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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도사는 반역자가 되어 있었다-149화 (149/200)

149화

“진짜로 그렇게 해야 했냐?”

대회장에 마련된 의료실 침대에 누워서 머리에 크게 난 자신의 혹을 얼음찜질을 하고 있는 페르난도가 톡 쏘아보며 물었다.

나한테 졌던 스테아는 겁에 질린 듯 내 눈치를 보고 있었고, 스테미는 8강에서 알로이스를 만나서 패배했다.

“굳이 마나를 빼앗아야 했냐고.”

“3년 전에도 한 번 당했으면서 아직까지 대비책을 안 짜고 있다고? 내가 가르친 마나 순환 이론은 어디다 팔아먹었냐.”

“연습은 하고 있지만 너 정도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3년 정도론 택도 없다고!”

맞는 말이다.

나도 동굴에서 이걸 익히는 데 시간이 꽤 걸렸으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스테아, 스테미 자매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지며 나를 바라본다.

“마나 순환 이론을 가르치셨다고요?”

“라만 아인 교수랑 크리스티나 엘리나 학생이 만들어 낸 이론 말하는 거죠?”

자매의 질문에 페르난도는 왜인지 자기가 자랑스럽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그 라만 아인이 바로 이 녀석이야. 본명이 라엘 텔리즈먼이고.”

두 사람의 시선이 변한다.

방금까지 두려움에 떨면서도 분에 겨워하던 스테아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고, 스테미는 벌써부터 질문을 던져 대기 시작했다.

“마나 순환 이론에서 외부의 마나를 내부로 축적시키는 연습을 최근에 하고 있는데, 이게 느낌이 잘 안 와서 그런데 요령이 따로 있나요?”

“음? 흐음, 지금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데?”

슬쩍 눈을 감고 마나를 순환시키는 스테미를 보며 대강 알겠다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있긴 한데, 너무 호흡처럼 생각하고 있어. 마나는 숨을 들이마시긴 하지만 내뱉을 필요는 없어. 일정 마나가 계속 흘려지니까.”

“아.”

“자, 봐 봐.”

한 손을 들어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한다. 쉬지 않고, 탐욕스럽게.

“호흡이 아니라…… 청소기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이해하기 편할 거야.”

“무, 뭔가 알 것 같아요!”

마나 순환 이론을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걸 보니까 또 도와주고 싶어져서 한마디 거들어 버렸다.

어쨌든 스테미가 신기하다며 당장이라도 연습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자 스테아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아, 아까 저한테 쓰셨던 마법은 뭔가요?”

존댓말이 됐네.

아까까지는 단순히 건방진 꼬맹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가르침을 원하는 후배 느낌이라 간단히 설명해 준다.

“열파라는 내가 만든 마법이야. 열기를 다루는 마법은 좋지만, 너무 열기를 응축시키는 데 집중되어 있어. 열기를 다룰 때는 발산과 속도가 중요해.”

“으음.”

“그러면 위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다.”

감이 조금 잡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스테아.

슬쩍 페르난도를 보자 녀석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차기 대마도사께서 다음 마도사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는구만.”

얘는 또 뭔 소리야.

“나는 너희를 마도사로 둘 생각 없는데?”

대마도사의 제자 마도사.

이건 오롯이 대마도사의 재량으로, 마도사의 숫자가 넘칠 때도 있었지만 스승님처럼 한 명만 둘 때도 있었다.

“무, 뭐? 나도?”

“어. 내 제자는 한 명뿐이야.”

어딜 발을 걸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빨리 취업자리 알아보는 게 마음 편할 거다.

“라엘 님? 여기 계셨군요! 4강 준비하셔야 합니다.”

“예, 금방 갑니다.”

얼마 시간이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4강인가.

페르난도한테 구직활동 열심히 하라고 웃으며 말해 준 후, 다시 무대 쪽으로 향한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나를 소개하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조금 빠른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오니, 상대는 이미 무대 위에 서 있었다.

“라만 교수. 아니, 라엘 텔리즈먼.”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듯 로건 웰스는 벌써부터 앞으로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관중들이 나를 향해 보내고 있는 야유 소리에 파묻혀서 녀석이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그, 그럼! 4강 첫 경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경기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리자 로건의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더니 바로 앞으로 치고 나왔다.

3년 전, 라마닉스에서 봤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불길은 더 거세졌고 속도도 훨씬 빨랐다.

“어디, 너는 조금 나아졌는지 볼까?”

마법사의 카운터.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하자 로건 웰스의 불꽃이 넘실거리며 흔들렸지만, 녀석은 무시하고 치고 나왔다.

페르난도를 상대하는 걸 보고 시간을 끌면 결국 마나를 다 빼앗긴다는 판단을 하고 한 방에 결정을 지으려는 것 같은데.

“오판…….”

웃으며 로건의 혼신의 일격을 막아 주려 했지만 보호 마법을 급하게 관객석 쪽으로 옮긴다.

콰앙 하는 폭발음과 동시에 복부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오는 로건의 주먹.

“크읍!”

방심하고 있었기에 다른 마법을 짤 시간이 없었고 결국 정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관객석에서 터져오는 폭발음이 계속해서 심해졌고, 사람들이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다치는 사람들은 없었다.

내가 계속 막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뭐지?”

슬쩍 관객석 쪽으로 시선을 주었지만 로건은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처럼 나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한 방 맞아 줬으면 됐잖아.”

입가에 흐르는 피를 스윽 닦으며 보호 마법을 친다.

로건의 주먹이 보호 마법에 난타되기 시작했지만 깨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나는 슬쩍 주변을 확인했다.

아직 사회자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하지 못했는지 이렇다 할 얘기를 못 하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다섯 명의 마법사.

그들은 관객석을 넘나들며 관객들을 향해 무분별한 마법을 쏴 대고 있었지만, 내 보호 마법이 그들을 계속 따라잡으며 민간인 피해를 막고 있었다.

“괜한 것들이 꼬였네.”

느껴지는 악신의 권능.

마교단장 정도의 힘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불쾌하고 위협적인 힘. 거슬리는 녀석들에게 손을 뻗었고.

푸른빛으로 된 선이 뻗으며 녀석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괜히 여기서 사고가 생겨서 시간이 끌리고 마도 대회가 미뤄지면 골치 아파지기에 별 사건 없을 때 정리하려 했지만.

“어?”

마법사들이 신고 있는 신발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날파리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플라이가 아니라 마도구를 이용한 공중전?’

충분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이 마법 자체가 마법사에게 계산 부담이 심한 편이었지만, 저거라면 평범한 마법사여도 숙련만 된다면 손쉽게 공중에서 마법을 쓸 수 있겠지.

더욱더 생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녀석들은 대회장 위로 날아들더니 자신들의 지팡이를 맞대며 거대한 구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관중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소란을 떠는 사람들. 처음에는 마교에서 나를 노리고 온 건가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마 마도 대회를 망치려는 수작질이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효율도 떨어지는 마법이나 쓰고 있겠지.

미세하게 느껴지는 악신의 권능은 이제는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내어 저들의 마법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쾅! 쾅! 쾅!

“…….”

시끄러워서 슬쩍 시선을 내리니 여전히 내 보호 마법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있는 로건 웰스.

이쯤 되면 얘도 조종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눈가에 새겨진 투지는 그가 제정신이라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너 보니까 옛날에 내가 생각나네.”

“어째서! 어째서 깨지지 않는 거냐!”

주먹을 통해 마나를 흘려 넣으며 보호 마법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 기술로는 어림없다.

“나도 예전에는 단순히 적을 죽이고 이기는 것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

그리고 수많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무지를 후회했었다.

강함이란 단순히 적을 이긴다는 것만이 아니었으니까.

“일단은 진정 좀 해라.”

보호 마법을 지우자 앞으로 쏠려 있던 로건의 몸이 휘청였고, 그대로 페르난도와 마찬가지로 손을 강화해서 꿀밤을 먹여 준다.

기절한 로건을 보며 손을 털고 위를 보니 마력의 구체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관중들은 이미 도망치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가장 높은 장소에 턱을 괴고 있는 황제만큼은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오, 오라버니! 위험해요!”

공주로 보이는 듯한 여인이 제라니를 재촉하고 있었지만,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어휴, 버릇이 잘못 들었어.”

나를 믿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저렇게 아무 말 없이 있는 건 주변 사람들 심장만 쫄리게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보니까 마도 대회 개막치고는 영 시원치 않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는다.

“……!”

제정신이 아닐 텐데도 자신들의 마법에 간섭하는 나를 알아챘는지 바로 달려드는 세 사람.

“음? 너희 공화국 배틀 메이지잖아?”

분명 라메다이스인가 하는 남자가 예선전에서 한껏 즐겁게 해 줬던 게 기억난다.

예선전 첫 번째 경기에서 이겼던 뚱뚱한 남자의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

예선보다 몇 배는 뛰어오른 화력.

‘권능을 통해 강제로 강화시킨 건가?’

그런데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싶어서 의문을 느끼면서도 파리를 쫓듯 손을 휘둘러 세 사람을 그대로 무대 한쪽에 박아 둔다.

“너희가 가지고 놀기에는 조금 과격한 힘인 것 같아서 내가 수거할게.”

남은 두 사람은 내게서 마법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이었지만, 결국 둘은 마나 탈수 증상으로 정신을 잃고 추락했다.

마법으로 간단히 받아 준 이후, 녀석들이 모으던 마법의 형태를 변형시켰고.

하늘로 쏘아진 구체는 그대로 팡 하고 터지며 거대한 폭죽이 되었다.

“흠, 아직 해가 떠 있어서 썩 예쁘진 않네.”

그 뒤, 다시 관객들을 받고 진정시키느라 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마도 대회는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제라니 황제가 미룰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기도 했고, 어차피 결승전 하나만 남기도 했기에.

제정신을 차리고 연행되어 가는 배틀 메이지들에게 묻고 싶은 게 많기는 했지만, 우선은 결승전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내가 대마도사가 되는 순간 저들은 내 손아귀에 들어올 테고, 그 흑막도 찾아낼 수 있다.

‘너희는 꼬리가 너무 길었어.’

아이란이 황실에서 쫓겨나고 제도에 얼마나 많은 마교의 잔재들이 남아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경솔하게 움직여서 마도 대회를 막으려 했던 건 절대로 마교단장들답지 않았다.

내 힘을 확실하게 느낀 녀석들이라면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할 테니까.

결국 그 밑단에 있는 녀석들이 마교단장들이 사라진 틈을 타서 일을 벌였다는 이야기였고.

“금방 잡아 주마.”

내가 대마도사가 되는 순간, 그들의 삶이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했기에.

“자아! 사건이 조금 있었지만 각설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결승전!”

사회자의 외침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마지막 무대로 향했다.

“파죽의 압승! 예선전에서부터 올라온 의문의 남자! 허나,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제도를 지킨 주인공! 라엘 텔리즈먼입니다!”

배틀 메이지들을 제압한 거로 주가가 꽤 올랐는지 야유 소리 대신 환호와 박수가 들려온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은 기분.

“아직 내 자리를 빼앗길 수는 없다! 내가 제국 최고의 마법사다! 전 대마도사 알로이스 뫼르엔 델폰!”

반대편에서 거목과 같은 자신의 지팡이와 함께 걸어들어오는 노인.

알로이스 뫼르엔 델폰.

제국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던 그에게 나는 웃으며 인사했고,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도전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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