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3화 (3/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3)

스르릉.

새롭게 떠오른 패널 안에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작은 크기였지만, 녹색의 괴물인 오크 그림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 여기 있구나!”

안심과 기쁨의 목소리가 멋대로 튀어나왔다.

하얀 공간에서 일도 꿈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깨달았다.

대뜸 패널 안의 카드를 손가락으로 잡으려 했다.

그런데 잡히지 않았다.

손과 손가락이 카드와 패널을 무시하며, 뚫고 지나갔다.

“어라?”

고개를 갸웃하면서 몇 번이나 같은 짓을 반복했다.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꺼내야 하지?”

고민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문득, 스킬 하나를 떠올렸다.

“아, 맞다… 소환.”

즉시, 집중했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머릿속에 소환이란 단어를 가득히 채웠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눈을 감고서 다시 집중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킁!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네.”

허탈함과 민망함에 코를 킁킁거렸다.

입맛을 몇 번 다시고 패널 안의 카드를 노려봤다.

순간!

패널 앞으로 카드가 떠올랐다.

“엇!”

깜짝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모습을 드러냈던 카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뭐야? 카드를 떠올려야 하는 거였나?’

대부분의 각성자와 헌터들이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은 ‘집중’이었다.

가장 기본은 스킬의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

만화나 영화에서처럼 스킬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것도 도움이 됐다.

해서, 나도 소환이란 스킬의 이름에 집중했었다.

결과는 뭐, 보시다시피….

그런데 지금 보니까, 집중해야 할 것은 스킬이 아니라 카드인 모양이다.

‘카드… 카드….’

당장에 머릿속에 카드를 떠올리며 집중했다.

이내, 눈앞으로 카드 한 장이 직사각형의 모양새를 잡으며 나타났다.

“오오… 엇!”

내 생각이 맞고, 카드가 눈앞에 나타남에 감탄사를 토해 냈다.

그러자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카드가 희미해졌다.

곧장 카드를 응시하며, 집중력을 높였다.

다시 카드가 본래 대로 진해졌다.

그러다 반짝하고 빛이 났다.

“…!”

뭔가 딱 하고 느낌이 왔다.

머릿속에서 카드를 지우며, 집중력을 풀었다.

역시나 카드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허공에 떠 있었다.

“오케이!”

다시금 내 생각이 맞았음에 손가락까지 튕기며 기뻐했다.

눈앞에 떠 있는 카드를 이리저리 살폈다.

누가 봐도 오크 놈이 새겨진 카드였다.

‘이 상태에서 소환 스킬을 사용하면 되겠지?’

아마도 그럴듯싶었다.

뭐,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해서, 당장에 실험을 해 보려다가 멈췄다.

“아, 아니지… 놈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식하고, 살벌한 놈을 꺼내는 건 위험했다.

뭐, 서약이나 소환, 봉인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놈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할 수는 있었다.

헌터들 중, 갖가지 동물이나 ‘정령’ 등을 부리는 이들도 많았으니까.

“어? 그러고 보니까, 직접 괴물들을 부린다는 얘긴 못 들어 봤는데?”

잠시 놓치고 있던 부분을 떠올렸다.

멈추기를 정말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일반인 중에서도 맹수들을 조련하여, 부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잘 조련되어 따르던 놈들에게 잡아 먹히거나 상처를 입는 경우도 분명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을 그냥 불러낸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일단은 접어 두자….’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미련조차 남기지 않았다.

“흐음….”

허공에 떠 있는 카드를 잠시 응시했다.

그러다가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터치했다.

틱.

미약한 감촉과 함께 카드 옆으로 새로운 패널이 떠올랐다.

놈의 프로필이었다.

“호오….”

카드를 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었다.

전혀 다른 결과였지만, 흥미로운 일이긴 했다.

찬찬히 놈의 프로필을 살폈다.

―――――

이름: 오크 전사

타입: 인간형

속성: 지

레벨: 30

오크 족의 전사.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과 방어가 특징이다.

둔기류의 무기를 특히나 잘 다룬다.

상처의 회복이 빠르다.

지능이 떨어지는 게 단점.

좋아하는 것: 먹을 것(특히 고기), 담배, 꽃, 의리.

싫어하는 것: 배고픔, 모기.

스킬: 포효, 거드름, 웅크리기.

호감도: ♥♡♡♡♡♡♡♡♡♡

―――――

“헐….”

나도 모르게 놀라움을 흘렸다.

30이나 되는 놈의 레벨 때문이었다.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는 레벨이 1이었으니까.

“후아, 진짜로 안 꺼낸 게 다행이네.”

다시금 내 판단이 옳았음을 느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저나 꽃을 좋아한다고? 웃기는 놈이네, 키킥!”

좋아하는 것 중, 고기와 담배는 이해가 되지만, 꽃이 끼어 있는 게 웃겼다.

또한, ‘의리’라는 것도 어째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휙!

확인을 끝내고 놈의 프로필을 닫았다.

그러고는 카드를 응시하며 집중했다.

사라짐을 떠올리면서였다.

생각과 예상대로 카드가 천천히 희미해지다가 끝내 완전히 사라졌다.

‘다음은….’

이번엔 내 상태창을 확인하기로 했다.

각성 후, 5년 만에 이루어진 특성 개화.

그로 인해 드러난 내 직업과 클래스였다.

원래라면 가장 먼저 확인했어야 됐는데, 상황이 상황이었던 지라… 쩝!

틱… 틱….

터치 몇 번에 내 이름이 박힌 패널이 떠올랐다.

―――――

이름: 나선우

나이: 25세

레벨: 1

클래스: A

직업: 카드 소환사

―――――

“헐….”

또다시 내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름 아닌 ‘A’라고 당당히 박혀 있는 클래스 때문이었다.

각성자들은 기본적으로 F부터 A까지 여섯 개의 클래스로 나뉜다.

당연히 A가 가장 좋고, 높다.

또한, 같은 직업이라도 클래스는 각각 다르게 정해진다.

A 클래스 검사나 궁수, F 클래스 검사나 궁수로 나뉜다는 말이다.

뭐, 상위 클래스라고 해서 무조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또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없다.

말이 좀 이상하고, 모순적이긴 하지만, 진짜로 그랬다.

A와 F 클래스의 각성자는 기본적인 강함의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F가 A를 압도할 수도 있다.

기본적인 피지컬의 격차 때문이다.

레벨이 올라도 기본적인 강함과 피지컬은 변화가 없다.

이 부분은 스스로 노력하여 채우고, 키워 나가야 하는 별도의 문제다.

해서, 무조건 상위 클래스가 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소리.

그렇다면 상위 클래스가 좋고,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킬의 숙련도 시스템과 장비류의 추가 옵션 때문이다.

뭐, 회복약 같은 아이템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고 말이다.

솔직히 이 부분은 너무 깊게 들어가면, 한없이 복잡해지고, 길게 늘어지니까,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꺼내는 게 좋을 듯.

아무튼!

클래스에 따른 격차는 분명했다.

게다가 만렙인 100레벨 이후의 세계… ‘초월자’라 불리는 경지에 오르게 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 시대의 인생 로또라 불리는 각성.

그 중, 클래스 A는 두어 번쯤 이월된 1등을 독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심, 대박 중의 대박!

베스트 오브 베스트란 말이다.

그러니 어찌 내가 놀라지 않고,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흐흐… 흐흐흐….”

실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심, 그동안의 기다림을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기뻐서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했다.

그나마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는 헌터 가이드와 잡다한 지식.

그런 것들을 죄다 통틀어서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는 직업이자,

상태창에 떡하니 찍힌 ‘카드 소환사’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 * *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들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털보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어, 왔어?”

“네.”

“어때? 뭐 좀 있든?”

“아니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던데요. 게다가 풀이 길고, 빽빽해서 이동이나 움직임도 불편했어요.”

“음… 그럼, 다른 곳으로 가야겠군.”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을 듯싶어요.”

“오케이!”

이동 경로가 수정됐다.

조금이라도 쉬게 해 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게 좀 그랬다.

아니, 그보다는 털보 아저씨의 관심이 더 문제였다.

“이쪽으로 와! 사방팔방 주위 경계도 늦추지 말고.”

뭐가 마음에 든 것인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나를 옆에 끼고 다니는 통에 귀찮아 죽을 지경이었다.

빡센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여어, 움직임이 좋은데?”

“그, 그런가요?”

“너 F라고 하지 않았냐?”

“네? 아, 네… F 맞아요.”

“사냥팀 좀 따라 다녔나 보지? 아니면, 원래부터 운동 신경이 좋았던가.”

먹고살기 위해 짐꾼 노릇을 좀 하기는 했다.

하지만, 운동 신경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움직이는 걸 최대한 자제했다.

많이 움직이고, 빨리 움직이면, 그만큼 배가 빨리 꺼지니까.

나도 모르게 신을 좀 낸 모양이었다.

하긴, 전보다 몸이 가볍고, 발이 빨라지긴 했다.

당연히 그만한 이유는 있었다.

방어류 중에 ‘전투 타이츠’란 게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몸에 착 달라붙어 ‘쫄쫄이’라고도 불린다.

위에 다른 방어구를 덧입어도 되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며, 가격이 저렴하고, 효능이 좋아서 누구나 착용하는 국민 갑옷이다.

해서, 나 역시 중고품이지만, 늘 입고 다녔다.

무기나 방어구 같은 장비류에는 추가 옵션이 달린 것들이 있다.

전투 타이츠에도 있었다.

사용자의 피지컬에 따른 민첩성 추가와 대미지 감소가 그것이었다.

특성 개화를 통해 A 클래스가 된 나는 무려 ‘10%의 민첩성과 대미지 감소’가 추가되었다.

물론, 그전까지는 전혀 옵션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나였다.

‘조심을 좀 해야겠는걸?’

혹시라도 털보 아저씨가 눈치를 챌까 싶어 이후로는 몸을 좀 사리기로 했다.

….

사냥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평균적인 일당을 받을 정도는 됐으니까.

“자자, 오늘도 수고들 하셨습니다.”

무리의 리더인 털보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말을 건넸다.

“자네랑은 다음에도 함께 했으면 하는데, 어떤가?”

“아, 예, 뭐….”

“여기 내 연락처야, 전화 한 번 하라고.”

그가 내게 명함을 건넸다.

그냥 털보 아저씨인 줄만 알았는데, 꽤 유명한 길드 소속이었다.

그것도 ‘2팀 팀장’이라는 간부급의….

‘흠… 함께 할 일이 있으려나?’

이제는 A 클래스인 내가 앞으로 짐꾼 노릇을 할 리는 없을 듯했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오늘도 그냥 팀에서 빠질까 했었다.

그러나 이왕 나왔고, 미래를 생각해서 돈을 좀 쥐고 있으려 버텼다.

어쨌든.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 *

피곤했다.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뻗었다.

꿈을 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어둠 속.

어디선가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 고… 파….”

귀는 물론, 신경까지 자극하는 지랄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결국엔 잠에서 깼다.

인상을 구겼고, 몸을 뒤척이며 다시 자려고 했다.

그런데….

―배… 고… 파….―

꿈속에서 괴롭히던 소리가 현실에서도 들려왔다.

귀가 아니라 머릿속을 울리면서였다.

‘뭐, 뭐야?’

의문을 품음과 동시에 이번엔 신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고! 경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