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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도사는 반역자가 되어 있었다-7화 (7/200)

7화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남아 기어 나오는 간수 놈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자니, 허공에서 무언가 기묘한 마력을 느꼈다.

“으음?”

콰앙! 하고 보랏빛의 마력탄이 내게로 직격했으나 이미 쳐 놨던 보호막에 막혀 이 역시 내게 닿지는 못했다.

하지만 흥미는 샘솟았다.

단순한 총이 아닌 분명한 살의가 담겨 있는 일격.

하늘에서 낡은 빗자루를 두 발로 밟고 내려온 남자는 고풍스러운 보랏빛 양복을 걸치고 있었으나, 비쩍 꼴은 그 얼굴에 지어진 미소는 천박함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갑질 좀 해 보려고 차려입고 왔는데 웬 벌레가 한 마리 있네?”

“하아.”

물론 내가 이 세상에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원래 우리의 후손들은 이렇게 초면에 싸가지가 없는 건가?

분명 교육이 잘못됐다.

교과서를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너도 혁명군이냐? 이만한 마법사면 청색횃불 혁명군의 소니아로구나?”

멋대로 오해를 하더니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중얼거리는 녀석.

“아닌데? 소니아는 여자라고 들었는데.”

“여잔데요.”

가성을 섞어서 장난 한번 쳐 봤는데 콧방귀를 뀌며 중지를 날리는 녀석.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그렇게 여유로운 거구나? 대마도사 알로이스 님의 3번째 제자 마도사, 극독의 숑이다.”

“이름이 숑이야? 파를 숑숑 썰 때 그 숑인가?”

“그건 송이다! 그러는 네놈은 누구냐?”

기분이 상했는지 숑은 어둡던 안색이 더 어두워지며 물어 왔다. 스멀스멀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는 게 꽤나 화가 난 듯했다.

“라엘, 라엘 텔리즈먼.”

“뭐?”

이 세계에서는 이름만 밝히면 다들 벙찐 표정을 짓는 게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큭큭! 하필이면 그런 나라를 망치려 했던 매국노와 동명이인이라고? 게다가 텔리즈먼? 날 웃기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매국노 아냐.”

“지나가는 5살 꼬마한테 물어봐도 라엘 텔리즈먼이 어떤 놈인지는 다 알고 있다. 너는 어디가 이상한 놈이구나.”

툭툭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도발하는 숑.

괜히 이름으로 놀렸다가 이름으로 당했다 싶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매국노는 좀 심한 거 아닌가?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을 바쳤는데 이런 신세라니, 운명도 기구하긴 하네.’

추앙받고 떠받들어지는 것도 별로지만 그렇다고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정말 아니었다.

“머리가 이상한 놈은 좋아해. 나도 정신이 나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긴 하거든!”

그가 타고 왔던 빗자루가 지팡이로 변하더니 보랏빛의 마력탄이 다시금 날아든다.

여전히 보호막에 막혔지만, 마력탄은 연기가 되어 내 주변을 맴돌았다.

“독을 다루는 마법사. 내 시대에도 가끔 있었어.”

국가에 소속되어 암살 집단으로 활약하던 마법사도 있었고, 자신만의 마법에 취해서 대학살을 자행하던 녀석도 있었다.

하나같이 위험한 녀석들이긴 했지만, 막상 전면전에 나서면 그 힘이 반감되는 부류들이기도 했다.

“바깥과 완전히 차단하는 보호막? 신기하네.”

숑은 큭큭 거리며 지팡이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지팡이에 따라 점점 퍼지기 시작한 보랏빛 연기들이 내 주변을 완전히 감쌌다.

“넌 이미 졌어. 그 수준의 보호막을 언제까지 유지하고 있을 수 있을까? 조금만 내 독을 삼켜도 온몸이 문드러지며 죽게 될 거야.”

“막지 말고 피해야 했다는 건가?”

“후회해서 뭐 하겠니. 수용소를 이렇게 만들 정도이니 꽤나 실력 좋은 마법사로 보이긴 하지만, 어차피 죽으면 끝이야.”

승리를 확신하는 숑의 얼굴조차 이젠 독 연기에 막혀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별거 아닌 것만 같던 그 마력탄이 실은 적을 완벽히 죽이는 필살의 덫이었다.

물론, 내가 상대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손을 들어 보호막을 해제하자 숑의 독이 코와 입을 통해 파고든다.

“자살이야? 하핫! 난 그런 거 좋아해. 어떤 절망으로 물들어…….”

흥분해서는 재잘거리던 숑의 입이 멈춘다. 아마 내가 아무렇지 않게 독을 마시면서 연기 밖으로 나와서겠지.

“어떻게……?”

당황한 표정의 숑이 눈을 껌뻑이는 표정이 참으로 볼만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좋은 표정을 구경했으니 특별히 답해 주자.

“네 독은 진짜 약초를 사용해서 만든 게 아니잖아. 그냥 마나를 변환시켜서 인체에 유해하게 만든 것뿐이지.”

그러니까 독을 다루는 마법사들은 마나를 변환시켜 본인 고유의 독을 만드는 것뿐이지, 실제 약초를 빻아서 만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결국엔 변질된 마나. 그걸 흡수해서 내 안에서 정결한 마나로 다시 바꿔 버린 것뿐이야.”

이걸 동굴에서 익히는 데 족히 2년이 걸렸다. 스승님이 자세하게 설명을 적어 놓지 않았다면 그 이상이 걸려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도 안 돼! 그런 건 알로이스 님도 불가능해!”

“가능하다고 하면 내가 더 놀랐겠다.”

덜덜 떨리는 눈동자를 보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딱 보였다.

말도 안 된다, 불가능하다, 혹시 꿈인가 등등.

현실 도피적인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이건 당연하게도 꿈이 아니란다.

퍼억

“크악!”

푸른빛의 마력탄을 날리자 땅을 데굴데굴 구르는 녀석. 미리 쳐 두었던 보호막 덕분에 목숨은 구했지만, 충격을 완전히 상쇄시키지도 못했고 보호막도 깨졌다.

“아프지? 안타깝게도 꿈은 아니네.”

“빌어먹을! 젠장! 네놈은 뭐야! 어디서 이딴 놈이!”

“더 이상 보여 줄 건 없는 거지?”

이 정도면 내 시대의 마법사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그 당시보다는 마나를 움직이거나 효용성 등이 더욱 정교해진 것 같긴 하지만, 정말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뒤에서 보호막을 내리치는 강렬한 타격음.

쾅! 하는 소리는 한 번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 나갔고, 내 보호막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회색 머리칼에 상의는 어디 갔는지 없고 하의만 간수복을 입고 있는 덩치 큰 근육질의 남자.

“맥 포르치!”

숑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추스르곤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거친 눈빛의 이 남자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승기가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맥 포르치의 거센 난타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가 나온 사람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의 기세와 체력.

‘게다가 주먹에 마나가 실려 있다. 내 보호막에 점점 자신의 마나를 흘려 넣고 있어.’

이렇게 되면 불순물이 들어간 보호막의 강도가 약해지는 건 당연했다. 작았던 금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깨져 버렸다.

“죽어라.”

중후하고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팡 하고 마나를 방출시키니 맥 포르치 역시 뒤로 날아갔지만, 숑처럼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착지해 냈다.

“맥 포르치! 보통이 아닌 녀석이다. 전력으로 싸워!”

“보조를 부탁드립니다.”

맥 포르치가 달려들면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마법을 쏘아 대는 숑.

독은 내겐 통하지 않으니 이젠 바람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독보다는 이쪽이 더 위협적이었다.

‘우선 마법부터. 거친 놈은 그다음이다.’

쏘아 낸 마력탄이 바람의 칼날을 부수고 숑에게로 곧장 날아든다. 숑이 급하게 보호막을 쳐서 막아 내었지만, 뒤로 밀려남과 동시에 입에서 각혈을 토해냈다.

한 번 더 날려 완전히 끝장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내 바로 뒤까지 다가온 맥 포르치의 주먹이 다시금 나를 향해 날아들었고.

콰앙!

몸 전체를 보호할 보호막을 치기엔 마나가 부족했기에 면적이 얇은 삼각형의 보호막을 만들어서 겨우 막아 냈다.

“거친데?”

“네놈은 누구냐.”

“부하들 죽은 거랑 애들 도망치는 건 신경 안 쓰나 봐?”

“널 죽여서 복수할 것이고 도망치는 녀석들은 그 뒤에 죽일 것이다. 그 누구도 내 손아귀에서 도망치지 못한다.”

“그렇구나!”

주먹으로 치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의 거친 타격음이 계속해서 울려온다.

녀석의 주먹에 맞춰 보호막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고작 한 방에 전부 깨지고 있었다.

“한계인 모양이군?”

“…….”

“네놈이 풀어 준 수감자들은 도망치지 않고 수용동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너의 승리를 예상한 판단이었겠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군.”

“생각보다 말이 많아.”

“너는 생각보다 말이 적군.”

그렇게 애써 막아 내고 있는 와중에 숑의 바람의 칼날이 다시금 내게로 날아들었고, 애써 몸을 틀어 어깻죽지만 베이는 선에서 끝났지만 앞에 있는 남자의 주먹을 결국 허용하고 말았다.

“크억!”

타격이라기보다는 총알이 날아드는 느낌의 주먹이 그대로 복부에 강타했고, 아찔한 고통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 땅을 굴렀다.

“끝이다, 보아하니 마나도 이제 남지 않았구나.”

“끄아아, 진짜 아프네.”

“첫 운석 마법으로 마나를 다 써서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니었겠지.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누워 있는 건 우리였을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분석하는 척하지만 결국 지들이 이겼다는 얘기다.

“마나가 바닥이 났으면 마법사는 죽어야지.”

그렇게 맥 포르치가 천천히 다가와 주먹을 내리치려는 순간.

수용동 위에선 일제히 하얀색 깃발이 올라왔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운석으로 생긴 불길 덕분에 확실하게 눈에 띄었다.

“음? 저건 뭐야. 항복 선언인가?”

숑이 어림도 없다고 비웃는 순간이었으나 나에겐 다른 의미의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끝났구나.”

저 표시는 수용동에 있는 모두의 인원 체크 및 수용동 제압이 끝났다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던 사인.

손을 들어 멀리 있는 세 채의 수용동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보호막을 친다. 내부에선 외부를 볼 수 없는 거대한 막이 생겼다.

그리고 한 겹 더. 이번엔 나와 이 두 사람을 가두는 감옥.

“아직 이런 힘이 있다고?”

“잠깐만…….”

아무래도 무투가인 맥 포르치보다는 마법사인 숑이 더 빨리 기이함을 느낀 듯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텐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팔독 기사단에게 1급 마나소지죄로 잡히셨다고 들었습니다. 선생께선 마력을 감추실 필요가 있습니다.’

‘1급이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봐야 합니까?’

‘최소 황실 소속 마법사. 한마디로 마법사들 중에서도 상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가지고 계신 마나를 최대한 숨기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걸 듣고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나는 이미 충분히 마나를 억제하고 있었으니까.

동굴을 나와서 단 한 번도 내 자신의 마나를 멋대로 풀어 둔 적은 없었다. 늘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잘 동여매고 있었다.

“혹시나 내 힘에 휘말려서 구하려 했던 사람들까지 죽일 수도 있으니까.”

수용동에 친 보호막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부터 저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나의 물꼬를 풀었고.

“크억!”

“끄아악!”

맥 포르치와 숑이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덜덜 떨기 시작한다.

“나도 별거 아닌 마력탄만 쏘아 대거나 마력 방출만으로 싸우고 싶지 않았어.”

다채롭게 빛나 오는 나의 마나가 하늘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마치 밤하늘 전체에 무지개가 뜬 듯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하려고 보니까 이런 꼴이네.”

“네놈은, 대체!”

맥 포르치가 애써 정신을 잡으며 일어나려 했으나 결국 다시금 무릎을 꿇는다. 숑은 이미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려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나가 바닥난 마법사는 죽어야 한다고 했지?”

불과 물의 창을 만들어 하나로 합친다.

기이한 모습의 창은 서로가 서로를 상쇄시키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해야 시체라도 온전히 남는다.

“미안하지만 아직 멀었어.”

푸슉 하고 맥 포르치의 단단한 근육을 두부처럼 뚫고 지나간 창은 심장을 관통했고, 하얀 늑대라는 이명으로 불리던 강철의 남자는 손 한 번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뜬 눈으로 삶을 마감했다.

숑 역시 마찬가지.

그는 이미 기절하여 거품을 물고 있었기에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아.”

애써 풀어헤친 마나를 차근차근 다시 모으며 쪼그려 앉았다. 맥 포르치의 일격으로 생긴 상처는 이미 치료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싸움 따위는 없었던 것만 같은 기분.

“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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