!”

한 번 더 오식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녀석이 씩씩대고는 손에 잡힌 플로리의 대가리를 놔줬다.

그러고는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런 녀석을 향해 다가가 타박하듯 말했다.

“그만하라고 했잖아! 네 꼴이 지금 어떤지나 알아? 에휴….”

그랬다.

오식이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플로리의 진액 내지는 침으로 보이는 끈적한 액체를 온통 뒤집어쓴 채였고, 몸의 이곳저곳에는 할퀸 듯한 상처가 난무했다.

게다가 몇몇 상처들 주변은 열기에 녹아내린 듯한 모습도 보였다.

“안 아파?”

―아… 파….―

“걸을 수는 있겠어?”

―아… 파….―

“아픈 건 딱 봐도 알아! 그러니까 걸을 수는 있겠냐고!”

―아… 파….―

같은 말만 반복하는 오식이를 바로 카드 속에 봉인했다.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 던전 입구로 향했다.

던전 입구로 향하면서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플로리가 오식이를 공격하던 그 순간… 아니, 놈과 사투를 벌이던 때나 그 후에라도 녀석을 카드로 불러들였더라면, 이러한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 터였다.

“젠장! 나도 당황해서… 미안하다, 오식아!”

사과와 함께 지면을 내딛는 발에 잔뜩 힘을 줬다.

….

―어? 왜 벌써 왔냥?―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돌아온 것에 아처캣이 의아해했다.

사정을 설명할 시간이 없기에 바로 용건부터 꺼냈다.

“불 피울 거야! 고기부터 빨리!”

불을 피우고, 손질된 뿔토끼 고기를 구웠다.

그런 뒤에 오식이를 불러냈다.

엉망진창인 녀석을 보고는 아처캣이 호들갑을 떨었다.

―얘는 왜 이 모양이냥?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냥?―

고기를 뒤집으며 빠르게 말했다.

“플로리한테 당했어. 고기를 먹이면 상처가 치유될 거야!”

―먹보 꽃 플로리 말이냥? 근데, 고기로 가능한 거냥?―

“어! 얘는 고기 먹으면 다 나아!”

―흐음… 아니다냥!―

“응? 뭐가?”

―고기 따위로는… 어느 쪽이냥?―

“어? 뭐가 어느 쪽이라는 거야?”

―플로리가 있던 곳 말이다냥!―

“저, 저쪽… 철갑 굼벵이 밭 넘어서….”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처캣이 그곳을 향해 쌩하니 달려갔다.

두 발이 아닌 네 발로였고, 그 속도는 실로 엄청났다.

멀어지는 아처캣을 보다가 고기가 다 익었기에 바로 오식이에게 줬다.

녀석의 상태가 안 좋긴 한 듯했다.

고기라면 미친 듯이 달려들던 녀석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 파….―

“알아! 그러니까 얼른 먹어! 그래야 낫지!”

진심, 억지로 고기를 뜯는 녀석의 모습에 안쓰러움과 걱정이 커질 정도였다.

….

“아, 뭐지? 왜 이런 거야?”

계속해서 아프다고만 하는 오식이를 달래며, 뿔토끼 고기를 세 마리쯤 먹였다.

그런데도 녀석의 상처가 전혀 낫지를 않았다.

아니,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갔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혹시라도 녀석이 잘못될까 싶어 전전긍긍했다.

그때였다.

의문만을 남기고 어딘가… 아마도 플로리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지 싶었던 아처캣이 시야에 들어왔다.

“으응?”

솔직히 처음엔 아처캣인지 몰랐다.

입에 물고, 양손에 든 거대한 잎사귀 때문에 전혀 다른 괴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우리가 있는 곳에 도착한 아처캣이 헐떡이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다급하게 말했다.

―얼른 찢어서 으깨라냥!―

“이, 이게 뭔데?”

영문을 모르니 묻기는 했지만, 이미 손은 거대한 잎사귀를 찢고 있었다.

―라토의 잎이다냥! 플로리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냥!―

“그래서 이게 뭐?”

―플로리의 타액을 중화시켜 준다냥! 치료약이란 말이다냥! 으깨서 발라 줘야 한다냥!―

“아아!”

아처캣의 설명을 듣고는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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