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28)
치킨 한 마리를 거의 다 먹었다.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꺼어억!”
거하게 트림을 하고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본 오식이는 계속해서 고기를 뜯었다.
“배 안 부르냐?”
―맛… 있… 다….―
“그래, 다 먹어라.”
잠시 멍을 때렸다.
샤워도 해야 했지만, 귀찮았다.
그대로 누워서는 내일 할 일을 가만히 떠올렸다.
‘일어나자마자 알부터 팔고, 그 뒤에 마정석을 정리해야겠지? 그런 다음엔….’
생각이 정인영의 검에 닿았다.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곧장 몸을 일으켰다.
벌떡!
내 행동에 오식이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 얼른 먹어. 별거 아니야.”
녀석을 안심(?)시키고 정인영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가볍게 휘둘렀다.
휙! 휘!
검에 대해서 개뿔 알지도 못하지만, 공기를 가르는 느낌이 무척이나 예리하게 느껴졌다.
무게나 힘으로 짓눌러 자른다기보다는 그냥 흘리듯 베어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추가 옵션은 뭘까?”
당장에 확인할 수 없는 추가 옵션도 왠지 굉장할 것 같았다.
흠이라면, 너무 여자여자한 모양새로 내가 직접 들고 다니기가 뭐 하다는 것뿐이었다.
“뭐, 어때? 어차피 팔아 버릴 거.”
살짝이 남는 미련을 털어 내듯 검을 다시 한 번 휘둘렀다.
휙! 휙!
그때였다.
난데없이 검이 스스로 진동했다.
부르르….
“어, 뭐, 뭐야?”
깜짝 놀라서는 검을 집어 던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검이 살아 있는 것처럼 기어 다녔다.
뭐, 진짜로 그랬다는 게 아니라, 진동으로 인해 그렇게 보였다는 소리다.
“크르륵!”
고기를 뜯던 오식이도 검을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다가 벌레라도 때려잡을 것처럼 손바닥을 쫙 펴고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야야! 아니야, 참아! 그러지 마!”
황급히 녀석을 말렸다.
그 사이 검이 진동과 움직임을 멈췄다.
이내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헉!”
오식이의 반응에 검에서 잠시 눈을 뗐었다.
찰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이었다.
이어, 다시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검이 진동을 멈췄고, 그렇게 다시 보게 된 검은 이전과는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어, 어찌 된 일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비볐다.
혹시나 잘못 본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였다.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더욱이 꿈도 아니었다.
“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진 검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화려한 검의 손잡이나 보석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검의 날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검 끝으로 갈수록 가늘고 날카로워지는 모양새였는데, 지금은 일정한 두께로 검날이 넓어진 상태였다.
마치, 여성용에서 남성용으로 바뀐 것 같다고나 할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나로서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하긴, 검은 물론 무기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기에 젬병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만약 그런 게 있다고 한들 알 턱이 없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스스로 모양이 변하는 검이라니…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싼 거 아냐?”
아무래도 그럴 듯싶었다.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변화시키는 거야?”
신기한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서… 또, 변화의 확인 차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피고, 만지고, 확인해 봐도 이렇다 할 방법이나, 장치 같은 걸 찾을 수 없었다.
“흠… 무기점 주인은 알려나?”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내일 찾아가서 묻기로 하고 이번엔 박정아의 활을 살펴보기로 했다.
어째 그녀의 활도 뭔가 특별할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뭔가를 알아낼 수는 없었고, 30분쯤 만지작거리다가 포기했다.
“됐다, 됐어! 어차피 활은 쓰지도 않을 건데, 때려치우자!”
활을 제자리에 내려놨다.
바로 옆에 있던 김 씨의 둔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버려야지 하다가 모텔까지 들고 들어온 것이었다.
‘이건 그냥 두고 가면, 알아서 버려 주겠지?’
어차피 고물상에 가져다 줘도 얼마 받지 못할 게 뻔했다.
괜히 무거운 짐에 다리품만 팔게 될 테니, 그러는 게 나을 듯싶었다.
해서, 관심을 끄고는 돌아서려는데, 오식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뭐야? 관심 있냐?”
그냥 물어본 소리였다.
녀석도 그 외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흠….”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는 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오식이에게 내밀었다.
스윽….
오식이가 가만히 손을 내밀어 둔기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제법 진지한 눈빛으로 그것을 살폈다.
“크르르르….”
낮은 으르렁거림도 뱉어 냈다.
이어,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응? 왜 그래?”
“크르르….”
“응? 뭐라고? 전달이 안 됐어. 다시 말해 봐.”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에 난데없이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상(오식이)이 서약의 주인에게 ‘모닝스타’의 소유권을 요청합니다.]
“엥? 뭐를 어째?”
눈을 깜빡거렸다.
신비한 목소리의 말을 다시금 상기했다.
“그 쓰레… 아니, 그 묵직한 것의 이름이 모닝스타인가 보지? 생긴 거랑 다르게 너무 고급스러운 이름 아닌가? 키킥!”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여전히 오식이는 반응이 없었다.
뻘쭘해져서 손가락으로 코끝을 문지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걸 갖고 싶다는 거지? 그래, 가져!”
어차피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 것을 달라고 소유권이니, 요청이니 하는 게 사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못 들어줄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에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피이잉!
오식이가 들고 있던 쓰레ㄱ… 아니, 모닝스타에서 이름처럼 밝은 빛이 번쩍거렸다.
신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약의 주인이 허락하여 모닝스타의 소유권이 대상(오식이)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신비한 목소리가 끝나고, 번쩍이던 빛도 사라졌다.
“어라?”
정인영의 검처럼 모닝스타도 모습이 변화했다.
아니, 정확히는 크기가 커졌다.
오식이의 거대한 몸집에 맞는 크기로 말이다.
“놀라운 일 천지로군. 아마,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크기가 변한 거겠지?”
그냥 그럴 것 같았다.
뭐, 아니어도 상관은 없었다.
“크르르!”
반응 없던 오식이가 다시 으르렁거렸다.
말은 전달되지 않았지만, 왠지 기뻐하는 느낌이었다.
“좋냐?”
―서… 누….―
“응?”
―좋… 다….―
“킥!”
―의… 리….―
“오냐, 앞으로도 의리로 모셔라! 알겠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그러나 진짜로 그렇게 된 듯싶었다.
먹을 것으로 쉽게 올린 뒤부터 전혀 오르지 않던 녀석의 호감도가 올라 버렸으니 말이다.
“호오… 이렇게 호감도를 올리는 거였나?”
확실치는 않지만, 뭔가 감이 잡히는 순간이었다.
* * *
하룻밤을 묵은 뒤, 모텔을 나섰다.
애초의 계획은 프록의 알 처분이 먼저였지만, 모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마정석 가게였기에 순서를 바꿨다.
“모두 해서 857만 원입니다.”
마정석을 모두 처분한 가격이었다.
찢어지려는 입을 어쩌지 못한 채,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계좌로 입금해 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확히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가게를 나섰다.
꿈만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아직 남은 게 더 많기에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아, 각성하면 금방 부자가 된다더니… 지난 5년의 한을 이렇게 푸는구나!’
과정과 방법이 매우 다르긴 했지만, 그딴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 다음은….”
마정석 가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어제 들른 무기점이 있었다.
바로 걸음을 그곳으로 옮겼다.
“어서 오세요. 어? 어제 오셨던 분 아니신가요?”
무기점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는 물어 왔다.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오늘은 어쩐 일로….”
“아, 잠시만요. 일단 확인을 좀 해야 해서요.”
“예, 그러세요.”
가게 구석에 놓인 감정 머신 앞에 섰다.
먼저, 정인영의 검부터 감정을 했다.
지이잉….
스캔이 끝나고, 화면에 정보가 출력됐다.
―――――
이름: 아수라 스워드
타입: 검
등급: A
공격력: 30
아수라 백작(LV. 55)가 사용하는 검.
사용자의 성별에 따라 검의 형태가 바뀐다.
추가 옵션
E: 스킬 숙련도 2% 상승
D: 스킬 숙련도 4% 상승
C: 스킬 숙련도 6% 상승
B: 스킬 숙련도 8% 상승
A: 스킬 숙련도 10% 상승
―――――
뭔가 굉장한 듯한 내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뒤에서 슬쩍 화면을 보던 무기점 주인도 작게 탄성을 흘리며 반응했다.
“호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그가 멋쩍게 웃으며 물어왔다.
“아수라를 잡으셨나 보군요?”
검의 이름이 아수라 스워드였다.
설명에도 아수라 백작이 사용한 검이라고 했다.
그게 뭔지도 모른 채, 일단 고개를 끄덕이면 답했다.
“아아… 네….”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무기점 주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요즘에는 잘 안 떨어진다고 하던데, 운이 좋으셨나 봅니다.”
“아, 그런가요?”
“예, 워낙에 아수라가 잡기도 까다롭고, 경험치도 별로잖습니까.”
모르는 정보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수라라는 괴물 자체를 몰랐다.
하긴, 레벨이 55인데, 관심이나 뒀을까.
그래도 아는 척을 했다.
그래야 뭐라도 하나 더 건질까 싶어서였다.
“그, 그렇긴 하죠. 하하….”
예상대로 무기점 주인이 술술 말을 털어놨다.
“그런 놈이 그나마 값나가는 검까지 덜 떨구니, 시장에 물건이 없기는 하죠.”
“아, 그렇군요. 그럼, 요즘 시세는 어찌 되나요?”
한껏 기대감을 품고는 물었다.
일단은 기성품이 아닌 ‘던전템’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박이었다.
게다가 괴물의 레벨도 높고, 시장 자체에 물건이 없을 정도로 희귀품이라니, 이건 뭐 기대가 안 될 수 없었다.
해서, 꿈틀거리는 입꼬리를 애써 다독인 채, 그의 말을 기다렸다.
“뭐, 잘 아시겠지만, 형태 변화를 빼고는 그다지 볼 게 없는 검이긴 합니다. 공격력이 30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기대가 컸던 만큼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상술의 뉘앙스가 깃들여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기대감이 확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씁쓸해진 입맛에 맥이 빠진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얼마쯤….”
“한 3000만 원쯤 할걸요?”
“아, 3000만… 네? 사, 3000만 원이요?”
“네, 그 정도 할 겁니다.”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어제는 1000만 원 이상을 생각했다.
또 던전템이고, 희귀품이라기에 은근슬쩍 그 이상을 예상했다.
하지만, 별것 아니라는 듯 운을 떼기에 기대치가 확 내려갔었다.
그런데, 3000만 원이라니….
덜덜덜….
손이 떨려왔다.
아니, 몸 전체가 떨려왔다.
‘오오, 신이시여! 땡큐 베리 감사합니다!’
….
아수라 스워드는 일단 팔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내 20만 원짜리 검과 박정아의 활을 팔기로 했다.
무기점 주인이 내 검은 5만 원, 박정아의 활은 100만 원을 쳐줬다.
100만 원도 큰돈인데, 3천만 원짜리 검을 들고 있으니,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거래가 잘 이루어지나 싶었는데, 막판에 일이 좀 꼬여 버렸다.
들뜬 마음에 가방 안에서 꺼내든 AIR WIND 때문이었다.
“이것도 팔고 싶은데요.”
내가 꺼내놓은 AIR WIND를 본 무기점 주인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어? 이건 여자용… 이걸 왜 남자분께서 가지고 계십니까?”
예상치 못한 반응과 물음에 당황했다.
그에,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늘어놨다.
“네? 아아, 여, 여자 친구 겁니다. 제게 팔아달라고 부탁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