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학의 군림자-237화 (237/241)

237화

게다가 강현이 양자 컴퓨터 소스 대여 시스템의 비용을 이번 우주 달팽이의 실험 데이터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대신 내주기까지 했으니 연구자들은 침대 위에서도 태블릿 PC를 이용해 잠들기 전까지 데이터를 분석했다.

일 주일 마다 쌓이는 대량의 데이터와 수 많은 사람들의 협동에 의해서 결과는 채 몇 달도 되지 않아서 나왔다. 오류 검증에 다시 몇 달이 걸렸고 결과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에너지가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중력에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힘이 있다는 것과 좀 다른 이야기였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중력을 가지고 있고 그 중력이 공간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이 기존의 상식이었다면 이번 실험의 결과는 가속질량 역시 중력을 형성한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입자적 실체가 없이 단순한 에너지의 밀집이 중력자를 만든다? 그것은 양자역학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설명이었다.

양자역학적으로 가속질량이 중력자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상되는 건 카미시어 효과로 증명된 진공의 성질에 에저니의 밀집이 변화를 주어 일시적으로 질량을 띄게 되었다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과연 정말로 그런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에는 단순한 것이 진리라는 물리학계의 오랜 관습적 입장에 따라 에너지가 공간을 휘게 하고 휘어진 공간이 중력이라는 현상을 만든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웠다.

NASA에서 워프 드라이브라는 이명을 가진 알큐비에르 드라이브를 실험하며 이미 강한 전기장을 통한 공간 왜곡 현상을 발견했으니 그러한 설명에 더욱 신빙성이 모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큰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중력파가 없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는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이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 모든 물리학적인 이론 역시 다시 검증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 되었으니 과학자들이 충격을 먹은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강현의 신 통일장 이론이 상대성 이론의 오류를 보완하기 위한 이론으로 주목을 받았다. 중력이 없다면, 단지 중력이 공간 왜곡에 의한 이차적 현상에 불과하다면 이 세상의 힘은 3가지로 좁혀지게 된다. 그리고 이미 3가지 힘을 통합하는 이론은 존재했다.

전자기력과 약력을 하나로 합친 전자기 약작용 이론은 이미 타당하다고 검증되었고, 그 위 전자기력과 약력, 그리고 강력을 하나로 합친 대통일 이론은 여러 모델이 제안되었지만 검증된 것은 없었다.

대 통일 이론 위에 전자기력, 약력, 강력 세 가지에 중력을 하나로 묶는 ‘모든 것의 이론’이 있다고 생각되었으나 이번 우주 달팽이의 실험에 의하면 중력자는 없으며 고로 우주에 존재하는 순수한 힘은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 이 세가지 뿐이고 대통일 이론이 곧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일 이론이 ‘모든 것의 이론’이 되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랐다. 그럼 중력의 형태로 실제하는 힘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정말로 공간의 왜곡과 힉스 입자의 흐름으로 인한 질량의 벡터화가 중력의 정체라는 말인가?

[박사님. 메일이 쌓였습니다. 확인해 보셔야 할 메일도 있습니다.]

“어디 보자..”

양자 역학적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강현의 이번 실험 결과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일어나는 중력자 존재의 부정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관점, 양자 역학적으로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이렇게 주장했다.

‘가속질량이 중력장을 형성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이 중력자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볼 수는 없다.’

타당한 말이었다. 중력자를 직접적으로 검출할 수 없는 이상, 이번 실험 역시 열린 결말을 둘 수 밖에 없었다. 중력장이 적용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인류는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끌어당기는 건가? 왜 중력은 시공간을 왜곡시키는가? 어떻게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건가? 시공간에서 중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정말로 시공간의 왜곡이 중력의 결과인가?

연구에 깊이가 더해질수록 의문은 더욱 많아졌다. 설사 그 의문을 해결해 중력까지 포함한 ‘모든 것의 이론’을 완성한다고 해도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신비한 힘이며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관측도 할 수 없는, 그저 은하계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며 서로 멀어져가는 현상으로 그 존재만 짐작할 수 있는 암흑 에너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친애하는 존에게.

귀하의 의견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의 이론’을 만들기에는 여전히 저희의 능력은 미흡합니다. 저도 이번 실험으로 ‘모든 것의 이론’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중력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에 대한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공간에 대한 고민 없이 중력을 이해하는 것은 고정관념에 잡힌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NASA의 알큐비에르 드라이버 실험은 전기장으로도 시공간을 왜곡하고 진공보다 더 낮은 상태, 마이너스 질량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공간 왜곡이 중력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이상, 공간 왜곡 현상은 더 이상 중력파의 존재를 특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 못합니다.

이번 실험의 의의는 바로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실험의 결과가 이론간의 헛점을 짚어내고 보완해 ‘모든 것의 이론’으로 가는 주춧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닥터 강에게서.]

강현은 타이핑을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역시 뛰어난 식견을 가진 지성인과의 의견 교환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우주의 신비를 실감하고 능력을 쌓고, 한 때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천재였던 그도 우주의 신비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마흔 초반의 나이에 이만큼 인류의 우주 진출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집단 지성의 힘 앞에서는 겸손함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우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록 신비는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거대한 우주 만물의 이치는 앞이 깜깜할 정도였다. 아마, 그가 죽을 때까지 우주의 신비는 다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더 많이 더 넓게 탐구할 수 있었다.

우주는 그만큼 신비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아들의 품에 안긴 손자만큼이나..

“아들아. 며느리는?”

“주방에 어머니와 함께 있어요.”

“그래? 그럼 손자 좀 안아보자.”

“안 돼요. 손부터 씻고 오세요.”

“헐.. 네가 어릴 적에도 안 한 짓을 하란 말이냐?”

“네? 그럼 제가 어릴 때 지저분한 손으로 안았다는 말이에요?”

강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을 전공으로 하는 준에게 생물학 상식을 알려줄 필요를 느꼈다. 미생물과 사람은 공생 관계이며 이로운 미생물은 부모 세대나 그 윗 세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에 과도한 위생은 오히려 아이의 면역 체계에 좋지 않으며, 그러므로........

= = = = =

에필로그-1

강현의 사후 30년.

그의 업적은 인류에게 큰 빛이 되었다. 그가 이룬 업적은 정말로 끝이 없었다. 노벨상을 무려 총 5번을 받은 이는 그가 처음이었다.

그가 이룬 업적에서 후대 과학자들이 손에 꼽은 세 가지가 있었으니 에너지 혁명과 반감기 가속장치, 그리고 인공지능, 이 세가지였다.

석유 제조 기술, 초 고효율 태양광 전지, 그리고 말년에 우주 달팽이를 개조해서 만든 반물질 생성 장치와 반물질 이용 기술은 태양이라는 항성의 에너지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더 이상 에너지원을 두고 국가간에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반감기 가속 장치는 그 때까지 지어졌던 핵발전소의 폐로 기술의 핵심이 되어 모든 원전을 제거해 후손에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었다. 사실 핵원전 폐로 기술은 강현이 반감기 가속 장치를 개발할 때까지 완전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생활 전반에 파고들면서 인류의 생활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인공지능이 제어하는 로봇이 없는 문명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혹자는 혹여나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이 태어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기는 했지만 강현이 구성한 인공지능의 핵심인 ‘욕구 시스템’을 인간이 설계한다는 점에서 안전장치를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이 세 가지 발명 덕분에 인류의 우주 개척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카낙은 이제 해왕성까지 진출해, 우주 자원 개발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했다.

그 영향으로 인해 카낙이 발행하는 RP는 이제 우주 시대의 기축 통화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통화량을 조절하는 행위에 익숙해지고 만족했다. 아니,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믿을만했다.

국가간의 이해 관계나 인간 관계, 혹은 인간이 가지는 욕망에 의해 통화량 조절이란 권력을 휘두를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로봇독, 가정 도우미 로봇, 노동자 로봇 등 인간의 노동 중 단순 노동이나 비 창의적인 부분이 로봇들에게 돌아갔다.

일자리는 줄어들었지만 우주 농장과 얼음 소행성 세레스의 개발로 물이 풍부하게 공급되자, 식료품의 가격은 더욱 싸졌고 노숙자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고정비가 축소되어 식료품의 가격은 더욱 낮아진 것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어느 기업도 이 낮은 가격의 식료품으로 아프리카 같은 빈민국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비난과 정치적으로 독재와 총탄으로 얼룩진 대륙에 식량을 지원해 봤자 어차피 지들끼리 죽이고 죽일거라는 비관적 견해로 끊이지 않고 소란이 일어났다.

일견, 노동의 굴레에서 인류가 벗어난 듯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본질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강현이 자본으로부터 사람의 생존권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구상했던 원대한 우주 진출 계획은 꽃봉오리가 겨우 폈을 뿐이고 그 과실이 지표면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까지 전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거기에 더불어 인간의 신성한 노동을 로봇에게 맡겨야 하냐는 노동계의 반발은 자꾸만 축소되어 가는 노동 시장에 대한 불안감의 상징이었으며 또한 큰 문제였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로봇을 도입해 인건비를 줄일 려는 기업과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런 로봇에 대한 혐오는 주로 지구에서 벌어졌는데 이유는 우주에서 로봇이 없다면 사람은 너무나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주 도시에서 사는 시민들에게 이미 로봇독을 첨두로한 로봇 기술 문명은 자신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했다.

험한 우주 공간에서의 노동은 물론 우주 농장에서의 단순 노동과 가축 분변을 처리하는 더러운 일까지 해주었다. 덕분에 우주 시민들은 예술, 스포츠, 연구, 탐사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로봇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되나? 우주 도시를 유지 보수는 물론 위험한 일을 사람의 손으로 직접해야 했다. 우주 공간의 특성상 사고가 나면 로봇 없이는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로봇 혐오는 그들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였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넵! 완결입니다. 더 진행하려고 했지만 그랬다가는 글의 정체성이 무너질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다음 작품은 에필로그를 완료하고 나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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