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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30화 (3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30)

부릉… 부릉….

끼익….

“손님, 더는 무리겠는데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여기서 세워 주세요.”

차로 들어올 수 있는 한계치까지 와서는 택시에서 내렸다.

나름 이정표라고 기억해 둔 거대한 고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부터 약 1시간 거리에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있다.

아, 내려올 때 1시간이 걸렸으니까, 올라갈 때는 훨씬 더 오래 걸리겠지?

아무튼.

택시를 타고도 근 1시간을 달려왔다.

그나마 사람이 있고, 물건 등을 살 수 있는 B 구역이 그 정도 거리에 있었다.

“이 많은 걸 다 어찌 옮기시려고….”

택시의 뒷좌석과 트렁크를 가득히 채웠던 물건들을 함께 바닥에 내려놓던 기사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내가 봐도 엄청난 양이긴 했다.

“아, 괜찮습니다. 도와줄 사람이 곧 올 거예요.”

“그렇군요. 그런데… 이곳에도 사람이 사나요?”

주위를 슬쩍 둘러본 기사님의 물음에 목소리를 작게 죽이며 답했다.

“당연히 아니죠. 실은 지금 작전 중이라….”

“아아! 그, 그렇군요. 아, 알겠습니다.”

내 거짓말에 기사님이 당황하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부르릉….

잠시 후, 택시가 떠났다.

택시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오식이를 불러냈다.

“크르르….”

“배고픈 거 알아! 너랑 먹을 고기도 왕창 샀어!”

“크륵!”

“일단, 이것들부터 다 옮기자!”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본 오식이가 움찔했다.

….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역시나 2시간가량이 걸렸다.

짐이 많은 것도 있었지만, 길이 험하고, 가파르며, 걸리적거리는 게 많은 탓도 있었다.

또한, 기억해 둔 이정표들을 따라 다이렉트로 왔기에 그 정도지… 초행길에 이곳을 지정해서 찾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그만큼 다른 이들로부터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보금자리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일은 동굴 안에 텐트를 치는 일이었다.

눈대중으로 샀지만, 크기가 딱 맞아떨어졌다.

제법 아늑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한 일은 불을 피우는 일이었다.

오식이와 함께 먹을 고기도 구웠다.

둘 다 이틀을 굶은 터라, 사 온 고기를 허겁지겁 작살냈다.

‘음… 불은 피우지 말아야겠는데?’

처음엔 인식하지 못했지만, 배가 부르고 나니 문제점이 보였다.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우면서 발생한 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해서, 바로 불을 꺼 버렸다.

“이제 자자!”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잠을 청하기로 했다.

온종일 도망치다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시 하루를 쉼 없이 돌아다녔더니, 너무나 피곤했다.

“흐아아암… 졸려….”

동굴 안에 쳐 둔 텐트로 기어들어 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눈을 뜨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

완전히 뻗어 버린 덕에 몸의 컨디션은 좋았다.

“으드드드!”

습관처럼 스트레칭을 하고는 텐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게이트를 쳐다봤다.

“흠….”

특성 개화를 한 지 정확히 11일.

드디어 오식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사냥과 레벨 업을 위한 여건이 만들어졌다.

* * *

그다지 할 것도 없는 준비를 마치고는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깡충깡충.

오물오물….

입구부터 토끼 놈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거의 생짜나 다름이 없군.’

어제도 잠시 확인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후다닥 코어만 깨 버리고 버려 둔 던전임이 확실했다.

‘뭐, 나야 좋지!’

낮은 레벨의 괴물부터 차근차근 잡아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더없이 내게 이롭고 좋았다.

“나와!”

오식이를 불러냈다.

녀석의 등장에 근처에 있던 토끼 놈들이 반응했다.

“까득까득!”

튀어나온 앞니를 갈았고, 이내 오식이를 향해 덤벼들었다.

딱히 공격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험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크륵?”

밖으로 나오자마자 난데없이 토끼 놈들의 공격을 받게 된 오식이가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런 녀석을 향해 태연하게 말했다.

“정리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이 팔을 휘둘러댔다.

부우웅!

퍼억! 퍼억!

부웅! 부웅!

퍽! 퍼벅!

녀석에게 겁도 없이 달려들던 1레벨짜리 토끼 놈들은 순식간에 피떡이 되었다.

뭐,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모닝스타는 쓸 일조차 없었다.

“잘했어!”

“크륵.”

오식이를 칭찬하고는 곁으로 다가갔다.

바닥에는 토끼 이빨 한 개와 마정석 한 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놈들의 사체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돈을 벌기에는 혼자서 사냥을 시키는 게 빠르겠군.’

오식이보고 주변을 휩쓸라고 한 뒤에 나는 느긋하게 떨어진 아이템을 회수하면 될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레벨 업이 더 시급했고, 중요했다.

“오식아!”

“크륵!”

“저기 토끼 보이지? 가서 잡아 와!”

내 명령에 오식이가 바로 움직였다.

쿵쿵쿵!

녀석의 묵직한 발소리에 놀란 토끼 놈이 반응을 보였고, 이내 도망을 쳤다.

아무래도 놓칠 것 같은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흠….”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토끼 놈이 도망을 치는 듯 싶어 보이자, 오식이의 동작이 빨라졌다.

휘익!

거의 몸을 날리다시피 하여 토끼 놈의 뾰족한 귀를 낚아챘다.

짐승… 딱 그것과 같은 놀라운 반사신경과 움직임이었다.

“헐….”

오식이의 빠른 동작에 놀라 입을 헤 벌렸다.

그런 나를 향해 녀석이 쿵쾅거리며 다가왔다.

―여… 기….―

녀석이 잡아 온 토끼 놈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토끼 놈이 이를 까득까득 갈며, 발버둥질을 쳐댔다.

“잘 잡고 있어!”

오식이에게 말을 하고는 아수라 스워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토끼 놈을 조준하여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휘이익!

발버둥질을 쳐대던 토끼 놈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고는 뒷다리와 엉덩이를 바짝 들어 올리며 피해 버렸다.

그러고는 낄낄대듯 이빨을 까득까득 갈았다.

“이, 이놈이!”

놀림을 당한 것 같아 ‘욱’ 해 버렸다.

민망함도 있었다.

해서, 다시금 정조준하여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야아! 잘 좀 잡아 봐!”

괜히 오식이를 향해 성질을 부렸다.

아무 잘못도 없는 오식이가 이미 한껏 뻗은 팔을 한 번 더 뻗으며 토끼 놈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퉤! 퉤! 이번엔 안 봐준다!”

손에 침을 뱉은 뒤, 아수라 스워드를 힘껏 꼬나쥐었다.

그러고는 신중하게… 아예, 토끼 놈의 몸뚱이에 검 날을 가져다 댔다가 살짝만 떼어낸 뒤, 그대로 휘둘렀다.

촤악!

이번에는 제법 그럴싸한 손맛이 느껴졌다.

몸뚱이가 반으로 잘린 토끼 놈이 이내 스르륵 사라졌고, 바닥으로 작은 마정석이 떨어져 내렸다.

“오예!”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표했다.

혼자서 놈들을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개고생을 했던 것과 비교하자면, 이건 뭐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그래, 진작에 이렇게 사냥을 해야 했어!”

특성 개화와 함께 오식이를 얻고 난 뒤, 머릿속으로만 그려 왔던 계획과 그림을 이제야 완성한 것 같았다.

“오식아! 또 잡아 와!”

“크륵!”

신을 내며 내린 명령에 오식이가 곧장 출동했다.

이후, 일대에서 노닐던 토끼 놈들은 완전히 씨가 말라 버렸다.

사냥을 시작한 지 겨우 2시간 만이었다.

….

“흐음, 이상하네….”

일대의 모든 토끼와 일전에 혼자서 사냥했던 놈들까지 합하면, 얼추 200마리는 잡은 것 같았다.

그런데,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100마리쯤… 아무리 못해도 150마리쯤을 잡으면 레벨이 올라야 정상이었다.

말 그대로 ‘보통’이라면 말이다.

“설마… 저주캐인가?”

게임에서 아무리 사냥을 해도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거나 뽑기 내지는 도박 같은 것들을 할 때마다 꽝이 나오는 캐릭터를 빗대어 ‘저주캐’라 부른다.

그 반대 되는 경우는 ‘축캐’.

각성자나 헌터들 사이에서도 저주캐와 축캐를 나눴다.

뭐, 따지고 보면 게임에서 캐릭터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으니, 많은 부분을 인용한다고 보면 됐다.

아무튼.

어차피 던전템이라 불리는 무기류나 방어구 등은 떨어질 확률이 극히 낮으니까 그렇다 치고, 사체 및 잡템 그리고 마정석 등은 100% 나온다고 봐도 되니, 딱히 비유하거나 가져다 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레벨 업은 다르다.

각성자들이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바로 레벨 업이었다.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일부 랜덤에 가깝고, 개인마다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 양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역시도 평균적인 양과 구간 등이 정해져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해서, 그 양과 구간이 평균보다 높은 이들을 저주캐, 반대로 평균보다 낮은 이들을 축캐라 불렀다.

그런 의미로 나는 저주캐인 듯싶었다.

그것은 매우 난감한 일이었고, 엄청나게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씨바… 특성 개화도 지랄 맞게 늦더니만, 레벨 업도 이 모양이라니… 짜증 지대로네!”

애꿎은 땅을 박차며 투덜거렸다.

뭐,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건 하나도 없었다.

“에혀, 내 팔자야….”

언젠가는 레벨이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나가야만 할 뿐이었다.

….

토끼 놈들을 몰살시켰기에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야 했다.

당연하겠지만, 던전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괴물들의 레벨은 높아진다.

또한, 토끼 놈들처럼 평원 형태의 던전에 무조건 서식하는 괴물들이 있기도 하지만, 던전마다 전혀 다른 종의 괴물들이 서식하는 게 대부분이다.

더불어, 구간이나 구역을 넘어가면서 높아지는 괴물의 종과 레벨 격차는 랜덤이었다.

1레벨인 토끼 놈들 다음으로 50레벨 이상의 괴물들이 바글바글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을 확실히 인지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다음 구간으로 넘어갔다.

물론, 오식이를 몇 걸음이나 앞세운 채였다.

“뭐가 좀 보여?”

몇 걸음 단위로 계속해서 오식이에게 물었다.

나라면 짜증을 냈을 테지만, 오식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직도 안 보여?”

―없… 아… 있… 다….―

“어? 있어? 뭐가 있지?”

―토… 끼….―

“엥? 토끼?”

의아했다.

토끼 밭을 넘었는데, 또 토끼가 나오다니.

5년이나 한 짐꾼 생활 중에 그런 일은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

해서, 오식이 곁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녀석이 시선을 두고 있는 곳을 내다봤다.

진짜 토끼가 보였다.

물론, 직전까지 잡았던 놈들은 아니었다.

“뭐야? 뿔토끼잖아.”

나무라듯 오식이를 향해 말했다.

녀석이 머릿속으로 전달되지 않는 으르렁거림을 흘렸다.

“운이 좋네, 토끼 다음에 뿔토끼라니.”

그랬다.

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운도 따르는 일이었다.

오식이가 있다고 해도 잡을 수 없거나 감당이 안 되는 놈들이 아니라, 다음 상대로 적당한 놈들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우리가 다음으로 상대해야 할 뿔토끼는 3레벨의 괴물이었다.

생김새는 토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토끼라면 응당 있어야 할 쫑긋한 귀 대신에 뾰족한 뿔이 달린 게 특징이었고, 크기는 일반 토끼의 두 배쯤으로 컸다.

게다가 놈들은 범위를 감지하는 선공 타입.

공격의 뜻이 없다고 해도, 반경 1미터 정도의 주변으로 다가가면 바로 달려든다.

그것도 특징인 뾰족한 뿔을 앞세워 드릴처럼 몸을 회전시키면서 말이다.

“음… 작전이 좀 필요하겠는걸?”

무턱대고 놈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까딱 잘못해서 놈들의 감지 범위 안에 들어갔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처음처럼 한 마리씩 잡아 오는 게 좋겠지?”

토끼 놈들을 처음 사냥했을 때, 오식이가 잡아 올 때까지 제자리에서 기다렸다가 처리했다.

이후로는 함께 이동하며 바로바로 처리했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처음의 방법대로 사냥을 하는 것이 옳을 듯했다.

“오식아! 처음에 했던 것 기억하지? 가서 한 마리만 잡아 와!”

내 말을 알아들은 오식이가 곧장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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