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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0화 (1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0)

녀석은 울부짖지 않았다.

거대하고, 당당하던 모습도 없었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서 낮게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마치, 통증의 괴로움을 앓듯이 말이다.

“아파?”

“크르르….”

걱정스러운 내 물음에도 놈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내용도 없었다.

바스락… 바스락….

시장에서 산 족발을 꺼내 녀석에게 줬다.

코로 킁킁대던 녀석이 천천히 손을 뻗어 족발을 잡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우적… 우적….”

어째, 먹는 것도 시원찮아 보였다.

진짜 아프긴 아픈 모양이었다.

하긴, 화살을 몇 발이나 맞았는데….

“천천히 먹어.”

“우적… 크르르… 우적….”

느릿하긴 했지만, 녀석은 그런대로 잘 먹는 듯했다.

하긴, 새벽에 준 훈제 닭 다리보다는 더 맛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거 때문에 가격이 두 배인데도 특별히 산 것이고 말이다.

뭐, 엄밀히 따지고 보면, 수중에 거금이 들어온 것에 녀석의 지분도 어느 정도는 있었으니까.

“맛있냐? 잘 먹네?”

“크르르….”

“그래그래, 어서 먹어.”

원래는 나도 조금 먹으려고 했었다.

그만한 양이 될 듯싶었다.

오산이었다.

정말로 느릿하지만, 녀석은 쉼 없이 먹었다.

음식은 어느새 마지막을 달리고 있었다.

“우적… 우적… 꿀꺽! 쩝쩝….”

족발의 가장 두꺼운 뼈를 제외하고 모두 다 목구멍으로 넘긴 녀석이 입맛을 다셨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 살 걸 그랬나?’

다시금 녀석을 과소평가한 것에 반성 아닌 반성을 하던 그때였다.

스윽… 스윽….

녀석이 느릿하게 제 몸뚱이에 박혀 있는 화살들을 살폈다.

그러고는 가슴팍에 꽂힌 화살을 붙잡고서 무작정 뽑아냈다.

어마무시할 통증이 내게 전해지는 느낌과 함께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으으!”

“크르르!”

녀석도 아픈지 강하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녀석이 또다시 다른 화살을 뽑으려 했다.

깜짝 놀라서 다급하게 만류했다.

“야야! 그만해! 뭐 하는 짓이야?”

하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화살을 뽑아냈다.

조금 더 강한 으르렁거림… 아니, 고통을 참아 내는 신음과 함께였다.

“크륵!”

난데없는 녀석의 돌발 행동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안타까움에 인상을 쓰며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해서,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허억!”

진심으로 놀랐다.

처음 느낀 이상한 점을 뛰어넘는… 더욱더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방금 녀석이 화살을 뽑아낸 자리가 빠르게 아물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이럴 수가….”

처음 의아함 내지는 이상함을 느낀 것은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단순한 것이었다.

어둑해서 분간이 안 되는 터라, 혹시 잘못 봤나 싶어 확인을 했던 것인데,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광경이라니… 정말 놀랄 노자인 상황이었다.

“괘, 괜찮아?”

“크르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나와 눈을 맞추고는 고개까지 끄덕였다.

여전히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내용은 없었고, 그것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다른 것도 뽑을 거야?”

아직 녀석의 몸에 꽂힌 화살이 몇 개나 남아 있었다.

처음부터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에 물었지만, 녀석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어째서?’

당장에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설마… 먹을 게 더 필요해?”

“크륵!”

“배, 배가 부르면, 상처도 빨리 나을 수 있는 거야?”

“크르르!”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확인해 볼 가치가 있어 보였다.

“가자! 고기 사러!”

당장에 녀석을 카드에 봉인하고는 시장으로 내달렸다.

….

“어서 오세… 어? 또 오셨네요?”

족발집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고 환하게 웃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말했다.

“헉, 헉… 고, 고기… 고기 좀 주세요.”

“그새 그걸 다 드셨어요? 식성들이 좋으신가 봅니다. 하하! 그런데 어쩌죠? 족발은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는데요.”

그러고 보니, 처음 살 때만 해도 나름 수북하게 쌓여 있던 족발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혀 이상할 것 없고, 너무나 간단한 이유였음을 사장님이 직접 말해 줬다.

“이래 봬도 저희 가게가 족발 맛집입니다. 순식간에 동이 난다니까요? 하하!”

대놓고 자랑하는 모습이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눈앞에 버젓한 증거 또한 있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아, 그럼… 다른 건 없나요? 고기면 되는데… 이왕이면 싸고, 양도 많으면 더 좋고요.”

“다른 고기도 있습니다. 수육도 있고, 곱창도 있고, 껍데기도 있습죠.”

“그럼, 그것들 이것저것 섞어서 주세요.”

“얼마만큼 드릴까요? 가격 말입니다.”

“음, 5만… 아니, 10만 원 정도?”

10만 원어치의 고기를 샀다.

인심이 좋은 줄은 알았는데, 팍팍 눌러 담아 주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더불어 2만 원 상당의 머리 고기도 덤으로 줬다.

“아이고, 힘들어라….”

끙끙대며 양손 가득히 고기를 들고는 시장을 빠져나왔다.

나오는 중에 손이 아파서 잠시 쉬다가 불 꺼진 가게의 유리창에 비친 후줄근한 내 모습을 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며칠을 안 씻은 건지….

‘아무래도 샤워를 해야겠는데? 옷도 좀 갈아입어야 할 것 같고….’

주위를 둘러봤다.

때마침 옷 가게가 바로 옆에 있었다.

브랜드나 메이커를 따지면서 옷을 사 입은 적이 없기에 그곳에서 대충 셔츠와 바지를 한 벌씩 샀다.

합쳐서 2만 원을 줬는데, 이미 고깃값으로 10만 원… 아니, 15만 원을 써서인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뭐, 예전 같았으면 살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을 터였다.

2만 원이면 라면이 몇 개인데 허투루 썼을까.

“크으! 이런 게 바로 쇼핑의 참 맛이로구나!”

전에 없던 과소비가 이토록 흥분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그래, 오늘은 마음껏 좀 누려 보자!”

어차피 꽁으로 생긴 돈이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뭐, 앞으로 벌면 이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기에 오늘은 좀 써 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혀 버렸다.

“일단은 녀석부터 챙기고!”

다시금 무거운 짐에 끙끙대며 폐허로 걸음을 옮겼다.

….

푸아학!

스믈스믈….

든든하게 배를 채운 녀석이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화살이 뽑힌 자리의 구멍이 빠르게 메워지며 회복됐다.

“허, 거참 신기하네.”

몇 번을 지켜봤는데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녀석의 이러한 빠른 회복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 떠 있는 녀석의 프로필에 ‘상처의 회복이 빠르다’라고 버젓이 적혀 있었으니까.

그것이 먹을 것과 연관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15만 원어치… 아니, 그 이상의 고기를 모두 먹어치운 녀석은 몸에 박힌 화살도 모두 제거하고, 그 상처마저도 모두 치유했다.

“크아아아앙!”

우렁찬 울부짖음을 토해 낼 만큼 완벽히….

“조용히 좀 해, 인마! 귀청 떨어지겠다. 좀 얌전히 앉아 있어!”

악의 없는 내 핀잔에 녀석이 순순히 괴성을 멈추고는 제자리에 앉았다.

마치 잘 훈련된 애완견… 투견… 뭐가 됐든 그런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던전에서도 살짝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

옥탑방에서 난동을 부렸을 때보다 어째 내 말을 좀 알아듣고, 잘 따른다는 느낌?

솔직히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넘겼었다.

뭐, 그런 걸 따지고 자시고 할 상황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고기를 배불리 먹인 뒤, 상처의 치유를 지켜보는 와중에 보인 녀석의 행동도 그렇고, 이후에 내가 하는 말들에 고분고분한 것도 그렇고, 뭔가 확 달라졌음이 확연하게 보였다.

그러한 이유를 우연히 펼친 녀석의 프로필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었다.

바로 녀석의 호감도가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네 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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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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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처음 녀석의 프로필을 확인했을 때는 호감도가 한 칸만 차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네 칸이다.

내가 한 거라고는 먹을 것을 준 것밖에 없었으니, 그것이 호감도를 올리는 방법이란 것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겁나 단순한 녀석이잖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정답이기도 했다.

녀석의 프로필을 보면서 한 가지 더 알아낸 것이 있었다.

바로 레벨이었다.

오크 전사의 레벨은 30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확인한 녀석의 프로필에도 분명 레벨이 30으로 찍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떠 있는 녀석의 프로필에는 레벨이 15라고 되어 있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당장에 의아함을 느꼈다.

해서, 이래저래 살피고 확인한 결과, 녀석의 프로필이 두 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환 전의 프로필과 소환 후의 프로필이 존재했던 것.

뭐, 정확지는 않지만, 소환 전의 프로필은 오크 전사 본연의 정보를 나타내고, 소환 후의 프로필은 내 앞에 앉아 있는 녀석의 정보를 보여 주는 것 같았다.

“후우우….”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을 뱉어 냈다.

앞으로 알아내야 할 게 무척이나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후에 일어날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는 게 나을 터.

근질거리는 몸을 벅벅 긁어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이제 가… 허얼….”

그새 식곤증이 왔는지 녀석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짓다가 그냥 녀석을 카드에 봉인했다.

그런 뒤에 빠르게 폐허를 빠져나왔다.

* * *

씻고 싶었다.

옷도 빨아야 했다.

새로 산 옷이 있으니, 지금 입고 있는 겉옷은 버린다치더라도, 안에 입은 전투 타이츠는 꼭 빨아야 했다.

해서, 오늘은 모텔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흐흐, 맛있는 밥도 시켜 먹어야지!”

그 많은 고기 중에 내 것은 없었다.

뭐, 한 점 집어 먹어도 되긴 했을 테지만, 녀석이 치유를 위해 먹는다고 생각하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다.

어쨌든.

모텔로 향해 방을 하나 빌렸고, 당장에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은 뒤, 몸부터 담갔다.

“으으으… 좋다아… 룰루랄라… 흥얼흥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기분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땟국물로 시커메진 욕조의 물을 보고 기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으에에엑….”

….

깨끗이 목욕을 마치고 전투 타이츠를 빨았다.

내 몸에서 나온 것만큼이나 시커먼 물이 쭉쭉 나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짝퉁이라 염색된 물이 빠지는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한 번 더 씻어야겠네.”

찝찝함에 샤워를 한 번 더 하고 욕실을 나왔다.

“후아아! 개운하다.”

몸이 개운하면서도 노곤했다.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옥탑방에 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푹신하고, 포근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절대로 깨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아, 밥 먹어야 하는데….”

밥이냐 잠이냐를 두고 잠시 고민했다.

잠 쪽으로 생각이 막 기울던 찰나.

생뚱맞게도 가야 할 곳이 떠올랐다.

벌떡!

침대에서 바로 일어났다.

새로 산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당장에 모텔을 빠져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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