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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7화 (7/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7)

길게 외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고개를 옆으로 틀었고, 팔로도 눈을 가렸다.

소용이 없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이라 그랬는지, 눈꺼풀 위로 흉측한 그것의 잔상이 계속해서 그려졌다.

“으으으! 젠장!”

발까지 동동 굴렀다.

이를 악물고는 머리를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어댔다.

약간의 효과를 볼 수는 있었지만, 완전히 떨쳐 낼 수는 없었다.

“크르르르….”

놈이 으르렁거렸다.

머릿속으로 놈의 말이 전달됐다.

―배… 고… 파….―

짜증이 더해졌다.

온 힘을 다해 놈에게 소리쳤다.

“야! 너 옷 어딨어? 왜 발가벗고 나와서 그런 흉측한… 으으! 아무튼, 당장 옷 입어!”

“크르르….”

내 말에 놈이 반응했지만, 놈의 말이 내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다시금 소리쳤다.

“옷 입으라고! 지금 당장!”

―오옷?―

“그래, 옷! 이렇게 입는 거!”

손으로 내 옷을 잡고 펄럭거렸다.

놈의 의아함으로 가득한 반응이 내게 전달됐다.

흡사, 옷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놈이 다시 내게 전달한 말은 ‘배고파’였다.

“젠장! 옷 입으라니까? 옷 없어?”

―배… 고….―

“아, 그만! 배고프단 소리 좀 그만해! 이 멍청한 자식아!”

답답함에 소리를 질렀다.

여전히 눈을 가리고 있는 탓에 놈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째 좀 움찔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고 말이다.

“후우우….”

길게 숨을 뱉어 내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놈에게 손으로 그곳을 가리라 말했다.

눈은 감은 채, 양손을 펼치고 중요 부위를 가리는 시늉까지 곁들였다.

“했냐?”

“크륵….”

“야야, 일단 그 상태에서 뒤로 돌아서 있어 봐!”

놈이 몸을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살며시 한쪽 눈을 가늘게 떴다.

시선을 한참이나 위로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놈은 내 말대로 몸을 돌리고 서 있었다.

양손으로 그곳을 가리고 있기도 했다.

놈과 어울리지 않는… 어째 좀 수줍은 듯한 모습인 것도 그랬지만, 내 말을 알아듣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잘했어! 그대로 있어!”

“크륵….”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놈과 마주한 것은 이번까지 합쳐 모두 다섯 번이었다.

처음엔 다들 알다시피 던전에서 마주쳤고, 다음은 하얀 공간에서, 그 다음은 옥탑방, 폐허, 지금….

앞선 두 번의 경우, 놈은 분명히 무장 상태였다.

무식하게 생긴 도끼를 한 손에 들고 있었고, 너덜너덜하긴 했지만, 옷 또한 입고 있었다.

같은 팀끼리 맞춰 입은 단체 유니폼 마냥, 널리고 널린 놈들의 사진이나 동영상 속 모습 그대로 내 앞에 있었다는 소리다.

다음으로 마주한… 폭주의 위험을 염려해 꺼내 준 옥탑방과 내가 던져 준 훈제 닭 다리를 게걸스럽게 먹어대던 폐허.

그때는 솔직히 놈의 모습을 자세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워낙에 어두웠고, 정신도 없던 탓이었다.

아니, 당연히 옷을 입고 있다고 여겼다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입고 있던 옷이 어디로 간 걸까?’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에 한참이나 고민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놈을 다시 카드에 봉인했다.

카드 속의 놈은 내가 알던 것처럼 도끼도 들었고, 옷도 제대로 입고 있었다.

“흐음….”

미간을 찌푸리고는 다시 놈을 소환했다.

“크아아앙!”

우렁찬 울부짖음을 토해 내며 모습을 드러낸 놈은 여전히 벌거숭이였다.

“젠장!”

….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놈을 봉인하고, 다시 소환했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또, 놈에게 옷을 인지시키려고 노력도 했다.

한참 만에 옷에 대해서는 알아들은 듯했지만, 옷이 어디로 갔는지는 놈도 모르는 듯했다.

도끼도 마찬가지.

문제는 이놈이 창피함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만 방심해도 주의를 잊고서는 덜렁거리는 흉물을 훌러덩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후우우… 돌겠네, 증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남자라면 다들 내 고통과 괴로움을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성향을 지닌 이들이 아니라면, 남자의 몸… 특히나 남자의 그곳을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사람의 것도 아닌, 거대한 녹색 괴물의 흉물스러운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일단 돌아갈까?”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던전 안쪽으로 더 들어가려 했던 계획을 수정할까도 싶었다.

일단 나가서 놈에게 입힐 옷을 산 다음에 다시 들어오는 게 좋을 듯해서였다.

“아니야, 돈도 얼마 없는데….”

돈이 문제였다.

하물며, 나도 잘 사 입지 못하는 옷을 놈에게 사 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놈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이 있을까도 싶었다.

아무리 특대 사이즈라고 해도 절대 맞지 않을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 이왕 칼을 뽑았으니 뭐라도 썰어는 봐야지!”

다시금 결심을 굳혔다.

“야! 절대 돌아보지 마! 제대로 좀 가리고!”

놈에게 신신당부한 뒤에 앞장세워 걷게 했다.

나는 뒤에서 주위를 경계하며 놈을 따라갔다.

―배… 고… 파….―

“알았어! 뭐라도 좀 잡아서 돈을 벌어야 먹을 것도 사고 할 거 아냐? 그러니 뭔가 보이면 냅다 달려가서 잡으란 말이야! 알았지?”

―배… 고… 파….―

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아으, 이 식충이 새끼야! 정신 안 차려? 야야, 돌아보지 말랬지! 으으으으으, 젠자아아앙!”

….

끊임없이 배고픔을 호소하는 놈과 티격태격하며 던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전처럼 최대한 경계를 하면서 주변을 빙 두르듯 이동했다.

하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고, 시간만 계속 잡아먹는 터라, 끝내는 안쪽 방향으로 직진을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얼마 후.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숲에 햇빛도 거의 들지 않는 지점을 통과할 즈음이었다.

“…?!”

어디선가 날아드는 싸늘한 기운에 뒷머리가 삐죽이 섰다.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시야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엄청난 불길함이 온몸을 휘감듯 엄습했다.

싸늘한 기운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다.

앞서가던 식충이 자식도 걸음을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살짝이 긴장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같았다.

“너도 느꼈냐?”

조용히 물었다.

놈도 소리를 낮춰 으르렁거렸다.

머릿속으로 전해진 녀석의 말은….

―배… 고… 파….―

쌍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살벌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였다.

쐐애애애액!

“…?!”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납작하게 주저앉았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무언가가 식충이 자식의 몸을 스치고서 내 바로 옆에 떨어졌다.

스슷!

푹!

아니, 내리꽂히듯 지면에 틀어박혔다.

시선에 잡힌 것은 한 발의 화살이었다.

‘뭐, 뭐지?’

의아함을 표하던 그 순간.

예의 살벌한 기운과 함께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동시에 말이다.

쐐애애액!

쐐애액!

쐐애애액!

당연히 날아든 것은 화살이었다.

스슷! 슷!

퓩! 푹! 팟!

대애애앵!

날아든 화살들은 식충이 자식의 몸을 스치거나 지나쳐 갔다.

내 주변으로 떨어지는 것도 다수였다.

그중 하나는 내 등 뒤의 나무에 깊게 박히며, 부르르 떨어대기도 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화살은 날아왔다.

쐐애애액!

어디에서 날아오는 것인지는 물론, 몇 발이나 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많다고 여기는 게 다였고,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만 분명했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식충이를 노리고 있었다.

“크아아아앙!”

식충이 자식이 화를 토해 내며 크게 울부짖었다.

주변의 공기가 흔들릴 만큼 분노가 확실히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쉼 없이 날아드는 화살에 옴짝달싹도 못 하고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그나마 스치듯 피해 가던 화살 중 한 발이 식충이의 오른팔에 꽂혔다.

두꺼운 팔을 뚫지는 못했지만, 터져 나온 피가 바로 내 앞에 튀듯 떨어졌다.

녹색의 피부보다 더욱더 짙은 녹색의 끈적한 피였다.

“크아아아아앙!”

식충이가 더욱더 크게 울부짖었다.

화를 이기지 못한 듯 제 가슴을 양쪽 주먹으로 쿵쿵 쳐대기도 했다.

그런 식충이를 향해 몇 발의 화살이 더 날아왔고, 가차 없이 몸통은 물론, 팔과 다리에 꽂혔다.

“크아앙! 크아아아아앙!”

식충이의 울부짖음이 이어졌다.

이제는 분노가 아니라 고통의 울음처럼 여겨졌다.

앞섰던 의아함과 두려움 등을 밀어내고, 안타까움이 일었다.

“이 머, 멍청아! 가만히 있지 말고, 피해!”

앞뒤 잴 것도 없이 크게 소리쳤다.

내 외침에 식충이가 반응을 보이려 했다.

그 순간.

내 귀로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고! 경고!]

[대상(식충이)의 체력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대상(식충이)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대상(식충이)을 카드에 강제 봉인합니다.]

“…?!”

난데없는 신비한 목소리의 등장과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지는 식충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식충이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화살을 날린 것이 분명한 이들과 대면할 수 있었다.

그들은 멀찍한 곳에서 빠르게 다가오며, 즐겁다는 듯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잡은 거 맞지?”

“어, 놈이 화살에 맞고 사라지는 걸 똑똑히 봤어!”

“잔챙이들만 남은 줄 알았는데, 제법 큰 놈이 있었다니. 아직 운빨이 줄진 않았나 보다, 키킥!”

그들은 세 명이었다.

우리에게 날린 화살도 그렇고, 걸치고 있는 장비나 차림새만 봐도 궁수 계열의 헌터임에 틀림이 없었다.

“어? 뭐야?”

제일 앞서 있던 이가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뭔데?”

나머지 둘도 의아함을 내비치다가 나를 발견한 뒤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가만히 눈치를 살피다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섰다.

“뭐야? 당신이 잡고 있던 놈이었어?”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내 의미를 파악했다.

내가 식충이… 아니, 그들에게는 그저 오크였을 뿐인 녀석을 내가 먼저 사냥하던 중에 있었냐고 묻는 것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가 봤다면, 대부분 그렇게 여길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무래도 그렇다고 하는 게 옳아 보였다.

해서, 고개를 막 끄덕이려는데, 옆에 있던 이가 딴지를 걸었다.

“아닌 거 같은데?”

“응? 뭐가?”

“잘 봐. 아무리 봐도 오크를 잡을 정도의 클래스나 레벨은 아닌 것 같지 않아?”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들의 눈빛이 점점 지랄 같아졌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 그들 앞에 놓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심으로 가득한 눈빛을 보내던 이 중 하나가 내게 물었다.

“혹시, 클래스랑 레벨이 어찌 되십니까?”

찰나의 고민과 함께 대답했다.

무척이나 소심하고, 작은 소리로였다.

“에, 에이… A 클래스입니다.”

내 대답에 가장 먼저 나를 의심했던 이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에이, 아닌 거 같은데? 그냥 봐도 F인데, 어디서 뻥을 치나?”

그의 말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하고는 키득거렸다.

비아냥과 조롱의 기운이 물씬 풍겼고,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에 빠져들었다.

그런 나를 향해 그나마 좀 점잖아 보이는 이가 말했다.

“뭐, 우리가 놈한테 당할 뻔한 댁을 한 번 살려 준 거로 칩시다. 오케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랑이를 벌여 봤자, 이득 될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나를 향해 다시금 비웃음을 흘린 그들이 돌아섰다.

나도 조용히 돌아서서 자리를 뜨려 했다.

그렇게 두 걸음쯤 옮겼을까?

등 뒤에서 불길함을 가득 담은 음성이 들려왔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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