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238화 (238/241)

238화

<22-에필로그>

반면에 지구는 굳이 로봇이 없어도 생존에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로봇으로 인한 기업 이윤의 증가와 잉여 생산물은 생산자에게 위기를 가져다 주었고 빈부격차를 벌리는데 일조하고 말았다.

국가 단위로는 평균적으로 생활 수준이 증가했지만 부자 국가와 부자가 아닌 국가 사이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로봇 공학에 접목된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손놀림을 거의 다 따라 잡았고 단순 패턴이나 그 동안 로봇이 결코 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재봉질까지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자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 하청을 받아 경제를 유지했던 국가들은 줄어드는 일감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하고 말았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은 더욱 큰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인구가 많고 빈부격차가 큰 만큼 단순 노동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로봇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연시키는 정책이 필요했으나 콴시라는 중국 전통은 기업과 정부 관료 사이에 밀접한 연계를 형성했고 기업 이윤에 방해물이 되는 정책을 막아냈다.

그들로서도 미국이 한 발 빠르게 로봇을 도입하여 중국의 생산력을 앞서기 전에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게다가 한 치의 실수도 하지 않는 로봇은 수율을 더욱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로봇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고용은 줄어들었다. 인건비 상승을 요구하지 않는 로봇은 관리에도 편했다.

그러나 그러한 풍조는 중국 정부에 큰 딜레마를 만들었다. 국가 경쟁력이 우선인가? 아니면 내수 진작이 우선인가?

중국의 빈부 격차와 로봇 도입으로 인한 중산층과 기술 인력의 몰락은 중국의 내수를 엉망으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수출형 경제 영역에서 어마어마한 이득과 세수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쫓았고 콴시와 로비는 기업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제 성장률만큼 일자리의 수는 늘어나지 못했고 그나마 있는 것도 줄어들었으며 임금은 동결되었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 단순 노동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로봇의 유지비와 감가상각비를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보다 더 돈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군말없이 일만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기업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 노동자와 로봇 노동자의 생산력 차이가 엄청나니까..

그렇다면 로봇에게 일자리를 내준 사람들을 다른 일자리를 창출해 흡수해야 하는데 중국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새롭게 재교육을 하는 일의 난이도는 둘째치고 그 많은 이들에게 고등교육을 시키는 비용에 그 뒤에 일어날 일도 문제였다.

다수의 시민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면 일당 독재적 국가 시스템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미국과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하면서 왜 이 나라는 관료들의 부패가 끊이지 않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건 공산당에서는 공포였다. 공산당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와중에 일자리가 없어진 이들로 인해 수 많은 사회적 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하는 공산당은 강력한 공권력을 수단으로 사용했고 많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의 불안은 다시 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나아가는 듯 했지만 그것은 우주 진출이 활발하지 못한 국가에 한정되었다. 미국같은 경우에는 이미 중국 경제에서 분리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분리라고 하기보다는 내수가 탄탄해져 중국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정확했다. 수출 기업들은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은 내수 만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에너지도 중동에서부터 분리되었고 희토류도 우주에서 공수 받았으며 투자금 역시 우주에 집중되어 중국의 증시가 폭락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미국이 그럴 수 있던 던 이유는 로봇의 도입을 예상하고 미리 재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일자리의 혼란을 어느 정도 제어해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는데 성공한 데 있었다. 수 많은 전문가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한 네트워크로 연결해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탐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거기에 맞는 일자리를 선정해 주는 시스템을 구성했다.

게다가 우주 인부라는 직업은 선천적으로 재능이 없는 불행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었다. 정 재능이 없으면 우주 개발 프로그램에 지원해 우주 인부로 나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우주 인부가 천하게 여겨지는 직업도 아니었다. 화이트 칼라 못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게다가 사실 우주 인부도 대부분 위험한 일은 로봇이 담당한다. 사람이 할 일은 인공지능이 일을 잘하나 못하나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다.

논리 이성적으로 뛰어난 인공지능과 창의력과 감성을 가진 사람의 협동은 우주 활동에 매우 유리했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우주 공간은 반드시 인공지능이 각종 센서로 정보를 사람이 인식하기 쉽게 가공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인간의 창의적인 사고 방식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유연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런 우주 인부의 고된 일이라고 한다면 우주에 관한 상식과 물리역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저중력 상황을 자주 겪기 때문에 신체가 약해지는 일이 있어서 몸관리를 의무적으로 해야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하는 경우(카낙 공장 수리 및 검수)가 많아 본의 아니게 기러기 아빠, 기러기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외에는 나쁘지 않은 직업이 바로 우주 인부라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우주 인부가 3D로 분류되면서도 사람들에게 거부되지 않는 일에 일조한 것이 강씨 가문이었다. 강현이 쌓은 어마어마한 부를 이용한 준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중에 하나가 바로 우주 인부의 지원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구에는 기존의 것들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게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다. 합리적 이성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자신이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재력을 내려 찍을까? 시민들의 호의를 정치적으로 사용해 볼까?

그는 아버지인 강현의 행적을 살펴보았다. 아즈삭 주니어는 훌륭한 조언자였다. 그리고 그는 좁은 지구에서 투닥거리는 대신 우주에 집중했다. 지구의 환경을 최대한 우주 공간에서 실현시키기로 했다. 인류에게는 자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은행, 인공자궁, 수 많은 동물 실험. 수 많은 비난을 몰고 왔지만 각각 연구, 윤리, 중재를 맡은 트리니티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투명하게 유지했다. 트리니티의 관리 아래에서 어떤 연구자도 윤리적 가이드 라인을 넘어서 연구를 할 수 없었고 이윽고 유전자 단계에서부터 강아지를 복제, 아니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가장 큰 기여한 것은 다름 아닌 JH 세포였다. 수 십년간 쌓인 기술과 데이터 배이스는 세포 소기관의 구성과 제어를 공학적으로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고 이를 이용해 인공 난자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기존의 복제 기술, 유전자 텔로미어 복구 기술 등을 이용해 완전한 개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 종당 수 십 만개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서 데이터화 했다. 혹시나 유전자 샘플이 소실 되었을 때 유전자 합성 기술을 이용해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를 사람들이 부르는 말은 이랬다.

‘과연 강현의 아들답다!’

강현이 그랬던 것처럼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돈지랄이라고 할 만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도 닮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야 쪽에서는 강준을 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소스 코드와 알고리즘을 창시한 능력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칭송하는 말에 준은,

‘아버지와 은사님을 따라가기에는 한참이나 멀었다.’

라며 겸손해했다.

그의 말에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에 강현 못지 않은 능력자가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경악했고 그 사람이 강현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이 그녀의 능력을 탐냈다.

그 이해관계의 중심에 선 알리아 헤밍스턴은 제자의 경솔한 말 한 마디에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다고 한 숨을 내쉬면서 강현이 조성한 연구 복합 단지에서 외부인을 만나지 않은 채 평생을 살다갔다. 그녀가 죽을 때 그녀의 옆에서는 그녀가 만든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사람을 닮은 안드로이드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안드로이드가 강현을 몹시 닮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녀의 제자였던 강준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준은 무척이나 바람둥이였다. 자신의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했고 평생 독신으로 산 아름다운 여성이나 은사의 모습에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나 속이 좁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샐리에게 이어받은 오지랖 넓은 성격마저 겹쳐 자신이 외면한 여성의 슬픔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연애관 덕분에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상대 여성과의 관계에 진심을 다한 그는 만인의 연인이라는 별칭도 있었다. 그런 그의 사생활은 연예계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 그의 애인들 중에 유명한 연예인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많으면 동시에 일곱 다리를 걸쳤고 그것도 애인들이 공인했다고 하니 연예계 호사가들의 좋은 관심거리였다.

거기에 하룻밤 불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을 하니 그와 사랑의 결실을 가지고 싶어한 여자도 수 없이 많았고, 그의 특유의 연애관에 못견뎌 떠난 여자들 중에서도 그와의 사랑의 결실을 가지고 싶어한 이들도 있었으니 강현은 말년에 무려 21명의 손주를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정관수술을 해버리겠다고 소행성대와 지구 사이의 우주 공간을 무대로 부자간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연애관은 강현과 다른 강준이었지만 걷는 행보는 강현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본을 쌓고 그 자본을 다시 연구와 개발에 투자하고 그 과실을 같이 연구하는 연구원들과 함께 공유했다.

한편, 강준이 제 아버지인 강현과 비슷한 길을 걷는 와중에 시아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녀는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미네르바툼의 이사장 일을 했던 어머니 샐리의 영향을 받은 탓이 컸는데 그녀가 과학이나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하기보다는 문학적 감성이 더 뛰어났고 어린 아이들을 매우 좋아한 성향이(쇼타콤은 아니다.) 그녀를 교사의 길로 이끌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들을 지원하는 액수는 강씨 가문 중에서 그녀가 가장 많았다.

강현은 아즈삭 주니어 대신 그녀에게 데메테르라는 인공지능을 물려주었는데 우주 농장을 건설하고 식량을 자동적으로 수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공지능이었다. 거기서 생산된 식량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거의 모두 다 먹여 살렸다.

이 때문에 세계 식량 메이저들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 어쩐다 말이 많았다. 유니세프 등 세계적인 구호 단체로 향하는 기금 중 상당액이 그들의 싸고 양 많은 식량을 구입하는데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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