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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33화 (33/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33)

다음 날.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 움직였다.

“음, 아직 덜 말랐네?”

어제저녁, 따로 모아 놓은 뿔토끼의 가죽을 계곡물에 빨고서 한 쪽에 널어놨었다.

핏기는 거의 다 가셨지만, 축축함은 남아 있었다.

“뭐, 알아서 마르겠지!”

일단은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는 가죽을 챙겼다.

코옥! 코옥….

챙겨 온 가죽을 토끼뿔과 검을 이용해 다듬고, 구멍도 뚫었다.

일부의 가죽을 얇게 잘라 구멍과 구멍을 통해 연결했고, 원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갔다.

손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생각처럼 잘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완성하고 보니 나름 괜찮았다.

“흠, 뭐… 쩝!”

완성품과 자루, 사냥 장비를 챙기고는 던전 안으로 향했다.

….

던전으로 들어와 오식이를 소환했다.

녀석은 컨디션이 좋은지 우렁찬 포효를 토해 냈다.

“크아아아앙!”

“시끄러워, 인마!”

“크아아앙!”

“됐고! 이거나 입어 봐!”

녀석에게 새벽부터 꼬물꼬물 만든 뿔토끼 가죽의 완성품을 던져줬다.

“크륵?”

“이렇게, 이렇게 입는 거야!”

바지를 입는 시늉을 선보였다.

녀석이 손에 들린 것을 빤히 보다가는 입었다.

“음… 이쪽이 좀 헐렁하네?”

눈대중으로 만든 것 치고는 딱히 손 볼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랬다.

내가 뿔토끼 가죽으로 만든 것은 오식이의 바지였다.

뭐, 거의 팬티에 가깝기는 했지만….

직전까지의 오식이는 나체인 상태였다.

흉측하기 그지없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덜렁이며 다녔다는 말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적응이 쉽지 않은 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터.

그나마 녀석을 소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옆이나 뒤, 아니면 얼굴만 보며 지냈기에 지금껏 참고, 견딜 수 있었다.

그러다 어제 깨달았다.

녀석과 함께 온종일 사냥을 하다가는 못 볼 꼴을 계속해서 봐야 한다는 걸 말이다.

해서, 나름 고민했었다.

그러던 중에 뿔토끼의 가죽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마음에 드냐?”

“크륵!”

녀석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럼, 가 볼까?”

내 말에 녀석이 신이 난 듯 앞장을 섰다.

즉시, 녀석을 제지했다.

“잠깐! 오늘은 거기로 안 갈 거야!”

“크륵?”

녀석이 멈춰 서서는 나를 돌아본 채 고개를 갸웃했다.

“가긴 가겠지만, 나중에… 지금은 이쪽으로 간다.”

토끼 밭을 넘어 오른쪽으로 가면 뿔토끼 밭이었다.

오늘은 그 반대쪽인 왼쪽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뿔토끼 밭을 정리한 뒤, 다음으로 진행할 방향이기도 했다.

‘무턱대고 다 잡는 건 이롭지 않아.’

뿔토끼 밭을 식량 창고쯤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놈들의 고기 맛이 꽤… 아니, 너무나 괜찮았으니까.

냉장고가 없는 이상, 며칠마다 한 번씩 고기를 사 와야 하는데, 필요할 때마다 뿔토끼를 잡으면 그런 수고마저도 해결이 될 일이었다.

“크르르….”

“내게 다 생각이 있어! 그러니 너는 걱정하지 마!”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한 오식이는 미련이 계속 남는 모양이었다.

그런 녀석을 대충 달래서는 새로운 구역으로 이동했다.

* * *

약 1시간 뒤.

새로운 구역에 도착했다.

그리 빼곡하지는 않지만,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햇빛이 들지 않아, 바닥은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었고, 지면을 뚫고 들어간 구덩이의 흔적도 여럿 보였다.

“호오, 여긴….”

당장에 이곳에서 서식하는 괴물의 정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철갑 굼벵이’란 이름의 레벨 4짜리 놈들이었다.

이름처럼 놈들은 통통한 몸에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굼벵이와 똑같이 생겼다.

몸길이가 1미터쯤 되고, 등까지의 높이가 50센티미터를 넘는 거대한 크기라는 게 다를 뿐이었다.

또한, 수식어로 붙는 ‘철갑’이란 단어처럼 등껍질이 무척이나 단단했으며, 웬만한 무기나 실력으로는 상처조차 내기도 쉽지 않을 만큼이었다.

“흐음….”

나 혼자서는 놈들을 절대로 사냥할 수 없었다.

아니, 레벨 10 미만의 헌터도 혼자서는 놈들을 상대하기가 벅찰 수준이었다.

뭐, 1:1은 충분히 가능할 테지만, 놈들의 특성인 무리 공격 때문에 까딱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황천길에 올라야 할 터였다.

놈들을 사냥하는 방법은 꽤 다양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묵직한 철퇴나 둔기류를 이용해 놈들의 철갑 등껍질을 그냥 때려 부수는 것이었다.

당연히 힘과 체력, 레벨이 받쳐 줘야 가능한 사냥법이었다.

다음은 날카로운 날붙이를 이용해 놈들의 철갑 등껍질 마디를 공격하는 방법이 있었다.

힘보다는 빠른 움직임과 정확성으로,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사냥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오식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겠다.’

오식이가 있기에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방법은 녀석에게 준 모닝스타의 위력도 확인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철갑 굼벵이의 경험치를 내가 모두 먹을 수 없기에 될 수 있으면 이 방법은 쓰지 않는 게 좋을 터였다.

두 번째 방법으로 놈들을 사냥하려면, 오식이가 받을 피해나 대미지를 생각해야만 했다.

내가 등껍질의 취약점을 노리는 동안, 녀석이 온몸으로 놈을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뭐, 레벨 차이가 크고, 주둥이가 아닌 꼬리 쪽에서 잡으면 피해가 덜하기에 크게 문제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해서, 두 가지 방법 외의 다른 사냥법을 쓰기로 했다.

내 힘으로도 일단은 가능하고, 오식이도 전혀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었다.

….

“무슨 말인지 알겠지?”

“크륵!”

오식이에게 할 일을 설명했다.

말뿐 아니라, 시늉으로도 보여 줬다.

그래도 모자란 것 같아서 연습도 시켰다.

몇 번쯤 하고 나니, 얼추 이해한 듯싶었다.

“좋아! 넌 이쪽에 서 있어. 바로 실전이다!”

“크륵!”

오식이를 한쪽에 대기시켰다.

가장 가까운 구덩이로 다가가 냅다 입구를 발로 차 무너뜨렸다.

흙이 구덩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 구덩이를 주시했다.

잠시 후.

꾸물꾸물….

흙으로 덮인 구덩이가 움찔거리며 움직였다.

조금씩 흙이 걷히다가는 징그럽게 꼬물거리는 철갑 굼벵이의 주둥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온다. 너도 준비해!”

오식이를 향해 소리치고는 주위를 빠르게 훑었다.

혹시나 다른 놈들이 반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꾸물꾸물….

철갑 굼벵이가 온전히 땅 위로 올라왔다.

그런 놈을 향해 검을 들이대고는 콕콕 찔렀다.

그러자 놈이 이내 등을 곧추세웠다.

꾸우우욱….

몸을 공처럼 동그랗게 말려는 동작.

그런 뒤에 빠르게 굴러 상대를 공격하는 놈들의 특성이었다.

“지금이다!”

오식이를 향해 소리쳤다.

그 전에 녀석이 먼저 움직였다.

쿵쿵쿵!

덥석!

빠르게 철갑 굼벵이에게로 달려든 오식이가 지면에서 떨어진 놈의 배를 잡고는 그대로 힘을 줘 넘겨 버렸다.

평상시에는 놈들의 배가 지면에 딱 달라붙은 채라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든 일이었다.

훌러덩!

철갑 굼벵이가 배를 드러내며 완전히 뒤집혔다.

이리저리 꿈틀대며 몸부림을 쳤지만, 곧장 몸을 바로 잡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뭐, 저러다가 주둥이나 꼬리 쪽으로 힘을 주어 다시 몸을 뒤집기는 할 거다.

그러니 그 전에 놈을 처리하는 게 내가 할 일이었다.

꽈아악!

거꾸로 잡은 아수라 스워드를 머리 위로 쳐든 채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움닫기 후에 지면을 박차며 점프했고,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검을 그대로 내리꽂았다.

파각.

제법 단단하지만, 얇은 듯한 껍질이 깨지는 소리와 느낌이 정확하게 느껴졌다.

이어, 체중과 함께 검이 깊숙하게 박혀 들어가는 느낌도 전해졌다.

푸우욱….

“됐다!”

깔끔하게 성공했음을 단번에 깨달았다.

지금껏 사냥했던 토끼와 프록, 뿔토끼까지….

놈들을 상대하거나 사냥하는 법은 죄다 알고 있었다.

물론, 실전이 아닌 이론으로였지만, 일단은 완벽히 숙지한 터였다.

그러나, 그 어떤 놈들과 처음 맞붙어서도 제대로 성공을 한 적이 없었다.

해서, 지금의 내 기분은 정말이지 짜릿함과 찌릿함을 넘은 환상적인 쾌감으로 뒤덮여 있었다.

“오예! 뒈져라!”

쾌재를 부르고는 미친 듯이 아수라 스워드를 휘저었다.

놈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휘적휘적….

빠각, 빠가각….

즈겅즈겅….

철갑 굼벵이의 얇은 배 껍질이 부서지는 소리와 느낌,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진득한 살점과 장기들이 마구잡이로 헤집어지는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살짝 역겨움이 일었지만, 참을 만은 했다.

아니, 단 한 번에 놈을 처리했다는 희열이 금세 그런 것들을 잊게 했다.

추우욱….

버둥대던 철갑 굼벵이가 힘을 잃고 늘어졌다.

마정석이나 아이템을 떨구지 않은 채, 그대로 사체가 남았다.

놈의 뱃속을 휘젓던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냈다.

질척하고, 끈적한 체액이 일부 묻어 나왔다.

휘릭!

검을 휘둘러 체액을 털어냈다.

그러고는 오식이를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잘했어!”

“크륵!”

“다음에도 이번처럼만 해! 알겠지?”

오식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채집은 하지 않는 게 좋겠지?’

사체로 남은 철갑 굼벵이를 힐끔 쳐다보고는 채집은 포기하기로 했다.

놈에게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등껍질’이었다.

재질의 특성상 갑옷의 재료로 사용이 되는데, 예전에나 좀 팔렸지, 더 좋은 재료들이 넘쳐나는 마당이라 값이 똥값이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부피도 크고, 무거운 탓에 더더욱….

‘차라리 한 마리라도 더 잡는 게 이득이야.’

경험치도 그렇고, 재료를 모아 갑옷을 직접 제작한다던가, 교환하기보다는 차라리 마정석을 얻어 해당 갑옷을 사는 게 더 빠를 수 있었다.

“자, 가자!”

“크륵!”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바로 다음 사냥을 이어 갔다.

….

첫 단추를 완벽하게 끼웠기 때문일까?

이어진 사냥은 순조로웠다.

사냥법과 작전을 제대로 이해한 오식이도 실수가 없었고, 자신감에 넘친 나도 시간이 갈수록 더 능숙해져만 갔다.

신을 내며 사냥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배고프지?”

“크륵….”

“알았어. 바로 뿔토끼 밭으로 넘어가자.”

“크륵!”

앞서 나가는 오식이를 따라 뿔토끼 밭으로 향했다.

뿔토끼 밭에 도착하자마자 오식이가 냅다 뛰어가서는 한 마리를 잡아 왔다.

그러고는 어제처럼 놈을 길게 잡아당기며 내 앞으로 내밀었다.

“아니야. 그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크륵?”

“여기… 이거 줄 테니까, 네가 알아서 열 마리 정도만 잡아 와!”

오식이에게 자루를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인 오식이가 손에 들린 뿔토끼를 단번에 찢어 버렸다.

찌이익….

탱그랑….

비명횡사한 뿔토끼가 그대로 사라졌다.

바로 마정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륵?”

“아이고, 하필 마정석이네. 이건 따로 챙겨 와야 하는 거 알지? 고기는 여기에 담고. 자, 다녀와!”

오식이가 자루를 받아들고는 뿔토끼를 향해 달려갔다.

한적한 자리에 불을 피우고는 녀석을 기다렸다.

쿵쿵쿵!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이 자루 가득히 뿔토끼를 담아 돌아왔다.

….

뿔토끼 고기로 배를 채우고는 다시 철갑 굼벵이 사냥에 나섰다.

사냥은 저녁까지 이어졌고, 오식이와 나의 팀플레이는 갈수록 완벽해졌다.

“수고했어!”

“크륵!”

“나는 입구 앞에 가 있을 테니까, 너는 뿔토끼를 잡아 와!”

“크륵!”

“이번에도 열 마리 정도만 잡아야 해! 알았지?”

자루를 건네며 신신당부를 했다.

오식이와 헤어져 던전 입구로 왔다.

일단 불을 피워 놓고는 던전을 빠져나왔다.

마정석을 가져다 놓기 위해서였다.

“제법 많이 모였군.”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흐뭇함이 절로 들만큼이나 마정석이 모여 있었다.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다.

다시 던전으로 들어왔다.

멀리서 다가오는 오식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으응? 저게 뭐지?”

뿔토끼가 든 자루 외에 오식이의 손에 들려 있는 갈색의 무언가가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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