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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도사는 반역자가 되어 있었다-166화 (166/200)

166화

천마주교 파이엔.

그의 정확한 과거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제국 서쪽의 해안 마을.

갑작스레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기 시작했다며 기사들과 의사들이 찾아갔으나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때부터 마교의 영향력은 달려드는 메뚜기 떼처럼 제국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악신들에 대한 설교를 전했고, 상처를 치유했으며, 기적을 행했다.

허나, 그 뒤에 악신들을 위해 이루어지는 인간을 산 채로 바치는 의식, 악신들을 믿지 않는 자들을 향한 과격한 고문과 살인 등.

어느 순간 제국의 서쪽은 무법지대가 되어서 악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노예처럼 살아가거나 죽임을 당했고, 행하는 사람들은 그걸 당연시 여겼다.

황실에서 움직이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당시 황제는 발 빠르게 결정을 내렸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사단을 투입함과 동시에 대마도사인 나의 스승님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바퀴벌레 같은 것들.”

혀를 차며 스승님이 했던 말이었다.

수많은 악신의 추종자들을 제압하거나 살해했지만 어디선가 계속 끊임없이 나오는 놈들.

처음엔 서쪽만 그런가 싶더니 결국 남쪽과 북쪽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중앙인 제도와 반대편인 동쪽에도 나타났을 당시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었다.

진심으로 열성을 다해서 믿는 신자들도 있었지만, 눈물과 절망의 여신 아도리아나 후회의 신 볼택스 같은 악신들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들을 건드려 강제적으로 자신들을 섬기게 만들기도 했다.

어느새 전투는 연전연패.

마교단장들을 필두로 휘몰아치는 파이엔과 마교의 군세는 거침없이 제도를 향해 진군했다.

나와 스승님이 있는 전투는 승리했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곳에서 틈이 생기며 뚫리는.

결국엔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투가 이어졌고.

마지막에 우리는 패배했다.

스승님도, 나도.

천마주교 파이엔과 마교단장들을 이겨 내지 못했다.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0년이 지나 현시대로 온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마교단장들은 살아 있지만 파이엔은 죽었다는 것이었다.

‘너였구나아아! 파이엔 님을 죽인 게 너였어어! 저주한다! 씹어 죽을 자식! 마교단장들이 네놈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버릴 거야! 죽어! 죽어! 죽어어어!’

마교단장 퓰리는 내가 파이엔을 죽였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그 정도의 절망이 있어야 파이엔 님을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육체이지.’

로그니다츠 세이야스는 노아를 보며 파이엔을 위한 재물로 사용한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한다.

다른 마교단장들 역시.

그들이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서로 협력을 하고 있었다. 구심점인 천마주교가 죽었음에도.

단순히 그의 의지를 이어 나간다기에는 너무 설렁이었고, 그의 복수를 위한다기엔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파이엔의 부활.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놈들이 아직까지 함께하고 있는 이유라고 하면 광적으로 섬기던 자신들의 왕을 위해서이겠지.

그래서 일부러 제도의 악신들을 섬기는 대주교들을 빠르게 소탕했다.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인간계에 악신들의 영향력을 줄이면 일단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나타났다고?”

제도의 하늘 위에 떠서 오만하게도 우리를 내려보는 파이엔. 이상한 점은 그때 당시의 얼굴과 똑같다는 점.

길게 내려온 흑발에 불순물이란 하나 없는 듯 소름 끼치는 하얀 피부. 몸은 말랐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악신의 권능들.

압도적인 힘과 권능.

수많은 악신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저주와 저주가 만나 태어난 듯한 괴물.

대마도사 크리스티나 엘리나를 누르고 인류의 최강이라는 자리를 차지했으며 아르니티 제국을 집어삼킨 거대한 악.

물론 그건.

“200년 전 이야기잖아.”

바로 하늘로 치고 올라가서 온몸의 마나를 바로 전개한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전력으로 때려 박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밑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도가 흔적도 안 남게 사라지기에 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정도여도 충분했다.

지팡이에서 수십 갈래로 뻗어 나가는 오색찬란한 마법들. 아이가 보면 무지개라도 나타난 줄 알 법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지만.

그것들 하나하나가 파이엔의 목숨을 끊기 위한 마법들.

“라엘 텔리즈먼.”

“아직도 나를 기억하긴 하네.”

파이엔은 별거 아니라는 듯 권능을 통해서 내 마법을 막아 낸다.

‘폭식의 신 체체로, 탐욕의 여신 렐.’

두 신 모두 상대방의 것을 빼앗는다는 특성이 있었기에 마나를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한 파이엔을 보며 헛웃음이 지어졌다.

“어딜 그렇게 여유로운 척을 하고 있어!”

육체를 강화함과 동시에 지팡이가 마나로 둘러싸이며 창의 형상을 한다. 바로 앞으로 치고 나가 휘두르니 녀석도 이건 버티지 못하고 제도 바깥으로 날아가 버렸고.

그대로 녀석의 뒤를 따라 날아간다.

여기서 죽여야 한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나무에 기대어 있는 파이엔을 보며 속으로 확신했다.

이길 수 있다고.

파이엔이 부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녀석이 정말로 부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복수를 끝마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도 천마주교는 혼자 있지 않았다.

쿵!

파이엔에게 달려들던 나의 보호막을 깨트리고 내질러지는 거대한 주먹.

바로 몸을 틀어서 피해 냄과 동시에 거리를 벌렸지만, 귀에서 이명이 살짝 들릴 정도로 찡한 느낌이 있었다.

“듄.”

“흠, 3년 만이군.”

예전과는 다르게 온몸에 검은 불로 타오르는 갑주를 입고 있는 듄. 파괴의 신 가이스의 신기인 전신 갑주를 진즉에 착용하고 있는 상태.

“눈이 돌아가서 혼자 오다니. 아직도 애새끼구나?”

비릿한 미소와 함께 파멸의 창을 쥐고 있는 아이란까지 등장했다. 그녀의 주변에는 음산한 검은 안개가 흐르고 있었는데 아예 처음 보는 활용법.

아무래도 내가 없던 3년간 놈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다 찾아와 줘서 고맙다.”

지팡이로 땅을 내리치며 진심으로 감사했다.

“오늘 여기서 네놈들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겠구나.”

죽이면 안 된다.

또 어떤 몸으로 다시 살아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제압을 해야 했다.

“사지를 전부 뽑아내면 그제야 조금 가만히 있겠지.”

흉흉한 살기를 느낀 걸까, 아이란과 듄은 움찔하면서도 긴장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내게 달려들었다.

처음은 당연히 듄이었다.

어떠한 전장에서든 선봉으로 나서는 게 녀석인 걸 알았기에 나 역시 대비하고 있었다.

가이스의 신기를 입고 있는 녀석은 대군 마법 정도는 우습게 맞으면서 달려들 것이다.

“미친개는 묶어 둬야지.”

바닥에 그려진 작은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오는 백색 쇠사슬. 이미 한 번 경험을 해 본 적 있는 듄이었기에 나름대로 피해 보려 했겠지만.

그때와 지금의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약에 의지해서 겨우 마법을 쓰던 때의 나와, 세계수의 도움으로 모든 제약이 사라진 나는.

콰드득

“크아아아악!”

“가이스의 신기 탓에 부러지진 않나 봐, 신에게 감사해야겠네.”

백색의 쇠사슬이 마치 뱀처럼 듄의 전신을 옭아매어 옥죄이기 시작한다.

원래였다면 그대로 사지를 분질러 버리려 했지만, 가이스의 전신 갑주가 간신히 그걸 막아 내고 있었다.

물론, 시간을 버는 수준밖에 안 되겠지만.

다음은 아이란의 안개였다.

창을 들고 근접전을 하려는 아이란을 보며 의구심을 느꼈지만,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녀가 근처에 두르고 있는 안개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닿는 순간 피부가 녹아내린다.’

한마디로 안개를 지나치면 그대로 백골이 되어 버리는 상당히 무식하면서도 위력적인 안개.

시체를 다루는 아이란이기에 그걸 조달하기 위한 마법인 듯했지만, 그렇다고 접근전을 걸어온 건 실책이었다.

아직 강화되어 있는 몸으로 휘두른 마나가 담긴 지팡이는 그대로 바람을 일으켜 아이란의 안개를 날려 버렸다.

보통이라면 바람 정도로는 날릴 수 없겠지만, 나를 보통과 비교하면 안 되지.

아이란은 안개가 날아가자 급하게 파멸의 창을 내게로 던졌지만, 가볍게 피하며 녀석에게도 백색의 쇠사슬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창의 주인이 누군지 잊었나 보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

파멸의 창의 원주인, 파이엔이 아이란이 던진 창을 받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 휘두른 것.

아이란이 쓸 때와는 다르게 파멸의 창은 오랜만에 주인을 만났다고 환호하듯 그 기세를 더했으나.

“진짜 뻔한 새끼들.”

바닥에 펼쳐진 거대한 마법진.

올라오는 수많은 가시들이 마교단장들의 몸은 물론이고 천마주교 파이엔의 몸까지 꿰뚫어 버렸다.

죽지 않게 조절은 했지만 파이엔은 파멸의 창을 쥔 채로 가시에 찔려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아이가 산 피규어처럼.

“어, 어떻게!”

아직 말을 할 기운이 있는지 아이란이 당황하며 나를 노려봤으나 한숨만 나왔다.

“내가 돌아온 이후, 너희가 살아남을 방법은 그냥 다 포기하고 도망가는 것뿐이었어. 나한테 걸리지 않길 신에게 기도나 하면서.”

로그니다츠 세이야스를 상대할 때 느꼈다.

이제는 수준의 차이가 명확해졌다.

신들을 상대하다 왔던 나에게 반신이라 칭하는 마교단장들과 이제 막 깨어난 듯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는 파이엔이 상대가 될 리 있나.

파이엔 역시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게 물었다.

“대단하군.”

“넌 별거 없네.”

아무래도 처음 폭격할 때 파이엔이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사용한 듯했다. 그러니까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겠지.

“그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니 원하는 건 이뤘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녀석의 입가에 그려진 비릿한 비웃음이 묘하게 거슬렸다.

“라엘 텔리즈먼, 200년의 시간을 지나 여전히 우리를 막아서는 남자여. 그대가 진정 원하는 건 뭐지?”

거대한 뱀의 혀가 날름거리며 나를 핥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찐득하고 불쾌했으며 귀를 울려오는 놈의 목소리.

“제국의 대마도사? 아니, 자네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아. 실은, 그대만큼 삶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도 없지.”

“네가 뭔데…….”

“크리스티나 엘리나.”

내 말을 가로채며 파이엔이 웃어 보인다.

“오롯이 그녀의 등을 쫓아 왔던 작은 아이여. 내가 그 바람을 들어주겠다.”

“…….”

“200년의 세월이 지나, 나는 부활했다. 내 단언하지. 그대의 스승 역시 온전히 부활할 수 있다. 흑두사가 만들어냈던, 고작 지팡이의 기억에 연연하는 가짜가 아닌 온전한 그녀를.”

“…….”

“내가 그대에게 선물하마.”

“아.”

그런가.

확실히 파이엔은 나와 마찬가지로 200년 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퓰리가 죽었다고 선언했던 그가 이렇게 다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정말로 부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야.”

콰직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바닥에서 올라오며 녀석의 목을 조른다.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이 새끼가 자기가 200년 전 사람이라고, 나도 아직 200년 전 사람으로 알고 있네.

“이미 이 시대에 쌓아온 것들도 충분히 소중해.”

“큭.”

입에서 피를 흘리며 애써 비웃음을 내뱉는 파이엔.

“정말로 그렇다면 좋겠군.”

자칫 잘못하면 나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힘 조절을 하려고 하던 순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어딜 개수작을……!”

“퓰리는 잘 받아가도록 하지.”

파이엔의 몸이 그대로 터지며 악신들의 권능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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