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5)
편의점에 도착했다.
늦은 새벽이라 그런지 알바생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를 깨우려고 일부러 헛기침을 크게 했다.
“흠흠!”
그러자 알바생이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어, 어서 오세요!”
비몽사몽인 알바생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넌지시 말을 건넸다.
“저기… 제가 지금 현금이 없어서 그런데요.”
“네? 아아, 네….”
의아해하던 알바생이 곧장 싸늘하고, 무시하는 듯한 눈빛을 표했다.
기분이 지랄 같아지기는 했지만, 마저 말을 전했다.
“혹시, 이것도 받아 주나요?”
“…?”
고개를 갸웃하는 알바생에게 마정석을 꺼내 보여 줬다.
당장에 알바생이 눈을 빛냈다.
내 손에 들린 마정석과 내 얼굴을 몇 번이나 번갈아 쳐다보기도 했다.
“마, 마정석이네요?”
“네, 맞아요.”
“허, 헌터세요?”
“네.”
“와아….”
나를 무시하던 눈빛과 표정이 어느새 존경과 부러움으로 변해 있었다.
지랄 같던 기분이 풀렸다.
어깨까지 한 번 으쓱하고는 다시 말을 건넸다.
“거래가 가능할까요?”
“아아… 그게….”
알바생이 난감함을 표했다.
안 되는 모양이었다.
실망감에 입맛이 씁쓸해지려 했다.
어쩔 수 없음에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알바생이 급히 나를 불러 세웠다.
“저, 저기요.”
“…??”
“이게 그냥은 안 되는데요.”
“…??”
“제가 직접 사고, 그 돈으로 결제를 하시면 어떨까요?”
“아, 그렇게 해 주실 수 있나요?”
“네, 약간의 수수료 개념으로 차액을 주고 파신다면요.”
알바생이 내게 ‘마정석 깡’을 제안했다.
평소에도 자주 하던 짓인지, 아니면 방금 생각해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슬쩍 떠보듯이 말했다.
“차액이라면 얼마나….”
“마정석 좀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주머니에 넣었던 마정석을 다시 꺼내 알바생 앞에 디밀었다.
그리 자세하게 보지 않는 느낌.
그러나 눈은 정확했다.
“그 정도 크기면 10만 정도 하죠?”
그는 내가 헌터라는 사실에 존경과 부러움을 표했었다.
그러니 분명 각성자는 아닐 듯.
그런데도 이토록 금방 마정석 가격을 알 정도면 둘 중 하나일 듯싶었다.
헌터나 마정석 등에 관심이 많은 자.
아니면, 마정석 깡 같은 짓을 여러 번 해 본 자.
앞선 의심에 아무래도 후자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네, 맞아요.”
“음… 그럼, 한 7만 정도?”
10만 원짜리 마정석을 7만 원에 사겠단다.
수수료치고는 꽤 높다.
조금 더 후자 쪽이 의심됐다.
“7만이라… 너무 싼데….”
“왔다 갔다 차비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아시잖아요.”
“흠….”
“뭐, 싫으시면 어쩔 수 없고요.”
씨바.
겁나 냉정하다.
역시나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
솔직히 급한 놈은 나였다.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 거래에 응했다.
그에게 마정석 하나를 넘기고 7만 원을 받았다.
‘뭐를 사야 하나?’
뭐를 사야 할지 고민했지만, 몸은 이미 즉석식품 진열대 앞에 있었다.
편의점의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삼각김밥.
샌드위치와 햄버거, 도시락까지 없는 게 없었다.
뭐, 그것이 편의점의 장점이자 매력이겠지만….
일단은 샌드위치와 햄버거를 집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옆을 쳐다봤는데, 정말로 기가 막힌 것을 발견하게 됐다.
당장에 집어 들었던 샌드위치와 햄버거를 내려놨다.
그리고 발견한 물품을 꺼냈다.
큼직하면서도 꽤 먹음직스러운 ‘훈제 닭 다리’였다.
‘그래, 이게 좋겠어!’
특히나 고기를 좋아한다는 놈에게는 샌드위치보다 훨씬 더 나을듯했다.
왠지 ‘득템’을 한 듯한 흐뭇한 마음에 진열된 것을 전부 꺼냈다.
모두 다섯 개였다.
삑!
알바생이 능숙하게 바코드를 찍었다.
그러더니 버튼을 연타했다.
탁탁탁탁!
“2만 5천 원입니다.”
개당 5천 원.
샌드위치나 햄버거보다 비싸다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털고는 계산을 마쳤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새끼… 기분이 엄청 좋은 모양이다.
* * *
편의점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게이트 폭발 때문에 폐허가 된 건물들 사이였다.
‘완전 정화’가 됐는지, 게이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게이트와 던전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정확히 따진다면 두 종류.
더불어 게이트와 던전 또한 엄연히 다른 의미의 것이다.
일단, 게이트는 ‘문’이나 ‘통과 점’ 등으로 보면 된다.
1미터, 크게는 5미터를 넘기도 하며 겉에서 볼 땐 그냥 시커먼 구멍 같다.
당연히 지구와 던전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던전은 게이트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을 말한다.
자세하게 들어가면 상당히 복잡해지고, 길어지니 지금은 그냥 여기까지만….
세 종류로 나뉜다는 던전의 명칭은….
‘활성화 던전’과 ‘정화 던전’, ‘완전 정화 던전’이다.
먼저, 활성화 던전.
‘코어’가 살아 있는 던전을 말한다.
던전과 이어진 게이트를 통해 괴물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던전 안에서 끊임없이 괴물들이 생성된다는 게 특징이다.
다음은 정화 던전.
코어가 파괴된 던전을 의미한다.
코어 대부분은 던전 보스의 몸속에 있다.
해서, ‘코어의 파괴’=‘던전의 보스 처치’라는 기본 공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코어가 꼭 던전 보스의 몸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특정한 미션이나 어떠한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코어가 파괴되면, 더는 던전 안에서 괴물들이 생성되지 않는다.
코어가 파괴되기 직전까지 남아 있던 괴물들만 살아간다는 얘기.
남아 있는 것들끼리 종족 번식을 한다는 얘기는 아직 없었다.
또한, 게이트를 통해 괴물들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도 없다.
마지막으로 완전 정화 던전.
코어가 파괴된 정화 던전.
그 안에 있는 괴물들을 모두 죽이면 던전은 완전히 정화된다.
일정 시간 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물론, 게이트도….
던전이 사라질 때까지 그 안에 남아 있는 이들이 어찌 되는지는 모른다.
뭔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 이는 없을 듯.
하지만!
꼭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무모한 호기심에 멍청한 짓을 자처한 이들의 생사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었다.
….
주위를 둘러봤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만큼 어두컴컴했다.
하긴, 아직 동이 트려면 멀었다.
또, 너무 외지고, 을씨년스러운 곳이라 사람이 올 리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꼼꼼히 인기척을 살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놈을 소환했다.
―배… 고… 파….―
놈은 소환되자마자 지랄 같이 징징거렸다.
놈에게 훈제 닭 다리를 던져 줬다.
샌드위치도 그러더니만, 비닐 포장도 뜯지 않고서 입으로 욱여넣었다.
“우적우적… 크르르….”
놈은 그 큰 것을 진심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어찌 보면 게걸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요즘 제4의 전성기라는 ‘먹방’을 방불케 했다.
“흠… 영상이나 하나 제작해 볼까?”
쓸데없이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나를 향해 놈이 으르렁거렸다.
딴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는지, 놈이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다시 말하라는 의미로 물었다.
“뭐?”
―배… 고… 파… 더… 줘….―
닭 다리를 사면서도 생각했지만, 역시 하나로는 기별조차 안 가는 모양이다.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고는 아예 봉지째 던져 줬다.
“와구와구… 쩝쩝! 크르르… 우걱우걱….”
ASMR에 버금가는 사운드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 * *
놈은 그 큰 훈제 닭 다리를 다섯 개나 처먹고도 배가 고프다며 징징댔다.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겁도 없이 놈에게 소리치고는 그냥 카드 속에 봉인해 버렸다.
불안정하다던 상태가 괜찮아졌던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코 고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귀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말이다.
“췟! 팔자 좋은 놈….”
구시렁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
집으로는 갈 수 없었다.
어차피 가서도 쉰다거나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 200만 원도 포기하기로 했다.
모르긴 몰라도 부서진 옥탑방 수리비가 더 나올 듯했으니까.
이대로 그냥 떠나고, 사라지는 게 내게는 이득이었다.
“뭐, 챙길 것도 없으니까, 괜찮아!”
돈이 될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지갑도 챙겼고, 마정석도 챙겼으니까.
그나마 팔면 나름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하나쿠 짱도….
“아, 씨바!”
처참하게 허리가 잘린 하나쿠 짱을 다시금 떠올리니 갑자기 화가 났다.
“이런, 개 자식!”
속 편하게 잠들어 있는 놈을 깨워서 한바탕 지랄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애써 화를 꾹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
말은 안 했지만….
아직도 놈에게 날린 일격에 다친 손목이 욱신거렸기 때문이었다.
“에혀, 앓느니 죽지… 후우우….”
한숨과 함께 멀리 보이는 PC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어서 오세요.”
PC방 문을 열자마자, 상큼한 목소리의 인사가 날아들었다.
목소리만큼이나 상큼하게 생긴 여자가 카운터 안에 서 있었다.
쿵덕쿵덕!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세히 보니, 하나쿠 짱을 조금 닮은 듯도 했다.
“회원이세요?”
“아니요.”
“그럼, 어떤 자리로 드릴까요?”
여자의 말에 고개를 틀어 PC방 안을 살폈다.
여느 PC방처럼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타원형의 캡슐 머신이 늘어선 곳.
다른 하나는 일일이 칸막이가 처진 일반 PC가 있는 곳이었다.
일반 PC야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테고….
캡슐 머신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나 작업을 위한 PC였다.
캡슐 머신은 당연히 캡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훨씬 더 쾌적하고, 편안하며, 속도마저 빠르다.
하지만, 가격이 일반 PC보다 다섯 배나 비싸다.
“일반석이요.”
어차피 나는 검색과 자료 조사만 할 생각이라 일반 PC면 됐다.
절대 가격이 싸서 일반 PC 자리를 이용하는 게 아니란 소리다.
킁!
“17번 자리로 가세요.”
여자가 내게 카드 키를 건네줬다.
천천히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막 17번 자리를 찾아 앉으려는데, 뒤쪽에서 딩동 거리는 소리가 났다.
즉시, 카운터에 있던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캡슐 머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치이익….
여자가 캡슐 머신을 조작해 뚜껑을 열었다.
머신 안에는 당연히 사람이 누워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 또래쯤 되는 젊은 남자였다.
‘아, 싫다. 관속에 누워 있는 것 같은 모습이라니….’
쓸데없는 상상까지 해 대며, 일반석을 선택한 나를 옹호했다.
그러나 곧장 내 선택을 후회했다.
“헛!”
잠든 듯 누워 있는 남자의 몸을 여자가 조물조물 주물러 주고 있었다.
팔과 어깨는 물론, 다리와 허벅지를 가리지 않았다.
더불어 조금 깊숙한 곳까지 여자의 손길이 닿는 듯싶었다.
‘아아, 이런 서비스가 있었다니… 지금이라도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갈등했다.
여자가 덜 예뻤다거나 나이 많은 아줌마였다면 그러지 않았을 터.
“후우우….”
짧은 고민 끝에 일반석 17번 자리에 계속 앉기로 했다.
‘나중에 돈 좀 벌면, 꼭 다시 와야지!’
굳은 결심과 함께 말이다.
….
세상에 알려진 각성자와 헌터, 던전과 괴물의 자료는 엄청나게 많았다.
가장 잘 정리된 곳은 ‘대한 헌터 협회’ 홈페이지.
그 외에도 각종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흐음… 어째 이런 일이….”
하지만, 내가 얻은 직업인 ‘카드 소환사’에 관한 자료는 어디에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게시글을 남겨 보기로 했다.
[각성했는데, 직업이 카드 소환사입니다. 잘 아시는 분은 정보 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