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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도사는 반역자가 되어 있었다-59화 (59/200)

59화

펠른의 지하에 들어온 로벤과 그의 아버지 로버트는 시설의 수준에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게 정말로 혁명군의 설비라고?”

“본인들이 직접 만든 건 아니라더군. 있던 걸 발견해서 쓰는 거지.”

“그것도 놀랍군.”

테리스 선생과 로버트는 친우 사이였던지라 확실히 편하게 대화하며 이곳저곳을 보며 감상을 나누었다.

그 뒤를 헤니와 쭈뼛거리는 로벤이 걸어 들어온다. 새로 오게 된 식구들을 환영하러 나온 레온과 텐.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텐이 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방을 안내해 주려던 순간, 뒤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로버트?”

“아니, 톨레스 님?”

톨레스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으나 점차 걸음이 느려졌다. 로버트의 양손을 확인했기 때문.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그것보다 톨레스 님이 여기 계실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톨레스와 뜻밖의 재회를 한 로버트는 텐의 뒤를 따라갔고 로벤 역시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뭐야, 저 녀석 발이 저렇게 넓었나?”

“그것보다 로버트 님은 괜찮으신 겁니까?”

투덜거리는 테리스 선생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옆에 붙어 물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로버트는 혁명군이 쓰던 검을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양팔이 데오르그에게 잘렸다고 했으니까.

선생 역시 그게 걱정이었던 듯 가장 먼저 물었고 로버트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상처를 보고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정작 아버지는 아직 대장장이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더군.”

“그런가요.”

“녀석은 다시 일어날 거야. 아들인 로벤이 녀석의 두 손이 되어 함께.”

로버트와 로벤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처음엔 단순히 헤니와 테리스 선생의 악연을 끊는 것과 더불어 검 제작을 의뢰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마을에서의 평판이 좋지 않았다.

로벤을 필두로 나를 체포하러 왔던 마을 청년들이 그에게 안 좋은 소문을 덧붙여 더 이상 마을에서 생활하기 힘들 정도가 된 것.

그렇기에 하는 수 없이 부자를 데려왔는데, 둘도 크게 불편해하는 모습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잘됐네.”

옆에서 끼어든 에레오나의 말에 동의했다.

솔직히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로버트가 지팡이도 제작해 본 적이 있는 대장장이였다니.

물론 앞으론 그 모든 정수를 이어받은 로벤이 만들어야 하기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녀석의 눈동자에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 의지를 보면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은 그냥 지팡이 없이 다녀야 하나.”

조금 아쉬운데.

극독의 숑이 쓰던 지팡이라도 대신 써 볼까 했지만 고개가 저어졌다.

마인화 해서 마나라도 뭉텅이로 쓰면 금세 지팡이가 부서지고, 역으로 내가 위험해질 거다.

“그래도 일찍 돌아와서 다행이야, 새해는 같이 보내겠네.”

“음?”

옆에서 중얼거리는 루이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싶었다. 동굴에서 밖으로 나온 게 9월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흘렀구나.”

“네가 온 지 세 달밖에 안 지났다는 게 충격이네. 엄청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게.”

웃으며 등을 팡 치곤 밥이라도 먹으러 가자는 루이나를 따라 걷자 에레오나도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동굴을 나와서 처음으로 새해가 지나간다.

200년이란 시간 속을 거닐던 나의 시간이 이제야 제대로 한 발자국 앞으로 향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 * *

“끄음.”

침대에서 천천히 눈을 뜨며 시계를 확인한다.

12월 31일 아침 6시.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일어나 대충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오니, 맞은편 방에서 루이나가 회색 운동복을 입은 채 나오고 있었다.

“좋은 아침.”

“하암, 좋은 아침.”

나는 따로 경계조를 서지 않는 탓에 숙면이 부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루이나는 종종 사람이 없어 경계를 서면서도 크게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은 별말 없이 익숙하게 같이 훈련장에 도착했다.

훈련장에는 벌써 톨레스 님이 자리를 잡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점점 검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저 일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가고 있었다.

톨레스 님과도 간단한 인사 후, 훈련을 시작.

단순히 마법만 다루어선 마교단장들과의 대결에서 확실한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고 요번 로그니다츠와의 결전에서 다시금 느꼈고, 그 탓에 최근 무술 훈련의 비중을 높였다.

로그니다츠와의 대결에서도 녀석은 내가 검을 다루는 것을 아예 예상하지도 못했었으니까.

물론, 지금에 와서는 다른 단장들과 정보가 공유되더라도 내게 있는 무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도 했고.

톨레스에게 지도를 받고 있으면 미오와 에딘이 찾아왔다. 에레오나도 뒤늦게 왔는데 그녀는 늦은 새벽까지 훈련을 하는 터라 아침 운동에는 한 템포 늦게 참여한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다른 혁명군 단원들이나 자벨린 부대원들.

평소보다 왁자지껄한 훈련장에 눈살을 찌푸리자 루이나가 슬며시 다가와 귀띔해 준다.

“오늘은 연말이니까.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다들 자유시간이거든.”

“혁명군에서 그런 것도 해 주는 거야?”

복지가 괜찮은데? 하고 뒷말을 덧붙이자 루이나는 웃으며 답해 준다.

“당연하지. 혁명군도 사람이잖아. 이런 식으로 기분전환을 해 주지 않으면 힘들어서 못 하지.”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다.

계속해서 긴장 상태에 놓여 있으면 막상 힘을 발휘해야 할 때 아무것도 못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쉬는 날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오늘은 조금 빠르게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자칫 늦으면 샤워장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였는데, 내 예상이 정확했는지 다 씻고 나오자 훈련장에 있던 남정네들이 우르르 밀려들어 왔다.

“뭐야, 너는 벌써 다 씻은 거야?”

“훈련을 일찍 끝낸 거지. 이 광경을 이미 예상했으니까.”

내가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비웃자 자벨린 부대의 톰이 짜증을 내며 샤워실로 들어가 버린다.

그렇게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끝마치고 잠시 쉰 후, 이번에도 다시 훈련장으로 향한다. 거기엔 우리 혁명군의 삼 꼬마가 투덕거리며 놀고 있었다.

“나도 데리고 놀 거야!”

“애들이 싫어하잖아!”

“하하, 간지러.”

에딘과 미오가 흑주신의 새끼인 흑일, 흑이를 데리고 티격태격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 흑삼이에게 핥아지고 있는 헤니.

내가 도착하자 흑삼이를 바닥에 놓고 쪼르르 달려온다.

금방 한산해진 훈련장에 헤니의 발소리가 울리자 에딘도 화들짝 놀라며 흑이를 당기던 손을 놓고 달려온다.

요즘 내게 훈련을 받고 있는 두 아이.

에딘은 마나를 심장 부근으로 모으라는 내가 내주었던 숙제를 훌륭히 완수하였다.

덕분에 최근엔 거친 마나를 다스리는 훈련을 시작했고, 헤니는 정령인 살로메를 다루는 훈련을 한다.

“오늘도 힘내자!”

-기분이 좋아 보여, 헤니.

사실 처음엔 헤니를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의료진인 헤니가 전선에 선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걸 원한 건 다름 아닌 그녀의 스승인 테리스 선생이었다.

혁명군에 들어왔으니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것.

“그럼, 어제에 이어서 계속한다. 에딘은 몸의 마나가 거의 안정화되기 시작했으니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고, 헤니와 살로메는 나랑 대련이다.”

헤니에겐 전투에 대한 경험을 키우거나 정령과 함께 싸우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다.

한차례 대련이 끝나면 잠시 쉬는 시간. 헉헉거리며 땀을 닦고 있는 헤니와 혼자 꿍얼거리는 살로메.

-정말 인간이 맞는 거야? 괜히 선배들이 괴물이라고 한 게 아니라니까.

나에 대한 인상이 점점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무언가로 변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어색하게 웃어 줄 뿐이었다.

뒤에는 헤니와 살로메 그리고 흑주신의 새끼들과 놀고 있던 미오를 끼고 다시 대련을 한다. 혁명군에 있으니 타인과 합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판단했기에.

대련을 끝낸 후, 에딘의 몸 상태를 한 번 체크해 주고 오늘의 훈련을 마친다. 이 정도 상태라면 이제 곧 에딘도 간단한 마법이라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 오늘 기대된다.”

“그치? 아주머니들이 새벽부터 음식 준비하고 계시더라고.”

“파티라니! 나는 처음이야!”

“파티가 처음이라고? 촌놈이네.”

“너도 처음엔 입을 헤벌레하고 벌렸잖아.”

“언제!”

피식하고 헤니를 비웃는 에딘을 미오가 역으로 비웃자 에딘이 그대로 미오에게 달려든다.

그렇게 훈련을 해놓고 아직도 저런 힘이 남아 있나 헛웃음과 함께 훈련장을 나섰다.

“파티라.”

연말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파티.

파티라고 해 봐야 평소보다 조금 호화스러운 음식에 지하 벙커 밑에서 서로 축하하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11살이 된 걸 축하한다, 라엘.’

‘15살이면 이제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나이는 지났구나! 원래 천재라고 불리던 꼬맹이들도 나이가 들면서 범재가 되는 법이거든, 깔깔.’

‘……늠름해졌구나.’

10살 때, 스승님을 만난 이후, 매년 스승님과 함께했다. 당연히 함께 신년을 맞이하며 축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

얼마 전에 동굴에 한 번 들러서 한동안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동굴에 다녀오니 더욱 스승님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온다.

특히나, 오늘처럼 추억이 너무나 많은 날에는.

“새해에는 통구이랬나.”

우리는 칠면조를 구워서 먹었었지만 지금 어디서 칠면조를 구해올 수 있겠는가. 인원이 많기도 하고.

“차라리…….”

까짓거 새해 선물로 식탁을 화려하게 만들어 볼까 하고 벙커 밖으로 나섰다.

“음? 뭐야, 어디 가냐?”

“잠깐 산책.”

아침에 샤워실에서 만났던 톰. 오늘 경계조인 그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여전히 삭막하게도 폭삭 주저앉은 펠른.

“라푼젤.”

그녀를 부르자 슬며시 나타난 라푼젤은 팔짱을 끼고 심통이 나 있는 상태였다.

“뭐야, 무슨 일 있어?”

-본인에게 물어보지?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왜 삐진 연인을 달래는 모습이 되어 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번뜩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

-기억났니? 감히 그런 망언을 하고 지금까지 잊고 있어? 정말 죽고 싶은 거구나?

슬며시 힘을 끌어올리는 라푼젤.

저번에 운디네한테 라푼젤보다 더 예쁘다고 한 게 라푼젤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그때는 그냥 운디네 도움이 필요해서 그랬던 거야.”

-해도 되는 말과 아닌 말이 있단다.

워낙 자신의 아름다움에 자존심이 높은 라푼젤이었기에 이 정도 단순한 말로는 풀리지 않는 듯했다.

결국 한참을 어르고 달랜 이후에야 조금 기분이 나아진 라푼젤이 내 부탁을 들어줬다.

-근처에 짐승은 없는데……. 그런데 희한한 건 있네.

“희한한 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라푼젤은 손을 뻗어 방향을 가리킨다.

-여기서 조금 가면 뭐가 한 마리 있긴 해. 흐음, 너희 말로는 마수라고 하지?

“마수가 있다고?”

제국 내에는 마수가 살기 힘든 환경일 텐데.

뭐, 흑주신이 숨어 있던 케이스도 있으니 크게 이상한 건 아닌가 하고 확인차 라푼젤이 가리킨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 이번에도 지성을 갖춘 토속신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완전히 꽝.

소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욱 흉폭하고 날카로운 송곳니와 뿔을 가지고 있는 마수가 서성이고 있었다.

“얘네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상당히 위험한 종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할 거니?

“처리해야지. 마침, 칠면조 대용으로 딱 좋기도 하네.”

어차피 구우면 소나 쟤나 거기서 거기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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